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혁은 의심하는 근거를 듣고는, 한번 찾아보기로 한다. 강찬혁 그가 박살낸 허수아비들을 보았다. 그들 중에는 너무 멋지게 박살난 나머지 칩셋이 전부 삐져나온 것도 있었다. 강찬혁은 칩셋을 꺼내고 살펴보고는, 칩셋에서 뭔가 익숙한 향기를 느끼고 말한다. 이걸 잘 알고 있었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강찬혁은 이청천에게 말한다.
"...이거, 제노시아에서 CPU 뚜따에 오버클럭까지 다 해주는 친구 물건인데요?"
제노시아에는 아예 컴퓨터를 조립해주고, 일부 부품은 개조해주는 컴퓨터 '업자'들도 있었다. 강찬혁은 옛날부터 싼 값에 즐기던 유일한 문화활동이 게임이라 게임에 돈을 잔뜩 쏟아붓고 있었는데 그때 선이 닿았던 사람이었다. 강찬혁은 그 사람을 의심하기 싫어서 말했다.
눈까지 감으며 편안하게 쓰다듬받는 모습에 잠시 손을 멈췄다가 마저 쓰다듬는다. 그리고 남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턱선을 따라 손으로 쓸어내리려 한다. 무의식 중에 그렇게 하려 했단 걸 늦게 깨닫는다. 이건 귀여운 후배를 대하는 태도인가, 그보다 가까운 무엇을 대하는 태도인가... 끌어안는 널 그런 핑계로 밀어낸 지 얼마나 됐다고,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 정말? "
이, 이건 아픈 척이 아니라 진짜인 거 같은데. 띄엄띄엄 내뱉는 반론에 당황하다가,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나와 버리고 말았지만.
" ...안 올거야. 오기 전에 커플석인지 아닌지 무슨 영화 볼 건지 좌석은 있는지 다 확인하고 미리 예매하고 오는 거 아니면. "
그렇게 말해도 그런 상황이 필요할 때면 인원정산 시스템 오류든 뭐든 갖다 붙여서 결국 그런 상황이 될 거라고? 일상을 위한 초☆차☆원 개입 멈춰!! 아무튼, 변수는 없는 편이 나으니까 정말로. 울어버린 걸 생각하면 다시 부끄러워질 만도 하고... 괜히 슬프라고 만든 영화 결말이 원망스러워지기도 하고...
" ...내 머리가 만병통치약이야? "
이건 실리를 챙기려는 함정이다. 공명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옆에서 가슴팍을 들여다보려고 살짝 숙인 고개를 보자마자 머리부터 탐이 났던가. 부들부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나서 등 뒤로 팔을 돌려 등의 절반보다 조금 더 긴 길이까지 내려온 묶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아하.
" 이거라도 쓰다듬을래? "
말 꼬리를 내미는 것 같은 느낌으로 지훈이 손 위에 묶음머리 끝을 탁 올리려 한다. 이대로 —그러진 않을 거 같지만— 머리카락 잡아당기면, 음, 두피 힘으로 버텨야지. 구미호 건강 강화!
잠시 쓰다듬을 멈추자 비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 그러다가 다시 쓰다듬으면 늘어지듯이 노곤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말꼬리도 늘려가며 말을 이었으려나. 턱선을 쓸어내리는 기분 좋은 감촉에 저도 모르게 골골거렸다. 한참 골골거리던 와중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쓰다듬고 있는 비아를 눈치채고는, 지금이라면 허락해줄까 싶어 손에 머리를 부빗거렸을까.
"진짜야..." 라고, 정말 아픈 듯한 기색을 내비치며 중얼거렸다. 다행이게도 눈치채지 못 한 느낌이라, 속으로 그만 살짝 웃어버렸을까?
" 그런 것들만 아니라면, 와준다는 거지? "
"언질 잡아뒀어." 하고 조금 사악한 듯, 짓궂은 듯 미소를 짓는 지훈이었다. 두 초차원적인 존재의 개입으로 어떻게든 비아와 지훈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는 분위기가 생기겠지만 그건 그 때의 이야기(?)
"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다고 생각해. "
장난기 반, 진심 반이 담긴 말투. 지훈은 비아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비아가 머리카락을 건네자 잠시 고민했을까. 묶은머리 끝을 만지작만지작... 그러다가 가볍게 떠오른 생각에, 지나가듯 물어보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