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영의 오늘 풀 해시는 사람_많은_곳에서_빙판길에_미끄러진_자캐반응 - 완전 :0<<이 표정으로 벙쪄서 가만히 있다가 시선 몰리면 얼굴 새빨개지고... 허둥지둥 일어나다가 또 삐끗해서 한 번 더 넘어질 뻔하지만 휘청거리다 척!하고 제대로 섬. 그리고 엄청 빨리 뛰어서 도망갈 것 같아. 사실 그렇게 도망가는 게 더 쪽팔린 일일수도 있는데 일단은 부끄러워서 자리 피하고 싶은 게 먼저라 ^~^
자캐가_결여되는_감정은 - 어... 그런 건 딱히 없다! 그냥저냥 평범한 멘탈이야.
자캐의_슬픔을_참는방법 - 잘 못 참아(...) 참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냥 눈물이 주르륵 흘러버려서 누가 봐도 슬퍼보임... 그래도 눈물이 터져서 그렇지 감정 상태는 평온한 쪽에 가까울걸? 🤔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는 테이블 위에 발을 걸치고 앉았다. 티 타임때 각설탕은 4개를 넣어야 직성이 풀렸으며, 차는 식을 때까지 휘휘 저어서 마셨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게 무슨 무례냐며 입을 모아 쑥덕거리겠지만 상관 없다. 적어도 언더테이커 가문 안에서는 그가 왕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에게 반발하면 산채로 관짝에 넣어서 땅에 30분 정도 숙성시키면 얌전해진다. 그는 거만한 태도로 주변을 빙 둘러본다. 정원은 풀벌레 하나 없이 고요하다. 루가루가 날뛰기 딱 좋은 보름달은 하늘 중앙에 걸려있고, 찻잔에 티스푼이 요란하게 달그락거리는 소리 빼고는 아무런 방해물도 없었다. 그는 눈앞의 또래아이, 그러니까 '친구'를 쳐다보며 차를 후후 불어 한번 쭉 들이켰다. 역시 뜨거웠다. 그는 찻잔을 다시 휘휘 저었다.
"차가 마음에 안 드나?" "아니." "그럼 왜 그렇게 뚱하니 있나. 역시 고인이 쉽게 가시지는 않나 보군?" "아니. 그 애는 이미 떠났어." "하하!! 누가 떠났다고? 내 보기엔 자네가 떠난 것 같은데." "너 진짜 재수없다." "나도 아네. 그런데 내가 원체 미남인지라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지." "진짜 짜증나고." "그래, 그래. 맘대로 생각하게."
그는 또 경박하게 웃고 말았다. 티스푼을 까딱거리며 눈앞의 아이를 몇차례 가르키며 이것저것 대화를 나눴다. 고인의 사인(死因)부터 시작해서 아이가 테이블을 뒤엎을 때는 차를 사수했고, 결국 둘다 마주보다 깔깔 웃었다. 물론 친구 쪽에서는 결국 오열을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둘은 아주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다. 한쪽은 사회성이 아주 떨어지는 괴짜였고, 다른 한쪽은 가족이 눈을 뜨고 죽어도 덤덤하게 차나 마시는 이상한 녀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정이 훌쩍 넘었다. 아이를 왜 늦은 시간까지 홀로 두냐는 고모에 의해 섹튬셈프라를 맞긴 했지만 지금까지 연이 닿는 걸 보니 그에게 있어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
물론 그가 처음에는 누군가 죽은게 아니면 연락을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16살이 될 때까지는 부엉이는 커녕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그는 연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했고, 솔직히 말해서 친구를 잊고 살았다. 하지만 누구의 것인지 모를 부엉이가 소포를 보냈을 때, 그는 친히 라온까지 당도했다. 그때 만났던 친구는 제법 성장했는데, 처음엔 그도 라온 뒷골목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작은 체구로 소맷단을 쭉쭉 잡아당기고 나서야 그가 알아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네가 맞나?" "이노리 맞아요?" "……예상보다 훨씬 자네는..아니다. 인적 드문 곳으로 가지."
그는 라온의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귀곡탑 근처라 사람이 오지 않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친구는 주변을 살피더니 그림자 속으로 잽싸게 들어왔다. 잠깐 허리를 숙여 작은 체구를 가리더니 그림자로 들어올 때는 불쑥 허리를 들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새하얀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성질 나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는 머리카락에 입을 맞춰주며 그간의 하지 못했던 인사를 대신 나눴다.
"그래서, 3년만에 연락하는 것이 어째서 다 구관조였는지 물어보도록 하지." "네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오, 친우여. 그게 대체 무엇인가?"
그의 친우는 흰 눈을 휘어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거, 우리 가족 옆에 묻어줬으면 해서." "자네가 죽였지 않은가? 아! 오, 맙소사. 참..그랬지. 자네 참. 적이었다면 바로 마법부에 고발할 정도의 성질머리야." "고발하면 어떻게 될 지는 알지?" "알지. 생각만 해도 오싹하군. 이렇게 된 거 차 한잔 하고 돌아갑세." "좋은 제안이네. 이번엔 말차를 마실 수 있겠지." "말차는 내가 싫어하는데 말입세.." "양파야, 이노리는 군말없이 홍차도 마셔줬어요?" "젠장. 에스코트 하지." "아- 이노리 기뻐-?"
그가 경박하게 웃으며 손을 뻗자, 그의 친구는 아주 기쁘다는듯 어린 소녀의 작달만한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더울 때는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쉬는 게 최고지. 그래도 어제보다는 좀..시원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앟 퀘스트 만드는 거 화이팅이야! 난 한의원 갔다올게. 아마 춘화(?)요법 할 것 같은데 그거 하고나면 진짜 허리에 힘 빠져서 집에 기어올듯......ㅋㅋㅋ...
유달리 어리광이 많던 네가 감 선생님을 찾는 일은 잦았지만 오늘은 좀 다르다.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찾아왔기 때문이다. 너는 어떤 사람이었더라. 너는 흥얼거리기를 좋아했고, 후부키에 있을 적엔 동요를 잘 불렀다. 쌍둥이와 함께 화음을 쌓기도 했고, 새가 지저귀면 그 소리를 느릿느릿 따라하기도 하던 사람이었다. 감 선생님이 계신 곳의 문을 똑똑 두드리고 네가 들어온다.
"이노리 노래 불러드리러 왔어요? 노마지 친구가 알려줬어요?"
대체 무슨 노래길래 네가 이리도 자신만만한지 모르겠다. 너는 아이들이 동요를 부를때 율동을 하듯 손을 모으고 몸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며 입을 벌렸다.
"나~는 나는 갯바위~"
? 네가 갯바위인가? 너는 아랑곳 않고 낭랑하게 마저 부르는 것이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파도, 어느 고운 바람 불던 날 잔잔히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감싸고 향기로운 입술도 내게 주었지. 세찬 비바람에 내 몸이 패이고, 이는 파도에 내 뜻이 부서져도. 나의 생은 당신의 조각품인 것을. 나는 당신으로 인해 아름다운 것을.
"나~는~ 나는 갯바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파도..우린 오늘도 마주보며 이렇게 서 있네.."
방금 전까지 있던 상황을 요약하자면 다시는 고모님의 편지에 반하고 가문원에게 일말의 아량을 베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뿐이다. 너는 그날 오블리비아테로 저녁의 일과 네가 가진 큰 비밀을 지워버렸지, 그가 네 자신을 안다는 사실은 지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자신을 싫어하던 녀석이 그게 누구냐고 하면 일이 커질게 뻔하기 때문에 내버려뒀는데, 이게 부메랑처럼 되돌아 온것은 고작 몇주가 지나서다. 수업이 끝나고 너는 또 싸웠다. 촌놈새끼인 너 때문에 후계자 자리를 뺏겼느니 뭐니 노발대발을 하며 기어오르는데 어떻게 싸우지 않을 수 있나. 용서 못한다며 악에 받치던 것을 무시하며 주스를 마시려던 순간 홱 잡아 던져버리는 것이다. 물통은 그렇게 좋은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바닥을 몇번 구르다 기어이 깨졌다. 잠시 물통과 그를 몇번 번갈아 쳐다본 너는 무시했다. 기숙사로 가면 되는 일이니까.
"집안에서 버려져놓고 우리 가문에 기어와서 내 자리를 뺏어놓고.." "쏘기 주문."
그렇지만 가족 얘기가 나오자마자 녀석과 한바탕 싸웠다. 이번엔 녀석도 반격한답시고 디핀도를 맞았다. 그렇지만 승자는 너다. 너는 고작 그런것에 아파 구르며 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기어이 리덕토를 썼다. 스투페파이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녀석이 멀리 나가떨어지자 뭘 했냐면.
도망쳤다. 정확히는 라온을 향해 뛰었다.
기숙사고 뭐고 사감 선생님을 볼 면목이 도저히 없었다. 이번에 또 심했다 어쩌고 하는 얘기가 나오면 냅다 크루시오 저주를 쓸 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 진짜 짜증난다. 내가 언제 미움 받을 짓을 했나? 자기가 뿌려놓고 또 자기가 거두면서 말이 많다! 감정이 도저히 제어가 안 된다. 네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중얼거리며 골목에 들어가서 몸을 웅크리고 자리에 앉았다. 소중한 하오리는 찢어지고 팔뚝에선 피가 흘렀다. 효력은 점점 떨어지겠지. 최악의 날이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인기척이 느껴져서 네가 웅얼거렸다.
윤이 매구인 것을 알고도 여태 입 다물고 있는 그녀가 고작 귀곡탑에 간 걸 누군가에게 말 할 리는 없었다. 걱정 말라며 그의 팔을 꼭 잡고 나란히 걷는다. 가는 도중, 그가 재차 궁금해하는 모습에 그녀는 그저 싱긋 웃어보일 뿐이었다. 도착할 때까지의 비밀, 이라고.
"흐음. 뭐, 누가 있든 상관없긴 하지만요."
정확히 누가 있는지 알려주지 않고, 그 존재 여부마저 어물쩍 흘려넘기는 대답에 그녀도 아무렴 어떻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을 것이다. 다짜고짜 공격해오는 것만 아니라면 누가 누구로 잠입해 있든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다만, 신경이 쏠릴 만한 다른 소식은 좀더 궁금하긴 했으나. 이미 귀곡탑이 가까워져 그마저도 물 흐르듯 흘러가버렸다.
귀곡탑. 그녀는 교칙을 빠릿하는 준수하는 학생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기 와보는 건 처음이었다. 굳이 올 이유가 없었으니까. 라온은 숱하게 들락거렸으면서 단 한번도 걸음을 내딛은 적이 없는 귀곡탑에, 이곳을 이리 만든 장본인이라 해도 좋을 그와 같이 걸어들어간다. 밤이었으면 좀더 스산한 분위기가 흘렀겠지만 낮이라 햇빛이 들어 그렇게 음침하지도 무서울 것도 없어보인다. 그저 세월을 탄 흔적이 좀 보일 뿐일까.
처음 들어와보는 곳에 대한 호기심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이곳에 온 이유를 떠올린다. 막상 와보니 여기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좀 그런가 싶었지만, 이미 와버렸고 오는 동안 잔뜩 궁금하게 만들어버렸는 걸. 이제와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러니 다소 안 어울리더라도 여기서 하자고 생각하며, 그때까지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의 앞에 마주보고 섰다. 그것만으로도 어쩐지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 거 같았지만. 천천히 작게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저, 선배가 그 사람이라는 걸 알았던 그 날에, 약간 제 고집이라던가 어거지로 들이밀어서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 때의 변덕이나, 유희 같은게 아닐까, 하고. 그래서 솔직히 말하는게 좀 주저하게 됐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러니까 좀 주제넘더라도 말해주고 싶었어요."
주제 넘는 말. 그의 입장에서 보기에 이제부터 그녀가 할 말은 그렇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와 살아온 시간이 다르고, 걸어온 길이 다른 그녀가 감히 할 말은 아닐 수 있지만. 그녀 나름대로 고심하고 생각해 정리한 진심이었다. 그것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조심히 그의 손을 잡고, 또박또박, 말을 전한다.
"당신의 시간이 오늘까지라면 제 시간 역시 오늘까지이길 바라고, 끝없는 영원이라면 저도 영겁의 시간을 그 곁에 있을게요. 그 시간 동안 얼만큼의 피가 당신의 손을 적신다 해도 절대 놓지 않을게요. 시작은 치기 어린 아이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각오라고 해도 좋을만큼 확실하게 말 할 수 있어요."
그의 손을 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꾹 하고 들어간다. 정말로 각오한 듯이. 흰 손이 더 희어질만큼 그렇게 쥐고서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내심 깊숙히 품었던 말을 조심스레 꺼내본다.
"사랑해요. 레이먼드."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을.
거기까지 말한 직후 달아오르는 얼굴을 감추려 살짝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구불진 은발 사이로 얼굴을 감추면서도, 결코 그 자리에서 도망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을테지. 그가 빼거나 움직일 때까지 손을 쥔 채로.
사감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오기 전에 라온으로 도망친 것은 꽤나 큰 실수였다. 다행히 상황을 보고있던 학생들은 너의 편이었던 것 같다. 한서가 외쳤던 촌놈새끼나 버려진 녀석 같은 말에 말이 너무 심한게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남에게 진압 마법을 사용해서 도망친 것은 명백한 죄였으니 학생들이 비호해준다 해도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돌아가서 이노리가 잘못했어요. 하고 증언하기엔 네 상태가 너무 불안정했다. 너는 이런 상황을 견뎌낸다고 해도 참 여린 아이기 때문이었다. 가문에서 버려지지 않았는데, 그 말이 계속 맴돌아서 평정심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노리 옷, 이미 더러워져서 괜찮아요?"
너는 더러워진단 말에 피에 젖은 소맷단을 한번 들어보였다. 팔뚝에서 살까지 베여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까 한서가 디핀도를 썼기 때문이다. 너도 리덕토를 날렸지만 살이 베이는 것과 강한 충격을 주는 것중 더 아픈건 전자다. 흔적이 계속 남기 때문이다. 어차피 옷은 세탁하면 그만이지만 지팡이를 두고왔다. 던져버리듯 하고 도망쳤기 때문이다.
너는 팔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렸다. 그리고 한번 수축한다.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잠깐 숨을 고르다 네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잣대로 판단하기에 도와주는 사람 또한 선인이다.
"착한 사람. 고마워요. 정말 착해. 그러니까 뚝 그쳐요. 착한 사람이 울면 이노리도 슬퍼?"
너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미소를 짓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잔잔한 소년의 목소리로 네가 입술을 달싹이며 손가락 세개를 펼쳤다.
"있죠, 이노리가 착한 사람에게 원하는 소원을 3가지 들어드릴게요. 그러니까, 모두 비밀로 해줘요..그리고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상처 치료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팡이를 놓고 왔는데, 위치를 들킬 것 같아서 아씨오는 쓸 수 없어요. 교수님께 혼나기는 싫어.."
말이란 때때로 사슬이 되어 그것을 내뱉은 이를 속박한다. 그 때문에 언령이라는 표현이 있을만큼 말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말도 쉬이 해서는 아니된다. 그것이 마음을 담은 말이라면 더더욱 신중해야만 한다. 일생에 단 한 사람만 품을 수 있는 '스피델리'의 사람이라면, 더욱.
"......"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 보이는 건 감은 뒷커풀의 뒷면 뿐이었지만, 마주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건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보이지 않기에 더 선명히 느껴지는 감촉에 심장이 빠르게 뛴다. 이러다 그에게까지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을 만큼.
주체할 수 없는 무언가에 당장이라도 휩쓸려 가버릴 것만 같은 그녀를 그의 목소리가 부른다. 얼굴을 보여달란 그 말에 순순히 고개를 들어 은은한 홍조가 번진 얼굴로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겹쳐지는 입술에 거부는 일절 없었을거다. 가만히 눈을 감으며 받아들이고, 겨우 숨이 트였을 때는 평소보다 진한 금빛이 도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겠지.
"..바라지 않던 답례까지 받아버려서, 제가 더 기쁜 걸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절대 잊지 않을게요."
뜻하지 않게 들은 그의 본명을 그녀의 뇌리 깊은 곳에 깊숙히 새겨넣으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다. 그녀는 결코 어둠의 마법사나 그의 추종자는 되지 않으면서 그의 곁에 있을 것이다. 어둠에 머무르며 그에 물들지 않는 기묘한 일을 그녀는 해낼 것이다. 스스로 한 말대로, 영원히.
"답례에 답례, 라는 건 조금 이상하지만. 그래도 지금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것 뿐이니까요."
곱게 웃는 얼굴로 말한 그녀는 단단히 잡고 있던 손을 풀고서 그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풀어낸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 그녀에게로 당기며 그가 스쳐가기만 했던 목덜미로 이끌고, 다시금 가까워진 귓가에 속삭인다. 거의 숨소리에 가까운 작은 소리로.
