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하고 볼을 부풀려 토라진 티를 내면서도, 일단 여태까지 쌓여온 미안함이 있었기에 이윽고 손가락을 꼼질 거리면서 '다음에는 제대로 타줄게' 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나는 누군가를 괴롭히는걸 즐기는 성격은 아니니까, 양심이 아프다.
"엑, 진짜로??"
이럴 수가.....그는 생각 이상으로 춘심이와 오래전에 알고 지낸 사람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상상도 못했기에, 나는 이러한 접점에 깜짝 놀라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간 거짓말이 아닐까 싶었을 정도지만, 솔직히 그가 이런 곳에서 거짓말을 해 무엇 하겠는가. 애초에 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얼추 알 수 있다.
"아, 아까 말했듯이 다음엔 제대로 타줄테니까.....서비스도 해줄게. 쿠키 같은거."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직원 간식용으로 만들어둔 쿠키를 몇개 담아 그에게 건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이 친했네...."
지금 이 순간 가쉬에 대한 내 안에서의 평가가 급변했다. 춘심이와 그렇게 친한 사이라면, 나도 그와 친해지고 싶다. ......너무 팔불출 같지 않냐구? 원래 연애하면 다 그런 법이다.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라 확언할 순 없지만 말이다.
주문은 똑바로라는 말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확실히, 캬라멜 마끼아또라고 말하지 않고 추억, 첫만남 어쩌고라고 말을 했으니. 생각해보니 내가 나쁘구나. 응. 어쩔 수 없지. 원래 이런 리스크가 따라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과감하게 구는 것은. 진짜냐고 묻는 것은, 춘심을 알고 있냐는 질문일까? 이어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다음엔 제대로 타주겠다며, 쿠키까지 준다고 한다. 미안해서 그러나?
"어.. 그럼 나야 고맙긴 한데, 응."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가 건네준 쿠키를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 저녁은 이걸로 때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주문을 잘못한 내가 나쁘긴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까지 사과하고 쿠키까지 주겠다고 하니 역시 좋은 사람이다 싶다.
"응? 아아, 뭐. 친...하다고 해야하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아, 은후와 비슷한 관계라고 하면 될까. 물론 알고 지낸건 은후가 더 길지만."
누군가와 누군가를 관계의 동일선상에 둘 순 없다. 하지만 유사선상엔 둘 수 있지. 나에게 있어서 은후와 춘심은 어느정도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
"세상 좁구나. 재밌네. 춘심이와 사귀는 사이였다니. 아무튼, 그렇다면 더이상 이상한 짓은 하지 않을게. 춘심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아마 내가 진화양을 꼬시려고 했다는걸 들켰다간 나를 묵사발로 만들지도 몰랐으니까. 그 손맛만은, 이젠 질색이야.
"그럼 오늘은 이만. 커피 잘.. 못 마셨어. 응. 미안하지만 그건.. 더이상 마시고 싶지 않아. 그냥 경험 삼아둘게. 그럼 나중에 또. 아, 세 명이서 얘기라도 하자. 재미있을 것 같은데!"
" 다행이네. " 안심시키는 데 성공했나 보다. 여전히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 죄책감이 들지 않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 으음. 무기술을 배우는 서포터도 많이 있으니까. " 조금 놀라긴 했지만 없을 만한 일도 아니다.
" 그런 거였구나... " 그것이 하루의 선택이라면, 존중하고 싶은 일이다. 조금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강하지만... ...역시 조금 그렇다.
" ...아직은 조금 이르지 않으려나. " " 눈치볼 건 없어. 틀렸다던가 말하려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내가 알기론, 치료술이랑 무기술은 병행해서 수련하기엔 힘든 걸로 알고 있어서 말이야. 너도 그걸 모르진 않았을 거고...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가 궁금해진 거지. " 컵을 내려놓고 조그마한 애플 파이 조각을 떼어내며 말했다.
" 서포터가 옆에 있는 사람을 지킨다. 라는 건... 정말 최악, 혹은 예외의 수를 가정한 일이지. 근데 다른 수단이 아니라 무기술을 배웠다, 라는 건 뭔가 생각이 있어서일텐데. 그렇지 않아? " //✨✨✨✨✨ ✨✨✨✨✨ ✨
방금 같은 경우엔 진돌주를 부르는데 다른 사람을 끌어들인 드립이 불편했던거잖아 그치?? 하지만 내가 은후주 한명 딱 찝어서 인질이다 드립친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불편한거야?? 뭐가 이해가 안되는거야? 왜 항상 나에게 태클을 걸고 그러는거야? 그냥 우리 서로 모르는 척 못본 척 하고 그러려니 넘어가면 안되는거야??
개인적인 감상으론, 딱히 이번일에서 은후주가 에릭주한테 악감정 있어서 태클 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농담이라 하더라도 인질이란 표현이 불편할 순 있는 법이잖아. 그러니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주세요(혹은 절 포함하진 말아주세요) 자체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봄. 근데 뒤에 >>343 레스는 솔직히 3자가 보기엔 좀 공격적이었던 것 같은데. 자신이 불편했으니 다음부턴 하지 말아달라는 것은 납득가지만, 에릭주의 농담이 '상식적으론 이해가 안간다' 소리를 들을 만큼 격하고 무례한진 회의적임. 듣는 사람 입장에선 '상식에서 벗어난 무례한 행위를 했다' 라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한데, 그렇게 비난받을 만큼의 행위는 아니지 않았을까....
솔직히 다 큰 어른들이 얼굴 붉히고 싸울만한 일도 아니고, 가벼운 표현이나 뉘앙스에서 오는 차이 같은건데. 일단 둘 다 진정하는게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