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혁의 수련법은 정말 지독할 정도로 미련했다. 건강을 수련한다고 다른 이들이라며 자살이라며 도시락 싸들고 가서 말릴 미친 짓도 해냈고, 신체를 수련한다고 트럭과 줄다리기를 하다가 그만 트럭이 망가지면서 도망치기도 했다. 그의 미련함은 전부 퍼져서, 다들 수련에 있어서는 강찬혁을 기피했다. 아무리 의념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더라도, 그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미친놈과 수련하는 게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후우... 같이 수련할 사람이 없네. 쉬운데."
강찬혁의 수련은 간단했다. 사실, 엄청 쉬웠다! 강찬혁은 아이언 스킨(F) 스킬을 발동한 채 두들겨 처맞고, 상대방은 계속 두들겨 패면 되는 간단한 수련법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그를 상대해주지 않으니, 그냥 평소에 화난 거 많아보이는 사람한테도 갔으나 다들 퇴짜를 맞았다. 강찬혁은 계속 가다가, 한 여자를 붙잡게 되었다. 그보다 키가 크고, 근육이 단련된 흑발 자안의 여자에게.
또 그런 반응이다. 그래도, 저렇게 자기도 처맞는 건 좀 신선한데. 하지만 허수아비는 한계가 있다. 강찬혁은 그에 대해 자신의 지론을 설명하며 수련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음. 말하는 건 알겠는데요. 그런데 허수아비는 보다 보면 동작이 뻔하거든요. 여기 보세요..."
강찬혁은 허수아비를 작동시켰다. 난이도는 강찬혁 수준에 맞게 고치고, 변칙성 레벨을 최대로 올렸다. 그리고 시작 버튼을 누르자, 허수아비의 눈에 불이 켜지더니 강찬혁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강찬혁을 때리려고 주먹을 뻗는 순간, 강찬혁은 그 동작을 눈치채고 바로 말했다.
"왼쪽"
퍽! 강찬혁의 고개가, 왼쪽에서 온 주먹을 맞고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오른쪽, 이라고 말하자 오른쪽에서 주먹이 날아오고, 정수리, 라고 말하자 정수리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마치 입으로 리듬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강찬혁은 자신이 공격을 받는 방향을 전부 다 예측하고 있었다. 강찬혁은 처맞고 있는 상태로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준비 동작만 봐도 다 답이 나오거든요. 인간 특유의 변칙성이 없어서, 저도 모르게 몸이 눈치채고 어디서 공격이 들어올 지 알고 대비를 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맷집 훈련에는 그렇게 좋지 않아요. 맷집은 맞는다고 훈련이 되는 게 아니라서..."
그래서 강찬혁은 결론을 말한다.
"그러니까 한 번 어떨까요? 저는 맷집 수련해서 좋고, 그 쪽은... 네 뭐. 사람 때리는 스킬 수련해서 좋고." /3번째 레스
그게 강찬혁의 생각이었다. AI가 인간을 뛰어넘는다 해도, AI, Artificial Intelligence, 즉 인공 지능은 외계인과 괴물의 지능을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게 아니라, 인간의 지능을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할 뿐. 결국 인간의 모사품이고, 인간들 중의 최고의 인간이 될 뿐이라. 강찬혁은 그녀의 걱정을 불식시키면서, 방패를 꺼내서 옆면으로 휘두르는 것을 맞았다.
쾅!!!
방패를 맞고 강찬혁의 얼굴이 또 돌아갔다. 얼굴 옆면이 얼얼했다. 강찬혁은 얼얼해진 뺨을 어루만지면서, 눈 앞의 상대에게 물었다. 동작이 빨라서 예상은 못 했지만, 생각보다는 덜 아팠다.
"방패의 넓은 면이 아니라 모서리로 때리는 게 어떨까요. 접촉면적이 너무 넓어서 타격이 분산되네요."
