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정리하는 하루를 기다리다가, 하루가 입을 열자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거구나. 조금 더 고지식했을 때라면 조금 다른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려 손을 뻗을 때마다 조금씩 떨고 있는 그 손을 당장 잡아주진 않을지언정 가만히 들어주며, 나 자신도 할 말을 정리했다.
" 너는... " 이 말이, 너에게 실망했다는 걸로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아무것도 못하고 누군가 떠나가게 내버려둔다는 걸 무서워하고 있구나. 그 상황이 되면 올 죄책감을 두려워하는지도 몰라. " 자신의 생각만을 직설적으로 찔러넣는 건 오랜 버릇이다. 그것이 너의 속(裏)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정말, 이 정도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나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군갈 잃게 된다면 정말 슬플 거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 나는 널 이해하지만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가디언에게 '전형적인 포지션'이란 게 나눠진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 포지션 안에 갇혀 있진 말더라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정해 주는 것. 그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각자가 노력하는 것으로 화합을 이루고 뜻을 모아 원하는 걸 해낸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미덕이다. " 충(忠). 보통 충(忠)이라고 한다면 충성만을 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한자에는 정성이라는 뜻도 있다. 무언가를 위해 정성과 성의를 다한다. 그런 뜻 때문에 그 한자를, 좋아했던 것 같다.
" 내가 만약 너와 함께 의뢰를 간다면, 워리어로서 우선 내가 쓰러질 걸 가정하고 있는 서포터를 보고 기분이 좋아질 순 없을거야. 그런 위기가 올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게 하는 게 워리어로서의 역할이니까. " 마치 전쟁에 나서는데, 패배하고 끝까지 밀려나면 배를 만들어서 도망칠 수 있도록 조선기술을 배웠다는 아군을 옆에 두고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 그래도 나는 네가 좋아. " " 그 마음가짐도 싫지만은 않아. 단지 조금 성급했던 건 아닐까 생각해서, 무엇 때문에 성급해졌는지가 궁금했을 뿐이야. " 친하다고 해서 서로가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순 없다. 이해하려 할 수도, 서로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엔 잠시 눈을 가리며 관계를 이어나가려 할 수도 있다. 어느 쪽도 옳다. 웃었다. //✨✨✨✨✨ ✨✨✨✨✨ ✨✨✨
>>509 아니야. 나는 은후주가 그런 발언할 때 얼마나 용기를 내고 솔직하게 말하는지 이해해. 분명 은후주가 누군가의 의견을 대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해. 총대를 매는거니까. 다만 모두, 두려운거야. 이것(사건)으로 사라질까봐. 그러니까, 나는 은후주의 마음을 100% 안다고는 못하지만, 언제나 말하는 것처럼 용기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다만, 조금만 더 말할 때 부드럽게 말해준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살짝 해. 강요하는건 아니지만..
>>509 은후주의 감정이 필요없다고 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은후주에게도 은후주의 감정이 있듯 저희에게도 저희의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이 바로 어장이 터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에요. 또 은후주의 말은 무조건 무시한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 은후주의 말에 대해 공감한다는 표현을 덧붙였음에도 그렇게 마치 모든 사람들이 은후주의 의견을 무시한 것처럼 말하시니 저도 속상하네요.
>>508 아녀 제 말투 문제도 분명 있었으니 제가 사과 받을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님도 알겠지만 저도 빡치면 말 무지 날카로워지니 ㄱㅊㄱㅊ
오래 묵은 감정 질질 끌고가는건 전 절대 인생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번 말하면 그냥 잊고자 노력하는 타입이고 실제로도 다 잊고요 ㅇ~ㅇ 근데 그건 제가 그런거지 남들도 그런건 아니져 그래서 에릭주가 예전 일 신경쓰고 있었던것도 이해 불가능한건 아니고요... 암튼 전 괜찮아요 오늘 저녁 먹으면 오늘 님이랑 있었던 일도 다 까먹을거임
의뢰자, 이르미 쥬가인 가쉬는, 누군가를 지켜주기 위해서 싸우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 했었습니다. 얇은 철판 모양으로 주조한 소재를 견고하게 단조한 후에, 그것을 손가락과 손등을 각각 덮을 만한 작은 크기의 미늘 모양으로 섬세하게 재단합니다. 누구나의 손에 평범하게 착용할 수 있는 가죽 장갑을 베이스로, 각각의 미늘을 손목과 손가락이 움직이기 용이하도록 장갑과, 이어진 철판에 겹쳐 박아서 튼튼한 철체 건틀릿 모양으로 꼼꼼히 결합합니다. 특히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철판을 덧대어 마감을 튼튼하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건틀릿의 주먹 부분에 타격을 강화하기 위한 징을 수 개 박고, 약간 느슨하게 결합된 나사들을 꼼꼼히 조여가며,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강해지고 싶다는 그의 마음을 결실히 이해하며, 이 건틀릿에 그의 신념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의념을 가득히 불어넣는 것으로 작업을 마무리합니다.
# 의념 철을 소재로 사용해, 망념 60을 쌓으며 기본적인 공격과 방어에 모두 충실한 건틀릿을 제작하려 합니다!
>>521 그야 그렇겠죠? 즐기고 있던 어장 터지는건 누구나 원치 않으니까 근데 지훈주가 말씀하신것처럼 제 말에 대한 의견은 다들 내셔도 저 자체는 단 한 번도 위로 안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잘못한거든 어떤 문제에 지적하고자 총대맨거든 전 어장 분위기 잡치려고 총대매는거 아니에요 그게 지친다는거에요
차분하게 자신을 다독이듯 말해오는 비아의 목소리에 힘을 얻은 듯, 조금이나마 떨리던 손 끝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목이 타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 아메리카노를 몇모금 더 마신 하루는 작게 숨을 뱉어내며 대답을 이어간다. 비아가 자신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건 아니까, 그저 조금이라도 더 자신이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주고 싶었다.
" 저도 저와 함께 한 워리어가 무너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언제까지나 제 앞에서, 제가 나설 일 없이 굳건하게 서있어주길 바래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요. "
하루는 눈을 지그시 감은 체, 천천히 이야기한다. 자신도 자신과 함께 한 워리어가 쓰러지는 것을 바라지 않고,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런 상상은 끔찍해서 죽도록 하기 싫었다. 에릭이 자신의 앞에서 몸이 날아갈 때도, 질끈 눈이 감고 싶었다.
" 그런데, 만약에.. 정말 만약에, 제가 사랑하는 그 아이가 앞에서 피를 토해내며 죽어가고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무것도 없다...? 그건 너무 무서워요. 제가 사랑하는 아이의 목숨을 앗아갈 그 대상을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저 자신을 원망하게 될거에요. " " 그 아이는,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다니는 아이니까 더욱 더 불안해져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안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할 바에야, 불안감을 없애줄 검 한자루를 잡아서 제가 뒤틀리지 않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 밖에요. "
하루는 가느다란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며 떨려오는 눈으로 비아를 본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해맑던 하루가 두려움에 휩싸인 체 바들바들 떠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한숨을 내뱉은 하루가 팔에 들어간 힘을 조금 풀어냈다.
" ...물론 그 아이한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에요. 언니도, 다른 사람들도.. 저에겐 소중한 사람들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