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 학원도의 계절은 유독 사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풍경이 유명합니다. 특히 삼월의 말기가 되면 연분홍빛으로 아름답게 피어나, 학생들의 감정을 복돋우곤 하는 봄철의 풍경이 사비아에게도 들어옵니다. 만개한 벚꽃의 떨어지는 첫 꽃잎을 쥐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하던가요? 아마 대부분은 미신이라고 하기도 하는 그 말이지만 괜스런 변덕에 사비아는 나무 앞으로 향해봅니다. 의념을 사용하지 않은 채. 만개한 벚꽃이 바람에 흔들려 살랑여 떨어지는 것을, 손을 펼친 채 가만히 기다리자 대다수의 꽃들은 사비아의 손 위를 흩어가지만 가장 늦게 떨어진 꽃 하나가 조심스럽게 사비아의 손 끝에 기대어 자신의 색을 사비아의 손에 물들이고 있습니다. 만연한 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우연한 행운을 마주하였습니다. 하루 간 호감도 증가 속도가 상승하며, 연인 관계의 캐릭터 또는 NPC가 있다면 '벚꽃의 축복' 버프를 받습니다. 사비아는 연애 관계가 아니므로 벚꽃의 축복 버프를 받지 못했습니다.
행운이 1 상승합니다.
>>497 소리가 제 입혀지지 않은 숲 속에서 몸을 구겨가며 나뭇가지들의 틈새로 들어가야 한다면 무슨 생각이 들게 될까. 시현이 가진 생각은 우습게도 이 나뭇가지가 생각보다 튼튼하단 것이었다. 숲이 우는 소리는 듣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움직이는 나뭇가지가 서로 흔들려 풀잎 비비는 소리가 나는 것을 표식 삼아 시현은 부지련히 길을 향했다. 혼잡히 내려앉은 나뭇가지들이 더욱 엉키고 엉켜, 이제는 멀리 보이는 빛줄기가 아니면 어둠만이 내려앉은 길에 들어서고 그 곳에서 간신히 하늘을 본 직후에 시현은 입 속이 비쩍 말라 타고 있는 것만 같은 감각을 느꼈다. 달이, 무슨 달이 저렇게도 붉게 물들 수 있단 말인가. 하늘 위에 달이 아니라 해가 제 내려갈 틈을 잊어 빛을 벗어둔 채 멀뚱히 서 있어야 저런 색이 나올 수 있었다. 그 흉흉함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들을 두고 고개를 들었단 것에 시샘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어디서 불어온 정체 모를 바람들이 가지를 흔들어 잎을 펴게 만들었다. 곧, 새카만 하늘 사이로 옅은 붉은 빛줄기만 스며들었다. 길 저 멀리에는 여전히 백색의 빛이 있었다. 그러나 이 하늘과, 풍경 속에 어떻게 저 곳만은 붉은 빛이 아닐 수 있을까. 그 정체 모를 꺼림칙함이 머릴 어지럽게 했다. 시현은 지식을 떠올렸다. 그러나, 떠오르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현은 공부를 딱히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고 이와 같은 상황은 서포터에게 의존하는 특성상, 딱히 집중하여 들은 기억도 없는 것이 문제였다. 길은 하나밖에 없다. 걸어 들어온 길, 걸어 나가는 길. 그 길 위에 어중간히 놓인 채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499 톡, 토독,
가디언 칩에 담긴 의념을 통해 에릭은 메세지를 써내립니다. 마음 속 꺼림칙한, 피해간 그 것들이 괜히 마음을 짓눌러 쓰는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오늘따라 자판은 왜이리 마음에 걸리는지. 찍어내리는 알파벳이 왜 오늘따라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런 투덜거림 속에서 결국 문자를 보냅니다. 침묵은 길지 않았고, 곧 하나미치야는 문자를 확인했습니다.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에릭이 고민할 틈도 주지 않고.
[ 응. 괜찮아! ]
답변을 보내옵니다.