"아까 하려다 말았던 거, 마저 해줘요. 아쉬웠단 말예요. 응?"
겨우 이성을 붙들고 있을 그를 또다시 시험에 들게 하는 교태를 부리고, 일부러 고개를 살짝 기울여 하얀 목덜미를 그의 시야에 드러내보인다. 참고 있는 걸 조금은 풀어도 좋을 듯이.
너는 고작 이정도 고통으로 비명을 지를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를 악물고 버티지만 너는 어딘가 근본적으로 달랐다. 너는 그의 질문에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우는걸 모르는 것 같다. 너는 상처를 본다. 감히 비교를 해보자면 저 사람과 나는 꽤 비슷할 것 같았다.
"지금 보게 될 모든것."
말이 끝나자마자 네 몸이 일렁였다. 가장 먼저 눈동자가 선명해진다. 죽은 사람 같던 눈동자가 테두리마저 백색으로 물들더니, 디터니 원액을 보던 눈이 휘었다. 이걸로는 죽은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처는 치료할 수 있지 않은가. 상처가 금세 아물어들자 너는 머리카락이 흔들리도록 고개를 모로 기울였고, 기다렸다는듯 목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누군가에겐 아주 익숙할 수도 있는 소리였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기 때문이다.
"치료해줘서 고마워요. 이노리 기뻐?"
네 몸이 빠르게 뒤틀린다. 네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뒤틀리던 모습이 사그라들고 어떤 기숙사의 것도 아닌 흰 한복자락이 바닥을 고이 덮고, 한복만치나 하얗고 긴 머리카락이 허벅지 근처에서 살랑였다.
"참으로 기쁘옵지요. 은원은 확실히 하며 은혜를 갚을 때가 아니겠습니까. 사탕이라면 부디 원없이 품으시기를. 가시지요."
그것이 눈을 휘어 미소를 짓고는 고아하게 인사했다. 허리를 숙이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천천히 한 발을 내딛자 어깨 위로 걸친 하오리 자락이 나부낀다. 그리고 눈을 낮게 내리깐다. 새하얀 눈동자가 바닥을 향했다. 핏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맨발로 가볍게 그어 흔적을 흐리게 만들었다. 손을 다소곳하게 모으며 그것은 눈을 이내 내리감았다 뜬다. 속눈썹이 느릿하게 팔랑이다 슬픈듯이 입술의 끝이 내려갔다.
"..한없이 미천한 저의 잘못이지요. 몸담고 있던 가문의 도련님이 저 때문에 가주 후계 계승권을 박탈 당하였다 분개하시어 공격을 당했습니다."
중얼중얼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레오는 흐음- 하고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편지의 내용대로라면 조만간 또 그 탈쟁이들이 찾아올 것이고 자기 동료를 공격하는 일을 도와준다면 다음에 또 다른걸 가르쳐주겠다-는 것인데. 레오는 어디까지 받아들여도 괜찮을지를 고민했다. 이렇게 함으로서 자신이 얻는 이득은 무엇인지, 그리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 위험한게 있다면 어느 것이 있을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내키는지 였다.
얼굴을 주먹으로 갈라버리는 정도야 쉽다. 항상 그런걸 하고 있으니까. 크루시오를 날려달라는 것은 조금 어려울지도 모른다. 의외란 점은 마음가짐이나, 거부감이 든다는 것 따위가 아닌 안전하게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제법 현실적인 이유였다. 그리고 그걸 사용하고 안전하게 빠져나올 방법도 생각해놔야겠지. 신변을 가리는게 중요하니까.
" ...아! 가면! "
가면을 써서 얼굴을 가리고 주문을 쓴 다음 동물로 변해서 빠져나오면 되겠네. 그나저나 아즈카반은 의외로 엄청 물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대놓고 탈옥할 정도면 의외로 별 거 아닌 것일지도. 레오는 흐음... 하고 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배운 것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되고 설레였다.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으면서 들고있던 주먹을 내렸다. ...? 주먹?
" 아아- 맞다맞다. 네가 남아있었지. "
평소와 같은 일이다. 시비가 걸리고, 싸움이 붙고, 몸을 날리고, 주먹을 내지른다. 평소보다 조금 심하게 때린 감이 있지 않았나 싶었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만큼 좋은 것도 없지. 레오는 들고있던 주먹과 상대방의 얼굴을 몇 번 번갈아 쳐다보다 그대로 한 대를 더 꽂아주곤 콱 하고 목을 잡았다. 다른 손으로 툭툭, 하고 뺨을 몇 번 친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으며 말했다.
" 친구야- 내 사랑하는 친구야- 요즘 왜 이렇게 짜증나게 굴까, 응? 좀 조용히 지내자. 그거 어려운거 아니잖아. 그치? "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몸을 툭툭 털었다. 때 되면 알아서 일어나겠지. 레오는 '짜증나게 굴지말고 비켜' 하고 구경꾼이라면 구경꾼일 이들을 툭툭 쳐서 길을 만들어내곤 방으로 향했다. 여전히 가슴속이 끓어오른다. 흥분되고 설레는 기분좋은 긴장.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었다.
" 답장을 받지 않겠다는것 같은데.. 그렇다는건 우리 선배님이 내가 거절하지 않으리라고 믿으셨나보네- "
기숙사의 문을 열고 들어오곤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온 몸을 감싸는 쿠션의 느낌이 좋았다. 요즘따라 늘 하늘이 높아 숨쉬기가 제법 쾌적하다. 레오는 어째서인지 또 이히히히, 하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싸우기 전의 긴장감, 배운걸 써먹는다는 기쁨, 거부감따위 느껴지지 않는 설렘, 때를 기다리는 그 느낌. 레오는 이히히히.. 하고 조용히 웃었다.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어두컴컴한 지하로 통하는 문이 열리자, 할미탈이 머리에 비녀처럼 꽂아뒀던 지팡이를 꺼냈습니다.
‘ *루모스 ’
*지팡이 끝에 빛을 밝히는 주문.
그의 주문에 지팡이 끝에 흐릿하게 빛이 납니다. 그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그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감옥에 갇힌 학생이 할미탈을 보고 황급히 기어왔습니다. 감옥의 문이 열려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남학생이 뻗는 손이 할미탈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 역시, 나는 알아보네. ’
전부터 알아봤었습니다. 유일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는 자신에게 손을 뻗는 학생의 더러운 손을 잠깐 봤습니다. 언어가 되지 못하고 울부짖음이 되는 소리를 듣던 그는 다리를 굽혀서 학생과 시선을 마주했습니다.
‘ 자유를 얻고 싶지, 그렇지? ’ ‘ ! ’ ‘ 주인님이 아직 너에게서 쓸모를 보고 계셔. 위장 신분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겠지. ’ ‘ 으... 아.... 아아.......! ’ ‘ 네가 자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데 널 죽이는 거 말고는 방법이 안 떠오른다. ’
진짜를 갑자기 죽여버리면, 문제는 더 커지는 법입니다.
‘ 일단, 먹어. 그리고 살아. 그래야, 나도 널 꺼내줄 방법을 찾을테니까. ’
양심은 상냥하지만 냉정하게 움직일 뿐입니다. 그는 가져 온 음식을 감옥 안으로 밀어넣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초랭이탈에게 크루시오를 날린 것은 덤이었지요.
주인님이 누굴까. 그것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눈을 내리깔고 잠시 침묵한다. 주인이라는 언사를 쓸 정도면 자신처럼 모시는 사람이 있나보다. 다만 이 주인이 그것이 도련님을 부르는 다른 호칭이 아님을 깨닫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궁에서 스치던 소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거 알아? 매구의 추종자들이 나타났잖아. 알아, 주인님이라고 불렀어… 하던 이야기를 떠올린 그것은 공손히 모은 손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눈앞의 은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확정 짓기에는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그것은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는다.
"외람되오나 아직 답해드릴 수 없는 사안입니다."
그렇지만 메타모프마구스냐는 질문에는 입을 열어 답했다. 잠시 침묵하고 눈을 들어 은인을 한번 보고는 다시 땅을 향해 시선을 내리박았다. "다만 보는것으로 충분한 답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하고 입술을 달싹이고는 중이라는 새로운 인물에 대해 알게 되자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아마 은인의 벗일 것이라 단정짓고는 잠시 은인을 빤히 쳐다봤다. 죽이면 된다는 언질 때문이었다. 그것의 발은 입을 달싹이는 도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숫자 8을 그리는듯한 발걸음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마치 태산 같으나 생명의 무게는 제법 무거웁기에 함부로 죽였다간 그 후의 일을 장담할 수 없어 쉬이 손대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고개를 돌린다. 라온의 거리를 바라보며 잠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했을 뿐이다.
"은인의 말씀이 참 자애로웁기도 하여라. 필요하다면 말씀드리겠으니, 연이 닿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겠나이다."
후부키 가문의 사람들이 곧 떠날 나그네에게 하는 형식적인 말이었다. 만나지 못할지도 모름을 은연에 제안하는 것을 뒤로 그것이 잔잔하게 미소를 띄웠다.
"예. 좋아하는 편입니다."
단 음식은 생각할 시간을 준다. 그것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단 음식을 전제로 녹차를 마시며 생각을 가다듬는 것이다. 호박주스를 마시며 케이크를 먹던 현궁 6학년 학생대표와는 다르게.
벗에게 묻는다 하여도 과연 알 지. 그렇지만 상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 어림짐작하며 모았던 손의 검지를 꼼지락 움직였다. 실반지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그것은 잠시 침묵했다. 죄를 씻어주고 생명을 거둔다는 말 때문이다. 죄를 씻는다는 행동은 좋지만 그 이후 죽음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것의 사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오. 은인의 손을 더럽히지 마시지요. 파멸할 자는 알아서 제 길을 개척하니 굳이 건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이 지론을 좋아한다.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는 법은 많다. 굳이 더럽혀야 할 이유도 몰랐기 때문이다. 용서하고 품으면 되는 일이다.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되는 일이 아닌가. 그것은 사람의 선택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아주 가끔 행동에 나설 때가 있었다 끝내 돌아올 수 있을 마지막 선에 도달한 사람을 만났을 때다. 손가락으로 살짝 떠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것이 지금 한서를 선에 걸쳐두고도 지켜만 보는 이유도 이것이다. 그것이 직접 나서면 수백번의 선행을 한 자라도 한번의 악행으로 같이 끌려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밀어내는 것의 여파는 적지 않은가. 그것은 은인의 답에 입을 다문다. 그것이 잘 하던 말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자가 수두룩한데 타인의 말이라고 모두 아는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언젠가 깨닫고자 하면 깨달을 수 있을 터이니,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셔도 되는 일입니다."
다만 그것은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내기 위해 뱉어낸다는 것이 은인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어깨에 걸친 하오리가 머리카락과 함께 나부낀다. 흰 머리카락 사이로 귀에 매달린 붉은 노리개도 살랑거렸다. 손을 들어 머리를 한번 정리하고는 잠시 은인의 얼굴을 본다. 한번도 본적 없는 얼굴이라 원내의 사람인지 가늠하는 것 같았다. 교수중에도 저런 사람은 없었는데, 새로 부임할 교수인건지. 그것은 언젠가 연이 닿으면 장의사처럼 다시 만날 수 있겠거니 생각하곤 고개를 끄덕인다.
"보게 된다면 반겨드리겠습니다."
은인은 주는 것도 좋아하는 건가? 인심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그것은 잠시 고민하더니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고 예의상의 답을 하고는 저 멀리 보이는 당과점을 보았다. 팔자 한번 좋다는 생각이 든다. 원내에서 모의전도 아닌 상황임에도 학생에게 리덕토를 쏘고 도망쳐와 상처를 치료하는 조건으로 사탕을 산다는 것이 흔한 일도 아니며, 있을법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은인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그것은 발걸음을 느릿하게 옮길 뿐이다. 그것은 소맷단에서 복주머니를 꺼낸다. 그것이 은인의 몫까지 살 생각인 것이다.
메타모프마구스.. 쉽게 말해서 주문을 외우거나 폴리주스를 마시지 않고도 신체 전체나 일부의 변신이 가능한 변신 마법사여요. 애니마구스처럼 한마리의 동물이라는 제한이 있는게 아닌 자유자재의...하나의 거대한 메타몽..?인거죠!((그게 아니에요)) 원작에서는 님파도라 통스가 있어요! 팬덤 위키에서 원작에서 나온 설명을 인용해둔 걸 보면 감정 상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써있네요...🙄
>>28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늘 심해의 쭈꾸미였지!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옥의 첫째 쭈꾸미가 되기도 하고! :) () 아앗 땃태를 둔다고..? 땃태의 매력은 내가 버틸수 없으니 나도 쭈를 출격시키겠다~~! (????)(쭈:(일단 다짜고짜 앵김)()) 흑흑 돈많은.. 백수.... 88 (부빗부빗)(?)
스베틀라나 이브코프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_이름의_한글패치 스베틀라나는 빛이라는 단어에서 기원한 이름이고, 이브코프는 러시아 귀족 가문의 성이니. 한글패치를 한다면.. 양반 가문 성씨에, 빛이란 한자나 우리말에 관련 된 이름이겠네요. 자캐가_받으면_기뻐하는_선물은 마음이 담겨있다면 뭐든지 좋아요. 자캐의_술주정 루스키는 취하지 않아요.
타타주 구몬 고마워~ 푹 자고 내일 봐! 잘자! :) 이름 한글패치 된거 너무 이쁠것같은 느낌이 들어 :0 빛 그 자체가 이름이어도 잘 어울릴것같고! 취하지 않는 타타 멋지다~~!!
>>29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체동물이니 신체를 자유자재로 늘릴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구~? (아니다) 히히히 첼주 오늘도 기절했구나..! 오늘은.. (꾸아아아압)(볼냠냠)()
>>294 후후후.. 오늘 새로 추가된 바리에이션이란 말씀~~! (아니다) 땃태의 매력이라면 많지! 자기야나 허니버니 하는 호칭들 너무 귀엽고.. 볼 꼬집으려고 하면 도리도리하는건 진짜 심장 터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땃태 볼꼬집 한번만 하게 해줘..! (?) 쭈 데리고 도망치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 쭈 이녀석 분명 좋아한다 좋아할게 틀림없다..! () 하 진짜.. 돈많백... 88..
>>300 (땃태:(도리도리 오늘 추가된 새로운 바리에이션이야?ㅋㅋㅋㅋㅋ따끈따끈한 신상이네!(??) 쭈야말로 귀여운걸 특히 키스할 타이밍에 먼저 키스하는 거라던가, 꼭 붙어서 다니려는거라던가. 땃태가 원하는 말 안해준다고 애타하는거라던가((이건 아니다)) 호칭들이 귀여운거면 앞으로 이름 말고 껍데기 쓴 땃태를 보여줘야겠군?:D 좋아하는 쭈라니. 만족스럽다구!XD 돈많백을 원하면 로또..아니 연금복권을 노려야(??)
>>302 괜찮아! 그 털갈이조차 윤은 사랑해줄거야!!XD ((대체)) 앟 근데 상상해보니까 너무 귀여운데??
>>303 아니 어디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리 나와랏 쭈주 ((문을 부수고 들어섬)) 왜 자꾸 도망가는거야~~~ 어허~~ 왜 갑자기 새삼스럽게 부끄러워하는거냐구~~~ :D 나가라고 했지만 나가는건 쭈주와 함께 나가겠다. 우리는 일심동체라구? 우히히! 길바닥에 나앉는 엔딩 멈춰! 그렇게 투자하면 안돼!:Q
>>30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꺄아아악 무단침입이다..! 그치만 박력있으니 봐주겠어.. 그리고 내 계획대로 흘러가는 일이기도 하지! (문 부수고 들어온 땃주 끌어당김)(볼냠)() 앟 그치만.. 많이 부끄러운 건 어쩔수 없는 일! 그러니까 한껏 부끄러워할테다~!! () 히히 일심동체 좋아 우리는 늘 함께야..! 앗 아니야? 이거 아니야? 그럼 투자는 안하는걸로~! :D
흑흑 곧 3시가 다가오니.. 오늘의 쭈주는 어기서 퇴장! 내일은 꼭꼭 일상도 돌려보고 오래 붙어있을거야.. ;-; 다들 늦지 않게 푹 자고 내일 봐! :)
현궁의 감 사감이 신탁을 대가로 노래를 듣는다는 말을 듣고, 그녀는 그 전에 물을 얻으러 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 때도 기타 들고 가서 한곡 뽑았었지. 이번에도 똑같이 하면 되는건가. 이번엔 물이 아니라 신탁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니 좀 혹한다. 그 때처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가볼까나."
