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어떤 색이라 특정할수 없는 목소리지만 그나마 적당하다 싶은 색을 고르자면 그랬다. 게다가 그의 외모에서도 금빛은 가득했기 때문에, 얼추 맞지 않을까?
"그렇죠. 상처란게 그런 법이랍니다. 참 얄궂기 그지없죠... 나에게는 최선이었던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고, 그런 일 제법 많지 않나요? 물론 거기에 상호이해의 관계라는 부수적인 보완책이 포함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대부분은 그게 이루어지지 않은채 감정의 골만 깊어져가곤 했다. 그리고 그게 모두가 겪어본 일이고, 그녀 또한 겪어본 일일까? 다른 의미에선 무딘 자신의 자아가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지독하게도 이기적인, '나는 별로 크게 상처입지 않으니까,'라는 말로 덧칠된 위선이었다.
"글쎄요~? 어쩌면 다른 의미로서의 흥미가 아닐까요? 이를테면... 단순한 선후배, 친구의 관계에서 떨어져나와 그 사람의 본질을 알아간다는건, 저로서도 미지를 탐구하는 것과 같거든요~"
어떤 의미에서 그가 상처를 받았을런진 모르겠지만, 굳이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는듯 가지런히 내놓던 그녀는 그저 살짝 호를 그린 입으로만 웃어보였다.
보듬어주려한게 아닌, 보듬어지고 싶으면 스스로 오게 될거라는 이야기 이전에 그가 고양이와 만났던 이야기를 꺼내며 차분하면서도 확실하게 이야기를 건네왔다.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있던 그녀도 마침 좋아하는 이야기인만큼 싱긋 웃어보였지만, 눈만큼은 평소의 표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 하지만 전 사람이지 고양이가 아닌걸요? 선배님이 아무리 강아지와 비슷하다해도 강아지가 아닌 것처럼,
글쎄요... 어쩌면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렇게 멀찍이 떨어지진 않은 거리, 딱 한발자국만으로도 바싹 달라붙을것 같은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그녀는 딱 반절만 걸음을 띄우는가 싶다가도 코가 서로 맞닿을수 있을만큼 발을 들어 홍채의 주름마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그럴만한 사이가 아니잖아요 우리? 고양이로 치자면... 그렇네요. 이제 막 옆에서도 밥을 먹을까말까 한 정도니까요."
그녀만의 대답이 끝나자 그때서야 제대로된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때마침 그의 품에 들이밀어지는건 아무리 보관용기 속에 있더라도 제법 정성스럽게 담겨진 무언가였고, 무의식적이든 아니든 그가 그것을 제대로 받아들었을 때서야 멀찍이 물러났던 그녀가 자연스럽게 뒤편에 있던 건물의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섰다.
"Selamat Jalan, Kawan Saya."
부러 알수 없는 말을 내뱉고서 밝게 웃던 그녀는 그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듯 가볍게 문을 닫았다.
##내일은 좀 나갈 일이 있기도 해서 저녁이나 밤쯤 올거기 때문에 일단 이쯤 해두는 거야! 여기다가 답레로 막레를 달아줘도 좋구, 이걸 막레로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골댕이 일상 재밌었어! 매우메우 캄사합니다 선생님!
>>456 히히히... 😆 >>459 홍람색, 포도색 이라고 입력하면 안 나올 거야! 저 색상들은 아마 웹 색상 이름이 배정되어 있지 않은 것 같고... hex 코드 앞에 # 붙여서 입력해 봐. 아니면 혹시 html 구문 사용 중이라면 background: 빼먹었는지 잘 살펴 보고! 위키문법에서는 두 가지 이상 색상을 한 셀 안에 넣는 게 불가능할 거야. <bgcolor=#733e7f, #5d3462> 이렇게 입력해도 아마 안 나올 걸..? :3
부우웅ㅡ 하늘을 찢고 흰 구름을 만들며 날아가는 비행기, 하늘을 수놓는 새털구름, 눈꺼풀 새를 파고드는 햇살 조각. 투명하게 빛나는 초록빛 눈동자에 비치는 것들. 맥없이 늘어져 있던 두 손을 뻗어 사각형을 만들면 구름 한 조각, 햇살 한 조각, 청명한 하늘 한 켠을 조각내어 가둘 수 있었다. 그 광경은 하늘을 온전히 손 안에 붙든 것 같겠지만 손을 뻗어 움키면 금방 사라져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수업 중인 교사는 고요했다. 이따금씩 창문을 열어 둔 교실에서 선생님들의 소리가 웅얼거리며 흘러나오긴 했지만ㅡ딱히 귀를 기울여 들을 정도로 흥미롭지도, 귀에 박힐 만큼 선명하지도 않았다. 허공을 꿈질거리던 손이 다시 옥상 바닥과 부딪혔다. 등허리에 닿는 콘크리트 바닥은 제법 딱딱하고 차가웠지만, 오히려 조금의 불편함이 가미된 이 감촉이 좋다. 새슬은 홀로 옥상에 오면 종종 대자로 드러누워 하늘을 보곤 했다. 어떠한 의미는 없었다. 그냥, 그냥 좋으니까.
