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에미리의 머릿속이 절망 그자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발버둥치는 에미리를 꼭 끌어안은 체 해맑은 목소리를 흘립니다.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다림의 머리를 말려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몇분이나 더 에미리를 끌어안고 있었을까, 흡족한 얼굴을 한 하루는 에미리를 그제야 놓아주곤 테이블을 가리킵니다.
" 자, 머리도 말렸겠다 이제 다과도 즐기면서 파자마 파티를 즐겨보자구요. "
하루는 왠지 한껏 기분이 좋아진 듯 밝은 미소를 띈 체 에미리와 다림은 번갈아보며 말한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사람을 바라봅니다.
" 근데 방금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은거에요? 셋이서 있는데 둘이서만 비밀이야기 하면... 이게 바로 그 따돌림이라는건가요? "
하루는 덜컥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금새 울상으로 변하려는 듯한 얼굴로 두사람을 바라본다.
" 그... 두분이 친하셔서 그런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역시 제 집에서 따돌림을 당하는건 마음이 좀 아픈데... "
"아하하..." 자백을 한 것 같은 묘한 표정을 슬쩍 보고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바둥바둥거리는 에미리와 하루는 그야말로 최고로 귀엽습니다. 그리고는 에미리의 하루 양과 다림 양이.. 라는 말에는 아니에요. 라고 단호하게 저는 안 귀여워요. 라고 답하다가...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앗.. 하루 양.." "그... 나뭇잎 케이크에 둘이 같이 간다면 뭘 먹을지.. 라는 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나중에는 하루 양이랑 같이 가도 좋을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하면서 에미리 양에게는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것처럼 손을 톡톡 건드립니다.
"하루 양이랑 에미리 양이랑 같이 있는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요~" 그 말에는 자신은 보는 걸로 좋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까?
"그럼요그럼요. 멋진 파자마파티에 다과파티라니. 엄청 즐거울 걸로 예상되는걸요?" 화제를 돌리려는 것처럼 비련의 여주인공같은 예쁜 하루 양을 쓰담쓰담하고는 품에 안기셔도 좋아요? 라고 말해보려 합니다. 미약한 촉촉함이 있는 머리카락이지만 그래도 하루 양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면!
"게임 계열 스킬이 없는 터라 의념으로 보는 것 외에는 별로 잘하진 못해요" 진짜인걸요? 라고 말하고는 진화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협동 총게임 같은 게 좋겠네요." 저기 있는 총게임이 2인용이 있다고 하네요. 라고 말하며 가리킵니다. 진석 씨랑 같이 했을 때에는 이지 모드를 겨우 클리어했던 적 있어요. 라고 말하다가 어쩌면 진화 씨랑은 이지 모드를 열심히 클리어하게 될지도요? 라면서 그쪽으로 다가갑니다.
"으음.. 어쩐지 버그가 빈발하는 느낌이라서요." 그렇지만 다림은 그 버그가 본인에게 유리해서 조금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게... 나쁘게만 되지 않고요." 퀄리티..를 체크하는 그런 느낌으로도 기능할 수도 있지요? 라면서 다림은 총을 들어 진화에게 건네려 합니다.
그러고 보면 게임 계열 스킬은 어떤 것일까. LOG 의 랭커들은 확실히 전문 스킬이 있다고들 했지. 그렇게 덧붙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물어볼 수 있을텐데.
"응, 아 진석 선배 알아?"
그녀가 소개해준 게임을 따라가다가 최근에 알게 된 이름이 나왔기에 나는 조금 놀라면서 물었다. 분명 총기를 쓴다고 들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총 게임은 상당히 간단하지 않았을까? 이지 모드를 겨우 클리어 했단건 난이도가 꽤나 높은건가....
"버, 버그?"
나는 예상치 못한답변에 조금 놀랐다. 버그라니? 그런게 빈발할 수 있는 것인가....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녀는 행운이 높았지. 행운이 높단건 정말 별별 예상치 못한 일들을 일어나게 하는구나....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지금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 같아 조금 설레였다.
꼭 치료받겠다는 은후의 말에 정훈은 그래. 라는 짧은 대답을 잔잔하게 읊조립니다. 그리고 시선을 은후의 눈에서 손으로 내려 그 모습을 다시 한번 눈에 담습니다. 얼마전만 해도 상처투성이, 피투성이었던 손이지만 지금은 흉이 있을 뿐 새로운 상처로 피딱지가 앉아있다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만큼 나아졌지만 다 낫기까지 앞으로 남은건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겠지요. 하지만 많은건 상처뿐만이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은후의 손을 보며 생각을 하던 중 들리는 웃음소리에 정훈은 손에서 눈으로 시선을 올리고, 이어 자신의 손 위에 올려져있던 은후의 손이 들려 올라가자 저도 모르게 앗. 하는 짧은 아쉬움을 표했다가 조용히 손을 테이블에 내린 뒤 손가락을 꼼지락거립니다.
은후가 손가락을 입가로 가져가려다가 고개를 가로젓는걸 보면 그런 아쉬움도 잊으며 웃어줬겠고요
" 그런건 나중에 다 낫고 나서 그랬었지.. 하며 떠올리면 되는거니까! " " 그리고, 마지막이 좀 다른걸? "
정훈은 그렇게 말하며 꼼지락거리던 손가락을 쭉 펴서 작은 소리가 나게 테이블에 부딪힙니다.
꾸며낸 티가 또렷하게 남은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장난스레 지으며, 아까 폈던 손가락 중 오른손 검지만 구부려 손톱으로 테이블을 두어번 부딪히던 정훈은 어색하게 찡그렸던 얼굴을 펴면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합니다.
" 지금은. 이 아니라, 지금부터는. 이니까! "
흉터 아래의 상처보다 훨씬 더 많이 남아있으니까 함께 할 시간들이, 서로에게 끼칠 영향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