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딱히 좋은 일은 없었나보구나] [시험은 친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넘겼다.] [너도 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공부는 미리하는 걸 추천하마] [그도 아니면 교유관계를 열심히 하여 공부 잘하는 친구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란다.] [그리고 꿈자리가 묘했는데 거기서 너가 나왔었단다.] [길조인지 흉조인지는 모르겠다만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그건 그렇고 식사전이면 밥이나 한번 하려는데 생각이 있니]
[입학한 지 이제 두 달 째인데 초대형 게이트다 시험이다...일이 많았는걸요.] [그래도 기여도나 GP로 이것저것 멋진 것들을 산 건 좋은 일이었지만요!] [공부...는 전부터 미리 해두고 있었어요!] [태양왕 이후에 마침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같이 공부했었는데, 그 친구도 공부 잘하는 친구인 것 같아요!] [음...형도 좋은 일이 많으시길 바래요!]
[밥...음 좋아요!] [밥집은 많이 알아두면 좋으니까요!] [어디서 볼까요?]
아무래도 아는 식당이 적으면 식당이 갑자기 문을 닫는다든지, 혹은 메뉴에 물려버린다든지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답장을 보낸 후 청천은 곧바로 코트를 집어들고 외출준비를 합니다.
꽤 귀여운걸로 골랐다는 말에 정훈은 공감하면서도 약간 부끄러움을 느끼며 말없이 지훈의 등을 밀어 탈의실로 향합니다. 즐기자는 마음이 큰거지, 이 쪽이라고 아예 부끄럽지 않은건 아니거든요!
이후 옷을 갈아입고 먼저 나와서 잠깐 기다리다보니 곧 메이드복으로 갈아입은 지훈이 탈의실에서 나와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게 보입니다.
" 풉.. 지훈아, 여기! "
그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저번에 같이 왔던 은후를 떠오르게 해서 정훈은 저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내었다가 곧 손을 들며 지훈을 부릅니다. 흰색과 하늘색의 밝디 밝은 세라복. 행동은 몰라도 외모만 보자면 그렇게 어울리지는 않는 조합이지만, 딱히 제대로 코스프레하는게 목적은 아니니까요!
목적이 무어냐, 정훈은 지훈의 앞까지 다가가 검은색의 제대로 된 메이드복을 입은 지훈은 천천히 살펴보다가 웃으며 말합니다.
버스가 달린다. 나도 달린다. 내가 달린다. 버스는 정거장에서 멈춘다. 의념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달리기로만 달려서 경주를 시작한다. 중간 중간 신호나 사람을 태우고 내리기 위해 멈추는 것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승부가 가능했다. 그런식으로 달리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나즈키는 의자와 기다림을 번갈아 쳐다봤다. 의자는 하나고 사람은 둘인데. 혹시 쉬는 김에 의자뺏기라도 하자는 뜻인가?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는 뜻은 알고 있지만, 그냥 농담 같은 의미로 해본 생각이었다.) 어쨌건 다림을 세워놓고 혼자 앉아있기는 미안하고, 그렇다고 다림에게 앉으라고 해도 거절할 것이 뻔하고. 미나즈키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둘 다 앉을 수 있는 방법을 겨우 생각해냈다. 그건 바로 자신의 무릎 위에 다림을 앉히는... (그리고 정확히 이 시점에서 미나즈키는 평범하게 아는 사람 관계인 경우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같이 떠올렸다.) 그러니까, 미나즈키는, 말도 못 꺼내고 그냥 의자에 앉은 사람이 됐다는 뜻이었다.
번갈아 쳐다보는 것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하쿠야 씨가 앉고 싶은 게 아니었나요? 아닐 텐데요...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하쿠야 씨가 앉았으니 된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다림은 하쿠야가 무슨 말을 꺼내려 했다거나 무슨 행동을 하려 했을지에 대해서 상상도 못하는 채로 다림은 하쿠야를 의자에 앉혔습니다. 의념을 켜면 못 견딜 것도 아니잖아요?
"처음 하는 분들은 보통은 자꾸 앉고 싶어 하더라고요." 저희(알바생들)은 익숙해져서 한계치가 늘어났지만요. 라고 농담을 말하듯 말하려 하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좋아하는 음료 있으신가요? 라고 물어봅니다. 하나씩 제조해서 먹어도 된다는 말이네요. 이런 게 은근한 복지죠.
아직이라고 말했는데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훈이를 보고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아직 화 안 났다니깐. —하지만 이 표정의 이유가 더 못 놀리는 게 아쉬워서라면 꿀밤 한 대 예약이다.
" ...뭐 찔리는 구석 있어? "
떳떳한 사람의 이럴 때 반응은 "아니야, 이런 걸 보러 가는 건 너뿐이야!"같은 게 아닐까 싶은데... 저 돌아가는 눈 하며 합리화하는 말투. 지켜보겠어.
" 아플 리가 없잖아. "
좀 늦어서 왜 그랬지 하고 후회할 정도의 엄살이었는데, 이런 건 또 속다니. 아웅다웅하며 뛰어다니다가 보호자가 쓰러진 척을 하면 꼬리를 내리며 종종종 옆으로 다가오는 까만 댕댕이를 보는 느낌이다. 어디 아픈 구석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손을 잡고 이리저리 보는 것에 웃음을 터트리며 지훈이의 손을 잡아 올렸다 내렸다. 뭔가 한 방 돌려준 느낌이라 시원하기도 하다.
" 쿠폰이 있으니까 쓰자는 것도 아니고, 이미 예매해 둔 것처럼 속였으니까 문제지. 다른 사람이랑 영화 볼 때 써. "
( ̄^ ̄) (´・ω・`) 조금 심술궂은 말투 같은 말이 나갔다. 그래, 괘씸한 것도 있지만... 아, 아직 난 커플석 같은 건! 좀 부담스럽고! 그, 내가 앉아본 적은 가족과 같이 앉은 거 외엔 없지만, 두 사람이 한 좌석에 앉을 수 있게 해놓은 거지. 그렇게 가깝게 붙는 건 좀 그러니까, 우리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 음, 친구긴 하지만. 아무튼 말야.
" 응. "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지훈이가 예매하는 걸 옆에서 열심히 살펴보다가...
" 정말이네... "
정말로 좌석이 없는 사태가 일어나다니. 어쨌든 같이 놀러왔는데 슬픈 영화 같은 걸 보면 분위기가 가라앉을 거 같아서 후보에서 제외했는데.
" 그러면 2번이라도 보자. "
아무것도 안 보고 이대로 돌아가거나 어색하게 한 시간을 기다리는 것보단 나으니까. 그래도 커플석은 안 돼, 라고 미리 해놓은 게 다행이다. 붙는 게 부담스러운 것도 있지만 눈물이라도 터졌는데—난 흔히 신파극이라고 하는 눈물 쥐어짜기에도 못 버티는 편이다!— 지근거리에서 빠안히 쳐다봐진다고 하면 수치심을 못 참았을 것 같아. 커플이라면 그런 슬픈 로맨스를 보면서 우는 연인을 옆에서 끌어안는다 같은 건 두근거리는 시츄에이션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랑 지훈이 사이에 그런 걸 기대할 순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