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은 마치 슬혜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그녀가 걱정하는 것. 생각하는 것에 대한 대답을 입으로 말한다. 아니, 그럴리가 없다. 아마 자신의 말을 되뇌이는 슬혜의 말투에서 의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 멍멍이 같다고 하자. 어때?"
그는 개와 강아지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았는지 화색하며 말한다. 이어 주원이 말한 것에 대한 그녀의 대답에, 주원은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다르지 않아. 슬혜는 모두와 같아. 그리고 모두와 같지 않고."
하고 확신하듯. 아니, 확신에 가득찬 말투로 말해주었다. 이어 그녀가 지금은 별반 다를바 없다고 말 해주자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늑대와 양. 그런 것을 말하는게 아닌 듯 하다. 주원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좀 더 위 쪽 분류의. 그런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맞아. 이야기 하나 해줄게. 내가 활동하는 부. 말 해줬던가?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
주원은 그녀가 아는지 모른지 확인해보기 위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말을 잇기 시작한다.
"우리 학교엔, 그냥 사람도. 양도 늑대도 있잖아. 그래서 되는대로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봤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누가 양인지, 누가 늑대인지. 대부분, 양과 늑대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꽤 있더라고. 그리고 누가 양인지, 누가 늑대인지 예상했던 것과 대부분 맞지 않았고. 물론 양은, 내가 알기론 약을. 늑대는 패치를 붙이고 다닌다고 알고 있지만 단순히 그런게 아니라."
주원은 머리를 긁적이고 "으~음." 하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다음 말을 고르고 있는 듯 하다.
"그냥, 난 이렇게 생각해. 다들 자기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같지 않을까. 하고."
그는 자신의 대답에 스스로 납득한듯 "응응." 하고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편차는 있을지 몰라도, 그건 좋은거야. 자기 자신이 확실하단거니까. 자기의 색깔이."
그리고 그녀에게 말의 의미가 전달되기를 바라는 것인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적어도 잊어버리진 않는단 뜻이니, 그녀는 그렇게 속으로 되뇌였다.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겠지만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으니까,
"아뇨, 그냥 선배같다고 할게요."
개와 강아지 사이에서 찾은 타협점인 멍멍이, 하지만 그것조차도 어찌보면 개의 일환이었기에 그녀는 짐짓 뾰루퉁해진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멍멍이라던가로 인식해버리면 개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로서는 자연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리게되니 말이다.
확신에 가득찬 말투였던 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이 있는 부에 대한 이야기였을까? 그래도 그녀는 들은 바가 있는지 (여전히 뭘 하는 부인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일상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는 그런 동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 정도만 하고서
"뭐... 그런걸 물어본다고 해도 맞지 않는 경우는 의외로 많죠... 사람들은 확정된 말이 아니면 소문을 의지할수밖에 없으니까요."
잠깐 고민하는지 머리를 긁적이다가도 이내 결론을 내리곤 흡족해진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이자 그녀는 참고 있던 웃음을 작게 터뜨리고선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선배 아니랄까봐, 꽤 그럴듯한 말씀을 하시네요? 뭐, 무슨 의미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 것 같아요."
누군가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니 사실 다르다는건 이상하지 않다. 모두가 저마다의 사정 하나쯤은 품고 있는건 당연한게 아닐까? 굳이 양과 늑대와 평범한 사람의 예시를 들지 않아도 말이다. 오히려 그것이 다른 색들로 입혀져 저마다의 개성이 된다는 의미일지도,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에게 그녀는 잠시 멈추고선 몸을 틀어 마주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활발하시네요? 선 배 님?"
한뼘정도 차이날까 싶은 키였지만 그리 큰 공백은 아니었기에 까치발을 들 필요까진 없었다. 마주본덕에 비를 맞을 가능성은 조금 줄어들수도 있건만, 어차피 둘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는 물리적 거리감 때문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까?
그저 조금만 얼굴을 들어도 충분히 눈을 마주할수 있는데도 부러 더 들어올리고선 살짝 비스듬하게 그를 바라보는 것은 잔잔한 눈매와 다르게 이가 드러날 정도로 빙글거리는 그녀의 장난스러운 웃음에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아무리 본인이 멍멍이같다 주장해도... 정말 때아닌 봄비 하나만으로 이렇게 들뜨는건, 선배로써 어떨까 싶은데요~?"
슬쩍 올린 손이 검지만 뻗어진 채로 마치 벌레의 움직임을 흉내내는 것처럼 그의 코 끝에 닿을듯 말듯 움직이다가도 이내 사라졌다는 것마냥 쫙 펴낸 손을 거두고선 다시 똑바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래요. 이상하단 말은 하지 않을게요.
재밌는 분이네요. 선배님은,"
푸스스 흩어지는 웃음과 함께 방금 전까지의 모습이 어디있었냐는듯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던 그녀는 잠깐 뜸을 들이고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나저나... 정말로 끝까지 따라 오시려구요? 아무리 에스코트라지만~ 오해받을 거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