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주말에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림은 여유로운 편이었을까요? 그야. 청월에 비하면 매우 여유롭잖아요. 지금도 청월 학생분들은 카페 몽블랑에서 잔을 기울이며(매우 술 같은 어휘지만) 카페인을 먹으며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시키는 것을 여러가지 해놓고는 잠깐 카운터에 앉아서 무료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서오세요 청천 씨." 그러다가 아는 분이 들어오자 일어나서는 어서오세요. 라는 인사를 건넵니다. 뒤에 이름이 붙은 건 약간 사적인 느낌이지만요?
"자리에 앉아서 생각하셔도 좋고요." 지금 여기에서 주문하시고 자리를 정하셔도 좋아요. 라고 말하면서 요즘은 청수박주스도 잘 나가고요. 벚꽃크림소다나 딸기라떼도 나름 괜찮아요. 라고 말해봅니다.
청월의 카페인 사랑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쩌면 알코올과 흡연은 안 좋지만 카페인은 중독이 아니라는 여론에 꽤 큰 지분일지도?(날조입니다.)
"벚꽃크림소다는 벚꽃향이 첨가되는데 괜찮나요?" 그냥 크림소다도 있어요. 라고 제반사항을 분명히 합니다. 그래도 괜찮다는 반응이면 가디언칩 계산을 받았을 겁니다. 잘 지냈냐는 물음이 청천에게서 오자.
"...네. 잘 지냈어요." 맹점이라면 다림은 잘 못 지냈어도 잘 지냈다도 말할 거라는 점일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진동벨을 주려 합니다. 곧 카운터를 정리하고 교대할 걸 상정한 걸까요
"아 에릭 씨는.. 오늘은 쉬는 것... 같네요." "아니면 새로운 이벤트 같은 걸 준비하고 계실 거에요." 후후 웃는 게 어쩐지 어쩔 수 없어보인다는 그게 있네요. 정확하게는 가디언넷으로 사연을 받는 그런 걸 준비한다느니 하면서 나돌고 있지만 그걸.. 막지는 않다 보니...
"네. 벚꽃 시즌이 지나면 드시고 싶어도 못 드시는 거에요." 벚꽃 크림소다는 벚꽃 시즌이라는 것 답게.. 좀 화려한 생김새일 겁니다. 층이 살짝 보인다거나.. 벚꽃잎인 것처럼 얇게 급랭한 아이스크림 같은 거라던가요. 좀 용량이 많아보이긴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차갑게 만들어지는 걸 흘깃 봅니다.
"네. 청천 씨도 잘 지내셨다면 다행이에요." 고갤 끄덕이면서 안부를 주고받은 뒤 간단한 신변잡기식 이야기를 하다가 에릭 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네요. 하긴. 몽블랑 일원들이 아는 에릭이랑 다른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한 점은 있잖아요?
"발상이 이상하단 편은 생각보다.. 많은 평인가 보네요.." 그렇지만 카페 운영에 진심인 건 인정합니다. 그저 순수익을 조금 빼돌린다거나, 개인 플레이스를 열심히 구축한다거나 그럴 뿐.. 그러다가 이벤트로 훔쳐보라는 말이나 스테이터스를 올려주는 것이라는 말에는 대체 뭘 하려 하셨던 걸까요... 라고 미약한 한숨을 쉽니다. 하긴 정확한 이벤트 내용을 모르니 그런 거겠지요.
"사실 가디언 후보생은 그냥 다 특이한 분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려나..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지만 만난 분들은 다들 어딘가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네요. 하긴. 그럴 만하죠... 제안의 내용을 듣고는 역시 특이한 감상이었다는 말을 합니다. 그랗지만 몽블랑 할인 쿠폰같은 건 간간히 뿌려지는 모양이라는 덧붙임을 추가하나요? 가끔 들고 오는 분이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유효기간은 명시되어 있지만요" "아. 하긴.. 지금도 그런 이벤트에 관해선 말이 없으니까요. 그런가(취소되었나)봐요.." 언제 에릭 씨의 스테이터스가 확 올라가 있으면 그걸 자신에게 쓴 거라고 봐도 되겠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며 다림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흔쾌한 허락에 감사하다고 말한 뒤. 그럼 자리에서 기다려 주시면 진동벨이 울리겠네요~ 랍니다.
