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은 일부러 비아의 눈을 피하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이미 눈치챈 것 같은데... 으윽, 그렇지만 이전까지는 데이트나 놀러가는 거나 비슷한 어감으로 사용했으니 어쩔 수 없는 걸... 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
" ...진짜? "
아플 리가 없다는 말에 비아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을까. 눈을 보아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은- 곧 안심한 듯이 한숨을 내쉬더니 웃음을 터트리는 비아를 보며 "왜 웃어?" 하고 물었지. 자신은 정말로 비아가 왜 웃는지 몰랐으니까.
" 이걸 다른 사람이랑 쓰고싶진 않은데... "
심술궂은 말투에 살짝 시선을 돌리며 들릴 듯 말 듯하게 중얼거렸으려나. 딱히 들키고 싶어서 중얼거린 것은 아니었던지라 비아가 못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비아의 말에, 잠시동안 뇨롱한 표정을 유지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깊게 내쉬었지. 여담으로 저 이모지... 비아랑 지훈이 표정인 것 같은데 귀엽다...
" 그럼 2번으로 할까- "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두자리를 예매하고선, 영화관 안쪽으로 향했을까.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고, 잠시간의 광고가 지나간 뒤에서야 영화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영화 내용은 전쟁중인 적국에서 태어난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지만 둘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거나, 잠시 헤어지거나, 심지어 죽을 뻔 하기도 하는... 그런 내용이었을까. 꽤나 정석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재미있게 보던 와중 문득 비아의 반응이 궁금해져 옆을 슬쩍 돌아보았다.
▶ 정체 모를 유리 구두 ◀ [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게이트에서 발견된 한 쌍의 유리 구두. UGN의 감정 결과 공간을 도약하는 능력이 있단 것이 밝혀졌다. 구두를 신은 채 뒷굽으로 바닥을 세 번 찍으면 사용자와 가장 파장이 맞는 게이트로 순간이동할 수 있다. ] ▶ 코스트 - 파괴 불가 ▶ 토토, 여기는 켄자스가 아닌 것 같아. - 사용자와 파장이 맞는, 그러나 클리어한 전적이 없는 랜덤한 게이트로 이동한다. ▶ 바람에 날려 유리구두를 잃어버리는 법이지. - 게이트를 클리어하거나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돌아갈 수 없다. ◆ 구매 제한 : 2개 한정 ◆ 가격 : 자잘한 인연의 파편 60개
문득 생각났는데 저거 제가 저번에 은도 아니고 루비도 아니네??라고 했었잖아여 그거 말인데... -어차피 진짜 은구두(또는 루비구두)는 진짜 도로시에게 있고 저건 일종의 열화품/짜가라서...? -유리구두를 신는 신데렐라는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게이트를 클리어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의도된 표현이 아닐까...하는 뻘생각이 뒤늦게 들어버린 것입니다.
간신히 하루양께 어떻게 변명아닌 변명이 통한거 같아 정말로, 정말로 다행이었습니다. 사실 다림양께서 방금 에미야에 대한 것 에 대해 언급하신 부분에서 조금 움찔하였습니다만 이정도는 두분께 들키지 아니하겠지요?? 절대로 들키지 않으리라 믿을거랍니다???? 한숨을 내쉬고 싶었지만 그럼 백퍼 들킬 것이니 애써 겉으로는 빙그레 웃으며, 꼬옥 두 손을 모으고 말을 꺼내었답니다. 무척 경쾌하게요!
"후후🎵 자아 자~! 즐거운 파자마파티의 시작이랍니다~ "
그리고 나서 "저어~ 다림양과 하루양께서 준비하신 디저트들이 너무 예뻐서 바로 먹기엔 너무 가슴이 아프답니다~ 실례지만 잠시 디저트들 사진 찍어도 괜찮으련지요? " 하고 덧붙이며, 준비해온 카메라를 꺼내려 하던 저였습니다만......저.....지금 좀 무척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저 진짜 오늘 무사히 파자마파티를 끝매칠 수 있을까요????
"에미리는 별 탈 없이 잘 보내고 있답니다🎵 요새 이런저런 일로 무척 바쁘긴 하였지만 안온하고 무탈한 학원도 생활을 보내고 있사와요~ "
간신히 그럴싸한 말로 얼버무리며 애써 웃으며 답변을 드렸답니다. 설마 '이런저런 일' 로 들키게 되는 일은 없을 터이니 괜찮겠지요ㅎㅎ! 아니 이미 다림양께는 들키긴 했지만ㅎㅎ! 좀 많이 눈물나는 점으로 말이어요ㅎㅎ!!!