기숙사에 누워 약지의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린 그녀는 그냥 갈까 기타를 챙겨갈까 아주 잠깐 고민했다. 결론은 가져가는 걸로 하고 일어나 기타를 챙겨들었다. 자기도 가겠다는 듯 따라나오는 리치를 데려가려다가, 현궁의 추위를 이 작은 고양이가 못 견딜 듯 해 오늘은 얌전히 기다리라고 하고 혼자 현궁으로 향했다.
이미 몇몇의 학생들이 시도하고 돌아가는 듯 현궁에서 타 기숙사 학생들이 나온다. 그들을 지나쳐 감 사감이 있는 곳으로 간 그녀는 늘 그렇듯 예의 바른 인사를 하고 한 자리를 잠시 빌려 앉았다. 노래를 부르기 전에 적당히 줄을 조율하고 상태를 확인한 후, 작은 헛기침 두어번으로 목을 가다듬는다. 하나, 둘. 박자를 세며 노래는 시작된다.
"매미 소리가 내 마음에 차갑게 울려퍼져 태양을 적시고 말야 지금이 계속 석양빛으로 물들어 간다면 저녁도 행복할 거야
여름이 고집을 부릴수록 땀이 흘러내리는 이 손으로는 너를 붙잡아놓을 수 없어
아아, 밤에는 사라져 버려 사랑과 아주 닮은 나팔꽃이 질 무렵에-"
간결한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을 배경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가사를 노래로 자아낸다. 어쩐지 매미 소리가 잘 어울릴 것만 같은 노래는 잔잔하게 흐른다.
"가슴 속이 아파, 아프다고 이렇게나 거리를 느끼고 있어 저기, 사랑은 슬픔으로, 그것은 여름 파도처럼 나의 목소리를 흔들고 있었어..."
그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그녀가 어떻게 이토록 애절하게 노래할 수 있는지 누구도 모를 것이다. 상실도, 실연도 모르는 채로 어째서 그럴 수 있는지.
"바다를 품은 여름 철새가 다시 남쪽으로 날아가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 아아, 계절은 변해가는 것
여름이 끝나기 전에 예쁜 하늘로 지나간 슬픔을 내던져 버리자 아아, 밤에는 깊은 산들바람이 눈물을 주네 나팔꽃이 질 무렵에..."
가사가 끝난 뒤에도 몇개의 줄을 더 울려 여운을 남기는 것으로 노래는 끝났다. 이걸로 신탁을 들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상관없이, 그녀는 그저 노래를 한 것만으로도 개운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마무리 인사를 하여 보잘 것 없는 노래를 들어준 것에 예를 표했다.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을 초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베타는 상상했다. 어느 날 전조도 없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겨울바람을 맞이하게 될 것을. 바람 부는 곳을 찾아 다가서면, 자신도 모르게 보이지 않을 경계를 넘어서게 될것이다. 하얀 눈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어리둥절하며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있으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불빛을 볼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될 것이다. 그 불빛과 함께 오는 이가 당신임을. 아 그래, 버터케이크도 같이.
"선배는요? 선배의 생일은 언제인가요?"
스베타는 고개를 슬쩍 기울이며 묻는다. 당신의 말처럼 누군가의 생일은 축하해 줘야 하는 법이니까. 당신도 그런 풍경을 좋하는데 현궁이라니. 얼마나 축복인지. 그 하얀 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 역시 좋아할까. 분명 좋아하겠지. 백지처럼 하얀 눈 위를 걷는 것을 싫어할 이유는 없을테니까.
"아.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일이 행복할 텐데."
처음으로 스베타는 소리내어 웃는다. 그리고 웃음이 멎었을 때쯤. 웃음 소리를 따라 온 것인지, 둥그런 달 때문인지. 그 네발의 문카프가 금지 된 숲에서 나오며 그 모습을 보인다.
때는 늦은 오후. 간만에 종손네 젊은 피, 남매들의 휴일이 모두 겹쳤던 날의 점심 즈음이었다. 여름이 가까워 날이 더웠다. 햇볕은 점차로 거세지고 여름벌레 우는 소리가 조금씩 들린다. 방구석 그늘은 시원하니 용코로 한가하게 뻗어있기엔 제격인 날씨였다. 빛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방바닥에 길다랗게 흩어져 있었다. 올해 30세의 설택현은 간만에 찾아온 휴일을 남부럽지 않은 백수처럼 보내는 중이었다. 활짝 방문을 열어두고, 머리카락을 위로 올려 늘어놓고 대청에 뻗어 있으려니 세상이 참 아름답게만 보인다……. 그러나 한갓지고 자적하기 그지없던 시간은 오래지 못한다. 사건은 그 짧은 말로부터 시작되었다.
"야, 설택혀이. 일나라."
대뜸 들이닥친 불손한 언행에 택현의 시선이 불만스레 위쪽을, 발언의 근원지를 찾아 쿡 찌른다. 문지방 밖에서부터 살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선 택은이 그 종착점이었다. "가시나 예의 어데 갖다 팔았나. 오빠야한테 말투가 그기 뭐고." 불퉁하게 올려다보던 시선을 옆으로 슥 옮기니 마루를 딛고 선 발은 신발조차 벗지 않고 있었다. 사태가 꽤 심상치 않다는 것을 택현은 그때부터 깨달았다. 급히 벌떡 일어나 도주하려던 자유인의 몸짓은 가련하게도 누웠던 자리에서 반 걸음을 뗀 것을 고작으로 불발되고 말았다. 누이의 다부진 손이 동기(同氣)의 귀밑머리를 냅다 잡아채었다. 움직이면 뜯긴다. 관자놀이를 타고 긴장감이 마구 내달린다.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정쩡한 자세로 택현은 몸이 굳은 채 어물어물 말문을 열었다.
"뭐… 뭔데. 갑자기 와 이라는데. 이래가 니나 내나 좋을 거 없다. 침착하게 말로 하자, 말로." "대화 좋다 그래, 나도 그거 좋아한다. 그라믄 이바구*를 해보자. 오빠야 니 와 그랬노. 내가 내 방에 들어오지 말라 했었제. 짐까지 누누히 말했었데이." "그…랬었제." "근데 오빠야가 들어와서?" "들어와서……." "뭔 짓을 했을까요?" "어……."
대답이 돌아가지 못했다. 즉답하지 못하는 자에겐 감형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리니. 곧장 택은은 냅다 오라비의 고운 옆머리를 잡아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니는 진짜!!!!! 멀 잘했다고!!!! 이바구는! 이바구야! 개놈의 쌔끼야, 어?" "아, 아! 물어봤음서 이유는 말해줘야 대는 거 아이가? 니 진짜 화 왜 났는데?" "와겠노, 와! 걸 니가 모르이까 내가 니를 패지 이─"
막 걸쭉하게 욕을 뱉으려던 순간 문득 인기척을 느낀 택은이 홱 뒤를 돌아보았다. 무해하고 미미한 시선이 느껴진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방에서부터 긴 머리를 드리우다시피 하며 빼꼼 고개를 내민 채로 택영이 형제자매의 난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냥 똘망거리는 막내의 시선─이제 17살 먹은 청소년의 눈을 어린애 것 보듯 하니 다소 미화가 낀 시각이긴 했다.─에 촉발되다 만 분노가 애매하게 사그라들었다. 셋의 시선도 애매하게 얽혔다. 어려서부터 미운 짓 하나 안 하던 마음 여린 예쁜 동생이었다고, 택은과 택현은 그동안 적어도 택영의 앞에서만은 추태를 부리고 싶지 않았다. 말인즉 임시 휴전의 때가 도래한 것이다. 한껏 두들겨패가며 싸우던 것이 언제였냐는 듯 택은이 꾹 붙들고 있던 귀밑머리를 슬쩍 놓아주려 했다. 택현도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미묘하게 화색이 된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믿었던 막내가 슬그머니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그 표정이 무너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마저 해도 된다."
형제자매의 가슴이 동시에 뭉클해졌다. 한쪽은 우리 애 담이 커졌다며 기특해하는 쪽이었고, 기특해하는 한편 구세주의 배신에 울고 싶은 어른이 나머지 한 쪽이었다. 무슨 생각인지 진록색 눈이 조금씩 성글거리며 웃고만 있었다. 택영은 그러고서 양손을 들고 제 귀를 잽싸게 꾹 눌러 막았다. 경험상 이쯤에서 누부*가 반드시 욕을 하기 마련이었으니, 해로운 부분은 알아서 걸러 듣겠다 이 뜻이다. 대견하단 반응이 더해진 것은 두말할 것 없었다.
이제는 거리낄 것도 없겠다, 택은은 아예 쩌렁쩌렁 외치며 현의 멱살을 쥐어잡고 입씨름 겸 몸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왱알왱알, 개새끼 소새끼에 쌍시옷이 마구 날아다녔다. 그나마 주먹질이며 목 조르는 짓거리가 나오지 않은 것은 막둥이를 보아 참고 참은 덕이었다. 한편 하던대로 편히 싸우라 제 입으로 이르긴 했지만 난장판이 정신 없는 것은 피할 방도 없는 길이라, 택영은 그 불같은 서슬에 정신이 쏙 달아나는 것만 같았다. 시시각각으로 영혼 빠져가는 기분이 드는 게 디멘터와 진하게 입이라도 맞춘 것 같기도 했다. 장내에 순간이동으로 난입한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그 역시 하릴없이 바짝 말라서 비실거리게 되었으리라. 허공에서 홀연 나타난 중년인은 싸움박질을 하던 둘에게 나란히 꿀밤을 먹였다.
"뭐고 씨─어, 이숙 어른."
뜨끈한 이마를 얻고서야 둘은 서로 떨어져서 말다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둘 모두 그 나이를 먹고 잔소리 들어 입술이 삐죽 나왔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야야, 현이 은이. 너거들이 무슨 7살짜리 아도 아이고 시끄럽게 이게 뭐고? 싸울라면 저어 가서 싸워라, 집안에서 소리 빽빽 지르지 말고! 허구한날 싸우고 난리 치기 지겹지도 않나!" "아자씨! 이게 으딜 봐서 싸우는기요, 내가 일방즉으로 처맞고 있는ㄷ" "머시마 말이 많노, 닥치라."
택은이 택현의 입을 철썩 때리며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되도 않게 뾰로통한 얼굴로 툴툴거렸다.
"거 시끄럽으면 아이씨*가 비키소. 뭔놈의 회의를 그래 오래 한답니꺼, 매나*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랬을 거 아인교. 비생산적이구로*." "시끄럽다 카면 알아들어라. 그리고! 영이도 있는데 어서* 쌈질을 하노. 안 그래도 조심조심 살피야 되는 아가 보는데." "글치만 영이도 괜찮다 캤는데예."
매섭던 눈빛이 조금 누그러진 기색으로 택영에게 닿는다. "진짜가." 조금 얼떨떨한 대답이 돌아갔다. "예에…… 저도 학원 다니면서 이 정도는 합니더. 이거 정돈 괘안아예."
사실이라 하니 더 나무라지는 못하겠다. 중년인은 푹 한숨을 내쉬고는, 지팡이를 들어 회초리마냥 성인 남녀의 눈앞에 들이대고 달달 흔들어대며 당부를 했다.
"하이튼* 느그들, 너거 집안 성질머리 땜에 내가 허페가 안 디빌서지는* 날이 없다. 제발 가라. 가! 원래 집에서는 목청 너무 높이는 거 아이니까 가라. 가가 하날 조지든지 직이든지 느그 알아서들 하고."
둘은 여전하게도 불손한 낯짝으로 들었지만 말이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택은은 오라비의 귓불을 잡고 홱 잡아당겼다. 변명권도 잃고 발언권도 잃고, 이유 모를 분노(하지만 아마도 제 잘못인 듯한)의 표적만 된 택현이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어 도움을 구했지만 이모부도 남동생도 모두 슬그머니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맏이는 그렇게 세상에 버려졌다.
"예이예이~ 으른들 말씀하시는데 저거*들이 너무 시끄럽었지요? 저는 저어 가서 이 셰끼 마저 칵 직여삐리고* 올 테이까 아이씨는 일 보소~ 굿빠이~ " "야, 야쫌 야야 잠깐 신발은 신게 해줘야지 이 씨벌, 아 귀때기 땡기지 말고!" "뭐 셰끼야. 그름 귀때기 말고 멀꺼디이* 조 땡기주까."
처음보다는 정겨워진─택현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테지만─말다툼 소리가 저 멀리로 사라져갔다. 정말로 일 보던 도중에 소란을 못 버티고 뛰쳐나왔던 이숙은 문제가 해결되었음에도 속 시원해보이는 기색이 아니었다. 탈기한 듯한 낯으로 땅이 꺼지듯 한숨을 쉬다 그가 택영을 보고 힘빠지게 웃었다. 택영이 무어라 인사말을 꺼내기도 전에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그는 다시 순간이동으로 사라졌다.
정신 없는 상황이 지나고서도 정작 홀로 남은 택영은 태연하였다. 이 집안이 시끄럽고 정신없기가 하루이틀 일이 아니란 거다. 누이가 신 신고 밟아 하얗게 흙먼지 자국이 붙은 마룻바닥을 훌훌 털어버리고는 그도 마루에 걸터앉았다. ……아, 형의 머리카락도 쥐여뜯겨 바닥에 뭉텅이로 빠져 있는 것은 모른 척 한다.
"덥다……."
냉차나 마시고 싶다. 떠들썩한 소란이 가신 자리를 이르게 우는 매미 울음만이 시원하게 울려대었다.
그냥 별 거 없는 우당탕탕 일상인데 왜 이렇게 길어졌을까........ ^q^ 아무튼 주석도 같이 달겠다!
*이바구: '이야기'의 방언. *누부: '누나'를 이르는 경주 방언 *아이씨: '아저씨'의 방언. 사전적으로는 경기와 강원 지역 방언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경상도식으로도 아저씨 내지는 아자씨를 빠르게 발음하면 아이씨로 들리게 된다. *매나: '역시'의 방언. *-구로: '-게12'의 방언. *어서: '어디서'. [어-서]로 길게 발음하여 어서1(부사)와 구별한다. *하이튼: '하여튼'의 방언 *허페가 안 디빌서지는: '허파가 안 뒤집어지는'. 대략 '속이 안 뒤집어지는', '환장 안 하는 날이 없는' 정도의 의미. *저거: '저희'의 방언 *직여삐리고: '죽여버리고'. *멀꺼디: '머리끄덩이'의 방언.
>>342 유일한 상식인인 할미는 포기했고 마지막으로 합류한 중은.... 고치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했습니다... :P! 그 외에 다른 탈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답니다 그 누구도 정정하지 않아요:D! 같이해서 문제..(...) 매구는 너희들 알아서 해라~ 하고 있고...(...)
이제..... 예말이요 나오고 ~요야 나오고 문디 나오면... 완벽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명절 때 자주 보던 풍경이 스레에서 펼쳐져....(아-련(?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안개에서 길을 잃은 자를 안내하고 숲 속으로 인도하는것이 너의 일이기 때문이다. 친구를 안내하는 것은 아주 자신있는 일이다. 고모는 이씨 가문에 남아있으라 하였지만 그 자리는 네게 당치도 않은 것이라, 너는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응. 마중갈게요? 호롱불이랑 버터케이크를 따라오면 돼요."
너는 호롱불을 들고 마중을 나갈 것이다. 겨울 바람이 부는 곳, 눈토끼가 펄쩍거리다 숨고 소복하게 쌓인 눈 사이로 영원한 겨울을 나며 가지 사이로 바람이 드는 자작나무와 우뚝 선 소나무 뒤로 나타나는 너와 몇 신비한 동물. 너는 유니콘을 데려오지 않고, 스낼리개스터와 함께 올 것이다. 스낼리개스터는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다. 부리를 딱딱대며 버터케이크를 먹기 위해 장난을 치면 비늘 부분을 쓸어주면 될 것이다. 너는 그때를 위해 맛있는 케이크를 찾아둬야겠다 생각하고는, 생일에 대한 질문에 잠시 음, 하고 운을 뗀다.
"이노리도 겨울날에 태어났어요? 12월 10일."
그날엔 태어남을 축하하듯 히포그리프가 날아와 겨울숲에 피어있던 꽃을 부리에 물어왔다고 한다. 그 꽃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했지만 유니콘이 먹어치운 것이 흠이었지만 말이다. 너는 스베타를 한번 쳐다보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웃는 모습 때문이다. 너는 매일이 행복할 스베타를 떠올린다. 아름다운 선택을 하였겠거니 싶어 기분이 같이 좋아졌다. 너는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리지만 사려깊고, 친절한.
"있죠, 스베타. 현궁에도 자주 놀러와요? 현궁 사람도 손님을 싫어하지 않아요. 생각해보니 매일매일이 겨울이니까 같이 케이크도 먹을 수 있어요?"