"저는 가볍게 청수박주스로요" 부탁하면 만들어지려나요. 진동벨이 울리고 온다면 몽블랑 교대를 위해 복식을 갈아입은 다림이 쟁반을 내밀까요? 벚꽃 크림소다 예쁘네요.. 양도 좋고요(물론 그만한 gp였을지도 모른다) 다림이 든 쟁반 위에는 청수박주스가 있을 겁니다.
"적당한 가격의 쿠폰은 아. 그러고보니. 쿠폰이 있네. 같은 걸로 사람을 이끌 수 있으니까요." 거기에서 단골을 만드는 건 저희의 역량이지만요. 청월 학생들이나 다른 학교 븐들도 보이는 걸 보면 지금까지는 괜찮았다고 답합니다. 맛있어보인다는 말에 춘덕이는 매우 유능하니까요. 라고 말하며 청천에게 청천 몫의 쟁반을. 본인은 본인의 쟁반을 듭니다.
"그럼요." 단번에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확실히 괜찮은 아르바이트인....것 같을지도요. 다림의 말이 애매하지만 그래도 좋은 걸 좋다고 하고 나쁜 것도... 어라. 믿기 힘든 말들이 되는 느낌인데.그래도 지금 하는 말은 다림 입장에선 진실입니다. 진짜에요. 물론 다림이 장부관리, 재정, 마무리 그런 걸 하는 만큼 일이 많은 편이지만.
"청천 씨는 뭐 아르바이트나 하는 게 있으실까요?" 아니면 자유롭게... 학원도를 돌아다니시거나 할까요? 라는 물음을 건네며 쟁반 위에 올라간 다쿠아즈 하나를 청천 쪽으로 밀어봅니다.
"네. 어디서 듣기론 춘덕 씨도 에릭 씨에게 잡혀왔다고 들은 것 같아요" 춘덕 씨에게 드리는 외부급여는 이야기하지 않으며 그저 웃습니다. 솜씨 좋은 주방장님이시고.. 그리고 어쩐지. 저희보다 강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라는 말을 하다가 청천이 한 달 반이라는 말을 하자..
"그렇네요.. 생각해보면 입학한 지 이제 한 달 반인데요.." 어쩐지 굉장히 많은 일이 생긴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면서 이제서야 깨달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림은 내가 1학년이고 입학한지 이제 두 달 남짓된 게 맞나.. 싶어했을 건데. 이걸로 깨닫게 된 것입니다..
"웬만한 거는 만들어서 나가요." 요즘들어 직원분들이 의욕이 좀 있다 보니 이런저런걸 만들더라고요. 팔기엔 애매한 게 있는 만큼.. 이렇게 서비스로 끼워주는 편이에요. 라는 답을 건넵니다. 당근 마카롱이라던가... 특수가공 과일로 제조한 것이라던가요.. 같은 말을 하며 천천히 다해주며 수즈를 홀짝입니다. 과육을 적당히 넣어 수박주스에서 있을 수 있는 미약한 거실거림을 줄였다는 느낌입니다. 벚꽃 크림소다는 벚꽃향이 이질적이지 않고 잘 섞여들어서 자연스러운 느낌일지도요?
"앞으로가...걱정이네. 도대체 이 게이트의 침략은...언제쯤 끝날까...어디서 계속 게이트가 생겨나는 거지..."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뒤로 가면 갈수록 혼잣말같이 작아집니다. 당장 본인이 답을 알 수 없는 의문임을 아니까요. 마시던 음료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하다가 아이스크림이 녹을세라 다시 빨대에 입을 가져다대지만, 그가 방금 한 생각들이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게이트만 없었더라면... 그 게이트를 타고 이세계의 것들이나 게이트의 존재들이 넘어오지만 않았더라면, 가디언 후보생이 될 일도, 집과 다른 소중한 것들을 잃을 일도 없었을 텐데, 라는, 그런 생각들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에게 소중한 것들이 과거에만 있지는 않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럼 좋겠다. 나 졸업한 후에도 여기가 계속계속 있었으면 좋겠어. 여기가 막 좋아지려던 참이거든."
환하게 웃으며, 그는 어린아이처럼 말합니다. 졸업하면 소중한 사람들을 데리고 이 곳을 다시 찾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내 추억이 또 한 조각 있었노라고, 말할 수 있기를, 그런 작은 소원을 품어봅니다.
"다림이가 아는 사람들...말이지? 다림이는 발이 넓으니까, 내가 아는 사람들도 더 있을지 궁금해지네."
의외로 여기서 성현이 형 만나는 거 아냐? 그런 생각에 그는 키득키득 킥킥 웃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