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급상승과 급하강을 반복하면서 몰려오는 G를 견뎌냄과 동시에 마지막 하강때 빠르게 변신하면서 아무도 없는 곳에 착지하는데 성공한다. 물론 다행히 아무도 오지 않는 허공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인지 구름이 한번에 산산히 흩어지면서 그녀가 훈련했다는 흔적이 그렇게 남고 있었다. 확실하게 기가톤케일의 수많은 움직임들을 보정하고 있다는 것인지 무리한 운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안정적이고도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후으."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가 손바닥으로 뺨을 짝! 친다. 다른 아이들의 메카에 비하면 자신의 기가톤케일은 큰 특색이 없었다. 가장 무난하고 어떠한 상황에서 대처 가능한 그러한 로봇이 바로 그녀의 기가톤케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장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야 말로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최강의 능력이었으니까. 적재적소에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기가톤케일의 장점이었다.
"게다가."
동시에 그녀가 허공의 몸을 띄운 상태 그대로 격투기 자세를 잡는다. 보통이라면 지면에 다리를 디디지 못해 자세가 흐트러지겠지만, 이 아이들은 확실하게 자신의 자세를 트레이싱 하면서 지형에 맞게 그것을 접목시키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아이들의 우수성은 입증된다고 믿으며 그녀의 다리가 빠르게 허공을 가로 질렀고, 동시에 기가톤케일의 다리 또한 빠르게 허공을 수놓기 시작한다.
저벅저벅 걷는 조용한 발소리를 내며 윤재는 기가톤케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뭔진 모르겠지만 정말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가톤케일의 모습이 윤재의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로 로봇을 꺼내나 싶더니만.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는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기가톤케일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있는 힘껏 두 손으로 나팔을 만든 후에, 기가톤케일을 향해서 톤을 높여서 그녀를 부르듯 입을 열었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격투기라도 하려고 로봇을 밖으로 꺼낸거야?"
적어도 그의 눈에 비치는 기가톤케일의 모습은 격투 연습을 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물론 그때의 그 괴물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었으니 단련은 중요한 것이었기에 지금 저 행동에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허나 곧 그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단련을 하는 것은 좋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안 가게 하는 건 알고 있지? ...문제가 생기면 로봇을 꺼낼 수 있게 문을 열어준 나에게 책임이 온단 말이야."
확실하게 목소리가 들리는 듯 그녀가 팔찌를 송수신기 삼아서 그에게 입을 열었다. 확실하게 그걸 피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는 윤재의 뜻을 이해한다는 듯, 순식간에 급상승을 하면서 인간형에서 순식간에 삼두룡 형태로 변신하는 기가톤케일이었다. 저렇게 고고도에서 비행하며 변신을 시도하고 그걸 또 부드럽게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녀가 꽤 많이 훈련을 했다는 걸 알수 있으리라. 잠시후 적당히 속도를 조절하면서 순식간에 내려오는 듯 하면서도 완만하게 속도를 조절하는 것만큼은 여느 파일럿 못지 않은 수준까지 도달해있었다.
"웃챠!"
기가톤케일의 가운데 머리, 주룡에서 그녀가 내려선다. 안쪽은 그녀의 몸매가 완연히 드러나는 타이즈였지만 그것을 겉표면의 레인코트가 완전히 가리고 있어 그녀의 모습은 확실하게 가려지고 있었다. 몸매를 완전히 드러내는 건 너무 부끄럽다는 그녀의 뜻이 반영된 슈트일 것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기가톤케일은 조용히 몸을 낮추고 두 사람을 둔 뒤 천천히 날개짓을 하며 빅토리아 호로 돌아갔고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건 나도 싫긴 해, 그래도, 또 그때까지는 어느정도 대비는 해놔야지. 혹시 알아? 나름 납득할만한 결과를 낼지도 모르고 말이야."
머리에서 예미가 내려오자 윤재는 그녀가 입고 있는 레인코트 모습에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그녀가 입는 파일럿 복인걸까? 되게 특이한 느낌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삼 초 정도 그녀의 레인코트를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올려, 빅토리아 호로 돌아가는 기가톤케일을 바라봤다. 이어 그는 타이밍을 맞춰 문을 열어줬고 기간톤켄일이 다시 들어갈 수 있게 해줬다.
"...뭔가 미안하네. 나 때문에 훈련이 중지된 것 같아서 말이야."
