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레오는 흐음- 하고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편지의 내용대로라면 조만간 또 그 탈쟁이들이 찾아올 것이고 자기 동료를 공격하는 일을 도와준다면 다음에 또 다른걸 가르쳐주겠다-는 것인데. 레오는 어디까지 받아들여도 괜찮을지를 고민했다. 이렇게 함으로서 자신이 얻는 이득은 무엇인지, 그리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 위험한게 있다면 어느 것이 있을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내키는지 였다.
얼굴을 주먹으로 갈라버리는 정도야 쉽다. 항상 그런걸 하고 있으니까. 크루시오를 날려달라는 것은 조금 어려울지도 모른다. 의외란 점은 마음가짐이나, 거부감이 든다는 것 따위가 아닌 안전하게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제법 현실적인 이유였다. 그리고 그걸 사용하고 안전하게 빠져나올 방법도 생각해놔야겠지. 신변을 가리는게 중요하니까.
" ...아! 가면! "
가면을 써서 얼굴을 가리고 주문을 쓴 다음 동물로 변해서 빠져나오면 되겠네. 그나저나 아즈카반은 의외로 엄청 물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대놓고 탈옥할 정도면 의외로 별 거 아닌 것일지도. 레오는 흐음... 하고 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배운 것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되고 설레였다.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으면서 들고있던 주먹을 내렸다. ...? 주먹?
" 아아- 맞다맞다. 네가 남아있었지. "
평소와 같은 일이다. 시비가 걸리고, 싸움이 붙고, 몸을 날리고, 주먹을 내지른다. 평소보다 조금 심하게 때린 감이 있지 않았나 싶었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만큼 좋은 것도 없지. 레오는 들고있던 주먹과 상대방의 얼굴을 몇 번 번갈아 쳐다보다 그대로 한 대를 더 꽂아주곤 콱 하고 목을 잡았다. 다른 손으로 툭툭, 하고 뺨을 몇 번 친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으며 말했다.
" 친구야- 내 사랑하는 친구야- 요즘 왜 이렇게 짜증나게 굴까, 응? 좀 조용히 지내자. 그거 어려운거 아니잖아. 그치? "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몸을 툭툭 털었다. 때 되면 알아서 일어나겠지. 레오는 '짜증나게 굴지말고 비켜' 하고 구경꾼이라면 구경꾼일 이들을 툭툭 쳐서 길을 만들어내곤 방으로 향했다. 여전히 가슴속이 끓어오른다. 흥분되고 설레는 기분좋은 긴장.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었다.
" 답장을 받지 않겠다는것 같은데.. 그렇다는건 우리 선배님이 내가 거절하지 않으리라고 믿으셨나보네- "
기숙사의 문을 열고 들어오곤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온 몸을 감싸는 쿠션의 느낌이 좋았다. 요즘따라 늘 하늘이 높아 숨쉬기가 제법 쾌적하다. 레오는 어째서인지 또 이히히히, 하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싸우기 전의 긴장감, 배운걸 써먹는다는 기쁨, 거부감따위 느껴지지 않는 설렘, 때를 기다리는 그 느낌. 레오는 이히히히.. 하고 조용히 웃었다.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어두컴컴한 지하로 통하는 문이 열리자, 할미탈이 머리에 비녀처럼 꽂아뒀던 지팡이를 꺼냈습니다.
‘ *루모스 ’
*지팡이 끝에 빛을 밝히는 주문.
그의 주문에 지팡이 끝에 흐릿하게 빛이 납니다. 그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그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감옥에 갇힌 학생이 할미탈을 보고 황급히 기어왔습니다. 감옥의 문이 열려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남학생이 뻗는 손이 할미탈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 역시, 나는 알아보네. ’
전부터 알아봤었습니다. 유일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는 자신에게 손을 뻗는 학생의 더러운 손을 잠깐 봤습니다. 언어가 되지 못하고 울부짖음이 되는 소리를 듣던 그는 다리를 굽혀서 학생과 시선을 마주했습니다.
‘ 자유를 얻고 싶지, 그렇지? ’ ‘ ! ’ ‘ 주인님이 아직 너에게서 쓸모를 보고 계셔. 위장 신분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겠지. ’ ‘ 으... 아.... 아아.......! ’ ‘ 네가 자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데 널 죽이는 거 말고는 방법이 안 떠오른다. ’
진짜를 갑자기 죽여버리면, 문제는 더 커지는 법입니다.
‘ 일단, 먹어. 그리고 살아. 그래야, 나도 널 꺼내줄 방법을 찾을테니까. ’
양심은 상냥하지만 냉정하게 움직일 뿐입니다. 그는 가져 온 음식을 감옥 안으로 밀어넣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초랭이탈에게 크루시오를 날린 것은 덤이었지요.
주인님이 누굴까. 그것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눈을 내리깔고 잠시 침묵한다. 주인이라는 언사를 쓸 정도면 자신처럼 모시는 사람이 있나보다. 다만 이 주인이 그것이 도련님을 부르는 다른 호칭이 아님을 깨닫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궁에서 스치던 소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거 알아? 매구의 추종자들이 나타났잖아. 알아, 주인님이라고 불렀어… 하던 이야기를 떠올린 그것은 공손히 모은 손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눈앞의 은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확정 짓기에는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그것은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는다.
"외람되오나 아직 답해드릴 수 없는 사안입니다."
그렇지만 메타모프마구스냐는 질문에는 입을 열어 답했다. 잠시 침묵하고 눈을 들어 은인을 한번 보고는 다시 땅을 향해 시선을 내리박았다. "다만 보는것으로 충분한 답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하고 입술을 달싹이고는 중이라는 새로운 인물에 대해 알게 되자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아마 은인의 벗일 것이라 단정짓고는 잠시 은인을 빤히 쳐다봤다. 죽이면 된다는 언질 때문이었다. 그것의 발은 입을 달싹이는 도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숫자 8을 그리는듯한 발걸음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마치 태산 같으나 생명의 무게는 제법 무거웁기에 함부로 죽였다간 그 후의 일을 장담할 수 없어 쉬이 손대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고개를 돌린다. 라온의 거리를 바라보며 잠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했을 뿐이다.
"은인의 말씀이 참 자애로웁기도 하여라. 필요하다면 말씀드리겠으니, 연이 닿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겠나이다."
후부키 가문의 사람들이 곧 떠날 나그네에게 하는 형식적인 말이었다. 만나지 못할지도 모름을 은연에 제안하는 것을 뒤로 그것이 잔잔하게 미소를 띄웠다.
"예. 좋아하는 편입니다."
단 음식은 생각할 시간을 준다. 그것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단 음식을 전제로 녹차를 마시며 생각을 가다듬는 것이다. 호박주스를 마시며 케이크를 먹던 현궁 6학년 학생대표와는 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