다시 돌아왔어요! 그리고 설화주에겐 정말로 죄송한 말씀이나 그 관련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필살기는 정말로 마무리를 지을 각오로, 그 로봇의 전력을 쏟아서 기술을 쓰는 것이야말로 필살기라고 생각해요. 턴 제한을 두고 여러번 사용할 수 있다면 그냥 강력한 기술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슨 의미인진 알겠지만 적용하긴 힘들 것 같네요.
실제로 다른 메체상에서 삼두룡을 떠올린다면 킹 기도라 쪽이 더 연상이 빠른게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몬스터 버스 시리즈에서 그 위용을 보자면 더욱 유명세를 탄 것도 사실이니까. 물론 메카고지라가 나오면서 조금은 이상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던 와중 그가 하는 말에 잠시간 고민을 하다가 이내 별 생각 안든다는 듯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지금의 지휘관은 너야. 경우의 수를 열어두는게 맞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네가 우리를 이끄는거야. 네가 백을 보고 흑이라 하면 그건 흑인거고."
분명 그러한 기분일 것이다. 그에게 지휘권이 쥐어진 것도, 또 전함을 다루는 것도 전부 우연일 것이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의 종착점에는 그가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결과고, 또 그 결과를 번복하기에는 이미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짝 미소를 머금은뒤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운뒤 시선을 멀리 봐, 조금은 다른 기분이 들테니까. 그러니까 너무 골치 아파할 필요 없어. 하고 싶은대로 해, 지금의 리더는."
"리더라니. 그런 거 아니야. ...딱히 그렇게 위에 오르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자신이 이끈다는 생각을 윤재는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서포트라면 모를까. 하지만 전함을 움직이게 하는 이상, 그렇게 생각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휘라. 애초에 자신은 그런 것을 잘 할 수 있을까. 그냥 앞에서 싸우는 파일럿들의 자율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윤재는 말 끝을 살며시 흐렸다. 고등학교 2학년인 자신도 이렇게 생각이 복잡한데 만화 속 초등학생들은 대체 얼마나 생각이 복잡하고 어려웠을지.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윤재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어깨를 두드리는 행위에 고개를 슬며시 돌려 그녀를 바라보다 그는 눈을 감고 작게 피식 웃었다.
"할 수 있는 것은 하겠지만,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마. ...나도 같은 배에 탔으니 노력은 하겠지만."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있었다. 역시 너무 많은 것을 힘겹게 생각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윤재는 예미를 바라보며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무덤덤한 표정이 많이 잡혀있는 그에게 있어선 꽤 낯선 표정이었을지도 모르나 어쩌겠는가.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대단해. ...응. 정말로 대단해. 좋은 의미로."
가볍게 손뼉을 친 후, 윤재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빅토리아 호를 바라보면서 넌지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격려 고마워.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다음에 분수대 근처에 있는 카페에 한 번 찾아와. ...커피 서비스 하나 해줄테니까. 거기가 우리 집 카페라서."
웃음 터트리며 자신을 대하는 그의 모습에 쑥쓰러운듯 살짝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살짝 붉힌다. 확실히 처음 만났을때 부끄러워 하고 소극적으로 대하던 그녀와는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지금까지 나름 용기를 내서 이렇게 스스로를 바꾸려고 노력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떨궈지는 시선을, 애써 다시 들어올리며 말했다.
"나 말고도 다른 아이들이 많잖아. 점잖고 아름다운 공주님도 계시고, 용기에 가득찬 남자 아이랑, 책임감 넘치는 장남, 최소한 나보다는 믿음직스러울꺼야. 그러니까, 너무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어. 결정을 내리면, 그걸 따르는 건 모두의 책임이야."
길게 말을 이어나가고서 그녀는 숨을 살짝 몰아쉬고 조금은 짐을 덜어낸 듯한 그의 표정에 조금 안심한 듯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건 이게 전부였다. 아주 살짝, 아주 살짝만 등을 밀어주는 것, 오직 그것뿐이었다. 물론 그 길에 무엇이 있을지, 또 그걸 어떻게 나아갈지는 모두 그의 선택이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겠지.
"...다른 이들이 못미더운 것은 아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설 정도의 각오가 있는 너도 거기에 포함하는게 낫지 않을까?"
또 다시 은근슬쩍 자신을 빼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윤재의 눈빛은 다시 도끼눈 형태로 변했다. 이 녀석. 은근슬쩍 자꾸 자신을 빼네. 하는 마인드로 정말로 뚫어져라 보는 탓에, 시선만으로 구멍이 났다면, 아마 예미의 얼굴에는 구멍이 꽤 크게 여러 개 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의 버릇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그냥 그것으로 납득하기로 했다. 허나 역시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왜 자신에게 빅토리아 호가 주어진 것이고, 그 형태는 왜 구멍 속에서 모습을 보인 그 전함과 비슷한 디자인인 것일까?
아직 의문점은 많았지만 지금 단계에선 풀래야 풀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지금은 준비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며 윤재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오른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지휘관이 아니야. 정윤재야. ...그렇게 불러줘. ...그쪽이 좋아."
그런 작은 부탁을 하며, 그는 결국 작게 미소를 지었다. 좋건 싫건 앞으로 자주 볼 사이일지도 모르는만큼.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윤재의 행동에 역시 시선을 못견디겠다는 듯 애써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만다. 아으, 이런 상황 역시 안 익숙해, 라고 속으로 절규하는 본인을 뒤로 한채 천천히 숨을 고른다. 물론 평생 고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려우니까, 조금은 응석받이로 있고 싶으니까.
"그도 그럴께, 나같은게 주역으로 나선다면 음.... 그건 좀...."
자신보다 훨씬 특색있는 아이들도 많아고 화려한 아이들도 많았다. 주역으로 선다면 그 아이들이 좀더 훨씬 어울릴테니까, 그런 역할은 그런 아이들에게 맡기는게 맞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그가 내민 오른손을 잡고는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좋아, 하지만 전투때는 얄짤없이 지휘관이다?"
그렇게 덧붙이고는 그녀는 천천히 맞잡은 손을 놓은뒤 천천히 등을 돌리고는 입을 열었다.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돌아가자, 너무 걱정하지 말고, 푹 자, 말끔한 정신으로 맑은 마음가짐을 가지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