너는 고개를 살짝 돌린다. 아, 문카프다. 너는 가면 속 눈을 휘었다. 장죽의 연기도 어느덧 사그라들었고, 너는 그 장죽을 들어 조심스럽게 어느 한곳을 가리켰다. 길쭉한 막대기 같은 은빛 몸, 커다란 눈동자에 넓적한 발까지. 높고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며 뒤뚱뒤뚱 걸어나오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것은 공손하게 눈을 내리감고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어려우면 더는 설명치 않겠다는 의미다. 은인이 이해하기를 바란다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깨달을 것이다. 지켜보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거나 파멸을 자초할 자에게 손대지 말라 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선택입니다." 하고 공손히 은인의 결정에 답하고는 시선을 옮긴다. 은인의 귀다.
"이제 보니 은인께서도 붉은 장식을 하셨군요. 어울리십니다."
그것은 손을 들어 귀를 한번 매만진다. 붉은 노리개가 손가락의 움직임에 맥없이 흔들린다. 은인의 귀에 달린 것은 노리개를 귀에 장식한것과 달리 직접 꿰어낸듯한 붉은 실이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것은 굳이 아프지 않았느냐 묻지 않고 침묵한다.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의문이겠으나, 귀를 뚫을 때도 바늘을 쓰니 별 다를 것은 없겠거니 싶었던 것이다.
"아쉬웁기 그지 없어라."
뭇 진지한 어조에 그것은 담담히 농담을 뱉는다. 이 돈으로는 당과점은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있다. 하지만 당과점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의 양은 사줄 수 있을 것이니 마냥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것은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은인의 행동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탕을 치아 끝으로 문 은인이 얼굴을 가까이 대자 그것은 잠깐 눈을 꿈뻑인다. 놀라 커진 눈동자와 함께 하얀 속눈썹이 위로 휙 올라간다. 숲 밖의 마법사나 노마지, 혼혈의 사례를 통틀어도 이렇게 사탕을 먹는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잠시 당황한듯 동공이 수축하더니 은인을 무안하게 할 수 없다는 듯 귀 뒤로 머리카락을 쓸어내고는 고개를 가까이 하여 사탕을 입술로 물어가려 했다. 닿는 피부의 면적은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엿보였으리라. 그리고는 입안에 들어온 사탕이 혀 위로 구르기도 전에 볼 한구석에 사탕을 밀어내며 질문했을 것이다.
그냥 양파에 붙은 좋은 말 스티커 떼고 화분에 심어서 잘 키워주지 않을까... 그 대신 엄청 열심히 키움... 양파가 아프거나 잘 안 크면 러빗 교수님한테 조언도 구할걸? 하지만 노력해봐도 양파가 죽어버리면 좀 정들었어서 울적해짐...
자캐의_몸에_있는_점_위치를_말해_보자 - 너무 자잘해서 픽크루로 구현을 못 했었는데 왼쪽 눈꺼풀 위에 아주 작게 하나, 왼쪽 뒷덜미에 하나. 팔다리에도 한두 개쯤은 있겠지만 별로 안 중요하니까 구체적인 설정은 패스!
자캐의_질투_방식은 - 질투라고는 해도 아주 반짝 미운 마음 들까말까 하다가 다른 쪽으로 바뀔걸...? 경쟁심이나 원망 같은 감정보다는 '내가 더 열심히 어필하자...!'<< 이쪽으로 흘러가는 타입이야. 하지만 삽질하는 성격이라서 적극적으로는 못 하고... 기웃거리기만 하다 끝날듯(와 진짜 절망스럽다,,,)
귀걸이에 대한 칭찬에 공손히 감사를 전한다. 그것이 뱉는 목소리에는 어떠한 과장도 섞여있지 않았다. 어조의 높낮이중 높아지는 구간의 폭이 적어 차분한 느낌을 준다. 과장스러울 성격도 아닐 뿐더러, 큰 소란을 불러 일으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지금 내뱉는 말이 누군가를 그저 띄우기 위한 빈말이 아니냐는 얘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싶을 정도로 절도있는 사람이었다.
질문이 끝나자 볼 안에 고이 모셔둔 사탕을 혀로 굴린다. 은인의 말대로 복숭아 맛이 났다. 이것이 정말 복숭아 그대로의 맛이냐기엔 조금 단맛이 더 많지만 제법 귀여운 맛이다.
"마노, 홍 마노..예. 마노 경. 혹 백정 경이라 하여도 괜찮을지요. 저는.."
그것은 은인의 이름을 익히기 위해 한번 발음하고는 백정탈에 시선을 옮긴다. 이름을 알려주었으니 그것의 이름 또한 밝혀야 하나 잠시 침묵한다. 그리고는 이로하, 너라면 어찌했을까? 하고 속으로 생각하곤 빙그레 웃는 것이다. 이는 이노리가 말마따나 그것이 가지게 된 이름이기 때문이며, 은인이 참으로 원내의 사람이라면 쉬이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하여 그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고 성씨를 대신 알려주기로 한다.
"..후부키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이마저도 어려우시다면 눈보라로 치환하셔도 됩니다."
와중에 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는데, 발언을 듣자하니 어째 그것의 머리로는 따라가기 힘들었다. 초랭이에게 배우는 것은 그럴법 하지만, 모두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신비한 동물도 한 존재가 어떠한 행동을 시작하면 그걸 배우고 유행처럼 번지기도 한다. 무리지어 사는 사람들의 특징이고 그 집단의 사회적 상징이겠거니 단정짓는다. 타 사회의 문화를 배웠다는 셈 치는 것이다.
"본인이 만족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되는 법입니다."
하고 답한 뒤 그것은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뻗는다. 당과점에 도달하였기 때문이다. "먼저 안으로 드시지요." 하고 문을 열어주는 모습이 제법 자연스럽다.
그 게 괴수는 시간 지나니까 없어졌는데, 이 트롤은 어지간히도 체력이 좋은가보다. 나타난지 제법 날이 되었음에도 좀처럼 쓰러지질 않는 것이다. 덕분에 이 기숙사 저 기숙사 할 것 없이 좋은 샌드백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그녀의 귀에도 알음알음 흘러들어왔다.
"흐음."
후원에서 리치에게 빗질을 해주는 그녀의 곁으로 지나가던 학생들이 즐겁게도 떠든다. 오늘은 어디를 어떻게 하니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 하고 웃기까지 하더라. 과녁이 크니 맞추는 맛도 제법 쏠쏠하다나. 뭐, 잘 맞기는 맞았지. 그 덩치를 못 맞추면 지팡이 꺾고 마법사 접어야 하지 않을까.
"그치, 리치리치?"
냐아?
다소 뜬금없는 부름에 무릎 위에 늘어져있던 리치가 고개를 들며 반문한다. 무슨 소릴 하냐고 되묻듯이 말이다. 반응이야 어떻든 그저 사랑스러운 자신의 패밀리어를 들어 정수리에 볼을 부벼주니 그르륵 그르륵 목을 울리며 반응해온다. 얼마간을 그렇게 이뻐해주다가, 어깨에 올리고 일어섰다. 그리고 함께 학교 앞 숲으로 나갔다.
숲 앞에 도착하자 고개를 들 필요도 없이 트롤이 곧장 보인다. 여기저기 이것저것 맞은 듯 흉해진 외관에 너도 참 고생이라며 지팡이를 빼들었다. 나무들 사이에서 트롤을 피해 돌아다니는 니플러를 보고 리치가 사냥 본능을 일으키려고 하는 걸 막으며, 지팡이를 치켜들고 주문을 읊었다.
"글레시우스."
일단 저 무식한 움직임을 막고 둔하게 만들기 위해 냉기 마법을 쓰고,
"리덕토."
강렬한 충격으로 정신 못 차리게 만든 다음,
"레라시오."
폭발계 마법 중 써본 적 없는 것을 골라 날린다. 그렇게 차례대로 공격한 뒤 트롤이 얼마의 피해를 입었을지 보이는 부분으로나마 가늠해본다.
후부키라는 단어에 그것은 충분히 알려주었다는듯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후부키라고만 알리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냐 싶겠지만 앞서 말했듯 언젠가는 연이 닿으면 알게 될 일이고, 무엇보다 그것이 유일한 후부키雪吹의 피를 물려받은 자기 때문이었다. 그것 자체가 후부키吹雪인 것도 한 몫을 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백정이 안으로 들어서자 뒤이어 당과점의 안에 들어선다. 무더운 여름날의 물기 섞인 내음과 달리 당과점의 단내가 물씬 끼쳤다.
"아무렴 많을지렵디다."
대답할 무렵 손가락의 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환청 케이크가 보인다. 그것 또한 좋아하는 간식이다. 먹는 동안의 환청은 그렇게 재미난 것이 아니지만, 그 환청이 되레 먹는 도중에 드는 불안이나 감정을 확고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와라비모찌나 약과와 달리 입에서 녹는다. 먹기 편한 것이 제일이지 않은가.
"그럼 이것 또한 사도록 할까요. 주인장, 환청케이크를 조각이 아니라 한판으로 준비해주실 수 있으련지."
그것은 당과점의 주인에게 주문을 하곤 고개를 돌린다. 어느새 손에 이것저것 들린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참 닮았기 때문이다. 유년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숲의 밖으로 나가는 날마다 저렇게 한가득 쥐며 이것도 저것도 외치던 모습이 겹쳐보이는 것 같아, 어쩐지 경박하다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레몬 캔디를 본다. 다가와 병을 집어 고이 품에 쥐어주려 헸다. 흰 머리카락이 어깨 너머로 한터럭 내려온다.
당신이 책을 넘기자, 가문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나무 그림이 드러났습니다. 뿌리에는 '최초의 가주' 라는 글자가 적힌 영 그레이엄 이라는 남성이 보입니다. 뿌리에서 줄기로 올라가면, 한 부부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거기에서 가지로 뻗어나가는 위치 중 하나에 [레이먼드 그레이엄] 이라는 글자와 비어있는 초상화가 보입니다.
짧은 문구가 옆 페이지에 적혀있습니다.
그레이엄 가문은 그린폴드 가문과 사촌 지간이다. 머글을 낮게 여겼으며, 가문에서 유일한 메타포마구스는 레이먼드 그레이엄 뿐이었다.
정리 중인 역사서 속에서 그레이엄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 건, 그에게 미리 그 성씨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의 책들은 제목이 뭔지 재질이 뭔지 전혀 관심 없는 채로 넘기고 있었으니까. 조용히 구석으로 빠져 책을 펼치자 가문의 책이라는 걸 알려주듯 나무 그림이 가장 먼저 보인다.
가문의 시작인 뿌리부터 슬슬 거슬러 올라가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고 키득거렸다. 레이먼드 그레이엄. 그는 그 이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듯 하지만 그녀는 꽤나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 그 어떤 가명을 쓰더라도, 그 이름만이 그에게 제격이라는 느낌이었으니까. 어째서인지 비어있는 초상화 자리를 검지로 꾹꾹 눌러보고 옆 페이지로 시선을 옮긴다. 거기 적힌 짤막한 문구를 보고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0 손을 흔드는 실루엣의 모습에 단태는 한손으로 턱을 괴며 눌렀던 손가락을 떼어냈다. 페이지를 넘기자 보이는 한 가문-강 가-의 글이 시선을 잡았다. 머글과 혼혈도 같은 마법사라고 주장하던 가문. 전쟁 시기에 쇠락한 가문. 우호적이던 가문. 딱, 하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단태는 들리지 않는 혼잣말을 중얼거린 뒤 적힌 글을 읽었다. 초랭이탈.
"탈들 중 한명에 대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초랭이탈을 바라보는 단태의 붉은 암적색 눈동자가 그 빛을 죽이고 암암리에 서늘히 가라앉았다. 단태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0 다음 페이지로 넘기던 단태는 손을 멈췄다. 갓을 쓴 남자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아니 초랭이탈까지는 모르겠지만 갓을 쓴 남자의 모습은 확실히 단태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야, 마주쳤고 이야기도 나눠봤던 기억이 머리 한구석에 밀려져 있던 기억을 일깨웠다. 하! 하고 짤막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사람이 초랭이탈이었군."
옆에 있는 중탈의 긴 코트를 잠시 흘끗 바라보던 단태의 눈동자가 글귀를 읽었다. 머글과 혼혈이 배울 장소, 라는 건 어디지? 혹시 학원은 아니겠지? 보통 이렇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학원이 맞을 것 같기는 한데. "중탈과 초랭이탈이 같이 나타난다-라는 거겠지. 이거."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내리고 단태는 또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페이지를 넘기기 전, 초상화들의 시선이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오는 것이 좀 찜찜하긴 했다. 그녀의 저택에는 역대 가주들의 초상화가 없어서 그닥 익숙치 않은 탓이다. 괜히 손을 한번 털고 넘긴 페이지를 보았다. 그레이엄 가문에 대한 짤막한 설명과 함께 먹으로 그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극렬한 순혈주의라. 순혈주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머글과 혼혈에게 친화적이지도 않은 그녀의 가문과는 극이라면 극이다. 하지만 실상은 머글과 혼혈을 자신과 동렬로 취급하진 않으니, 그들 입장에서 보기에 그녀의 가문도 다른 순혈주의 가문과 다를 바 없어보일지도.
완전한 흑도, 완전한 백도 아니나, 그렇다고 회색도 아닌 기묘한 위치에 존재하는 스피델리 가.
여기서 질문을 한다고? 단태는 페이지가 무거워지는 감각을 느끼면서 넘기려던 행동을 멈추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히죽, 웃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몇페이지 넘기지 않았지만 읽은 내용으로 봐서는 목숨을 지키려는 자는 초랭이탈이 아닌 중탈일지도 모른다. 물론, 자신의 착각일 수도 있다. 탈을 받은 이가 지키려고 한다. 무엇을 위해? 신념은 탈들을 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노력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때에 우리네 가문 신념은 참 그럴듯한 핑계가 되기 참 좋은 것 같아."
우리네 가문의 신념은 참으로 교활하기 그지 없었다. 단태는 지팡이를 겨누고 있는 먹 그림을 손가락으로 톡 두드렸다.
첫 페이지부터 나타나는 붉은 글자를 보며 기겁하고 말았다. 마치, 지금 당장 등 뒤에서. 어쩌면 옆에서. 천장에서. 땅바닥에서. 그것도 아니면.. 바로 앞에서, 그것이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신과의 내기를 한 사람. 그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껴 펼친 책이나, 이게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마냥 희희덕거리며 읽을 순 없을것만 같았다.
허나 여기서 포기한다면 그건 자신이 아니지. 어떻게든 다시 마음을 다잡고서, 주양은 책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커다란 개를 닮은 짐승이 보입니다. 곰의 발처럼 생긴 게 네 발이 달려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연신 물어뜯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전쟁 시기에 머글들을 많이 죽인 것 중 하나는 매구가 끌고 온 짐승들이기도 했다. 그 중 혼돈은, 먹자마자 바로 토하고 오장육부가 없으며 공복만이 존재하고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는 짐승인데, 머글들을 삼키면 바로 시체로 배설했다. 매구가 그 짐승을 어떻게 끌고 왔는지는 의문인데, 매타포마구스인 그 자가 그것으로 변해, 끌고 왔을 가능성을 높게 치고 있다.
다음 페이지는 스치기만 해도 눈에 치명적일 거 같은 색의 향연이었다. 그녀는 흠칫 어깨를 덜며 눈을 감았다가, 가늘게 뜨고 천천히 그 내용을 읽었다. 한글자 한글자 차분히 읽고, 내용을 잇기 위해 다시 읽고, 이해하기 위해 또 다시 읽고나니 눈을 넘어 신경이 아리는 느낌이 든다.
바닥에 풀썩 앉아서 동화책을 읽듯이 즐겁게 책장을 넘긴다. 가장 위험한 생물들. 그러면 이 책에 나오는 생물을 언젠가는 볼 수 있을까? 지금은 말고, 무럭무럭 장성하여서 후부키의 숲에서 공존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당치도 않은 꿈이라는 걸 실감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커다란 개를 닮은 짐승, 곰의 발처럼 생긴 네 발, 사람을 물어뜯는...
"혼돈?"
처음 듣는다. 공복만이 존재하고 귀가 들리지 않으며 머글을 삼켜 시체로 배설하는 위험한 존재. 그런데 매구라는 자는 이 짐승을 어찌 데려왔느냐가 의문이지 않은가. 너의 두 눈이 휘었다. 변한다. 변신 마법사는 애니마구스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학회의 추측이라 하던데, 신비한 동물의 모습을 흉내내는 건 가능하다는 걸까.
아, 넘어간다. 자신의 대답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무겁던 페이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볍게 넘어갔고 그 넘어간 페이지에는 쓰러져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쓰러진 사람의 긴 코트가 펄럭거리고 있었다. 방금 봤던 페이지의 목숨을 지키려는 자는 정말로, 중탈이었나.