이번에는 좀 강했다. 강찬혁이 예상하지 못한 수준의 고통이, 강찬혁의 신경에 입력되고, 강찬혁의 뇌를 튀겼다. 강찬혁은 배를 맞자마자 배를 움켜쥐고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공격이 들어오지 않자,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위를 올려다보고, 상대방에게 뚱한 표정으로 왜 때리지 않냐고 물어왔다. 맞는 사람이 때리는 사람에게 따지는, 보통의 학교폭력에서는 보기 힘든 정말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안 때리냐고 말하는 점에서는 더더욱.
"왜 안 때리세요? 방금 엄청 좋았는데."
그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에게나, 듣는 사람에게나 참으로 기괴하고 초현실적이었으리라. 하지만 강찬혁은 자기가 기괴한 짓을 하고 있건, 초현실적인 헛소리를 내뱉고 있건, 그게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흉하게 보이건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가 강해질 수 있는가였다. //7번째
나는 왜 맞은 게 좋았다고 당당하게 평가하고 있는 기괴하고 초현실적인 사람을 위해 내 소중한 넓데데군을 들고 일방적 폭행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과연 이 차원은 누구의 손에서 태어났으며 무엇을 위해 움직이고 의념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모든 것이 허무하다. ...이럴 때가 아니지.
" 가 아니라, 이건 대련이 아니잖아요. "
일방적 폭행일 뿐이지! 주변 사람들이 안 좋게 걸렸지만 아무튼 내가 잡힌 건 아니라 다행이라는 듯한 눈빛을 지나가면서 보낸다 할지라도. 정말 이건 좀.
" 저도 워리어에요. 그러니까, 맷집을 기르는 건 저한테도 필요하다고요? " " 적어도 한 대씩 주고받는 걸로 해요. "
하고 이쪽도 뚱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방패는 어따 놨냐고? 마왕 서유하제-만능-상태창에 인벤토리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니까 인벤토리에 넣었다. 비바 의념.
강찬혁은 상대측의 말을 들어보았다. 사실 강찬혁은 맞는 게 중요했지 때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상대방은 때리는 실력을 수련하는 대가로 강찬혁의 맞는 실력을 수련하는 도움을 주는 상호호혜적이고 상호간의 이기심에 기반한 더 큰 선을 이루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조화라고 생각했건만, 상대방이 워리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워리어! 당연히 워리어도 워리어지 공격을 쳐 맞는 망부석 내지는 이족보행 기능이 달린 돌하르방이 아닌 만큼 공격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맞는 게 중요했고, 그렇기에 강찬혁이 맞고 있었는데, 상대방도 워리어라면... 이를 어찌한담.
"흠. 확실히... 워리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랜스나 서포터일 거라고 생각해서, 상호호혜적인 거래, 예를 들어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인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쪽 말을 들어보면..."
나는 박치기라는 희대의 명답을 듣고, 흔히 여신앞머리라고 불리는 이마 양옆으로 앞머리가 될 부분을 넘기는 헤어스타일을 해서 드러나 있는 내 이마를 손바닥을 지그시 만졌다. 그리고 신사적이고 현대적인 의사소통 수단을 고안해냈다. 미쳤어요? 라고 튀어나올 뻔한 말을 삼키며.
" ...공격도 중요하죠. "
아래에서 위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대각선 한 방. 턱주가리를 노리는 방패 어택. 이어서 맞은 쪽의 반대편을 노린다. 방패로 관자놀이를 맞아보셨습니까? 이제부터 맞을 수도 있을 테니 각오해라. 플랜은 완벽했다. 이건?일방적폭행이아니라?박치기같은걸들은?내?정신적고통의?보상이아닐까?
아래에서 위로 맞으니 얼굴이 천장을 향하고, 목이 꺾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도로 돌릴 틈도 없이, 머리통이 왼쪽으로 돌아가고, 그 상태에 강찬혁의 목을 완전히 꺾어버리려는 듯 대각선으로 쳐 들어오는 공격에 목이 한계점까지 꺾였다. 그리고 상대방은 고통에 익숙해질 틈도 없이, 강찬혁의 관자놀이를, 방패의 가장 날카로운 부분으로 콱콱 찌르기 시작햇다.
