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 히히히... 😆 >>459 홍람색, 포도색 이라고 입력하면 안 나올 거야! 저 색상들은 아마 웹 색상 이름이 배정되어 있지 않은 것 같고... hex 코드 앞에 # 붙여서 입력해 봐. 아니면 혹시 html 구문 사용 중이라면 background: 빼먹었는지 잘 살펴 보고! 위키문법에서는 두 가지 이상 색상을 한 셀 안에 넣는 게 불가능할 거야. <bgcolor=#733e7f, #5d3462> 이렇게 입력해도 아마 안 나올 걸..? :3
부우웅ㅡ 하늘을 찢고 흰 구름을 만들며 날아가는 비행기, 하늘을 수놓는 새털구름, 눈꺼풀 새를 파고드는 햇살 조각. 투명하게 빛나는 초록빛 눈동자에 비치는 것들. 맥없이 늘어져 있던 두 손을 뻗어 사각형을 만들면 구름 한 조각, 햇살 한 조각, 청명한 하늘 한 켠을 조각내어 가둘 수 있었다. 그 광경은 하늘을 온전히 손 안에 붙든 것 같겠지만 손을 뻗어 움키면 금방 사라져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수업 중인 교사는 고요했다. 이따금씩 창문을 열어 둔 교실에서 선생님들의 소리가 웅얼거리며 흘러나오긴 했지만ㅡ딱히 귀를 기울여 들을 정도로 흥미롭지도, 귀에 박힐 만큼 선명하지도 않았다. 허공을 꿈질거리던 손이 다시 옥상 바닥과 부딪혔다. 등허리에 닿는 콘크리트 바닥은 제법 딱딱하고 차가웠지만, 오히려 조금의 불편함이 가미된 이 감촉이 좋다. 새슬은 홀로 옥상에 오면 종종 대자로 드러누워 하늘을 보곤 했다. 어떠한 의미는 없었다. 그냥, 그냥 좋으니까.
하늘은 매번 똑같은 법이 없다. 하늘의 색도, 구름의 위치와 모양도, 가끔씩 예고 없이 시야에 날아드는 새나 비행기 같은 장식들까지. 그런 소소하고 느릿한 변화를 관찰하는 게 그저 좋았을 뿐이다. 마음에도 없는 성적을 챙기기 위해 책에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나, 미래에 대한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는 이 쪽이 훨씬 낫다. 적어도 새슬은 그렇게 생각했다. 뭐, 대부분의 친구들은 새슬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았지만. 다들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도 좋을 텐데. 그치? 눈을 꿈뻑이며 상체를 일으켜 앉는다.
자신을 미련하다 칭하거나 이상하게 바라보는 눈빛을 마주하는 건 새슬에게 전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 했으나, 역시 아무도 없는 옥상에 홀로 앉아있는 것은 종종 외로워질 때가 있다. 그러나 자신이 외롭다고 교실에 앉아 있던 반 친구를 냅다 끌고 나올 수도 없는 노릇. 남들을 곤란하게 할 수는 없으니, 슬며시 피어나는 외로움의 싹은 저 혼자 꾹꾹 짓밟아 삭이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누군가 있으면 좋을 텐데, 인형이라도 데려다가 앉혀 놓으면 좀 나아질까? 홀로 인형과 대화하는 우스꽝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쿡쿡거리다가, 다시 벌렁 드러누웠다. 뭐어ㅡ아마 오늘의 운이 좋다면 누군가가 오거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겠지.
슬혜가 말의 색을 말 해갈 때마다 주원은 "응응." 하고 색 하나 하나에 대답을 해주었다. "...그거 그냥 내 머리색 아냐?" 하곤 의심스러운 대답을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맞는 것일지도. "그래도 금색이라면, 기쁜걸. 응. 나도 좋아하는 색이니까." 하고 그는 미소를 띄우고 대답한다.
