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3반의 학생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수업시간의 사라는 휴식시간의 사라와는 그 인상이 퍽 달라. 눈이 가늘어지며 교탁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집중을 하는 사라의 모습은 평소의 그 조그만 포메라니안 같은 모양과는 퍽 다른 조금 더 날카로운 인상이 되곤 해. 그리고, 오전 수업 시간 동안 날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던만큼이나 점심 휴식시간에 그 표정이 풀어져버리고 마는 거야.
평소에 개구지게 치켜세우고 있던 역팔자 눈썹도 축 처지고, 조금 지친 듯한 웃음을 지은 채로 눈꺼풀에 잠이 한 모금 내려앉은 모습. 점심시간의 사라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
"나 무릎베개 해주라.."
풀어진 얼굴로 적은 양의 식사를 마치고 나면, 옆자리 친구인 시아의 옷소매를 꾹 잡으며 바보같은 땡깡을 부리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야.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어린 여동생이 하는 소리에 웃음치던 순간이 있었다. 벚꽃의 꽃말은 그게 아니잖아, 벚꽃의 꽃말은....
툭, 샤프심은 부러졌고 습관적으로 샤프심의 뒷부분을 꾹꾹 눌러대었다. 평소처럼의 활용 문제였다. 이젠 밥먹다가도 뒤통수를 누군가 팍 치면 풀이가 눈밖으로 튀어나갈 것만 같았다. 몰라서 푸는 게 아니었다, 단지 그날의 할당량일 뿐이었다. 샤프심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성실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었는데, 웬일로 동네친구- 아니 이젠 같은 학교의 친한녀석이 평생 뱉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말을 뱉기에 어디 아픈가 따라 나와주었을 뿐이었다. 혹여 나쁜 생각을 한다면 피자가 좋을까, 아니 치킨? 그 녀석은 뭐든 가리진 않긴 했다. 그래서 저보다 더 쑥쑥 큰 건지. 이미 끝난 승패는 어쩔 수 없으니 쥐어진 샤프심이나 마저 굴리며 몸을 앞쪽으로 기울여 집중했다.
그러길 몇 분, 부산스럽던 옆의 그가 이번엔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노란색의 구깃한 무언가를 던져온다. '농구하고 피시방 가자. 아이스크림빵 ㄱ?' 왼손으로 쓴 건지 확인하기 위해 옆을 흘깃보니 그것은 아니었다. 이미 싫증이 난 듯한 그를 확인하고 그가 보낸 포스트잇 뒤에 정갈한 글씨체를 사각였다.
'받고 형대접 해주기'
작고 바른 글씨엔 고민이 묻어있지 않았다. 녀석과 있으면 항상 그랬다. 샤프심을 꾹 눌러 바닥에 찍어내어 심을 숨겨버렸다.
>>163 깔끔한 글씨체로 되돌아온 답변을 보았다. 거절이라도 하면 아마 책상에 늘어져 한숨 자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가 좋다고 말한 이상, 최민규는 자유다. 민규는 고개를 끄덕여보이고, 미련없이 가방을 쌌다. 맨 앞 페이지만 조금 구깃거리는 문제집들이 가방 밖으로 다시 나올 가능성은 아주 모호하다. 한쪽 어깨에 가방을 대충 걸치고 독서실 밖으로 나왔다.
"힘들다..."
하늘을 보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앉아있었는데 온 몸이 뻐근하다. 동네 농구장은 멀지 않다. 조금만 걸으면 도착한다. 가는 동안에는 아마 시덥잖은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 나잇대에 걸맞는 이야기들. 조금 선선해지는 오후였다. 한숨을 쉬며 올려다본 하늘 또한 맑았다. 운동하기 좋은 날씨네, 막연하게 생각했다.
"공부 안 힘드냐?"
농구장에 도착해, 벤치에 가방을 던지다시피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리고 농구공을 집어들었다. 입꼬리를 올려 씩 웃었다.
"형님 대접할 준비 잘 해놔라."
그리고 다짜고짜 저 혼자 드리블을 시작하는 것이다. 제 친구라면 이 정도는 받아쳐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상하게 뭐든 잘하는 놈이니까.
비장한 표정으로 말한 사하가 젤리와 과자봉지로 가득 차 부스럭대는 후드집업의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 여기가 아니지. 교복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자 작은 열쇠가 잡힌다. 열쇠를 꺼내 자물쇠를 열었다. 이미 열어놓고선 뒤늦게 눈치도 본다. 사실 눈치보는 척이다. 들키면 당장 무릎 꿇을 생각이다. 고3이 싹싹 비는데 안 넘어가고 배겨? 대범함이 이상한 쪽으로 튀었다.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 틈으로 쏙 들어갔다. 뒤를 보고 손짓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열쇠 꽂힌 자물쇠는 빈 책상에 올려놓고, 창가를 가린 커튼을 꼼꼼히 확인한다. 문의 자물쇠만 유심히 보지 않으면 동아리실을 무단점거한 무리가 있다는 건 모를 것 같았다. 들키면 같이 공부하는 척 할까. 책 없지만. 지나가는 생각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책상을 네 개쯤 붙이고 그 위로 주머니에 있던 간식을 와르르 쏟아놓는다. 아주 빵빵하다 싶더니 구성품이 알찼다. 그 와중에 음료수도 두 캔 있다. 굴러가는 캔을 뒤로 두고 영화를 틀러 컴퓨터 앞으로 간다.
"이 영화 엄청 웃기대."