아. 맞다.. 그 에미야에 대한 것은 사실 서술이 부족했던 그것...(오늘 보고 나서야 깨달음)
에미리와 나눈 대화가 나뭇잎 케이크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지요. 그저. 그 내용 중 중요한 건 에미야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걸 말하지 않은 것 뿐...이라는 대충 그런 걸 생각했다는 뜻이었는데 오늘 다시 보니까... 다림이가 에미야에 대한 것이라던가요~ 라는 농담을 말한 걸로 되어버린...(멍청이)
시선을 피하는 벽색 눈동자를 따라가며 눈을 사알며시 찌푸리다가 풀었다. 뭔가 선수 같으면서도 진짜 선수였으면 이럴 때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어설픈 점이 귀엽게 느껴져도... 지켜보겠어(2).
" 정말. 너 오랜만이라고 하더니 전에 나랑 싸웠을 때는 잊어버린 거야? 그때 나 완전 튼튼했잖아. "
그리고 왜 웃냐며 어리둥절하는 지훈이를 보며 그냥 웃었다. 여기서 귀여워서라고 말해봤자 안 귀여운 반응만 돌아올 뿐이겠지? 그러면 계속 궁금해하게 두는 게 낫겠다. 왜 사람을 놀리는지, 하던 말을 끊는지... 조금 알게 될 것 같기도 하고.
" 응? "
뭔가 말했는데, 시끌시끌한 소리에 묻혀서 놓쳤다. 영성을 강화하면 뭐라 말했었는지 알만할 것 같은데... 됐다, 혼잣말 하나 듣는다고 무슨 영광을 누린다고. 얘는 참, 혼잣말 작게도 하네. 왠지 뇨롱이라는 의성어가 생각나는 뚱한 표정을 보다가 한숨 쉴 때쯤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려고 한다. 한숨 쉬면 복 달아나. 자 여기, 내 복 나눠줄게. 잘 갖고 있어.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해서였나.
" 좋아. "
그리고 같이 영화관에 들어가서 나는... 정말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장애물이 있는 사랑의 슬픔과 애절함.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듯 이어지는 애정. 산지 얼마 안된 셔츠인데 늘어나 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포인트컬러 티셔츠의 목 부분을 양손으로 꾹 잡고 잡아 늘리면서 경기 구경하듯 보고 있었다. 아마 배우 빼고 절대 정숙해야 하는 영화관이 아니라 집에서 보는 거였으면 입술을 꾹 깨물면서 힘내를 외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그냥 넘어가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요. 에미리 양이 갑자기 사실은 제가 에미야인 거시와요. 하지 않는다면요? 노곤노곤할 때를 경계하는 거에요 에미리 양!
"그럼요. 에미리양이랑 하루양이랑 같이 먹는 케이크는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시연 양이랑 먹을 때에도 엄청 맛있었는데. 셋이서 같이 먹는 케이크는 더 맛있겠지요. 사과 케이크, 라즈베리 케이크, 말차나 망고 케이크 같은 것들을 상상해봅니다.
"즐거운 파자마파티네요." "하루 양 말대로 즐겁게 쉬며 이야기나누는 거가 좋겠지요" 방긋 웃으며 디저트를 나누어줄까.. 하다가 준비한 카메라를 꺼내는 걸 보면서 그렇게 찍을 만한 건 아닌걸요... 라는 조금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정확하게는 겸연쩍은 듯함..일까요? 그렇지만 순순히 손을 치웁니다. 사진을 찍을 수 있게요. 사진을 찍으면 그걸 보면서 에미리 양은 사진도 잘 찍으시네요. 라고 칭찬할지도요?
"다들 여러 일이 있음에도 잘 지내고 계셔서 다행이네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지만 아침에는 다림의 머리를 말리고 싶다는 하루의 말에 슬쩍 눈을 피합니다. 머리카락 말려지는 걸 누군가에게 맡겨본 적이 적어서(진짜?) 어색해하는 걸까요. 아니면 어릴 적의 보호자에게 응석부렸던 거라서(진짜?) 그런 걸까요..그건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