"맞아. 그런 경험은 나도 있으니까. 상처가 걱정돼서, 도움이 될까 하고 건넨 치유의 말이 상대에겐 독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힘들지. 서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원은 포기하지 않는 쪽이었다. 설령 상처 받는다고 하여도, 상처를 준다 하여도. 결국 함께 그 상처를 치유해나갈 수 있을테니까. 하고.
"본질을 알아간다. 라..."
주원은 그것을 작게 따라 읊조렸다. 그리곤 스스로 무언가를 납득하듯 몇 번 고개를 몇 번 끄덕인다. 어쩌면 주원이 지금까지 하려고 했던 것을, 이제서야 슬혜도 시작해 주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건 그렇지. 너도 나도. 비슷할 뿐, 슬혜는 슬혜고 나는 나니까."
하고 대답하는데, 그녀는 살짝 거리를 떨어트리는가 싶더니 발을 들어 코가 닿을만큼, 숨결이 느껴질 만큼 얼굴을 가까이 맞대었다. 신비로운 보랏빛과 검은빛 섞인 눈동자. 보라색은 신비스러움. 그리고 우울을 의미한다고 했던가. 검은색이 더 짙은 그녀의 보랏빛 눈은, 어쩐지 어둡게만 보여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울하고 차가운 매력에 빠지 할 만큼의 힘이 있었다.
"...그렇네."
주원은 뒤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눈에 빠지지 않게, 그녀와 반대로 밝은 보리밭과도 같은 황금빛 눈으로 슬혜의 눈을 응시했다. 대답 뒤 그녀는 미소지어보였다. 어쩌면 지금까지 본 미소중, 가장 진심이 드러날지도 모른다고 느껴지는.
그녀는 음식의 보관용기를 주원에게 건네주곤 멀찍이 사라지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건넸다. 작별인사. 의 외국어일까? 영어의 good bye라던가, 일본어의 さようなら같은 그런. 주원은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지만 적어도,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에 주원은 그녀에게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 고양이. 그렇게 친해지고 언제나처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그 고양이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아마 문을 계속 열어둔 탓이었겠지. 아직 중학생인 주원은 아주 당연하게 계속 함께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것이었다. 허나 그 고양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인지, 어쩌면 먹이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그대로 도망쳐버린 것이었다.
며칠간 그 고양이를 찾아 헤매고, 길거리에서 비슷한 고양이를 보면 곧장 달려가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고양이는 도망칠 뿐 그 지하실에 며칠 머물렀던 고양이는 찾을 수 없었다. 그 때 주원은 생각했다. 고양이는, 믿을 수 없다고.
고양이는 고양이. 개는 개. 그리고 현슬혜는 현슬혜이고, 남주원은 남주원이다. 아무리 동물에 빗댄다고 한들 인간이며, 결국엔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주원은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그 고양이와 슬혜가 겹쳐보이는 것이었다.
그녀가 해준 요리는 조리법을 아주 정확히 지켰는지 한 번 데워서 먹는 음식임에도 고기는 아주 부드럽고 소스의 맛은 고기의 끝까지 베어있어 한 입 베어무는 것 만으로도 소스와 육즙이 입안으로 퍼져 금방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것이었다. 당근과 감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주원이지만, 그 갈비찜의 당근과 감자도 소스에 절여져 부드럽고 소스의 맛을 머금고 있었기에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고양이는 요리를 할 줄 모르잖아. 그러니까, 다르지. 응."
주원은 별 이상한 곳에서 이상한 납득을 하며 그녀가 만들어준 갈비찜을 싹 비우고도 양이 부족했는지 입맛을 쩝쩝 다셨다. 나중에 다시 요리를 해달라고 부탁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주원이었다.
그가 말 했던가? 아니,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테다. 그가 항상 입에 달고사는 말이었으니까. 그는 지루함을 싫어했다. 혐오하는것 까지야 아니더라도, 지루함을 느끼면 곧잘 기분이 나빠지곤 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여느때처럼 지루하게 앉아서, 지루한 목소리를 들으며, 지루한 책을 펴고, 지루한 샤프를 움직여 필기를 한다. 하지만 오늘의 지루함은 도를 넘었다. 이래선 안돼.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고는 끄적이던 샤프를 필통 속에 고이 집어넣고서 벌떡 일어났다.