"탈을 받았지만 탈들 사이에 있지 못하고 탈을 받았기 때문에 그 반대편에도 서지 못하는 걸까. 이 사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의 말로라는 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단태는 턱을 손으로 괴며, 움직이지 않는 초상화를 잠깐 바라봤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이해는 하되, 공감하기 힘든 것일테다.
설녀. 설녀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다. 어머니는 설녀는 너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눈보라 치는 곳에서 홀연히 나타난다 하였다. 그렇지만 가짜와 진짜는 역시 다른법이다. 그림을 괜히 쓸어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현궁에 있고 점을 잘 보며 미친 설녀라 불리는 그 귀인은...
"어떤 기분일까요?"
죽지 않는다니. 어떤 기분일까. 죽어도 살아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감정일까. 감히 인간이 생각하기에는 통탄스럽고 슬프지 않을까. 최초이자 최후라면 누구보다 험한 꼴을 보았을 지도 모르는데. 마지막으로 죽은 동족을 보았을 때 자신은 죽지 못하여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지. 아니, 나만의 생각인가.
부적은 유일하게 동화학원의 사감인 무기에게서 얻을 수 있다. 신기한 건, 도술을 배웠을 학생들 대다수가 졸업하면 그 기억을 모두 잃고 다른 기억으로 대체 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도사가 되는 걸 선택한 학생들은 졸업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 누구도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한다.
마치. 이 책 자체가 그것 자체인 듯. 자기 자신의 말에 반응하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주양은 다시 얼탄 표정을 지은 채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껏 책이라는 건 그냥 종잇장 넘기면서 글만 읽는 재미없는 물건인줄 알았건만, 역시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살짝 두근거리는 기분-물론 자신의 연인의 진실된 모습을 바라보며 느낀 만큼은 아니지만-을 느끼며, 주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재앙님~ 감히 재앙님에게 내기를 걸다니. 참 재밌는 사람인것 같아. 그 사람과 재앙님만의 이야기, 조금 더 알려주지 않을래~?"
떨리는 목소리로 주양은 팔짱을 낀 채 책을 바라보았다. 꼭 자신이 넘기지 않아도, 스스로 넘어가지니까. 마치 다시 그것을 눈 앞에 둔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애써 태연함을 유지했다.
넘긴 페이지의 그림을 보고 표정이 가라앉는다. 돌을 맞는 그의 모습에 유리병이 보여준 환상이 떠오른다. 그가 그 머글을 죽이는 것도. 그녀는 천천히 손끝으로 그림 속 그를 쓸어내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린 그가 가문을 따랐을지 어땠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가 받은 대우는 분노해 마땅하다. 게다가 그에게 던진 돌이 전쟁으로 번진거라면 결국 그 전쟁은 머글과 혼혈들이 스스로 불러일으킨 재앙이지 않은가. 진의를 알 수 없는 예언에 지레짐작하고 겁먹어 냅다 저지른 처사로 인해, 그 예언을 실행시켜버린 신화 속 머저리들과 이들이 다를게 무엇인가. 진정한 진실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정보로는 그 이상을 알 수 없다. 다시 한번 먹으로 그려진 그의 모습을 쓸어보고 페이지의 귀퉁이를 잡는다.
얄팍하게 남은 페이지는 이제 끝에 다다랐음을 짐작케 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그 안에는, 그리핀을 닮은 새 하나가 보입니다. 당신은 본 적 있던가요? 학교를 습격한 각시탈이 데려 온 짐승이잖아요.
고조. 아이 울음 소리를 내어, 사람을 꾀어내는 신비한 생물이다. 인간을 잡아먹으며, 유일한 개체는 매구의 측근인 탈 중 하나, 각시탈이 데리고 다닌다. 학생들을 잡아먹으려던 순간에, 매구가 부하를 시켜서 그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왜 그 자가 뜻을 물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배신자의 보호가 닿지 못한다.
레오는 손 끝으로 사진을 톡톡 치며 중얼거렸다. 아즈카반의 죄수복을 본 레오가 처음 든 생각은 '뻔뻔하네'라는 생각이었다. 당당하게 탈옥한 사람을 아직도 거기 갇혀있는것 마냥 표현한 것이 맘이 안드는 모양이다. 각주로 감옥의 부주의로 탈옥했습니다. 라고 적어놔야하는거 아닌가.
" ...내가 적어버려? "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들어서 좋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두 가문의 혼인으로 태어난 아이는 립시츠라는 성을 썼으니 어머니가 저 쪽, 아버지가 이 쪽이겠구나- 하고 생각한 레오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당신이 페이지를 넘기자, 사람들의 이름이 깨알같이 잔뜩 적혀잏는 게 보입니다. 페이지를 가득 채운 것으로도 모자라, 페이지 전체 테두리이기도 했습니다.
도사가 되는 최종 관문은 선계로 가는 것이며, 간 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그 사실 때문에 수 많은 기린궁 학생들이 마법사 사회로 돌아왔다. 이 페이지에 적힌 이름들은, 다시 마법사 사회로 돌아온 아이들이다. 잊혀진 이들을 역사서에 기록하는 것 조차 금기시 되어있다.
단태는 마지막 페이지에 그려져 있는 그림보다 그 적혀있는 내용을 보자마자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누구도 대답하지 않을 반문을 던졌다.
"난 이런 선택지를 받는 걸 싫어하는데."
배신자가 잡혀간다면, 많은 목숨들은 지켜지지 못할거라는 내용에 대한 반문이었다. 배신자가 중탈이고, 중탈이 지키려고 하는 게 학원의 목숨들이라면-, 그게 정말이라면 자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단태는 고개를 가볍게 가로저었다. 선택이고 나발이고, 일단 그 배신자인지를 찾아내야하는 게 우선이잖아. 역사서를 모두 읽고 덮던 단태는 리 선생님의 말에 눈을 흘끗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즈카반. 그렇게 말을 마친 레오는 의외의 사실을 알았다는듯이 오호- 하고 추임새 넣고는 다시 펜을 잡고 양피지를 끄적였다. 아즈카반에 들어가있는 동안 집이 불탔고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리고 매구가 접근했다.
" ein aus Ressentiments verursachtes Verbrechen... "
가만히 있던 집이 갑자기 불타고 모든 사람이 죽는 일이란건 쉽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고의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원한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크겠지. 그게 아니라면 무언가 어떤 큰 '계획'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던가. 만일 어떤 계획을 위해서 그렇게했다면 가장 유력한 범인은.
가까이서 들려오는지. 멀리서 들려오는지. 곁에서 들려오는지 모를 웃음소리에 살짝 위축되었으나 그뿐이었다. 훗날, 다시 당당하게 그것의 앞에 설 수 있으려면. 그렇게 해서, 탈들과 가문원을 싹 몰살시킬 수 있으려면. 지금부터 미리 익숙해져야만 한다.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아무렇지 않은듯한 모습으로 실실거리며 웃던 주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거는 내기 따위보다 훨씬 스케일이 큰 내기였네~ 좀 더 본받아야겠어, 그 사람을."
상황의 진중함을 살짝 벗어나서, 주양은 자신의 흥미가 이끌리는 이야기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신을 자처해서, 그것 대신 신의 자리에 오르려 한 자. 그리고, 세상을 판돈으로 건 내기. 지금 자신이 무사한 것과 세상이 멀쩡한 것을 볼때. 그리고 그것이 더이상 창조신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을 통틀어보면.. 어쩌면, 결과는 이미 내다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꽤 건방진 인간이었구나.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지?"
하지만. 끝까지 들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 어쩌면.. 이미 자신은. 내심 그것이 내기에 지지 않았던 결과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고개를 끄덕여, 다음 글자로 넘어가도 된다는 몸짓을 했다.
악당의 서사시는 관심이 없다. 지금 레오가 책을 잡고 읽고있는 것은 버니 립시츠라는 사람에 대해서와 그 사람의 약점이나 그 사람와 자신의 공통분모를 알고싶은 것이었으니까. 레오는 음- 하고 펜으로 코를 톡톡 치면서 자신이 적어놓은 양피지를 천천히 읽어보았다.
" Flucht aus Askaban.... Flucht... Flucht... Flucht? "
아즈카반에서 탈옥했다고 들었다. 분명히 기억하고있다. 하지만 책에서는 특별사면을 받았다고 되어있다. 버니의 말에 의하면 주인님이 그곳에서 꺼내주셨다고 했었지. 두 개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 둘 중 하나는 거짓을 말하고 있거나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알고있다. 레오는 '엇' 하고 뭔가 알아낸듯한 표정을 지으며 양피지에 글을 적어내려갔다.
" 이 타이밍도 기가막힌단 말이지.. 우연의 일치라기엔 너무 예술적인 타이밍에 집이 불타고 또 너무나 깨끗하게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고.. 특별사면인지 탈옥인지 모르겠지만 퍼즐조각처럼 깔끔하게 감옥에서 나오고 기다렸다는듯이 매구가 접근했다.. "
아무것도 없다. 페이지를 매만질 즈음, 너는 고개를 들었다. 서늘한 공기 때문이다. 후부키의 것과는 다른, 불쾌한 서늘함이다. 마치 무언가가 기어오르는듯한 느낌에 몸을 잘게 떤다. 그리고 붉은 잉크가 스며든다. 너는 말없이 글자를 눈으로 훑었다. 그리고 긍정한다. 궁금하다. 배신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원내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궁금하지 않은가.
"왜 그렇게 생각해요?"
너는 주변을 둘러본다. 이곳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학생이 없다. 너의 두 눈이 천천히 글자를 더듬어 읽고 곱씹는다. 배신자를 공격하지 못한다. 이유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일 수도 있다. 마침내 나타난 문장은 예언인 것 같기도 하고, 조언 같기도 하면서도 꼭 비웃음이 섞인 것이다. 그것은 눈을 휘며 서글서글 웃었다.
"이제 피는 그만 보고싶습니다."
다만 공격을 받아도 피를 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은 짧은 머리로 추리를 시작한다. 재간은 없지만 추측하건대 배신자가 사라지면 죽는다는 건 모종의 이유로 죽일 수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아바다 케다브라 마법을 쓰지 않는 이유도 납득이 간다. 그것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며 차분하게 미소를 짓는다.
허면 배신자가 있는 동안은 죽기 직전까지 몰려보면 되는 일이다.
원내의 추종자들이 안달이 나겠지. 그러면 배신자의 의중도 알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다시 흰 눈으로 돌아와 책장을 넘긴다.
엄연하게 마법을 부리는 법을 아는 마법사로서, 책장이 제멋대로 넘어가거나 갑작스레 글씨가 나타나 말을 거는 상황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이 말을 걸기 시작한 순간 주변을 감싸는 기운이 몹시도 불길해졌다. 퍼렇게 선 서슬이 목 앞에 들이밀어진 듯한, 서늘한 불안감이 몸을 덮친다. 상황을 기이하게 여기거나 즉시 자리를 뜨겠다는 생각, 혹은 겁에 질려 입을 다물고만 있지 않은 것도 순전히 그 덕이었다. 어떤 두려움은 온전하게 현실만을 바라보게 해주기도 한다.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이유 모를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깊이 고민해볼 새도 없이 즉답이 꺼내졌다.
"아마도 마법이 아일까요……."
그것을 당연한 이치로 알고 살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구태여 서로를 구분하고 분리해가며 살 필요가 있겠는가.
잠시. 말문이 턱 막혔다. 우릴 적대하는 탈 중 존재하는 보호자. 그 자가 잡혀가거나 죽으면 우리가 죽으나, 공격하지 않으면 우리가 산다. 문제가 두 가지 있다. 첫번째. 자신은 탈을 적대하는 입장에 서 있으며. 두 번째. 그 탈이 누구인지 모른다. 평소처럼 가벼운 선택은 허용되지 않는다. 절대로.
"... 재앙님. 그걸 선택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이 있어. 이번의 내기에는... 무엇을 걸고 싶어?"
'나'에겐 다를 것 없는 사람들. 그렇다면 갑작스레 제게 말을 거는 '나'는 누구인가? 의문을 가지는 순간에도 글자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지워져간다. 이윽고 펼쳐진 것들은 보다 오래된 과거의 역사다. 문명의 암흑기이자 후퇴해간 정의의 시기. 막연한 과거의 일로 여기면서도 끔찍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는 책장을 잡고 고민한다. 문맥은 무리 없이 이해가 되지만 갑작스레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종잇장을 쥔 손에 열이 모이는 것만 같다. 그리고 쉴틈없이, 다른 생각이 들 새도 주지 않고 이어지던 글이 잠시간 멈췄다. 차마, 혹은 감히― 책의 이야기를 끊기가 두려워 참았던 질문을 던져본다. 조심해가며 말하려니 평소에는 잘 나오지도 않던 간지러운 말투가 꽤 매끄럽게 잘 나온다.
못 본 페이지가 있었다. 몇몇 스큅들의 개인 역사들이 있었다고? 만약 이를 알지 못한다면 오늘 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선생님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웃음지었다.
"건 선생님답네요. 하하"
리 선생님의 옷자락에 붙은 감초사탕을 때어 먹어봅니다. 사탕을 이리저리 입에 넣고 굴리며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합니다.
"다 읽고 돌려드리는 건 안되나요? 역사서가 중요하긴 해도 결국 읽고 배우기 위해 있는 거잖아요? 스큅들의 개인 역사도 결국 남에게 도움되기 때문에 남겨둔것이고요."
만약 선생님이 [책은 재밌었니? 도서관 정리중이니 책을 두고 나가주겠니?]라고 말했더라면, 또는 이와 유사하게 이 책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평범한 책이지만 모종의 이유로 가져가야한다라고 어필했다면 순순히 넘겨드렸겠지만 이 책 자체가 중요하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 책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붉은색 물음표. 사고를 마비시키는, 붉은 물음표. 이전에도 자신은 제 연인에게도 몇 번이고 되묻다가, 결국 자신이 판단을 내렸고. 그리고 이번에도 그럴 차례다. 한참 그것을 바라보던 주양, 말 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그렇다면..."
나는 분명 너를 걸겠다고 맹세했지만... 지금만큼은. 상대의 차원 자체가 다르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나는 또 다시. 미안. 여보. 부디 멋대로 구는 나를 용서해주지 않을래. 너는 좋은 사람이니까. 내기에서 내가 지더라도.. 행복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나는 아직 널 모르지만, 그래도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니까. 조금은 씁쓸하지만 결의에 찬 눈빛을 하고. 주양은 입을 열었다.
"그 탈이 아즈카반에 잡혀가거나 죽지 않는다는 데, 나 자신을 걸게. 그래. 내 목숨을 너에게 바치도록 할게. 어때, 이 정도면 해볼만한 내기 아니겠어?"
책에게 입술을 달싹인 그것은 눈을 내리깔았다. 정말 그만 보고 싶을까? 답은 알고 있지만 뱉을 수 없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에 아직 때는 이르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6학년 학생대표는 그만 보고 싶어하겠지만, 과연 어떠할지."
모호한 답을 뱉으며 그것은 눈을 감아버렸다. 그런가. 결국 배신자는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고 자신은 타인과 함께 섞여 숨어사는 광인인가. 책이 덮인다. 익숙한 목소리에 너는 고개를 돌린다.
"아-! 선생님, 안녕-! 세스트랄 교수님이 책 찾아요?"
너는 활짝 웃는다. 빌려드려야 하니 주라는 말에 잠깐 고민하듯 음, 하고 운을 떼더니 책을 등 뒤로 슬쩍 숨기려 하며 아이처럼 맑게 웃은 것이다.
"이노리 여기서 엄청 신기한 거 봤는데! 그러면 교수님도 보는 거예요? 신기한거 많아요? 교수님도 이노리처럼 다른 동물이랑 친해지려고 읽는 거래요? 선생님, 선생니임, 이노리 혼돈이랑 궁기랑 친해져도 돼요? 설녀님이랑 놀아도 돼요? 이노리도 교수님처럼 책 빌려도 돼요? 지금은 안 돼요? 나중에라도 돼요? 선생님!"
너의 발랄한 목소리 뒤로 유년기 아동이나 할법한 왜요? 선생님 있잖아요, 그게요, 있죠의 향연이 펼쳐졌다. 다만 발음은 놀라울만치 또박또박했다.
말도 안 돼. 전혀 짐작도 못한 이름이 나오기에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다. 주변을 감싼 기운이, 이 불길한 위용이 곧 그 이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느꼈던 긴장감이 더욱더 높이 치솟는다. 그러나 한 순간도 집중을 멈출 수는 없었다. 입안이 말라갔지만 마른침을 삼킬 생각도 하지 못하고 떠오르는 글자들을 빠르게 훑어간다.
