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에서 약간 더 곤란해하는 얼굴이 되었다. 파란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리다가 –놔달라는 뜻을 담아- 빵긋 웃고 있는데, 쓰다듬는 손이 찾아왔다. 그것은 두어 번 쓰다듬고 사라져 버렸지만. 두어 번이 뭐냐, 백 번도 더 넘게 쓰다듬고 싶어 하는 것을 참고 있는 게 느껴졌는데. 누가 이 골든 리트리브에게 참을성을 가르쳤는가. 설마 나인가...?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잠이 덜 깨 몽롱한 눈으로 쳐다보는 주원 선배는 평소보다 더 위험한 남자로 보인다.
“ 이대로 자면 크으──은일 나요! ”
아랑은 고개를 뻣뻣하게 들었다. 잡혀 있지 않은 쪽의 손이 허공 어디쯤을 헤메이다 파닥거렸다. 어쩌지, 이대로 계속 파닥거리기도 좀 그렇고. 가슴팍 위에 얹어놓기도 좀 그래. 끙, 앓는 소리를 짧게 내며 곤란해하는 아랑이 주먹 쥔 손을 소파의 머리 기대는 쪽에 아슬하게 올려놓았다. 솜사탕과도 주원과도 닿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닿지 않으려는 노력은 가상하다만... 이미 엎어져 있는 시점에서, 그리고 토닥거리는 손이 묘하게 덫에 가두려는 손짓 같다는 부분에서 소용없는 노력인 것도 같다.
“ 선배애. 사실 이미 잠 깼죠! 제가 곤란해 하는 게 재미있는 거죠! ”
아랑은 눈썹을 위로 치켜세우고 엄격하게 주원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더하면 토라져서 당분간은 이 부실 찾아오지 않을 거야. 한 달. 두 달. 세 달. 카운트 다운 세고 있어.
주원은 슬혜의 약속씩이냐 할만한 것이냐는 말에 흘려보내는 말투로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녀는 다행히도 약속을 하자는 주원의 손모양에 화답해 새끼손가락을 걸어주었다. 주원은 조심스럽게, 망설이는 듯한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잡고 손가락을 걸어 그녀의 엄지 손가락의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지그시 붙였다. 겨울날 털옷을 입고 철제 손잡이를 만졌을 때와 같은 짜릿한 정전기가 엄지손가락과 새끼 손가락으로부터 손까지 타고 흐른다. 그 한 순간, 주원은 '평범하지 않음'을 느꼈다. 두근거림이라고 해야할지, 한 순간 기운이 났다고 해야 할지.
"아냐. 개 같다... 어 뭔가 어감이 이상한데? 그런 의미 말고! 그러니까, 애완견... 아냐 이것도... 뭐라고 해야하지... 아무튼, 강아지 같다는 말은 싫어하지 않아."
주원은 방금의 감정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는 듯 횡설수설한다. 이어 그녀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주원을 보곤 미안해진 것인지 나쁘지 않은 정도라며 되뇌인다. 그녀만의, 특유의 안도감을 주려는 말투. 주원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두 입술의 끝을 당겨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의 즐거움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순 없으니까. 그건 즐겁지 않은걸."
주원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지만 그 말투에선 즐거움도, 장난기도 섞여있지 않았다. 그 후 그녀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주원이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낼 순 없었다. 대신 차분하면서도 밝게 미소짓는 그녀를 마주할 수 있었다. 자주 미소짓는 그녀였지만, 주원은 어디선가 지금의 미소는 조금 다르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얘기 많이 들어."
이상한 분이라는 말에 주원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크게 동의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걸어가는 정면의 길을 보며 말한다.
아랑이는 귀여운 얼굴로 >>핵 무서운<< 카운트다운 세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Q.... 안 보는 기간이 하루 이틀 삼일이 아니라, 한 달 두달 세 달이에요... :Q.... 엄격한 얼굴이 귀엽다고 쳐다만 보다가 대처 안 하면 큰일 나는 애예요... 하트어택 당해서 아무 생각 안 하고 계시면 큰일 나버려... :Q
>>783 아니 나 지금 울고 있니.....?(네) 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혐관하면서 나의 자아와 열심히 싸워야겠다..... 기억해죠 내 자아는 해인이편이야... >>788 후드티 오버핏티셔츠 오버핏셔츠가 주류를 이룰 것 같다! 무족권 편한 옷..... >>794 민규 참치어장 하니? ㅋㅋㅋㅋㅋㅋ강렬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원은 빵긋 웃는 그녀를 몇 번 쓰다듬고 - 더 쓰다듬고 싶긴 했지만, 더 했다간 화낼지도 모르니까. - 몽롱한 눈빛으로, 아직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아랑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대로 자면 큰일 난다고 말한다. 글쎄, 그 말에서 진짜 위협을 느낀 것인진 모르겠지만 주원은 "어떻게 할까아아." 하곤 휘파람을 불며 시선을 대각선으로 피했다. 단순히 장난이라고 하기엔, 평소엔 선을 지킬 줄 아는 주원이었지만 이렇게 그녀를 안고 있는 순간 묘하게 기운이 차오르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마치 혈관에 직접 에너지 드링크를 꽂아넣은 듯한 그런.
아랑은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 - 물론 당연하겠지만. - 팔을 파닥거리며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주원은 그런 모습에 "푸하하핫!" 하고 웃으면서도 그녀의 몸을 놓아주지 않았다. "묘하게 편한데. 아랑양, 곰인형으로 딱 좋을지도. 무게도 그렇고." 주원은 단순히 그것이 아랑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아직까지 말투에서 묘한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랑을 이대로 가둬두려는 속셈이 고대로 보이는 토닥임을 아랑은 눈치챈 것인지 이미 잠 깬 것 아니냐며 곤란해 하는게 재미있는 것 아니냐며 정곡을 찔러왔다.
"윽."
다 들켜버린 주원은 여전히 시선을 대각선으로 피하고 휘파람을 불었지만 아랑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엄격하게 주원을 바라보자 - 이것은 아랑이 진심으로 싫어할 때의 무언의 경고였다. 어쩌면 주원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 곧바로 그녀의 팔을 놓아주곤 소파 구석으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