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파견 임무를 다녀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평균 레벨이 약간 딸린다는 것을 인지한 강찬혁은 바로 특훈에 들어갔다. 의뢰를 준비하는 동안 스테이터스 수련도 하려고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열대우림이 펼쳐진 게이트에서는 땅 속에 박힌 칡과 줄다리기를 하며 근력을 키웠고, 이곳에서는 이제 신속을 기를 차례였다. 어떻게 수련하는고 하니...
"헉! 헉! 힘들어 죽겠네!"
...강찬혁은 택배로 배송받은 국민 방독면을 쓴 채로,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러닝머신에서 '망념을 쓰지 않은 채' 20km의 전력질주 수준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참으로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강찬혁은 이렇게 하면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그 상태로 5시간을 내리 달리고 있는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는 참으로 무모하게 보였으리라.
(시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미나즈키는 우동을 좋아했다. 뜨거운 걸 잘 못 마시는 편임에도 우동국물만큼은 괜찮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그냥 우동만 먹고 살 수 있겠는가. 다른 음식도 많이 먹고 살아야지. 예를 들자면 냉우동이나, 야끼우동이나, 크림우동 같은... 그러니 미나즈키가 지금 우동 12종 밀키트 세트 3박스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균형잡힌 식사를 위한 바람직한 행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박스가 자기 머리보다 높이 올라온 탓에 앞이 하나도 안 보인다는 점일까. 지금 감에 의존해서 청월로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본인은 딱히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체력 단련이라도 할까 왔더니 굉장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덩치큰 남성분이 방독면을 쓴체로 열심히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스테이더스 수련을 위한...건가? 추측하기에 건강이라도 올릴려고 하는 걸까? 보기에 상당히 박력 넘치는 광경이라 옆에서 같이 뛰면서도 흘끔 흘끔 보게 된다. 일단 호흡소리가 대단하다.
"저기...괜찮으세요?"
마찬가지로 비슷한 속도를 적당히 의념을 써가며 사뿐 사뿐 뛰고 있자니, 옆의 사내는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땀범벅이 되어가고 있었다. 스테이더스가 생각보다 낮나? 싶어서 의아하게 봤더니...히에엑, 의념을 안쓴체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맙소사.
"그, 그...의념을 안쓴체로 그렇게 달리시다가 쓰러지시는게..."
훈련이 아니었단 말인가. 기초 체력을 늘리려는건가. 그런것치곤 지나치게 하드해보이는 그 트레이닝에, 나는 걱정되선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결국 100km를 찍고 나서야 강찬혁은 정지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시속 20km로 달리던 속도가 쉽사리 줄지 않아, 무려 1분을 더 달린 다음에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강찬혁은 방독면을 벗고 나서, 옆에서 들려오던 여린 하이톤의 목소리에 강찬혁은 뭔 일인가 싶어 옆을 보았다. 강찬혁이 보기에는 웬 여학생이 자기를 걱정하고 있었다. 강찬혁은 방독면을 흔들면서 고개를 끄덕여, 괜찮다고 답했다. 괜찮을 거다, 아마. 숨을 쉴 때마다 흉곽이 찌그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진짜로 폐가 망가졌다면 이렇게 앉아서 평범하게 숨을 쉴 리도 없을 테다.
기어코 100km 를 달성한 그를 보며 나는 조금 질겁했다. 솔직히 말해서 의념을 사용한 기준이라면 나도 비교적 여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의념 없이 순수한 신체 조건만으로는 솔직하게 말해서 3km 를 뛸 수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부끄럽지만 내 본연의 신체 능력은 성인 남성 보다 훨씬 아래를 웃돌고 있으니까...
"그...훈련? 하시는거에요? 보기에는 의념...안쓰시는 것 같던데..."
한번 해보라는 조언에 간단히 뛰면서도, 미칠듯이 호흡을 몰아내쉬던 그가 걱정되었던 나는 런닝 머신을 멈추고 그의 곁으로 가서 물었다. 의념을 쌓지 않으면 기술의 숙련도, 스테이더스의 상승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니 그걸 위한 활동에서 의념의 사용은 필수적이지만, 괴물같은 기초체력으로 악에 받쳐 운동하는 그가 조금 멋있어 보인 것도 사실이다.
"아. 저는 보통은 동아리나 수련장을 자주가요."
나는 스테이더스 보단 기술을 중요하게 여기는 파라, 이런 체력 단련실에 오는 일은 드물다...라고 일단 물어보는 그에게 상냥하게 웃으며 답변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