하늘은 매번 똑같은 법이 없다. 하늘의 색도, 구름의 위치와 모양도, 가끔씩 예고 없이 시야에 날아드는 새나 비행기 같은 장식들까지. 그런 소소하고 느릿한 변화를 관찰하는 게 그저 좋았을 뿐이다. 마음에도 없는 성적을 챙기기 위해 책에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나, 미래에 대한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는 이 쪽이 훨씬 낫다. 적어도 새슬은 그렇게 생각했다. 뭐, 대부분의 친구들은 새슬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았지만. 다들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도 좋을 텐데. 그치? 눈을 꿈뻑이며 상체를 일으켜 앉는다.
자신을 미련하다 칭하거나 이상하게 바라보는 눈빛을 마주하는 건 새슬에게 전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 했으나, 역시 아무도 없는 옥상에 홀로 앉아있는 것은 종종 외로워질 때가 있다. 그러나 자신이 외롭다고 교실에 앉아 있던 반 친구를 냅다 끌고 나올 수도 없는 노릇. 남들을 곤란하게 할 수는 없으니, 슬며시 피어나는 외로움의 싹은 저 혼자 꾹꾹 짓밟아 삭이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누군가 있으면 좋을 텐데, 인형이라도 데려다가 앉혀 놓으면 좀 나아질까? 홀로 인형과 대화하는 우스꽝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쿡쿡거리다가, 다시 벌렁 드러누웠다. 뭐어ㅡ아마 오늘의 운이 좋다면 누군가가 오거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겠지.
슬혜가 말의 색을 말 해갈 때마다 주원은 "응응." 하고 색 하나 하나에 대답을 해주었다. "...그거 그냥 내 머리색 아냐?" 하곤 의심스러운 대답을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맞는 것일지도. "그래도 금색이라면, 기쁜걸. 응. 나도 좋아하는 색이니까." 하고 그는 미소를 띄우고 대답한다.
"맞아. 그런 경험은 나도 있으니까. 상처가 걱정돼서, 도움이 될까 하고 건넨 치유의 말이 상대에겐 독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힘들지. 서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원은 포기하지 않는 쪽이었다. 설령 상처 받는다고 하여도, 상처를 준다 하여도. 결국 함께 그 상처를 치유해나갈 수 있을테니까. 하고.
"본질을 알아간다. 라..."
주원은 그것을 작게 따라 읊조렸다. 그리곤 스스로 무언가를 납득하듯 몇 번 고개를 몇 번 끄덕인다. 어쩌면 주원이 지금까지 하려고 했던 것을, 이제서야 슬혜도 시작해 주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건 그렇지. 너도 나도. 비슷할 뿐, 슬혜는 슬혜고 나는 나니까."
하고 대답하는데, 그녀는 살짝 거리를 떨어트리는가 싶더니 발을 들어 코가 닿을만큼, 숨결이 느껴질 만큼 얼굴을 가까이 맞대었다. 신비로운 보랏빛과 검은빛 섞인 눈동자. 보라색은 신비스러움. 그리고 우울을 의미한다고 했던가. 검은색이 더 짙은 그녀의 보랏빛 눈은, 어쩐지 어둡게만 보여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울하고 차가운 매력에 빠지 할 만큼의 힘이 있었다.
"...그렇네."
주원은 뒤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눈에 빠지지 않게, 그녀와 반대로 밝은 보리밭과도 같은 황금빛 눈으로 슬혜의 눈을 응시했다. 대답 뒤 그녀는 미소지어보였다. 어쩌면 지금까지 본 미소중, 가장 진심이 드러날지도 모른다고 느껴지는.
그녀는 음식의 보관용기를 주원에게 건네주곤 멀찍이 사라지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건넸다. 작별인사. 의 외국어일까? 영어의 good bye라던가, 일본어의 さようなら같은 그런. 주원은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지만 적어도,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에 주원은 그녀에게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 고양이. 그렇게 친해지고 언제나처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그 고양이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아마 문을 계속 열어둔 탓이었겠지. 아직 중학생인 주원은 아주 당연하게 계속 함께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것이었다. 허나 그 고양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인지, 어쩌면 먹이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그대로 도망쳐버린 것이었다.
며칠간 그 고양이를 찾아 헤매고, 길거리에서 비슷한 고양이를 보면 곧장 달려가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고양이는 도망칠 뿐 그 지하실에 며칠 머물렀던 고양이는 찾을 수 없었다. 그 때 주원은 생각했다. 고양이는, 믿을 수 없다고.
고양이는 고양이. 개는 개. 그리고 현슬혜는 현슬혜이고, 남주원은 남주원이다. 아무리 동물에 빗댄다고 한들 인간이며, 결국엔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주원은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그 고양이와 슬혜가 겹쳐보이는 것이었다.
그녀가 해준 요리는 조리법을 아주 정확히 지켰는지 한 번 데워서 먹는 음식임에도 고기는 아주 부드럽고 소스의 맛은 고기의 끝까지 베어있어 한 입 베어무는 것 만으로도 소스와 육즙이 입안으로 퍼져 금방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것이었다. 당근과 감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주원이지만, 그 갈비찜의 당근과 감자도 소스에 절여져 부드럽고 소스의 맛을 머금고 있었기에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고양이는 요리를 할 줄 모르잖아. 그러니까, 다르지. 응."
주원은 별 이상한 곳에서 이상한 납득을 하며 그녀가 만들어준 갈비찜을 싹 비우고도 양이 부족했는지 입맛을 쩝쩝 다셨다. 나중에 다시 요리를 해달라고 부탁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주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