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머뭇거리는 자그만 목소리가 문을 넘겨 들어온다. 그 바깥에서 대답을 기다리며 우물쭈물 기다리고 있을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녀는 따분함이 가득 담긴 얼굴로 눈을 데구륵 굴리며 저 뻔한 질문에 구태여 입을 열어야 하는걸까 하는 꽤 사나운 생각을 하고 있다. 보아하니 대답을 계속 내주지 않거나 '아니' 같은 심술진 말을 내놓으면 금방 풀이 죽고 돌아가겠거니. 나늘은 초를 세었다. 분명 속으로 세었으니 그게 과연 몇초까지 였을지는 그녀밖에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별다른 발소리는 나지 않고, 숨죽여 있을 학생이 문 뒤에 서있는 것은 여전했다. 나늘은 그를 쫓을 생각이 없었다. 얼굴을 덮었던 두꺼운 책을 창가에 도로 내려두고 흘러 내린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붕 떠있던 그녀의 발이 바닥에 닿았다. 변덕일 뿐이다.
"안녕, 학생."
답답한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나늘은 문가로 또각거리는 굽소리로 성큼성큼 걸어가 그가 문을 열기도 전에, 그리고 질문에 대한 응답을 하기도 전에 멋대로 문을 큰 소리가 나게 벌컥 열고서 상냥하게 휘어진 눈꼬리로 그를 다짜고짜 맞이하며 문틈에 기댄 팔꿈치를 머리 위로 들고 기대었다. 생각외로 꽤 올려다보아야 하는 점이 거슬렸지만 짜증을 낼 정도는 아니다. 나는 어른이니까.
"다치진 않았고, 마음이 아픈가?"
싱글싱글 웃어대며 여전히 우동을 안으로 들일 생각은 없는지 그 자리에서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근처에 지나가는 선생이 본다면 까무러칠 것도 같았지만 그녀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익히 들었을 테다. 나늘은 따분했으니까. 평범하고 시시한 일상은 주인공에게 걸맞지 않다. 그녀는 주인공이 될 생각도, 될 수도 없겠지만. 따분한 걸.
"들어갈까?"
들어가고 싶어? 나늘은 고개를 기울이며 팔꿈치로 옆문틈에 기대었던 곳에 어느새 손을 짚고 팔을 쭉 뻗었다. 당연한 질문을 하는 이 이상한 양호 선생을 당신이 감당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다른 곳과 다르게 양호실은 목적이 있으니 찾아오는 곳이잖아? 그러니 퀘스트가 주어져도 가뿐히 깰 줄 알아야지. 주인공이라면. (무)해한 그녀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있다.
"림보로 통과하면 특별히 들여보내 줄게."
나늘의 소문은 그래, 뻔하지만 정확했다. '또라이' 정도였을까. 나늘은 소리내어 하하, 웃으며 20cm 이상은 차이날 것 같은 키차이도 무시하고. 양호실의 입구를 가로 막은 채 팔을 뻗어 낸 조그만 공간으로 괴상한 요구나 하는 것이다. 글쎄, 갑자기 이러는 이유는 앞전의 여러 복합적인 게 섞이지 않았을까? 응? 너는 어떡할거니? 별안간 이 정도는 통과해주면 좋겠네. 양호실이잖아? 그것도 내가 있는. 나늘의 얼굴에 따분함이 사라지고 서늘한 웃음꽃이 만개한다.
>>208 이렇게 빈틈을 찌르다니. 하늘이 TMI라고 한다면 대체 뭘 풀어야할까? 정말 별 거 없는 것을 꼽자면 하늘이가 타는 자전거는 붉은색이야. 자물쇠 비밀번호는 자기 생일이지! 생일을 말하면 자전거 비밀번호를 풀고 가져갈지도 모르니 공개하지 않겠다라고 막 아무말대잔치를 하고 이러는 것으로 보아 내가 잘 시간이 다가오긴 하는구나. (시선회피)
사하주 쫀밤... 쫀꿈... 해인주랑 선관... 마무리 했으니 이제 잘 수 이써... 예쁜 선관 감사합니다 ㅇ<-< 우동아 우리반 친구 들어왔대 과자 파티하자.... (아랑이 : 매점 과자 쓸어옴) (하늘이&우동이 : 도망감)
주원주... 저 오타투성이 레스를 예쁘게 보는 주원주의 마음이 더 예쁘고 따땃한 것... ㅇ<-< 지금 졸려서 못 읽은 레스도 있는 거 같아서 죄송해요... 8_8
>>173 잠옷이라면 여러개 있는데... 걍... 집에서 입는 편한 옷도 있고, 스파오? 같은데서 파는 세트 잠옷도 있고, 가운형 잠옷도 있고... 수학여행이나 어디 다같이 놀러가면 입을, 디자인 비교적 평범한 파스텔 잠옷이나 동물 잠옷도 있을 거예요... 때 되면 버리고 새로 삽니다.. <:3 내년에 키 크면 또 새로 살 거야...
