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에릭주. 잘 들어주세요. 에릭주는 어장에 큰 애정을 갖고 있고 모두와 친근하게 지내신다는걸 잘 알아요. 그런데 그 드립은 제가 생각하기엔, 뭐라고 해야하나. 꽤 오래 지낸 친구가 아니면 기분 나쁠만하다곤 생각해요. '날 왜 끌어들이는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이건 인간 관계에 따라서 사람마다 생각하는게 다르기 때문에 '모두'를 대상으로 할 경우엔 조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은후주. 은후주께서 하시는 말씀은 틀리지 않고 분명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도 은후주와 비슷한 생각이니까요. 하지만 표현이 조금 가시가 돋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자기 생각 표현하시는건 옳고, 용기 내시는 행위라는건 저도 잘 이해하지만 조금만 부드럽게 말씀해주실 수 없을까요? 그런 표현 기분 나빠요. 정도만 된다고 해도 서로 부드럽게 사과하고 넘어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껍질을 찍어내고, 용액에 담그고, 중간중간 널부러진 껍질들을 치워내다 보면 어느 정도 용액에 담긴 것들이 많아지겠습니다.
"아. 맛... 춘덕이가 그랬나요?" "그건 그렇겠네요.." 요리 쪽에 조예가 깊은 분이 말하는 거가 틀리진 않겠지요? 라고 밝게 말하는 다림입니다. 그리고는 몸이 닿으면 발진증세라니. 눈에 확 띄겠다고 말하면서 운없이 그러진 않겠죠.. 라고 생각하며 껍질을 벗겨내며 안쪽을 잘라냅니다.
"계속 하다보면 끝이 나겠지요." 그리고 사람 키만하긴 해도, 껍질이 질기고 두꺼운 만큼, 속살은 엄청 부드러워 보이고요. 라고 답하는 다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숙성을 마치면 마치 크림과도 같은 질감이라 할지도? 아닌가. 탱글탱글해지나? 아니면 둘 다라던가?
조심스럽게 말한 후에, 비아의 눈치를 살피던 하루는 비아의 말이 이어지자 역시나 비아가 그렇게 물어올 것이라 생각했는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 물론 아무런 생각 없이 검술을 배운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자신을 걱정해서 생각해주는 말을 들으면 움츠려드는 기분이었다.
확실히 하루가 택한 길이 쉬운 선택지는 아니었으니까.
" .... 제가 그런 선택지를 고른건 단순하면서도 명쾌해요. 그냥 제가 손놓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쳐오는게 싫었어요."
하루는 양갈래 머리의 끝을 손가락으로 말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모두의 이해를 얻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 역시 쉽지 않을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납득이 갈 수 있는 설명을 하지 못해서 눈 앞의 비아가 멀어진다면? 물론 방금 전에 멀어지지 않을거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만약 실망을 한다면 멀어질지도 모르니까.
" 예를 들면, 비아 언니가 다쳤어요. 앞에서 저희를 지켜주지 못할 정도로 다쳐서, 제가 아닌 다른 서포터 분이 언니를 치료해주고 있을 때, 제가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두사람을 위험에 고스란히 둘 수 밖에 없다면? 적어도 언니가 치료를 하는 동안에나마 잠깐 언니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아끼는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을 말이에요. "
하루는 중간중간 아메리카노를 마셔가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갑니다. 불안한 듯 손 끝이 떨려오는 것은 눈 앞에서 검이 겨눠지는 것보다도 비아라는 사람과 멀어지는 것이 더 무서운 탓이었다.
" 그렇게 하기 위해선 조금 힘들더라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길이에요. "
>>367 그에 대해서 나도 분명 뭔가 생각하는게 있고, 그 이후 텐션이 꺾인 것도 사실이지만, 일단 이번건 좀 다른 이야기에 가깝지. 어쨌거나 에릭주.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은후주 내가 싫어?' 라고 대답한 것은 은후주 입장에서도 몹시 당혹스러웠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 받아들이기에 공격적으로 느껴졌거나 그랬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먼저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거나 짚고 넘어가는게 맞지.
>>367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위의 진화주와의 AT는 전 잘 모르겠지만, 아래는 친근함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해요. 가령 친구들끼리 "야 새X들아 오늘은 형님이 쏜다 ㅋㅋ" "X랄 니가 형님이냐 ㅋㅋㅋㅋㅋㅋ" 이러는건 친구들끼리 문제 없지만, 사회에서 만난 면식이 애매한 곳에서 저렇게 말하면 "님이 왜 제 형님이죠?"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에릭주가 이렇게 했다는건 아니에요. 과하게 표현한거에요. 하지만 방향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가령 "모두 사랑해." 라고 하는건, 아무런 문제 없을 수 있겠죠. 하지만 "아그들아 형님이 사랑한다." 라는건, 음. 확실히 짓궂은 표현이지만 사랑이 담겨있죠. 하지만 저 '아그' 들에 속한 부분에서 기분이 나쁠 수 있어요. '네가 뭔데?' 하고요. 하지만 사람마다 그냥 애정의 표현이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요. 캡틴이 모두에게 '아그들아 형님이 사랑한다.' 라는건 모두가 수긍할 수 있지만, 그 어떤 참치도. 아무리 제일 오래된 참치라고 해도 여기에 형님은 없으니까요.
아마 '인질' 에서 그런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짓궂은 장난같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그걸 모두를 대상으로 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내가 왜 네 인질인데?' 하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 ‘으왁’은 분명히 팔에 가해지는 고통 때문에 나온 소리일 것이다. 팔을 누르던 무게에서 해방되자 릴리는 한숨을 내쉰다.
“내가 살면서 들어 본 책 중에는 가장 무거웠지. 뭐, 이 도서관 끝내주게 넓으니까 더 무거운 책은 따로 있을지도 모르지만……. 예를 들면 철판으로 표지를 씌운 책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커다란 지면에 쓴 마도서가 있을 수도 있고. 법전이나 경전처럼 생긴 거 있잖아?”
얼얼한지 팔을 가볍게 휘두르다가 성현을 올려다보며 말을 잇는다.
“하지만 저렇게 무식한 방식으로 제본한 책은 이것뿐이야. 아니, 이것 외에 더 있어서는 안 돼. 정말, 한 권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라도 한 건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