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스럽고 능글맞게 대답하는 것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단태는 자신만 쓰는 독특하고 낯간지러운 애칭을 사용하는 주양의 모습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살짝 쥔 주먹으로 입가를 가리고 웃음을 참았다. "우리 달링이 날 따라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건 굉장히- 색다른걸." 귀여워, 하고 덧붙히며 단태가 헛기침을 하는 주양의 뺨에 입맞춤을 했다. 아까전까지 보여주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정확히는 평소 쓰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자신의 집착이나 소유욕 못지 않은 말들을 귀에 속삭이는 것에, 단태는 히죽하는 웃음을 지을 뿐이다.
"잘 어울리는 목줄을 채워줘서 나름 보답을 한건데, 그정도 물린 것도 못참으면 나한테 정말로 물렸을 때 어쩌려고 그럴까. 우리 허니."
이럴 줄 알았으면 발목에 채워줄 수 있는 악세사리를 미리 사두는 건데 말이야. 몰아쉬는 숨과 자신을 안고 있는 주양에게서 느껴지는 체온은 단태에게 지극히 자극적으로 닿아와서 인내하기가 슬슬 힘들어지고 있었다. 인내하지 않으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것 같았고. 단태는 뒤로 물러나는 주양의 모습에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알 수 없는 눈웃음을 샐쭉 지어보였다. 사실 내 인내심이 어디까진지 확인하고 싶은 거 아닐까. 너는. "맞아. 달링. 내가 아는 한, 너는 지는 내기는 아예 안하니까." 덧붙힌 대답이 끝나고 지팡이를 쥐고 피니테 주문을 외우려던 단태는 갑자기 거리를 좁혀오는 주양의 행동에 한번 더, 샐쭉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지팡이를 갈무리해서 넣을 생각보다 자신을 움직이지 못할만큼 끌어안고 있었지만 양 손을 빼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럴 때만큼은 또래와 비교했을 때 월등하게 강한 신체 능력이 도움이 되는 편이었다.
상체가 뒤로 밀려났더라도 단태는 한손을 침대에 올려서 체중을 버티며 아래로 지팡이가 굴러떨어져서 우연히 빈 손으로 주양의 등을 감싼 채 긴 입맞춤에 응했다. 이거 왠지 자주 써먹을 것 같은데. 적당히 묶고 있던 하늘색에 가까운 머리카락이 조금 흐트러졌고 자신의 입술을 한번 핥는 모습도 조금 흐트러져보였다. 언제는 단정했나 싶지만.
당신의 능청스러운 대답과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건 색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양은 괜히 얄밉다면서 궁시렁거렸다. 그 말은 조금은 진심이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너는 늘 내 인내심이 바닥나기만을 기다리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당신이 당신을 짐승이라고 자처하는 이유가, 이해가 되고야 마는 것이었다.
"어머나.. 만약 그때가 된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참기 힘들지도 모르겠는걸? 지금 이 정도의 보답마저도.. 나한테는 엄청 자극적으로 다가오고 있거든."
그것을 증명하듯 한껏 거칠어졌던 숨결이 조금 진정되고 나서야 주양은 말을 이어갈수 있었다. 자신이 이런 쪽으로 꽤 민감한 사람일줄은 몰랐는데. 오늘 처음으로 하나 알아가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잘 어울리는 목줄이라는 말 역시 꽤나 뿌듯했다. 역시 자신의 직감은 거의 대부분 틀린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도 그 감은 아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것만 같아, 저절로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 내기 이외에 더 생기게 될 줄이야. 당신은 자신에게 있어서 조금씩. 하지만 그 규모는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바로 지금도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 자신의 체중을 버텨내는 멋진 모습도, 그리고 제 등을 감싸고 입맞춤에 응하는 모습도. 머리칼이 흐트러지는 것도, 입술을 핥는 것도 전부. 자신에게 큰 아찔함을 선사해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예전부터 진작 이런 사이로 지낼 걸 그랬나. 거짓돤 모습을 뒤집어쓴 채 당신과 어울리던 것은 재미있었지만 이 만큼 아찔하지는 않았기에, 괜히 조금 후회하기도 하면서. 주양은 다시 몸을 슥 돌려 당신에게 등을 기대었다.
"우리 여보는 뭐든 다 모르겠대~ 하여튼 짓궂다니까. 뭐.. 가래도 여보가 괜히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닐테니까 조금 더 이야기해줘도 돼?"
오늘 밤은 절대 얌전히 못 넘어갈거다. 그런 의미의 이야기였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이야기를 하며 주양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냥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더라도 크게 상관 없다는 듯이. 그러고 보니까 만약 손만 잡고 잠들지 못하게 될 상황이 온다면, 우리 귀여운 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주양의 시선이 슬쩍 청을 향했다. 평소에는 그냥 있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지금만큼은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으음~ 여보. 우리 청이를 밖에다가 내놓는다면 부엉이가 물어가지는 않겠지? 가능하면 지금만큼은 너랑 나. 단 둘이서 시간을 가져보고 싶거든."
어쩌면 두번 다시는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기회니까- 라는 생각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꼭 그렇고 그런 게 아니더라도. 오롯이 둘이서 꽁냥거리고, 대화하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밤을 즐기고 싶었다. 졸지에 내깃돈 자리를 빼앗기게 된 청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