[ 게이트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벌써 클리어했단 선택지는 아닐테니까. 파티가 해산됐나보네. ] [ (토닥이는 토끼 이모티콘) ] [ 괜찮아. 가끔 의뢰 취소도 있고 할 수 있지. ]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곤 생각하지 않고, 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에릭이 자신을 속였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은 채 하나미치야는 문자를 보내옵니다. 쿡쿡 쑤셔오는 마음의 고통에도, 에릭은 쉽게 진실을 말하지 못합니다. 미움받을까봐,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고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 될까봐. 만약에라도, 그녀가 실망하는 모습을 볼까봐.
>>500 그녀는 천천히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하루를 빤히 바라봅니다. 여전한 장난기에 가려, 하루는 부장을 제대로 살핀 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밝고, 긍정적이며, 친절하다. 그 세가지가 검술부의 부장을 기억하는 요소였으니까요. 가장 간단히는.. 하루는 검술부 부장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이 무엇이었죠? 문득, 부장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 자신에게 필요한 관계 .. - 그런 부분들이 너에게 .. - 아니라곤 하지만 ..
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 순간에는 몰랐는데.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은 듭니다.
" 응. 그야~ "
부장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말을 이끕니다. 그러나 살짝 끌기도 하고, 흐음 하는 어조사를 같이 뱉으며 말을 끌던 부장은.
" 에헤헤. 모르겠어. "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바보처럼 말을 숨겨버립니다.
" 미안.. 난 바보인가봐.. "
부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시무룩한 표정을 짓습니다. 마치 너무나도 미안해서,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503 긴장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리며 은후는 메세지를 써내립니다. 그간 잘 지내셨어요.. 같은 말을 빼둔 채. 저번에 만난 이후로 잘 지내고 계신가요? 하는 말로 시작하는 메세지 속에 태풍을 숨겨둔 채 은후는 문자를 보냅니다. 문시현은 지금 메세지를 확인하였을까요? 아니면, 바쁜 그이기에 문자는 잠시 뒤에 보게 될까요. 어느 쪽이건 마음은 편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전자였습니다.
[ 축하한다! 그 곳에서 만난 인연이 연이 되어 이어지게 되었단 점이 정말로 사랑스러운 내 아들답다고 할 수 있겠구나. ] [ 다른 소식을 두고 내게 먼저 소식을 알려줘서 고맙단다. 여전히 맘 속에는 어린 소년이었던 네가, 벌써 나이를 먹어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 연인을 만났단 사실이 부모의 입장에선 기쁘기도 하고, 또 슬프기도 하단다. ] [ 여전히 품 속에 품어주어야 할 줄 알았던 내 새끼가, 이젠 타인과 함께 있을 시간이 더 많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게 어쩐지 마음이 아픈 거는.. 아무래도 아직은 내가 아빠라서 그렇지 않나 싶구나. ] [ 언제 연인과 함께 별장으로 놀러오도록 하렴.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주마. 알겠지? ]
얼굴을 보고 얘기할 때와는 다른, 어쩐지 격식이 느껴지는 메세지 속에는 즐거움과, 아쉬움과, 속상함. 그런 감정들이 스며들어 다채로운 감정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 감정 속에는 질책하거나, 타이르거나, 설득하려 하기보다. 아들의 연애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아버지로서의 사랑이 듬뿍 묻어 있습니다.
>>504 백작이 떠난 후. 드디어 정체된 감각을 벗어내고 난 뒤. 짧은 휴식시간에 지훈은 메세지를 보내봅니다. 저번에 바쁘다고 했으니까. 아마 지금도 바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소켄은 답장을 보냅니다.
https://picrew.me/image_maker/210483/complete?cd=kQGuBfdfjs 연분홍빛으로 반짝이는 사랑의 계절, 그래요, 학원섬에도 시린 이별이 지나고 이젠 새 꽃이 피는 날이 찾았나봐요. 사랑과 아름다움은 사람에 앞서 시를 짓는다던가. 그런 우연한 행운이, 지금 이곳에 나오길 잘했단 생각을 들게 한다.
[ 유노하라. 꽃이 폈어. 여기, 정말 예뻐. ] [ 올해엔 꽃잎을 잡았어. ]
봄을 배경으로 한, 흰 손가락 사이에 낀 수줍은 벚꽃잎을 찍어 보내며 활짝 미소지었다. # 밋쨩! 내 자랑을 받아라! 가디언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