" ...? "
열심히 수업을 하던 선생님은 잠시 그를 놀란 눈초리로 보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주변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수업 도중에 지루함을 느끼고 도망가는거야 일상다반사였다. 그의 신체능력을 따라잡기란 힘든 일이었으니, 모두 괜한 힘 빼지 말고 그가 나가는 것이나 기다리는 거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평범하게 나가지는 않을 모양이다. 그도 그럴게 문이 있는곳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그의 지루함은 오늘 도를 넘었다. 그래. 지루하다는 말이 벌써 몇번이나 나왔던가. 아무튼 그때까지만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랐을 테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없이 책이나 들여다보고 있겠지.
드르륵,
하며, 미닫이로 된 창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여는 그 순간까지도 다들 별 생각이 없었을지 모른다. 그저 '아, 쟤가 더웠나보구나' 라며 아무 일 아닌 것 처럼 넘기려고 했을 테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일어난 일은, 선생님의 입장에서 볼 때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 하하하!! 굿바이, 아듀, 사요나라다!! "
어딘가의 명대사를 읊으며 그는 창문을 넘어 위로 사라졌다. 다행히 뛰어내리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아무튼 창문을 넘었다는 것 자체가 뒤집어질 일이었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이나 멍한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곳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몇몇 행동력이 투철한 아이들은 이미 창문에 달라붙어서 그가 벽을 잘 타고있는지 감상했다.
-
그가 옥상까지 벽을 타고 올라가는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옥상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자마자 보이는, 하얀 머리의 여자아이를 확인하고는 난간에 위태롭게 올라섰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꺼내더니, 머리부분을 그녀에게로 겨누었다.
그로부터 한참, 고요하기만 했던 옥상의 공기에 자그마한 이변이 생겼다. 창문을 열어젖히는 소리와 함께 저 아래에서 무언가 웅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뒤이어 따르는 호쾌하게 웃음소리, 굿바이, 아듀, 사요나라다ㅡ! 어쩐지 귀에 익은 목소리다. 대탈출극이라도 찍기 시작한 걸까? 그게 아니면 누군가 드디어 괴도가 될 결심을 굳혔나. 숨을 삼키는 누군가의 음성이 경악에 가까운 것을 보아, 창문으로 뛰어내리기라도 했나 보다. 뛰어내리는 건 재미있지만, 어딘가 하나라도 부러지면 썩 즐겁지 않던데.
여전히 드러누운 자세로 귀로만 상황을 파악하던 새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옥상의 난간에서 알 수 없는 움직임이 느껴진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것도 고양이나 새가 아닌 틀림없는 사람의 기척이!
“아앗ㅡ, 살려주세요, 저는 억울합니다~.”
전혀 긴급하지도, 억울하지도 않아 보이는 느릿한 말소리. 새슬이 나른한 웃음을 실실 흘리며 허공에 두 손을 내밀어 뻗는 시늉을 하고는, 냉큼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오늘은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네, 아무래도 운이 좋은 날이었나 봐. 바람에 나부끼는 붉은 머리칼이 오늘따라 유독 반가운 이유는 왜일까. 헤, 하고 헤벌레 웃는 얼굴로 연호를 응시한다.
“호야, 오늘은 대담하네에ㅡ. 나도 다음엔 창문으로 올라와 봐야지.”
오늘은 무슨 수업이었어? 시덥잖은 이야기를 키득거리며 주고받는 땡땡이 동지에게 자, 내려와~ 하며 손바닥을 뻗는 모습이 퍽 천연덕스럽기 그지없다.
"딱 좋은 시간에 왔네. 봐봐ㅡ. 저기에 귀여운 구름이."
느릿하게 손을 뻗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면, 어떤 형태인지 알 수 없는 몽글한 구름이 한 덩이. 뭐가 귀엽다는 건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새를은 구름을 가지고 이것저것 상상하며 놀고 있었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