아마 자신이 오지 않았다면 그녀의 훈련은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그냥 조용히 구경만 할 걸 그랬나 생각을 하며 그는 머리를 가만히 긁적였다. 그러다가 가만히 고개를 돌려 다시 기가톤케일이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며 작게 감탄했다. AI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면 그냥 생명체 그 자체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참으로 정교하고 정확한 움직임이었으니까.
아무튼 다시 그녀에게 집중하며 윤재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에 귀를 기울이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넌지시 고요한 톤으로 이야기했다.
"아, 괜찮아. 솔직히 말해서 저 아이들이 너무 배우는게 빨라가지고, 훈련보다는 학습이 필요할 지경이라니까."
너무 그러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치면서 천천히 파일럿 복장을 해제시킨다. 아무래도 훈련이 끝나고 땀이 났을때를 대비한 것인지 그녀는 자신이 입는 옷보다 한치수 더 큰 트레이닝 복장을 입고 있었고, 그녀는 좀 몸이 풀른 듯 가볍게 기지개를 펴면서 입을 열었다. 처음의 그 소극적인 모습은 좀 사라지고 지금은 그래도 어느정도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역으로, 안 올꺼라고 생각하고 싶네."
차라리 이렇게 조용히 지나간다면, 어느정도 조용히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헛된 망상을 하며 그녀가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아마 지금 상황이라면 언제든지 그 구멍을 다시 내고 나올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솔직한 심정이라면 안왔으면 좋겠다는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막말로 지금 온다면 대비가 안된 시점에서 어른들의 반발에도 부딪힐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뒷공작을 안할꺼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제발, 아무일도 없어야 할 텐데.
"솔직히 말하자면 윤재, 네가 제일 부담이 크지 않아?"
빅토리아 호를 바라보며 하는 말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납득할만한 선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자신의 경우 보조하는 인공지능인 아이들이 3명이나 있었지만, 윤재는 저 거대한 전함을 혼자서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게. 안 오면 좋겠는데. 솔직히 전의 일은 꿈이 아닐까 싶지만 이게 있는 걸 보면..."
윤재의 고개가 살며시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빅토리아 호를 조종하고 출격시킬 수 있는 팔찌의 모습이었다. 이게 있는 한, 그리고 방금 들어간 기간톤케일의 모습으로 보아 그것은 절대 꿈이 아니었다. 결국 괴물은 또 나타날지도 모른다는거고, 경우에 따라서는 또 다시 출격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만화 같은 일이 아닐 수가 없다면서 그는 쓴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만화같은 상황은 보는게 좋지, 그 등장인물이 되고 싶진 않았는데. 아무튼 난 괜찮아.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아. ...애초에 빅토리아 호는 전투보다는 보조나 조사에 좀 더 특화된 느낌이고."
무장을 조사해봤지만 정말 최소한의 방어 무장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하며 아마 앞으로도 전투에 직접적 도움은 못 될거라고 이야기를 하며 윤재는 사과를 표했다. 모두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자신은 그저 뒤에서 조사만 해야했으니 그에 대해 자괴감이 어느 정도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직접 전투를 하는 쪽이 제일 부담이 크지 않을까? ...전의 그 두더지. 안 무서웠어? 직접 싸우면서."
드릴을 회전하며 돌진하거나, 드릴 미사일을 쏘거나, 드릴로 강타하거나. 직접적으로 마주하면 보통 무서운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윤재는 예미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싸울때도 느꼈다. 처음보는 사이였지만 그 아이들은 기꺼이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지고 있었고, 미숙한 자신을 위해 자신들이 사용할수 있는 기술을 전부 선보이면서 최선을 다해 자신을 서포트 하고 있었다. 그것을 최대한 상부상조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도 지금은 알고있다. 그렇기에 그녀가 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리라.
"그리고 뭐랄까, 가면 갈수록 익숙해지는 느낌이야."
실제적인 충격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마 기가톤케일 자체가 고통을 격감시키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리라. 맞는것이야 옛날부터 운동하면서 스파링을 뛸때 상당히 많이 경험했던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싸움에 익숙해지면 안되겠지만 최소한도의 필요만큼은 적응해야하지 않을까.
"결국 가능성을 배제할순 없는 것이겠지, 기가톤케일, 특히 주룡은 더 그걸 느끼고 있을껄."
자신과 가장 가까운 주룡, 기가톤케일의 주인격으로서 가장 자신을 보좌하려 하는 존재. 그가 그리 느끼고 있다면 절대로 무시해선 안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