그리고 마지막 구간에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인간은 모두 그렇다. 그 역시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 부정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출신, 인종, 혈통, 지위, 부와 같은 비교적 넓은 개념을 포괄한 기준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성격이 맞지 않는단 둥의 사소한 이유로 타인을 극도로 증오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다.
마땅히 반기를 들어야 할 상황이라 해도 그러지 못할 위력이다. 더욱더 압박이 무겁게 가해지자 몸이 움츠러들며 숨이 가빠지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재앙은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것을 혐오할 수 있는 인간의 본능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곳을 노리는 쥐새끼, 하나가 아닌 그 무엇들. 학원을 노린다는 부분을 읽자 순간 뇌리에 스치는 형상이 있다. 일제히 뒤집어쓰고 있던 탈들. 그것들이 바로 쥐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그것들과 다른 역할을 취하는 또다른 '쥐'?
"다른 쥐들이 그걸 알고 있습니까. 따른 쥐들이 그 쥐를 직이고 싶어한답니꺼. 글타면 오래 살지는 못할 것, 같은…데….…"
새벽공기가 적잖이 가라앉은 조용한 시간이었다. 이런걸 공격하러 오는것이라면 시야가 확보되고 안전을 위해 여러명과 같이 오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레오가 굳이 혼자서 그 누구의 시선에서 띄지않은 어둠을 택해 여기까지 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돌핀팬츠와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은 레오는 잠깐 운동이라도 하러 나온것마냥 몸을 이리저리 풀어주었다.
" 오- 그래, 네가 그 트롤이구나? 안녕! "
레오는 손을 흔들었고 트롤의 고함소리를 들었다. 레오는 인사할 분위기는 아닌가보네? 하고 고개를 갸웃하곤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 내가 왜 이런 아무도 없는 시간을 선택해서 여기까지 왔을까. 네가 좀 도와줘야겠다! 리덕토! "
일단은 움직임을 봉쇄할 생각이었다. 폭파로 인해 먼지가 날려 시야를 잠깐 가리곤 한 차례 더 몸을 풀었다.
" 그리고..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이것도! 스투페파이! "
기절을 시킬 의도는 없었다. 움직임을 봉쇄할 그에 준하는 것이라면 충분했다. 오히려 지금부터 하려는 일에 비하면 정신이 깨어있는게 더 나았으니까.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으며 조금 더 다가가 지팡이를 겨누었다.
" ....크루시오! "
이히히, 하고 웃음이 세어나오고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속에서 뭔가가 끓는듯한 기분. 성공했다는 기쁨과 왜인지 모를 알 수 없는 흥분. 하고싶은 것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느낌.아, 최고야.
갈색머리, 금안. 27세. 188cm의 키로 일가 중 최장신에 듬직한 체구. 잘 웃고 잘 떠드는 쾌활한 성격이다. 학교 졸업 후 일정한 직업 없이 방랑과 복귀를 반복 중이다. 딱히 집안에 손 벌리거나 하지 않는 걸로 보아 의외로 자급자족은 되는 듯. 그러나 딱 한번, 가문의 일로 손을 벌린 적이 있다. 남매 중 피지컬은 최상이지만 멘탈은 최약체(인 척 해줌). 연인은 없다. 아마? 어린 펠리체에게 기초체력을 길러주고 체술의 이것저것을 가르쳐주었다.
은발, 자안. 25세. 185cm. 마른 근육질 체형. 헬리아와 쌍둥이. 평소엔 너그럽고 시원스럽지만 성질을 건드리면 몹시 예민해진다. 까칠해지는 건 덤. 직업은 의류계 디자이너. 집안의 옷 9할은 블리스의 작품이다. (1할은 각자 취향) 지독한 워커홀릭으로 다크서클을 달고 산다. 일이 바빠서라기보다 스스로 일을 만들어 바쁜 타입. 본가를 나와 독립 생활 중. 교제 1년차인 동갑의 연인이 있다. 어린 펠리체에게 몇몇 현악기를 다루는 법과 간단한 바느질, 뜨게질 등을 가르쳐주었다.
은발, 자안. 25세. 174cm. 마른 글래머. 블리스와 쌍둥이. 늘 웃는 얼굴로 상냥하면서도 필요할 땐 독설도 서슴치 않는다. 직업은 나름 명성 있는 점쟁이. 복채가 입이 떡 벌어지게 비싼 대신 잘 맞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서인지 가족과 본인의 점은 절대 안 본다. 점을 잘 봐서인지 운이 강하다. 마찬가지로 독립했으며 블리스가 사는 빌라 아래층에 산다. 6개월 정도 만난 4세 연상의 연인이 있다. 어린 펠리체에게 약간의 천문학과 미인계, 사교에 필요한 화술 등등을 가르쳐주었다.
갈색머리, 금안. 21세. 184cm. 약간 허약함. 아직 얼굴에 미성숙한 앳됨이 남아있다. 어릴 땐 소심했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담력이 생겼다. 만성 피로로 인해 말투가 좀 늘어지게 된 것. 블리스와 마찬가지로 워커홀릭의 상징(다크서클)을 달고 산다. 직업은 약초학과 마법약의 연구원으로 아직 말단이라 구르는 중. 왕게임 때 쓰인 변성 마시멜로의 제작자이기도 하며 다른 것도 있다. 아직 독립하지 않아 본가에서 살고있다. 일이 연인이라고 말하지만 아직 관심이 없을 뿐이다. 어린 펠리체에게 약초와 약에 관련된 지식을 일부 가르쳐주었다.
쥐가 떠나면 우리가 죽는다고?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의문을 표할 새도 없고, 차분히 생각하며 조목조목 질문을 던질 시간도 없다. 글자가 지워지는 것을 넘어 책이 사라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눈앞에 버티고 선 공포와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확정적인 죽음 중 어느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하는가, 이를 고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둘 모두 마땅히 우황하며 피해야 함이 옳다. 그러므로 그는 앞뒤 잴 것 없이 사라져가는 책으로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
헉 사라지기 전에 봤다... 나는 봤다 :0!!!! 노리주 진짜 엄청 금손이야 흑흑 전에 벨이 그림 올릴때부터 알아봤지만.. 지금 다시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어 여전히 금손이야..! 루모스 막시마를 쓴 것 같이 빛나는 그런 금손이야... 잉주 최고다 노리 최고다~~!!! 귀엽고 예쁘다!!! :D (날렸다니 위로의 쓰다다다다담)
>>79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억양은 그대로인데 말투 애매하게 된 경이.. 귀여워..! :)
>>79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 기분탓..! (해수에 들어가서 살아 숨쉬는 중)(?) 앟 광공이 되는거구나 :0 분명 쭈 성격상으로는 너는 내깃돈 이상으로 소중하니까 못 걸었다고 절대 말 못할거고.. 땃태한테는 비밀으로 해야겠어..! (?)
케이크 한 판이면 된다. 조각으로 사기에는 백정의 벗 또한 챙겨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손하면서도 과한 예의와 친절을 보여야만 한다. 그것은 그렇게 살아남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마지막으로 고르는 것을 본다.
"제법 장난기가 있으시군요. 좋습니다."
그것은 무지개 음료의 악명을 알고있다.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다. 스베타는 무지개 음료를 마시고 저멀리 뛰쳐나가지 않았던가. 그날의 참상을 떠올리고는 이내 기억의 한구석으로 밀어버린다. 그것 또한 얼떨결에 빡빡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뒤로 돌아 당과점의 주인을 바라보며 한걸음 앞으로 나선다. 한복 자락이 스치고 차분히 답한다.
"알겠습니다. 주인장, 계산하도록 하지요."
이윽고 갈레온을 여럿 꺼내든다. 레몬 사탕, 지렁이 젤리, 환청 케이크 한 판, 다른 종류의 젤리, 아, 그리고 그것이 먹을 감초 사탕 한 병. 간단한 주전부리를 이것저것 계산대 위에 올려두니 고모님이 보내주신 용돈을 드디어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정도면 제법 수지타산이 맞는 일이었다. 간식으로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계산이 끝나고 백정의 몫인 간식은 종이로 된 봉투 속에, 케이크는 파스텔톤 상자에 담긴다. 부드러운 색감의 케이크와 잘 어울렸다.
"만족하시는지요, 마노 경."
그것의 몫인 감초 사탕이 담긴 병은 고이 팔에 안는다. 그것은 친구를 통해 기숙사로 몰래 돌아가서, 사감 선생님이 찾으러 오기 전에 재빨리 오늘의 한을 감초 사탕에 풀 예정이다. 주먹 한 번이면 물기도 전에 박살나리라. 다른 사탕이 보는 앞에서 득득 씹어먹으면 알아서 설설 기곤 한다. 반항하는 것들도 보는 앞에서 숙청(?)하고 먹으면 되는 일이다. 참 즐겁지 아니한가. 사탕마저 제 나름의 자아가 있다는 것이니. 그것은 잔잔히 미소를 지어보이곤 나가기 편하도록 문을 다시금 열어주려 하였다.
>>855 목줄은 말 그대로 목줄이지! 초커같은것도 채워주고.. 히히... (뿌듯)(음흉)(????) 물리적 입마개는.. 아이 참 그거 있잖아 그거..! 찐하게 키스하는 그거 >< (부끄러워서 땃주 등 팡팡 때리기)() 후후후 나는 오늘부터 살아숨쉬는 상상력 공장이 되겠다..! 앗 그리고 불편할 건 하나도 없었는걸? 오히려 좋아.. 아주 최고야..! 그래서 땃쭈 또 언제 만난다구~? ()
>>856 ((불편한게 없다는 말에 안도하는 땃쥐)) 땃태 늘 머리 적당히 묶는 편이니까 목걸이 걸어줄때 머리끈이 느슨해서 머리카락이 흘러내린다던가 하는 묘사를 마음껏 넣을 수 있겠어:D 세상에 초커라니. 기왕이면 좀 예쁘고 맨질맨질한 디자인으로 부탁...((등짝 맞고 아야)) 땃쭈 만나는 건 어.....조만간? 쭈주가 원하면?
>>857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느낌인지 머릿속에서 너무 잘 그려지는걸...? :D 상상하고 좋아죽어서 잠깐 글을 못 쓰고 있었네 ㅎㅎ... () 그렇게 잉벨 폭주콤비가 완성되는가..! 앗 아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후후 좋아... 이런 캐해 내가 아주 좋아해...! 아편잉이가 되는거야~~! (잉주:쭈주 나가요)
>>858 >>859 아니 마지막 뭐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우리 땃태는 어느쪽이든 좋아.. 근데 S면 더 좋을것 같 (뇌절 컷) 헉 머리카락 흘러내려주는거 너무 좋아 흘러내린 머리카락 이렇게 막 쓸어넘겨주고 생긋 웃어주고싶어 흑흑 (욕망 폭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좋아. 광택나는 가죽재질 초커로 채워주도록 하겠어~! :) 조만간 :D..! 아마 주말때 시간 날것 같으니까 그때 만나보자구~!
조졌다. 진짜 조졌다. 어떻게 이렇게 조질 수 있는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끝내주게 조졌다. 얼마나 조졌냐면 내 인생을 끝장낼 수 있을 정도로 조져버렸다.
극을 진행함에 있어 우연한 상황을 지나치게 남발했다간 억지스럽단 비평이 따라붙기가 불가피한 일이라지만, 모두들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 인생은 거시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억지라 부르기도 우스울 정도의 우연이 연속적으로 흘러가고 겹쳐 만들어지는 엉터리 촌극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갑자기 왜 이런 서술을 넣느냐면 현재 그가 삶을 조지게 생긴 것도 모두 우연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다.
수학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을 구하고 싶다. 학교 앞 숲 인근을 지나다가 니플러한테 주머니를 털리고, 그걸 붙잡으려 쫓아가다 우연히 개량 트롤이랑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될지 대신 구해줄 사람?
대답은 말 대신 거센 땅울림으로 돌아왔다. 쿵, 묵직한 진동에 그가 입을 쩍 벌리며 거꾸로 들고 있던 니플러를 툭 떨어뜨린다. 한 발짝 딛는 걸음마다 황천길도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지는 듯한 소리가 우악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개인의 힘으로 떨쳐낼 수 없는 당혹감에 그는 한순간 넋이 나가버렸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육체의 속박을 벗어나 거대한 윤회의 흐름 속으로 되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그대로 끝인가 싶었는데, 트롤의 몽둥이질이 그의 머리 위를 덮치려는 순간 그는 잽싸게 옆으로 뛰어 공격을 피해내었다. 생각보다는 몸이 더욱 앞선 행동이었다. 최근에 역사서를 읽다 무시무시한 일을 당한 뒤라 전보다 담이 커진 덕분이다.
"…으와아아아악!!!!!"
그대로 매끄럽게 굴러 자세를 바로잡더니 조금 늦게서야 비명을 질렀다. 살짝 놀란 것을 빼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온했던 얼굴이 마찬가지로 때늦은 경악에 찼다. 맞았으면 죽었다. 저, 저거는 트롤이 아이라 거인인데. 재앙신에 비해 덜 무섭단 거지 아예 안 무서운 건 아니란 거다. 하기야 자신에게 적대적인 7m짜리 괴수를 바로 앞에서 마주한다면 누구라도 겁에 질릴 게 뻔하긴 했다. 비명을 지르면서도 택영은 재빨리 품 안을 뒤져 무언갈 꺼냈다. 마법사라면 응당 주력 무기로 삼아 마땅할 지팡이, 가 아니라 칼이다. 칠 먹여 검게 물들인 칼자루, 수수한 장식을 했으나 날이 곧게 선 장도(粧刀)가 굳게 쥐였다. ……장도가 거기서 왜 나오지? 그는 곧장 칼집 벗긴 칼을 역수로 쥐어 트롤의 몸 한 곳을 아무렇게나 찍었다. 칼이라고 해도 고작 손바닥만한 날로는 트롤을 상대로 기술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우연찮게도 노린 자리가 트롤의 오금 언저리라 따끔한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칼을 회수할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는 서둘려 자신이 낼 수 있는 전력의 속도로 달렸다. 아예 도망칠 기세로 달렸는데도 뒤를 따라오는 발소리가 가깝다. 뜀박질을 하면서 그가 다시 품 안을 뒤졌다. 까닥하면 죽게 생긴 상황이라 다른 생각은 하나 들지 않는다. 아까는 아무것이나 잡히는 대로 나온 걸 써서 그렇지, 본래 마법사라면 이 방식이 더 합당하긴 했다. 차마 멈추어 돌아선 상태로 마법을 쓸 용기가 나지 않는데다, 표적이 크니 아무렇게나 쏴도 맞을 것 같았기에 그는 달리는 그대로 지팡이를 뒤로 하고 외쳤다.
"페트리피쿠스―"
… …….
아, 근데 그 뒤가 뭐였지. 급하니까 긴 주문은 생각이 나지도 않는다. 조금 멀어진 삼도천이 다시 눈앞에서 아른거리기 직전, 딱 한 마디가 머리에 떠올랐다.
"아! 그래 스투페파이! 스투페파이 그거!"
그러자 쉬지 않고 연신 쿵쿵대던 발소리가 잠시 멎은 것 같았다. 흘끗 뒤를 돌아보니 트롤과의 거리가 조금 멀어져 있었다. 2차 공격을 하려면 지금이 딱 제격일 텐데, 애석하게도 주문에 관해선 아직까지도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지 못한다. 어, 그러니까. 안 움직이게 하려면 뭘 써야 하지? 지금 딱 비틀비틀 거리는 게 넘어지기 좋아 보이는데. …아, 넘어진다면 좋겠을 때는.
"플리펜도…!"
그는 주먹을 질끈 쥐었다. 그러느라 지팡이를 엉뚱한 곳으로 향하다가 황급히 트롤에게 돌린 것은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실수였다.
>>866 ???🤔 쭈주 취향 확인..쭈주 취향은 S다..((메모)) 아니 세상에 뭐지. 마치 그것은 길들이는 손길이 아닌가! 상상만 했는데 땃태가 어떤 행동을 할지 바로 떠올라버렸지뭐람:Q 주말..주말이라면 지금도 주말이기는 한데(((뇌절 컷)) 아니 혹시 초커 채워줄 생각인가?:P 좋아 주말.....이번주말? 다음주말? (쭈주:땃쥐 나가)
소유욕을 일으키는 특정 대상에게만 무한한 스킨쉽을 요구한다. 가능한 붙어있으려고 하고 신체 어디가 되었든 닿아있으려 한다.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할 때는 약간의 고통을 동반하는 흔적을 남기려 들 것. 이는 집착보다 불안에서 기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면 흔적까지는 안 간다. 그래도 가끔은 하겠지만.