영화 재생 전, 주원을 보며 씩 웃는다. 사실 사하는 보다가 졸았던 영화다. 남들 얘기 빌려 말하는 이유는 그때문이다. 어둡고 적당히 쾌적하며, 숨 막히는 정적이 없는 공간. 잠은 잘도 왔다. 비록 다른 부원들은 눈물 쏙 빼고 말았는지, 죄다 퉁퉁 불어있었지만… 드문드문 웃기도 했으니까 웃긴 영화라는 게 아주 클린 말만은 아닐 것이다.
손도 느리고 눈도 느려서 (...) 놓치는 레스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질문해도 될까? 다들 (아랑이나 다른 사람의) 응석을 받아주는 범위가 어떻게 돼? 아랑이는... 대충 눈치봐서 받아줄 것 같은 사람에게는 응석을 부릴지도! (주타깃 : 가족 >> 같은 반 아이들)
.dice 1 4. = 2 1. 얌전히 관전 2. 티미 풀기 3. 일상 구하기 4. 픽크루 만들기
주원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사하에게 건네었다. 눈을 빛내면서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 장난으로 되받아친 것이 아닌 진정으로 그렇게 할 생각인가보다. 사하가 열쇠를 꺼내어 영화감상부 부실의 문을 여는 동안 주원은 등을 돌려 눈썹 위로 손을 올려 경계하는 듯 좌 우를 살폈다.
'좋아. 아무도 없는 것 같아.'
그에게 있어서 지금의 이런 행위 조차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선생님 몰래 부실의 문을 따 점거한 뒤 즐겁게 영화를 즐긴다. 듣기만 해도 스릴 넘치지 않는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문틈으로 사하가 들어갔다. 그 틈으로 주원이 들어가기엔 조금 좁았기에 좀 더 문을 연 뒤 발소리를 내지 않게 조심조심, 살금살금 들어간 뒤 드르륵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문을 닫았다.
사하를 도와 책상을 붙인 뒤 그녀가 와르르 쏟는 간식을 보고 그 금빛 눈을 반짝인다.
"이 과자 요즘 나온 그거잖아! XX편의점에서 밖에 팔지 않고, 금방 매진된다는 그 찾기 어렵다는 과자!"
주원은 그 과자 봉지를 보곤 앞 뒤로 살펴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과자이다. 그럼에도 무슨 보물을 찾은 것 마냥 반응하는건지.
"으으 사하 역시 최고야! 잘 먹을게!"
그렇게 말하며 과자봉지를 다시 내려둔 뒤 그녀가 영화를 틀 준비를 하는동안 주원은 과자 봉지의 뒷면을 뜯어 먹기 쉽게 세팅한다. 세팅을 마친 뒤 그녀는 지금 상영하려는 영화는 엄청 웃기는 영화라고 주원에게 말 해주었다.
"친구와, 웃기는 영화와, 맛있는 과자. 지금 어어엄청 행복해!"
주원은 마치 골든레트리버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돌고 '왕!' 하고 짖듯이 두 팔을 가슴팍으로 모아 떨더니 위로 활짝 펼친다. 기분 좋음을 표현하는 주원만의 제스쳐인듯 하다. 주원은 이제 상영될 영화를 기대하며 음료수 캔을 따 두 손에 꼬옥 쥐었다.
자잘한 소리가 나지 않게 물건을 정리하고 가방을 메니 민규는 이미 저만치다. 두 자리를 정리한 뒤 독서실 밖으로 따라나가 조금 뛰었던 것 같다.
"뭐했는데."
마치 소년만화 속 시련에 부닥친 주인공처럼 말하는 민규의 옆에서 정면을 바라보고 걷던 지구의 건조한 목소리가 툭 떨어졌다. 시비가 아니라 정말 무엇을 했는지 묻는 말이었다. 한숨도 길게 내쉬는 걸 보니 뭔가를 하긴, 한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진 알 도리가 없었다. 혹은 다른 고민이있을까. 지구는 그 고민에 대해서 대충 짐작을 했는지 입을 열었다
"밑밥 깔아도 안 봐줘."
그렇게 민규와 시답잖게 투닥거리며 멀지않은, 늘 가던 농구장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으면 다 채우지 못한 문제집의 뒷부분 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래야 할 거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낡아있을 농구장에 도착한다.
"너 놀아주는 게 더 힘들던데."
그리 말하며 지구 역시 민규의 가방 근처에 가방을 던져놓고 그가 농구공을 만질 동안 몸을 잠깐 풀었다. 아주 잠시였지만. 탕,탕,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갑작스레 시작된 시합에 지구 또한 자세를 낮추고 스텝을 밟았다.
"형님한텐 존대다, 아우야."
평소처럼 또 서로를 도발하며 기회를 엿보다 치고 들어간다. 아이스크림 중 제일은 아무래도 아우가 사주는 것이 제일이다.
>>190 아무짓도 하지 않고 보기만 할테니 너무 무서워 하지 않아도 된다구~~ >.0 화영주는 무섭지 않아요~
>>193 우주최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하가 지구최강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192 >>196 그러게! 밤인데도 화력이 좋아~
>>197 아닛!? 그럴 순 없지 뒤에서 지켜보는 건 내 역할인걸! |°~°) 아무튼 반가워 아랑주~ 스킨십 없이 본인에게 부담가지 않고 컨트롤 가능한 선에서? 사실 받아준다기 보다는 음 그래그래-수준일 것 같긴 하지만... 여튼 화영이가 버거워할만큼 막무가내식의 응석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