주원의 이유를 납득한 착하다는 말에 그녀는 바라던 칭찬을 받은 어린아이마냥 기쁨을 순수하게 드러내며 미소지었다. 어쩌면 그녀에겐 그것이 진실인인지 거짓인지 따윈,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납득을 해야 했던 것은 주원의 아주 개인적인 이유일 뿐이었지만. 그녀의 고맙다는 말로부턴 확실하게 감정이 느껴져왔다. 착하다고 말 해줄 이유를 물어본 것 조차 미안해질 정도로 순수한 호의가.
거짓말은 나쁘다며 그녀는 말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주원에게는 그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감정 없는 말로밖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괜히 드러내진 않았다. 누구나 그런 것인걸. 거짓말이란, 감정이 담기지 않은 말은 관계를 위한 윤활류인 것이니까. 그 윤활류를 싫어하는 주원으로서, 타인과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이어 늑대라고 짧게 고백함에도 그녀의 반응이 급격하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아마 양은 아닐 것이다. 양일 경우엔 늑대라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작은 동요라도 보일테니까. 늑대에 익숙한 인간. 아니면 늑대. 주원은 어렴풋이 그렇게 예상했다.
"싫어하게 된다니?"
선하의 말에 고갸를 갸웃한 주원은 이어지는 거짓말이 더 좋다는 말에 막연하게 납득했다. 이런 경우도, 흔치 않진 않다. 역시나 스스로도 거짓을 말 하더라도 그저 관계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언제나 겪는 나 자신과의 갈등. 웃음을 만들어내던 선하의 가면도 점점 흐릿해져가고 처음 그녀를 보고 느꼈던 무심한 얼굴이 드러났다.
"이용했다, 라. 그게 맞아. 그저 자기만족에 불과해. 내가 널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사과할게."
주원은 순순히 사과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처음부터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우산을 씌운 것은 아니었으니. 그저 자신에겐 우산이 있고. 비를 맞고 걷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에게 우산을 씌웠을 뿐이었다. 단순한 충동으로. 그것이 누구인진, 주원에겐 관계 없었다. 그렇다고 변덕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우산을 씌운 이상 가능한만큼 비를 피하게 하고 싶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은 지워지지 않았다.
"글쎄. 어느쪽이든. 원래부터 짐승-"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선하는 손에 힘을 넣었다. 힘에 대한 재능은 없거니와, 그것 말고도 특별하게 힘이 강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평균. 그것보다 조금 이상은 되더라도 늑대의 재능인 체력을 갖고 단련한 그녀를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애초에 대비되어 있지도 않았고. 주원은 그저 그녀의 손에 잡혀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었다. 뒤늦게 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다리를 벌려 균형을 잡고 우산을 제대로 세우려고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우산은 거칠게 흔들리고 내려오는 비에 둘의 머리와 어깨는 젖어가기 시작했다.
"각오하지 않았어. 솔직히, 그냥 같이 평범한 대화를 나누며 학교까지 갈 수 있을 줄 알았거든. 내가 잘못 생각했나보다."
주원은 스스로의 생각이 짧았다고 통감하며 그녀의 상냥한 음성에 조금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기분이 풀어져? 이 우산 쓰고 갈래? 포기하길 원한다면 포기할게. 널 상처입히려는 생각은 없었어."
스스로 거짓을.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상대방은 상처 받는다. 그녀의 상냥한 음성으로부터는 작은 가시가 느껴져왔다. 주원을 향한 가시가 아닌, 선하 스스로를 향한 가시가. 주원에게 그럴 생각은 없었다고 해도 그녀의 마음에 가시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것을 통감하자 가슴이 옥죄어오고 죄책감으로 물들어간다.
"미안해."
주원은 그녀의 차가운 손을 꼭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산이 잔뜩 흔들려 주원의 손 또한 젖은 탓에, 그리고 그녀의 손이 차가웠던 탓에. 열기를 품고 있던 주원의 손도 어느새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그나저나 선하 되게 매력적이다.... 진짜.... 엄청 매력적이야.... 선하주 글도 잘 쓰고 선하고 되게 매력적이고.... 대다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