첼이 진단! 소유욕..매구가 떨어지면 안 되겠네요!😳 어머머..흔적..어머머..고통을 동반이면..이이..아프지 말아요, 첼!😫 매운 걸 잘 못 먹고 뜨겁기..까지..?((불닭볶음면을 떠올려요!)) 첼이에겐..불닭을 주지 말 것...((메모해요!!)) 이번 진단도 아주 좋아요! 냠..냠..😋
>>872 앟 그걸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돼 멈춰..! (메모지 뺏기 시도)(?) 헉 뭐지뭐지! 쭈주도 쭈같은 사람이라.. 이야기를 안 해주면 모르겠는데... :D (군침 줄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땃주가 괜찮다면 지금부터..? (두근)(??)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내일 이벤트 이후도 좋고! 다음주말도 환영이야! :) 물론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랑도 일상 열심히 돌려야지!
>>882 ((뺏기지 않기 위해 쥐구멍으로 존버)) ㅋㅋㅋㅋㅋㅋ아 미리 말해주면 재미없잖아o.< 헉 나는 지금부터도 괜찮은데 어때 셀위?(??) 그치만 쭈주 요즘 되게 바쁘고 힘들고 그래보여서 새벽 일상 찌르기가 좀.......o<-< 이번에 쭈주랑 돌리고 나면 다른 사람이랑 평일 통곡의 텀을 짊어지고 돌려야지. 응응......
첼주 구몬 잘 봤어! :D 약간의 고통을 동반하는 흔적이라니 뭐야 너무 로맨틱(?)하고 좋은데 불안에서 비롯된거라고 하니까 조금 안쓰러운걸... 매구님이 계속 같이 함께해주셨으면 좋겠구! 맵고 뜨거운거 못먹는 첼이 너무 귀엽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우리 첼이한테 마라탕 사주고 반응 지켜보고 싶다.. (????)
어떻게든 움직임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뛰는 발짓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숨이 목구멍에 치달을 때가 되어서야 숲 쪽을 벗어날 수 있었다. 와, 씨, 진짜 디질뻔했네. 줄줄 흐르는 땀을 닦다 그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고 나니 목숨이 중해 뒷전으로 밀어놓은 사실이 뒤늦게 다가왔다.
살기야 살았지만 또 조졌다. 아까 그 장도, 누부야한테 선물로 받은 엄청 비싼 칼인데.
절망의 시간을 가져봐도 잃어버린 물건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울적하고 억울한 기분에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울지는 않았다. 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억울하고 아쉽다……. 그는 한참을 쭈그려 앉아 있다 일어서서 기숙사로 돌아갔다. 미련을 다 못 버린 걸음이 축 처져서 무거웠다. 일부러 트롤 치러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는데 나중에 한 번 걔들한테 부탁해봐야겠다, 칼자루라도 멀쩡하다면 좀 가져와 달라고.
>>880 인내심 떨어진 매구님...매우 좋을거 같은데...ㅋ...ㅋㅋㅋ....안되겠다 이건 봐야겠어!!!
>>886 역시 쭈주...그걸 로맨틱하게 보다니! 소유라는 건 언제든 잃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그런 불안이 없잖아 있지. 지금도 반지로 어느 정도 해소는 됐는데 그래도 아주 미약한 불안이 남아있구~~ 음~~ 첼이에게 마라탕을...? 쭈주가 정녕 호감도 마이너스작을 해보려는 것인가...?
>>894 ((잠깐 땃태한테 키스조르는 쭈가 떠올라서 이마를 세게 침)) 비가 내려서 자는 건 이미 조진것 같아(?)새벽일상(이라고하고 쭈로 보상받는 것) 나도 지금 좀 흐물흐물한 편이고 쭈주가 내일 낮 일정이 없다면 돌려도 좋지:) 뻔뻔하게 요구했는데 받아줘서 고맙다구. 음쪼쪼😘 다음 주말에는 꼭 다른 이들과 친분을 쌓고 호감도를 올리고...((끄덕))
앟 노리의 질문권이 있었구나! 아무거나 다 되는거면.. 노리가 계속 가면을 쓰고 다니는 이유는 뭘까! 내가 요즘 어장에 자주 못 들어와서 흐름을 놓친걸수도 있고.. 현생에 휘둘리느라 노리의 설정을 기억 못하는거일수도 있으니까, 위키에 올라온 정보라면 위키 확인해달라고 해줘 :)
>>89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쭈만큼이나 뒤틀린 사람.. 그러니까 그것도 애정이라고 보는거지~! (아니다) 역시 그건 그렇지. 가졌다는 건 곧 언제든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뜻하는거니까.. 충분히 불안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과연 어느 정도로 애정을 줘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을지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는걸? :) 앟 그리고 호감도 마이너스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돼... 바지락칼국수같은 순한맛 먹여주는걸로 변경..! (다급)
>>898 이노리가 가면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온전하게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가려진 틈 사이로 좁게 보고 싶은 것도 이유고, 눈이..혐오스럽긴 하지만 꼭 백내장 말기 환자처럼 공막-검은 테두리-하얗게 물든 속의 홍채 이 순으로 있어서 징그럽다는 사람도 있어서 그렇답니다.
설택영: 234 캐릭터의 말투를 묘사해주세요 - 말투 자체는 꽤 예의 발라. 거의 대부분 습니다체나 해요체로 말하니까. 그런데 사투리를 쓰다 보니까 억양이 세고 말이 빠른데다 문어체 말투도 자주 쓰거든(~다, ~나). 게다가 집안 사람들이 목청이 좋다 보니까 본인도 목소리가 좀 커. 그래서 퉁명스럽게 들리는 느낌이 있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말 살살 한다는 이미지는 별로 없음.
061 먹기 싫은 반찬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 편식을 안 해서 이것저것 다 먹지만! 정말로 먹기 싫은 게 있음... 있어도... 웬만하면 참고 그냥 먹어. 음식 버리는 거 아니라고 배워서... :3 진짜진짜 못 먹겠어서 꼭 버려야 된다 싶으면 그냥 남겨놓고 죄송스러워 하지 않을까...
175 미안해와 고마워 중 더 많이 하는 말은? - 미안해를 조금 더 많이 한다!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895 입으로는 겁먹었다 말하면서 몸을 솔직하군!(물리)
>>89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게 귀엽다니~~~~~ 삽질맨이라고~~~~~ 꺄아ㅏㅏ악 뭐야 땃주 왜 천장에 있어!!!!! 전기파리채 들 뻔했잖아!!!(?)
>>905 비오는 날 새벽에 나가고 싶지는 않지만 일단 선레는 던져놔야 나가서 시원한 음료수든 뭔든 사올 수 있다...그러하다. 여기는 비가 왕창 쏟아지는데 시원한 게 아니라 습함을 맛보고 있어. 죽을 것 같아88 앗 쭈주네도 얼른 비 내려야할텐데((쓰다다담)) 욕망을 대체 어떻게 풀 셈인지 기대가 되는걸!:D 아 선레. 선레는 다이스로?:) 대신땃쥐가 걸리면 땃쥐는 선레 정말 못쓰는 걸 감안해줘:)
>>902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맞지~~! 받아도 모자라고 계속 받고싶은게 바로 연인의 애정인 법..! 첼주의 의견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야...! (뿌듯)() 헉 뭐야 그렇게 말하니까 더더욱 보고싶은데..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첼주는 IF라도 호감도 마이너스 된 첼이를 보여줘야겠어!! (???)
>>906 경주 구몬도 잘 먹었다~~! :D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심한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전혀 안 소심하게 보는거냐구 갭차이 진짜 어쩜좋아.. (어쩔줄 몰라하는 쭈주) 뭔가 그 성격이랑 목소리 갭 차이때문에 오해도 종종 받아봤을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 헉 그냥 참고 먹는 경이 멋지고.. 미안해하는거 귀엽잖아 후 내 우심방 좌심실 나대지마.. ()
단태는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자신이 봤던 역사서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그대로 덮고는 기숙사를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생대표에게 들킨다면 점수 차감을 받을 수도 있는 시간대였기에, 단태와 같은 방을 쓰는 학생이 "너 지금 나가려고?" 하는 말을 불쑥 던지는 건 당연했다. 이제까지 계속 뭔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처럼 손톱을 딱딱, 소리가 나도록 물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건 확실히 이상해보일 수도 있다. 들킨다면 기숙사 점수가 차감되겠지만- 단태는 겉옷까지 착실하게 챙겨 입으며 자신을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뭐라고 더 말하려 입술을 달싹이는 자신의 룸메이트를 향해 입술 위에 검지를 대고 쉿- 제스처를 해보인 뒤 금새 현궁을 나섰다.
선선하지 못한 여름밤이 단태를 반겼다. 체온이 늘 낮고 서늘한 축에 속하다보니 되려 이런 밤이 자신에게는 쾌적하게까지 느껴졌지만 단태는 손톱을 작살내지는 않았지만, 다시금 손톱을 딱, 소리나게 물었다가 놓았다. 초랭이탈과 중탈. 배신자가 지키려고하는 수많은 목숨. 그리고-
가까운 곳에 있다고 이야기했던 리 선생님의 말을 몇번 곱씹으면서 걷다보니 단태의 걸음은 금새 주궁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곧 단태는 지팡이를 꺼내 허공에 휘두르며 "아비스"하고 주문을 외웠다. 주문이 끝나자 새떼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곧 단태는 지팡이를 다시 휘둘러서 아비스로 소환한 새들을 움직일 수 있는 주문을 외웠을 것이다.
그래, 생각보다 내가 너를 꽤 많이 좋아하고 있으니 이렇게 떠오르는 것일테지. 난데없는 새들의 등장에 다른 학생들도 반응을 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네 시선을 끌 수 있다면 그걸로 되지 않을까하고 단태는 꽤나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날아가는 새들을 보던 시선을 살짝 굴렸다.
새 떼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면서 약간의 소린이 일어난 듯 싶었다. 어차피 마법이 난무하는 학교에서 이 정도가 무슨 일이겠냐만은. 역시 다른 학생들도 듣고 본 게 있어서일까. 오늘 책을 읽으며, 그것과 내기를 한 일을 떠올리고 주양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너무 과한 걸 걸어버렸나. 어차피 자신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죽어버릴 사람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하니 약간의 후회도 되었더란다.
자신이 몇번 써본적이 있던 그 마법. 아비스, 그리고 옵푸그노. 그 마법들을 사용해 새떼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어느정도 추측할 수 있었기에 주양은 그 장소로 향하게 된 것이다. 허나. 마법을 사용한 사람이 당신인줄은 몰랐다는 듯, 제법 놀란듯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나.. 꽤 화려한 등장이구나. 우리 여보. 주궁까지는 어쩐 일로 온거야? 역시 내가 보고싶어서 온 거겠지~?"
그래. 일단, 오늘의 내기 내용은 잠깐 뒷전으로 미뤄두기로 하자. 아직 당신에게는 말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원래 자신이 이렇게 남들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끔은. 그리고 당신에게 만큼은, 이 정도 배려는 베풀어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특별한 사이로. 친구 이상의 관계로 느끼게 되었으니까. 늘 입던 후덥지근해보이는 테크웨어 차림으로 당신 앞에 나타나서는, 자연스럽게 옆에 착 달라붙는 것이다.
"이런걸 두고 텔레파시가 통했다고 하나~? 나도 마침 우리 여보야가 많이 보고 싶었거든. 주궁에 직접 오는건 처음인것 같은데, 덥지는 않아?"
그동안 당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기에. 무엇보다... 아주 어쩌면. 자신이 내기에서 처참히 져버리게 된다면, 당신과의 이런 시간을 가지지 못할지도 몰랐기에. 주양은 오늘도 쉴새 없이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사소한 이야기라도 아낌 없이 꺼내며, 당신과의 거리를 더더욱 좁힐 뿐이었다.
"아니면... 전에 못 뺀 진도를 더 빼러 온걸까나~? 그렇다면 더더욱 잘 찾아왔다고 할 수 있겠는걸. 마침. 오늘은 룸메이트가 다른 방에서 자기로 했으니까. 후후훗..."
잔망스럽게 이야기를 잇는 주양의 브레이크가 되려는지, 옆에 있던 청이 늘 그랬듯 주양의 어깨를 쿡쿡 쪼아대기 시작했다. '이 새대가리. 가만히 안 있어?!' 하고 늘상 그랬듯 티격태격하며, 청에게 약한 꿀밤을 놓는 것은 덤이었다.
날아오르는 새들은 지팡이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고 그 새들을 불러낸 당사자인 단태는 표정변화없이 그저 새들의 움직임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 하고 짧게 웃음을 터트렸을 수도 있다. 그 웃음은 새들의 날개짓 소리에 금새 묻혀버렸겠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러 왔을 수도 있지. 키티."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꾸하는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능청스럽고 능글맞았지만 시선을 내려 응시하는 붉은 암적색 눈동자는 감춰낼 생각도 없는 것처럼 가라앉아 섬찟하기 짝이 없었다. 피니테- 하고 주문을 외우자 맴돌고 있던 새들이 한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팡이를 집어넣고 단태는 안기 위해 펼쳤던 양팔을 펼쳐서 곁에 붙어오는 주양의 허리를 감싼다.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아니지, 그렇게 생각해주는 게 더 좋기도 하고. 자기야- 아무리 주궁이 덥다고 해도 잠깐일 뿐이고 현궁보다는 따뜻하니까 괜찮은걸."
재잘거리는 주양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단태가 히죽- 능청스럽게 웃음을 흘렸다. 그 재잘거림이 꽤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렇게 말하면서 점점 더 몸을 가까이 붙여오는 게 도발하는 것처럼 보여서, 패밀리어와 티격태격하는 주양의 모습을 능청스러운 웃음을 짓고 지켜보던 단태가 청에게 꿀밤을 놓는 것까지 지켜보다가 불현듯, 뒷목을 손으로 감싸고 당겨서 가볍게 입술에 입을 맞췄을 것이다. "지금 관계가 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진도 이야기야? 그렇게 생각될만큼 내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알겠지만-" 말을 잇던 단태는 잠시 재잘거림을 멈추고 한번 더 아까보다는 조금 오래 자신의 입술을 맞댔다가 떼어냈다. 이렇게 잔망스럽게 굴면 내 인내심이 어느정도인지 시험할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말이지.
"그거에 대해서는 나중에 진지하게 이야기해볼까. 달링? 오늘은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해봐. 네 패밀리어랑은 그만 싸우고."
이거. 내가 질투해야 할 타이밍이지? 하고. 조금은 살벌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내걸었다. 이렇게 새떼를 만들어내서 이목을 끌었으니, 불특정 다수를 전부 보려고 왔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장난스러운 생각 역시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농담을 기번으로 한 생각일 뿐. 믿음으로까지 번져 나가지는 않았기에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이는 것이다. '그치만 역시 여보야한테는 나밖에 없잖아?' 하고, 괜히 한층 더 짓궂은 말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 우리 여보가 좋아할만한 선택지를 딱 골라줘야겠는걸? 내가 조금은 덜 아프게 잡아먹힐수 있도록 말이야~ 음음. 괜찮다고 하니까 다행이기는 한데! 잠깐이라고 했으니 슬슬 자리를 옮겨볼까?"
아꺼 전 새떼가 한바탕 일으킨 소동으로 보는 눈이 조금은 많아졌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제 허리를 감싸안는 당신의 손길에 살짝 볼을 붉히던 주양은 이윽고 당신을 마주안았다. 이렇게, 남을 안아보는 것은 또 생전 처음이었다. 차가우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당신의 체온이 옷 너머로 느껴지고, 그 체온을 한껏 느끼며 품 안으로 자꾸만 파고들다가 당신의 가벼운 입맞춤에 주양은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는지, 놀란 표정을 잠깐 지어보였다. 허나 그것도 잠시였지만.
"으응, 그치마안~ 솔직히 망설일 것도 없잖아? 우리 여보야 말대로.. 여보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구. 나한테 내깃돈 이상의 가치를 가진.. 이미 죽어버린 내 사촌동생에 이은, 또 다른... 으으. 부끄러..!"
꽤 분위기를 잡으며, 검지손가락을 들고 당신의 턱선을 따라 부드럽게 훑어내리며 말을 이어가려던 주양은 결국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또 다른 소중한 존재. 라는 이야기 하나를 끝끝내 입밖으로 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과, 그래도 부끄러우니까 그럴수 있지 하는 타협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오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조금 더 오래 이어진 입맞춤에, 언제 그랬냐는 듯. 더더욱 몸을 맞대며 당신에게 호응해오는 것이다. 당신이 떼어내려고 했던 타이밍보다 더더욱 입맞춤을 길게 이어갈 수 있도록, 당신을 안은 팔에 살짝 힘을 주기까지 하면서. 그렇게 잠깐동안 더 시간을 나눈 다음, 제 입을 떼어내고 곱게 눈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당신의 말에 주양은 한바탕 경박스럽게 웃어댔다. 역시 당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먼저 고백 비슷한 무언가를 한 것은 자신이 한 잘한일들 중 TOP3 안에 들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는 확신을 가지며. 오늘 있었던 일을 물어오는 것에는 조금 뜸을 들였다. 머리가 살포시 눌린 청은 꺢 하고 한바탕 울어댔으나 그뿐이었다. 만약 당신의 손가락을 문다면, 지렁이젤리 일주일 압수라는 주양의 압박 가득 담긴 시선이 청을 향했기 때문에.
