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라고 생각하면 버그인 거고... 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아닌가...요? 라고 고개를 갸웃하지만 그 와중에도 생각보다는 잘 쏘아내는 걸 보면 이런 종류의 게임에 대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움이 되는 버그가 빈발한다는 게 문제였다면..." 어쩌면 저는 여기 게임장에 출입금지 당했을지도요? 라는 말을 하며 천천히 총을 재장전합니다. 그리고는 두두두 쏘아내면 달려오는 적이 총에 맞아 크리티컬이 납니다!
"정규 가디언용인가봐요." 그래서 이지 모드도 이정도로 벅차다던가요? 라는 농담을 하는데 진짜 그럴 가능성도 있는 걸까? 깨보기 위해 노력해볼 수 밖에 없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총을 쏩니다.
그렇게 깨려고 노력하고 그러는 사이에 보스전이 다가오는 그 느낌이 있습니다. 뭔가.. 쿵쿵거리는 느낌이고, 게임 화면에서 보스전이라는 듯한 그 브금이 울리는데요? 물론 그 와중에 정규 루트가 아닌 다른 루트로 들어가서 지하에서 죽어라 총을 쏘고 점수와 게임 내 재화를 벌어오는 버그(라기보다는 이스터에그에 가까운) 것을 해냈다는 느낌?
결국 나는 방금전 썼던 대화의 치트키를 한번 더 쓰기로 했다.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좋지 않냐는 의미로 흘려 넘긴 것이다. 말마따나 버그라고 생각하면 버그 아니겠는가. 뭐 기계가 망가지는 것도 아니니까.
"하긴, 그것도 그래."
라기보다 반 의도적으로 버그를 일으키는게 발견되면 솔직히 말해서 출입금지....당할지도 모르지 않나? 싶긴 하지만. 뭐 특이한 사람들이 많고 많은 이 곳에서 이 정도는 오히려 상정내의 범위일지도. 가디언 용인걸 생각하면, 행운 스테이더스를 감지해서 그에 따른 메리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거 아닐까.
"그래?"
그건 좀 놀랍네. 허수아비도 정규 가디언용으로 설정 했더니 전에 한번 팔이 작살난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나는 이 어려움에 납득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쏘다 보면 딱봐도 웅장한 느낌이, 보스전을 알리는 것이다.
"우와, 슬슬 끝인가?"
보스전이 시작되는 것 같으니, 나는 그 이후 말을 줄이고 집중해서 열심히 사격에 참가하는 것이다....평상시엔 방패만 드니까 공격할 일은 잘 없는 터라, 이런 경험은 신선해서 좋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간단한 뉘앙스 차이만으로도 느낌이 확 달라지네.
"그, 그래? 장난 아니네....하긴 그거 위기시엔 방위용으로 쓰인다고 했었지."
허선생과 필사적인 혈투를 벌이던 그 때가 떠올라서 어쩐지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다.
"그러게.....긴장되는걸."
게임에서 가장 긴장되는건 역시 보스전이다. 강적과 싸우는 느낌. 생각해보면 게이트에 들어가서 보스를 쓰러트릴 때의 느낌과 비슷한걸까. 어딘가에서 모티브라도 따온건지 보스는 꽤 멋있는 편이었다. 긴장하며 총을 쥐고 있던 때에 다림이 다짐의 말을 건네오자, 나는 잠깐 놀랐다가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잘해보자!"
그 이후론 되게 열중해서 했던 것 같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몰입감이 높은 좋은 게임이구나. 결국 둘이서 노력한 끝에 보스가 단말마를 내뱉으며 쓰러지는 장면이 나오고, 나는 신나서 주먹을 꽉 쥐곤 소리쳤다.
아 다르고 어 다르지요. 그런 것에 대해서 큰 대답 없이 다림은 앞을 바라봅니다. 은근히 긴장하는 걸지도?
"그러니까요... 그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레벨이나 스테이터스 같은 것을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즐거운 게임을 하는 시간이니까.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해야겠지요.
"네. 저희가 해냈어요." 덤덤해 보이는 말이었지만 표정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져 있는 걸 보면 다림도 꽤 기쁜 모양입니다. 단말마를 지르며 쓰러지는 보스와 클리어 화면. 상당히 큰 희열.. 이것에 은근히 시간을 쓰기는 했지만 그만한 보람이 있었으니까요.
"노멀로 올라가면 너무 어려울 것 같고요.." 다른 게임으로 갈래요? 라며 가리킨 것은.. 동전노래방과 리듬게임.. 그리고 탑승하는 종류의 게임들이 놓인 곳이었습니다. 사실 운동류(농구공을 넣는다거나) 게임은 생각보다는 적은 게. 게이트에서 뛰어다니고 맞추고 그러니 그런 걸지도요.
아무리 고성능이라지만 허수아비 인형이 까마득하게 보이는걸 보면, 민간인에선 멀리 왔어도 정식 가디언까지는 아직 한참 갈길이 먼 것이다. 보통 때라면 한숨을 내쉬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즐겁게 노는 시간이니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 게임 재밌네!"
연출 자체는 우리가 게이트에서 실컷 싸우던 그것과도 흡사하지만....반대로 말하자면, 그 전투의 경험을 목숨의 위험 없이 순수한 흥미로써 안전하고 짜릿하게 즐길 수 있단 부분이 크게 매력적이다. 나도 그녀도 랜스가 아닌지라 이렇게 총을 쏴서 적을 무찌르는 경험은 신선하기도 했을 것이고 말이다.
"음.....뭐, 전부다 한번씩 가보자!"
다른 게임으로 가자는 질문에 조금 고민하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가, 이내 나는 시원스럽게 말했다. 그리곤 드물게도 장난스럽게 웃으며, 카드를 가리키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 돈도 아니니까. 오늘은 휴일이고. 그렇지?"
요즘 매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웃었다.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나아가고는 있으니까요." 라는 다림의 말엔.. 큰 감정은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런 즐거운 장소에서 다른 감정을 드러내는 건.. 곤란흐지요?
"그러게요.. 랜스가 이런 느낌일까요.." 믈론 게임인 만큼 워리어적인 면도 있고 서포터는 자동으로 조정되는 게 있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습니다.
"아 그건 그렇네요." 저희 돈이 아닌 만큼 재미있게 노는 데에 큰 죄책감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돈이 몽블랑 순수익일지도 모르는 게 아닐까요(대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하나씩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니면 사실 무한이용권을 끊어놨다거나 했으면 더 적은 죄책감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