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똑똑한 사람은 최악의 경우부터 상정하곤 한다. 그래서 사라의 입에도 성공하지도 못했는데 건강에 발목 잡히면 어쩌려구,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구쳐올라왔다. 그러나 사라가 그걸 입밖으로 내뱉는 일은 없었다. 어설프게 똑똑한 정도에서 차스푼 한 숟갈쯤 덜 똑똑해서 그런 건지, 한 숟갈쯤 더 똑똑해서 그런 건지. 사라는 해인을 조금 걱정되는 눈길로 올려보다가
"푼돈 벌려다 병원비 나가지 않게 조심하셔."
하고 말할 뿐이었다. ...성공하려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해서 좋은 직장을 구해야 할 텐데.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게 해인을 몰아붙이는 현재가 원망스러워, 사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가슴을 퍽퍽 치는 해인의 반응에 헤헤헤 하고 웃어버린 것은 입술 깨문 것을 숨기려고 하는 것이리라.
"그런가? 후헤헤헤헤."
꿀밤 마려운 웃음을 웃어보인 사라는, 해인의 질문에 해인에게로 빙글 돌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바람에 브리프케이스 가방이 한번 흔들렸다.
복불복이라 하니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아메리카노와 까나리액젓이 생각났다. 그걸 보며 다들 비염이라도 있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아무리 그래도 냄새로 알지 않나. 사실 안 해봐서 모른다. 그리고 설마 식당 메뉴 복불복이 그 정도 수준이겠어. 기껏해봐야 밥 남기는 수준에서 그칠 게 분명했다.
"으음.."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사하를 바라보았다. 어림도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죠-'하는 것에 결국 손을 풀어버렸다. 애초에 그렇게 화난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는 장난에 가까웠다. 기대하던 반응은 모두 봤으니까. 아마 그냥 사과가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번 한번만 용서해줄게."
웃으며 말했다. 다 먹은 메로나 막대 끝을 질겅거렸다.
"시간 빨리 가네.."
시계 한번 보고 머리 긁적였다. 슬슬 집에 가볼 시간이었다. 더 늦으면 누가 잔소리해서 말이야, 하고 덧붙이며 일어섰다.
"내일 보자, 떡볶이 맛있게 먹었어."
막상 작별 인사를 해놓고선, 아마 사하가 가는 방향 쪽으로 조금이나마 걸으면서 나머지 대화를 나눌 게 분명했다. 횡단보도 같은 것에 다다라서야 제 집 방향으로 뛰어가겠지. 저도 뻔히 알면서, 괜히 하는 인사였다.
역시 잠깐 자리를 비우고 오니 다시 화력이 살아났어.. 🔥🔥 제가 아는 이벤트는 소원 이벤트밖에 없었는데 차근차근 준비하고 계셨다니. 우리 캡틴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 (격한 감동) 돌아온 주원주, 민규주 선하주 다들 반가워요 🤗 픽크루도 너무 예쁘고 맛있는 진단까지 기쁜 마음으로 덥썩! 🥰
이제 천천히 일상을 구해보려고 해요. 손이 비거나 일상 고프신분 계시다면 저와 함께 손뼉 맞춰봐요 XD
>>37-38 민규주 사라주, 손이 부족하시다니 아쉽게 됐네요. 다음에 꼭꼭 뵙도록 해요 😥 저도 우리 산들고 애기들 너무 아끼고 있어요 (ˊᗜˋ) >>39 물론 너무 좋아요 🥰 드디어 첫 일상이라니 ㅜㅜㅜㅜ 그것도 지구캡이랑 같이 말이에요 😉 시작하기 전에 상황이나 장소를 정해볼까요?
그래도 열심히 벌어서 한달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기왕이면 주말까지 할애해서 돈을 더 벌고 싶었지만 체력이 따러줄지도 의문이었고 그러다간 공부할 시간도 부족해질 것이 뻔했다. 돈이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나 절박하게 만드는지. 지금 나도 이러한데 우리 부모님은 얼마나 절박하셨을까. 그렇기에 원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존경할 수도 없었다.
" 그래 오늘은 시간도 많으니까. "
사라랑 이렇게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도 오랜만이었으니까 간만에 하고싶은대로 따라가줄까, 하는 마음에 그녀의 뒤를 따라서 벚꽃나무로 향했디. 여러 학생들을 바라보다가 가까이 가서 바라본 벚꽃나무는 가장 오래 되었다는 말에 걸맞게 주변 나무들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위용이 남달랐다. 나는 나무 기둥에 보이는 움푹 파인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 저기에 소원을 적은 쪽지를 잘 접어서 넣어두고 눈을 감은채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빌면 쪽지가 사라진다고 하던데? 만약 제대로 하지 않으면 쪽지가 그대로 있고 다음날엔 바닥에 버려져있다고 하더라. "
3년 내낸 지겹도록 들어서 외우기 싫어도 남아있는 내용이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학교라면 무조건 있는 이런 전설은 대부분은 미신이지만 놀랍게도 산들고등학교에서는 정말 이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쪽지가 사라지는 것도 특별한 현상이고. 하지만 나는 고장난 시계도 하루 2번은 맞는다고,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한다. 쪽지도 어디 바람에 날려가는게 아닐까.
" 나는 별로 빌 생각 없는데, 너는 빌고 싶으면 빌어. 그래도 이루고 싶은 소원 하나쯤은 있잖아? "
지금은 없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이 근처에 구깃구깃해진 분홍색 메모지 하나도 굴러다니고 있겠지. 남들처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질러볼수도 있겠지만 소원을 비는 순간부터 괜히 기대감만 생길 것 같아서 그만둔 것이었다. 기대감이 생기면 필시 실망도 같이 따라올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