"오늘? 늘 그랬듯이 평온한 하루였지~ 평소에는 안 하던 독서도 조금 했고 말이야. 조금, 이런저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난했어! 우리 여보야는 어땠을까나?"
역시 내기 이야기는 아직 하지 않는게 좋겠지. 만약 그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면. 그리고, 당신이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떻게 일이 흘러갈지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일단 최대한 말을 아끼기로 하면서, 평소대로의 여유만만한 표정을 내걸었다.
>>929 물인척 술 먹이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은데 아니 데려가는게 더 좋은데..??? 금방 뻗게 할 수 있도록 칵테일같은거 마시게 해야겠다 XD (????)(쭈:여보야..? 이거 물... 물이 달아아.....(풀썩)()) 앟 그것마저도 귀엽다니 이건 콩깍지야..! 필터 멈춰!! ()
>>931 아니 자연스럽게 우리라고 하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너무 좋다 다음 상황은 상상에 맡겨도 되는거지..? (이미 글러먹은 쭈주)() 앟 ㅋㅋㅋㅋㅋㅋㅋ 흑흑 이제 땃주의 필터는 멈추지 않는건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귀여운 M 유니카 쭈가 되어야만 해..! (데자뷰 보여주며 무리수 던지기)() 땃태랑 땃주라면 할 수 있다! 화이팅~~! :) 그보다 나를 다시 살리다니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위협이다! (급 번역기 톤)()
"주궁에는 자기가 아니더라도 내가 아는 사람이 한명 더 있잖아? 아- 그렇지만 우리 키티의 질투가 어느정도인지 좀 궁금하기는 한걸."
장난스럽지만 살벌한 웃음을 마주하고도 단태는 눈썹도 까딱하지 않은 채, 도리어 더 자극을 하는 것처럼 주양의 말에 대꾸하고는 한쪽 입가를 아래로 늘어트리면서 히죽하니 웃음을 지었다. 짓궂은 대답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짓궂은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은 선택을 했을테지만, "의심할 필요도 없는 명백한 사실이야." 단태는 꽤 순순하게 대답을 중얼거리듯이 중얼거렸다.
아비스 주문도 모자라서 옵푸그노로 불러낸 새들을 조종하기까지 했으니 잠들지 않고 있는 주궁의 학생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었기 때문에 네 말을 들으면서도 끌어안는 행동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자신과 주양의 사이는 평소와 다를 바 없다고 모두들 느낄테니까. 굳이 찔려서 주춤거리는 게 더 이상하게 보일정도로 말이다. "무슨 선택지?" 주양의 말에 단태의 대답은 능청스러움이 조금 묻어나는 느릿했지만 그 허리를 감싼 팔은 그만큼 느긋하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파고드는 걸 받아주다가 잠깐 균형이 휘청거렸지만. "내 여자가 이렇게 솔직한 사람인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기숙사 창문으로 쳐들어갈걸 그랬네." 내 여자. 내 사람.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주양에게 다시 입맞추기 위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까이 대며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말하던 단태의 눈썹 한쪽이 슬쩍 치켜올라간다. 훑는 손길이 제법 유혹적이고 도발적이었고 다시금 입술을 맞댔다. 본래 떼어내려던 타이밍보다 조금 더 오래 입맞춤이 이어졌기 때문에 치켜올라갔던 단태의 눈썹이 다시 본래 위치로 돌아왔다. 단태는 자신을 안고 있는 주양의 팔뚝을 천천히 훑으면서 눈웃음을 짓는 주양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우연이네. 아니면 운명이던가. 나도 오늘 책을 좀 읽었거든. 무슨 책을 읽었는지 이야기해달라면 해줄건가?"
청의 머리를 누르던 손은 이번에는 주양에게 향했다. 긴 머리카락에 손을 대고 쓸어보던 단태는 곧,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의 능청스러움이나 능글맞음을 태도로 보이고 있었다. 단어 선택이나, 어조는 담담하더라도 행동은 아니라는 듯 쓸어보던 머리카락을 쥐고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댄다. 주양과 비슷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단태가 슬쩍 입가를 당겨올렸다.
오래 생각해봤지만 땃태는 유혹하고 꼬시다가 넘어오면 그걸 덥석 물고 끌고가는 스타일의 광공인 것 같아((이마 탁))
>>932 앟ㅋㅋㅋㅋㅋㅋㅋㅋ번역기 말투 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저 나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라고 할거 같은데. 음.....캐붕인가?((고심)) 그리고 내 필터는 늘 언제나 그랬듯이 무근본 귀여워하기였는걸?:D 귀엽지 않고 지금처럼 유혹하거나 도발해도 땃태는 오케이래(소곤소곤) 귀여운 유니카 쭈도 좋대!:D
아 진짜 우리 땃태 최고다.. 너무 좋아.. 88 조금 더 잇고 싶지만 체력이 허락을 안 하네 88 킵해뒀다가 자고 일어나서 마저 이어도 될까?
>>93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번역기 돌려서 해석하고 그에 맞춰서 또 번역기 말투 써서 보내다 보니 이젠 익숙해... 그러니 당신도 익숙해져야 합니다. 이 방식에! 이것은 매우 대단합니다 xD () 앟 캐붕이라서 그런 건 아니었구 땃태는 취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취한 사람 대열에 들어가서 그랬어! 무근본 귀여워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 땃주의 무근본 귀여워하기.. 너무 강력해.. (쓰러짐)() 앟 좋아좋아 어느쪽이든 다 좋다고 해준다면~ 전부 다 보여주는게 인지상정이지 역시? :D
점수 5점을 주고 빌린 그레이엄 가문의 책을 든 그녀는 누가 부를새라 잽싸게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차분히 읽어보자니, 그가 돌을 맞는 부분이 몇번을 봐도 열받고 괘씸했다. 알고보니 그가 정말로 잘못을 저질러 그걸 규탄받는 걸지도 모르지만 어릴 적 유달리 유약했다는 부분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좀더 무게를 실어주었다.
본디 괴물은 나면서부터 괴물인 것이 아닌 만들어지는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그가 전쟁을 일으키게 만든 그들이 잘못이지 않은가. 이 역시 진상은 달리 있을지 모르나 지금의 그녀는 알 수 없으니 아는 것 내에서만 판단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들의 잘못이 좀더 비중이 컸던 걸로 말이다.
"....으- 답답해...!"
생각이야 어찌되었든 한번 치솟은 답답함은 자연스레 사라져주지 않았다. 되려 더 무겁게 가슴 속을 짓눌러와 이걸 어떤 식으로든 표출해야 했다. 표출, 발산, 그러기에 딱 좋은 타겟이 아직 있었지. 씨익 웃으며 책을 조심히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것을 대신하듯 지팡이를 든 채 서둘러 방을 나선다. 캣타워에 늘어져있던 리치가 부산스러움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을 땐 닫히는 문틈만 살짝 보였을 뿐이었다.
학교 앞 숲으로 가는 길, 뜻밖에도 콧노래가 흘러나와 흥얼거리며 걸었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다. 오히려 어서 당도해 이 울분을, 답답함을 끄집어 내고 싶기만 하다.
그 기분이 발에 날개라도 달아줬는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도착한 그녀는 차오른 숨을 고르는 것을 먼저 해야 했다. 오늘도 저 멀리서 무식한 몽둥이를 휘두르는 트롤에게 어떤 일격을 먹여줄까 고민하며 숨을 고른 결과, 오늘은 죄다 터드려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효과 따위는 아무해도 좋았으니.
"엑스펄소!"
지팡이를 꼿꼿이 들고 트롤을 향해 주문을 외치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경쾌하기 그지없다. 그 탓인가, 주문의 위력이 평소보다 힘차게 나간 듯 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손아귀에서 지팡이를 한바퀴 돌린 후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전주 이씨 가문에 입적될 때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중 하나는 위즌가모트의 소속이다. 마침 재판이 끝나고 본가로 내려온 차에 날 만날 수 있었는데, 내게 지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고모님은 애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느냐며 나를 뒤로 숨겼고, 나는 두 눈을 불안히 굴리다가 용기를 내어 그 사람을 마주했는데, 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다름이 아니고 자신은 직계도 아니고 방계인지라 편히 삼촌이라 부르면 된다는 것까지는 용인할 수 있으나 업계에서만 통할 농담을 꺼냈는데, 네가 커서 위즌가모트에서 만날 일이 없길 바란다는 말이 문제였다. 나는 고모의 뒤에서 고운 한복 자락을 꽉 쥐며 몸을 바르르 떨었는데, 하필 나는 큰 죄를 저지르고 이미 형을 선고받고 온 날이었기 때문이다.
왼쪽 가슴팍에 은실로 W를 수놓은 사람들이 지하 10층 법정에 착석했다. 나는 폐쇄적인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은 처음 봤지만, 웅성거리는 소리가 참 싫었다. 그것이 그냥 시끄러워서가 아니라 어린 학생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며 손가락질하는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한 번에 수십 개의 시선이 내리꽂히자 심장이 방망이질을 쳤기 때문이다. 여기서 난동을 부리면 이 수많은 사람이 내게 마법을 쓸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나는 이런 상황을 바라지도 않았고, 이렇게 될 거란 확신도 없었기에 몸을 벌벌 떨었다. 의장이 착석하자 순식간에 조용해졌는데, 형식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12월 28일 징계 청문회입니다. 징계 대상자는─"
나의 이름, 주거지가 드러난다. 후부키라는 세글자가 귀를 때리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의장을 한번 보고는 눈을 질끈 감는다. 심문인, 그러니까 의장은 고모님이기 때문이다. 내가 앉지 않자 자리에 앉으라 호명할 때는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나는 당연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덜컥 다가온 현실의 공포 때문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 양옆을 지키던 마법사가 내 팔을 부축해 앞으로 성큼성큼 걸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을 내디뎠다. 한 발을 디딜 때마다 몸이 과일을 잔뜩 넣은 젤리처럼 흐물거렸다. 나는 읍읍 소리를 내며 반항했다. 하지만 의자에 털썩 앉고나서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끝나버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건 꿈이다. 그래야만 했다. 어서 깨서 평소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 고개를 숙이자 옆에 서있던 마법사가 부드럽게 목덜미를 잡아 세웠다. 덕분에 입에 문 재갈이 팽팽하게 입가를 당겼다. 재갈을 찬 이유는 내가 혀를 깨물려 했기 때문이다. 내가 위험한 짓을 하긴 했지만, 재갈을 물리고 옆에 마법사를 둘이나 끼워둘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 정당한가 싶지만 어쩔 수 없다. 반항하면 제압당할게 뻔하다. 나는 도와달라는 심정으로 배심원으로 있는 마법사를 본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탈색된 것 같이 아주 옅은 갈색 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내 또래의 소년이었다. 나를 신비한 동물을 보듯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옆에 앉아있던 여인에게 누구인지 설명해달라는 듯 옷깃을 잡고 보챈다. 저 아이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이한서다. 그 옆에서 근엄하게 조용히 하라 타이르는 사람은 언젠가 한 번 본적이 있는 것 같은 얼굴이다. 머리가 희끗하며 나이 지긋한 노인은 험상궂은 표정에, 강렬한 붉은 색채가 일렁이는 한복을 입고 있다. 이제 기억났다. 이씨 가문의 전 가주인 이영찬이다. 붉은 눈동자로 노려보듯 나를 꿰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지는 몰라도 이 불안감과 공포를 해소할 수는 없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입안의 혀로 재갈의 대를 훑었다. 이걸 밀어내야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을 보려 했지만 모두 정숙하라는 목소리에 나는 재갈을 꽉 무는 수밖에 없었다. 고모님이 나를 내려다보고는 엄숙하게 말했다.
"후부키 영지에서 섹튬셈프라, 크루시아투스 저주, 아바다 케다브라와 같은 공격 저주와 마법으로 후부키 가문의 당주 후부키 호타루를 포함하여 3명을 살해하였습니다. 이 죄는 매우 무겁고 용서받을 수 없는 죄임을 시인하십니까."
나는 재갈을 물고 있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지만, 몸은 자유로웠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모님의 표정이 일그러졌는데, 긴 손가락으로 내 재갈을 가리키자 옆의 마법사가 드디어 발언의 자유를 주었다. 나는 입이 자유로워지고 고모님께서 재차 묻는 말에 답하기 위해 숨을 들이마셨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목소리로 나는 대답했던 것이다.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피고의 죄는 방종이자 무지임을 정녕 모르시겠습니까?"
나는 입을 딱 다물었다. 고모님의 검은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붉은 눈동자가 분노에 이글거리기가 무섭게 언성이 높아지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나는 방종과 무지라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고모님을 쳐다봤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체 무엇이 나빴는가 싶었다. 나는 그저 단란한 가정을 꿈꿨을 뿐이다. 신비한 동물과 함께 후부키에서 살아가고 싶었다. 그게 뭐가 나쁘단 말인가. 살고 싶어서 발악했을 뿐인데 돌아오는 결과는 처참했다. 후부키의 숲에서 피투성이로 한참을 있다 오러에게 잡혔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를 생각하니 아직도 몸이 떨렸다. 차라리 도망쳤으면 이런 일도 있지 않았을 것이다. 평생을 도망칠지언정 이런 곳은 오고 싶지도 않았다.
"피고의 무지와 방종으로 인해 3명의 목숨이 사라졌습니다. 이 혐의를 정녕 부인하시는 겁니까?" "아니오. 모두 저의 죄입니다." "존경하는 위즌가모트 여러분. 피고가 죄를 인정하심을 이 자리에서 모두 보셨습니다."
고모님이 무언가를 들어 올린다. 지팡이다. 나는 고개를 도리질 쳤다. 형을 선고할 것이다! 나는 공포에 질렸다. 저 멀리서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알기 어려운 그것이 자리에서 내려와 내 팔을 우악지게 붙잡았다. 형은 즉결심판이었다. 고모님은 내 간절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벌렸다.
"피고에게 낙인형과 졸업 이후의 감금을 선고합니다. 피고는 다시는 후부키에 발을 붙일 수 없으며, 그 어느 쪽에도 소속될 수 없음을 밝힙니다."
지팡이가 내 어깨를 향했을 때, 결국 나는 악에 받친 소리를 지른 것이다. 고모님, 싫어요. 후부키에 돌아가게 해주세요, 안 돼, 안 돼……. 처절한 외침은 재갈에 막혔고 나는 고통에 겨워 울부짖었다. 그 고통 때문에 혼절이라도 했는지 잠깐의 암전 이후 나는 깨었는데, 푹신푹신한 침대와 각종 장난감이 어지러이 흩어진 내 방이었던 것이다. 나는 어두운 방문을 열고 오늘은 어떠니, 몸은 괜찮니 하며 환히 웃는 고모님을 보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고모님, 혹 오늘도 상담이 내정되어 있나요? 오늘은 조금 쉬고 싶은지라……" 하며 말이다.
>>0 [아성/트롤이 날뛴다!!!]-수행 "MA님도 참~ 이러다 학생 한명 진짜 골로가지..."
MA님의 장난으로 학교 앞까지 이동된 트롤은 커다란 나무 뭉둥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주위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미 몇몇 학생들이 녀석을 상대하고 지나간 듯 놈의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있었지만 녀석은 전혀 위축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지팡이를 꽉 잡는다. 그동안 질리도록 연습하고 배워왔던 마법이지 않은가? 성아는 난 할 수 있다고 연신 되뇌이며 트롤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인카서러스!!"
밧줄이 생성되어 트롤에게 날아갔다. 밧줄은 먹잇감을 휘감은 뱀처럼 트롤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트롤은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밧줄을 풀기 위해 주위를 파괴하며 난동을 부렸지만 그 덕에 아성을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은 혼자서 녀석을 쓰러뜨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고통과 불쾌감을 선사해주어 녀석을 제압해야한다.
"에이트 슬러그스!!"
몸 속에서 민달팽이가 튀어나오는 마법, 하지만 지금 현재 녀석의 목에는 인카서러스의 밧줄이 감겨있다. 즉, 달팽이는 그대로 녀석의 목을 막는다. 트롤은 연신 켁켁대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밧줄을 끊기 위해 녀석은 자신의 목을 할퀴고 있었다. 목의 상처가 늘어날 수 록 밧줄은 점점 더 느슨해져가고 있었다.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녀석의 몸을 마비시켜 질식 상태를 최대한 오래동안 유지한다.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