퍽! 퍽! 퍽! 퍽!
강찬혁은 분명히 선의로 제안한 내용이건만, 상대방은 악의로 받아들이고 진심의 폭행을 선물했다. 하지만 강찬혁은 오히려 좋았다. 의도치 않게 이것이 상대방의 구타 욕구를 촉발시키는 도발로 작용했다면, 음, 그러면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찬혁은 그 생각을 하면서 쓰러진 채 계속 맞고 있다가, 머리만 계속 치는 상대방의 방패를 턱 붙잡고, 고개를 돌려서 부탁했다.
"머리도 좋지만 다른 데 먼저 때려주실래요. 머리부터 때리면, 머리가 멍해져서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요."
아... 아악... 이런 식으로 인간의 한계를 보고 싶지 않다!! 의념각성자 상대로 맨몸으로 맞지 마 이 미친 고인물아!! 그저... 어지럽다...
" ...그대로 기절하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때리다 못해 골고루 때리고 싶지까지 않다. 처음부터 싫다...! 신속에 망념 20을 투하한 후, 왠지 1턴에 2번 때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방패를 상체 쪽으로 내리찍었다. 사실 머리로 더 때리면 이대로 피를 흘리며 먼 곳으로 떠나가지 않을까 싶어... 이번 한방... 아니, 두방! 으로 부디 기절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체 A를 담아 힘껏 쳤다.
뚜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방패가 상채에 내리꽂혔다. 강찬혁은 맞다가, 등 쪽은 고통이 들어오지 않아서 그 사이에 방패를 붙잡고, 등 쪽을 하늘로 보이게 엎드린 후 다시 맞고, 이곳도 맞고 저곳도 맞기를 반복했다. 갈비뼈, 명치, 하복부, 여러 곳에 고통이 입력되었고, 강찬혁은 자기가 살아있음을 느끼며 계속 맞았다. 강찬혁은 기절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물음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거 듣다 보니 좋은 생각이네요!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그동안 많은 상대를 만나봤지만 워리어 중에서 이렇게 잘 치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그리고 계속 두들겨맞던 강찬혁은, 뭔가 잊은 것 같아 다시 얼굴을 들이밀고 말한다.
"아! 남의 이름을 물으려면 제 이름을 먼저 말해야죠! 전 강찬혁! 아프란시아 3학년입니다! 워리어고요!" //13번째
이런 사람한테 함부로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말라고, 모두들 어렸을 때 제대로 배웠지? 아니라고? 왜 그랬어.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이번만큼은 티나지 않게 뻔뻔한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마음을 비우고 살려주세요을 담으며 반복적으로 방패 무쌍-마구 치기! 를 시전한다.
제노시아의 파인애플 맨 2세. 강찬혁은 아주 옛날에 봤던 쾌걸 헬스맨 2세를 생각했다. 거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전부 ~~맨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지. 덮밥맨. 깡패맨. 메탈워그레이맨. 포켓맨. 피카츄맨. 그 외 기타등등. 설마 그런 건가? 말로만 듣던 영웅의 등장이라 기뻐하고 있었는데, 입고 있는 옷이 청월고교 옷이라 약간 깼다. 그래서 물어보고자 했다.
"그런데... 왜 입고 있는 옷이 제노그라시아 교복이 아니라 청월고교 교ㅂ..."
퍽! 그 말은, 반론을 차단하려는 상대방의 말 앞에 끊겼다. 강찬혁이 말 좀 하자고 말하려 해도, 파인애플에 미친 상대는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폭력은, 강찬혁이 기절한 다음에도 한동안 계속되었겠지. 강찬혁은 그런 미래를 보고, 머리에 흐르는 피로 다잉 메세지 같은 문자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