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에미리를 살피며 중얼거리는 다림의 말과, 얼마든지 도와주겠다는 에미리의 말에 하루는 작게 키득거리며 즐거운 듯 대답을 돌려준다. 역시 이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꽤나 흥겹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탓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더 풀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 뭐, 억지로 할 생각은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그런건 서로 즐겁지 않을테니까 반쯤은 농담이에요. "
하루는 너무 걱정은 하지말고 눈 앞의 파티를 즐기라는 듯 다림에게 상냥하게 말을 건내어 보곤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여 보입니다. 그리곤 하루도 맛을 즐기듯 디저트를 입으로 가져가 맛을 보곤, 큰 리액션을 해보입니다.
" ..차도 맛있고, 다림이 가져온 디저트도 맛있고...입이 너무 즐거워요.. "
아, 에미리는 졸리면 자도 된답니다, 후후. 여기도 준비 되어있어요.
장난스럽게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려보인 하루가 여전히 졸음이 남아있는 듯한 에미리에게 말을 건내며 웃어보입니다.
" 음.. 무슨 이야기가 좋을까. 별다른 일은 없다는 걸 들었고... 역시 여자끼리 모였으니.. 연애 이야기 같은거라도 하면 좋을까요? "
situplay>1596264067>992 "뭔가 에미리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어요~ 아무튼 좋은 일로 잘 풀리신 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
뭔가 얘기가 딴데로 새가고 있는 거 같지만 아무튼 그러려니 하는 생각을 하며 케익을 자르기를 마쳤답니다. 한 조각만 먹고 나머지 세 조각은 고이 기숙사로 가져가겠단 생각을 하면서 박스 안에 있던 포크를 꺼내던 차, 이게 무슨 일이냐 묻는 질문에 저는 그저 입꼬릴 올리며 이리 대답하기만 하였습니다.
"선배님께서 이렇게 과일을 좋아하실줄은 몰랐사와요......🎵 "
그리고 딱 그걸로 끝냈습니다, 더 이상 언급하기엔 선배님도 부끄러워하실테니까요!
"동아리는 보통 입부하면 한 달정도 임시 부원으로 있게 되니까요~🎵 아무튼 그렇답니다? 견습이라거나 수습이 아니어요~ 지금이 3월 말이니 이제 저도 임시부원은 졸업할 때가 되었단 거에요? 이건 보건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도 다 똑같다고 들었사와요~? "
굳이 따지자면 다른 부도 만만치 않게 규정이 쎈 곳도 있을 것이니 보건부 정도야 널널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며 잘 자른 제 몫의 케익을 향해 포크를 옮기려 하였답니다. 어쩌다 이렇게 케익을 받자마자 먹게 되었는지...한 조각 정도야 괜찮겠지요!
전투강평시설인가, 거기서 봤던 거 기억하시죠? 라고 말을 맺었다. 전투연구부장은 강찬혁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고, 실제로도 몇 번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하지만 옛날에 어디서 퍼온 사탕이 갑자기 효과가 잘 들어서 지금 같은 사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거였다. 그래서 강찬혁은 처음부터 임시부원 같은 것과는 연이 없었고, 지금도 없었다. 강찬혁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뭔가 받아먹기만 하는 건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서 케이크를 나누고자 한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해요. 고통은 나누면 제곱이지만. 하여간에..."
치즈 케이크는 절반, 생크림 케이크는 4분의 1, 초콜릿 케이크 4분의 1, 해서 케이크 한 통을 만든 상자에 넣어서 에미리 앞에 내밀었다.
"가져가세요. 어차피 저는 지금, 가디언의 신체에 고혈당이 미치는 영향과 당뇨병 위험에 관한 연구 같은 주제로 실험을 받고 있는 상태라, 케이크는 얼마든지 더 살 수 있거든요."
"그렇죠. 하나씩 주면 좋겠네요." 생각해보면 다림이 말하는 하나와 정훈이 말하는 하나는 좀 다른 것 같지만요. 다림은 홀케이크 하나를 직원 전원이 나눠먹는다라는 뜻으로 말하고 정훈은 한 조각을 한 사람에게 하나씩이라는 게 아닐까?
"호불호는 적...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호불호가 희미하면 안 좋은 걸지도 모릅니다.. 다 맛있다고 하는데 뭐가 좋은 거에여...(?) 그러니 다림은 아닌걸요... 라고 말하려 합니다. 겸연쩍은 듯한 표정은 진실로 부끄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카페인처럼 피해야 하는 게 있냐는 물음에 고개를 기울입니다.
"아마.. 없을 걸요..?" 사실 다림주가 정하지 않은 것이라서 그렇습니다. 근데 아마 웬만하면 없을 겁니다. 그래요.. 꽃가루 알레르기라던가도 없다거나.
아마 보건부 같은 비전투적인 동아리와 그렇지 않은 동아리간 차이가 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저는 고개를 끄덕이곤 케이크를 다시금 한숟가락 조금 뜨려고 하였습니다. 하였습니다만.........
"????????????????????"
이게 대체 무슨 일인걸까요? 한 조각도 겨우 야금야금 먹는 제게 갑자기 이런 큰 시련이 닥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이이이렇게 달콤한 것들을 잔뜩 받게 된 건 물론 기쁘지만 말이어요???? 에미리는 지금 이 반쪽까지 포함한다면 이걸 언제 다 먹을지 장담할 수가 없답니다??????
"찬혁 선배님,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로 힘든 실험을 받고 계시시군요........💦 "
대체 학원도의 어떤 이가 이런 극악무도한 실험을 하는 중인 것인지, 내심 가엽다는 눈빛으로 선배님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물으려 하였습니다.
"저어, 그래도 정말 에미리가 받아도 괜찮으련지요....? 선배님께서 좋아하시는 맛 아니시어요? "
강찬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축복받은 체질이 어떻게 저주가 되는지를 설명했다. 달달함이 물리지는 않았지만, 왜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마냥 좋아하기 힘든 면도 있었다.
"제 몸은 어지간한 독은 들어가지 않아요. 고블린 독도 그렇고, 아니면 용왕의 저주도 그렇고요. 그런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이냐면... 에미리 씨는 아마 보건부에 들어갔을 거니까 알 거에요: 모든 약은 독이다."
모든 약은 독이다, 파라켈수스의 명언. 강찬혁이 이런 걸 일일이 꿰고 살 정도로 지적인 인간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의 축복받은, 그리고 상황에 따라 저주받은 체일이 그것을 가르쳐주었다.
"독이란 건 상대적이에요. 항생제는 온 몸의 유용미생물을 싹 다 말려죽이는 무서운 독약, 강심제는 심장을 이상속도까지 뛰게 만드는 독약, 그리고 당은... 사람의 몸을 망치는 독약. 그래서 아무리 먹어도 몸이 어느 정도가 되면 당을 독으로 간주하고 흡수를 거부하더군요. 뭐 그렇게 됐지만... 해 보라 그래요. 내가 이기나, 내 몸이 이기나."
"생선회인가요." 나중에 몽블랑 회식같은 거 하면 횟집이 아니라 다른 데로 가야겠네요~ 라는 말을 하면서 그럼 구운 거나 익힌 건 괜찮은가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게요.. 없어지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이거 먹고 힘내서 해야겠네요" 그래야 춘덕이도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림은 다 먹어가는 접시를 바라봅니다. 정리해서 설거지를 해놓아야겠습니다. 접시에 영향을 주는 그런 종류는 아닐까. 조금 고민하지만, 의미는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