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물론 우리 여보 말대로 그정도 가치밖에 없을테지만, 그런 쫌생이들이랑 붙으면서 열폭하는 걸 보는것도 나름 재밌는걸? 응. 우리 여보야 착하다~"
당신의 뺨을 열심히 쓸어주고 있던 손바닥에 입맞춤이 전해지고. 주양은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머리에서 제 손이 내려와질때만 해도 조금은 아쉬운 기분이 들었는데 그 아쉬움을 해소하고도 남을 만큼, 기분이 짜릿했다. 친한 사람을 만드는 것은 삶의 질을 달라지게 해주는 데 아주 큰 효과가 있다. 그러면, 그 이상의 사람을 곁에 둔다면. 삶의 질은 얼마나 큰 폭으로 바뀔지 감히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지금껏 자신이 그럴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흥미가 끌리고, 진심으로. 청 이상으로 내기에 걸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 이렇게 곁에 있었다는 건. 말로 다할수 없을 만큼 독특한 기분이었다.
이윽고, 당신에게 턱이 잡혔다. 순간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으나 결국 그것 역시 자신이 초래한 일. 의도하고 있었던 상황임을 인지하고는 주양은 다시 슬쩍 웃어보였다. '우리 여보, 박력있는걸? 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하며, 도발의 연장선을 이어나가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이렇게 쌓은 업보는, 분명 언젠가 또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겠지. 그 형태는 조금 다를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글쎄, 내가 도망갈 일이 뭐가 있겠어? 그래도~ 우리 여보야가 족쇄를 채워줄 날을 생각해본다면. 일단 그러는 척 하는게 여보의 진심을 이끌어낼수 있을테니까 한번 해볼까? 으응, 과찬이어라~"
말 그대로. 자신은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두번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기회를. 그 일생일대의 순간을 자신이 붙잡았다. 그렇다면, 먼저 발을 빼는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그래도 족쇄 이야기는 역시 자신마저도 혹하게 되는 부류의 것이었다. 뒤틀린 애정. 다른 형태의 애정.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위화감도 덜하고 좋아. 그렇게 느끼며, 한참 그렇게 거리를 좁힌 채 있다가. 불현듯 다시 입을 맞춰왔다. 먼저 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제 쪽에서 먼저 나아가는게 당연한 일이었으니. 짧은 입맞춤은 감질날 뿐이니까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쉽사리 입을 뗄 생각이 없어보였다. 한참 그렇게, 깊은 입맞춤을 하고 나서. 주양은 그제서야 입을 떼고 숨을 길게 내쉬며 히죽 웃었다.
"좋아~ 누구 한명이 죽기 전까지, 계속 해보자. 먼저 발뺌하면 알지~? 쫄튀다 그거? 그리고 괜찮아. 우리 여보야랑 키스할때만 입마개를 살짝 벗겨주면 되는 일이고~"
그때 날 잡아먹을 기세로 나와준다면 순순히 먹혀줄게? 하고. 요망한 마무리를 지으며 눈꼬리를 휘게 만들었다. 남들을 먼저 슬쩍슬쩍 건들며 인내심의 극한까지 치닫게 하고. 그리고 끝끝내 지켜가던 인내심이 폭발하는 그 순간을 지켜보며 비웃는 건 지금껏 자신이 해온 일이니까. 남들에게 했던 것과 비슷하게. 그렇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하면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냥 평소에 하던대로, 선따위는 지키지 않은 채 내달려서. 그 이상까지 보게 만드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으나 그것은 이후의 일.
"상관없어~ 갑자기 치고 들어오면, 나는 더 짜릿해질테니까. 아아. 이제 여보랑 잠깐 빠빠이 할 시간이구나~? 우리 여보가 주궁이 아니라는 게 엄청 아쉬운걸. 그래도. 다음에 또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테니까~ 그땐 진짜 의미대로의 데이트를 즐겨보자구."
오늘 한 약속. 잊으면 안된다? 하고. 당신 옆에 착 붙다시피 몸을 밀착시킨 채,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670 앟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그래도 부끄러운걸..! 앗 쓰다담이라니 땃주는 나를 암살할 생각인건가.. (파스스)(?) 그래도 땃태 요망해지는건 좋다 최고다~! 지금같은 피폐땃태도 좋지만 요망해진 피폐땃태도 기대하고 있겠어 :D 막레는 천천히 주는거야~ 땃주도 화이팅! 줄여서 땃화! (???)
정말이냐고 되묻는 윤에게 그녀는 같은 대답을 번복했다. 솔직히 따져봐도 그녀가 그녀의 남매가 말씨름을 한게 대단한 일은 아니기도 하고. 그 원인이 윤에게 있다고 말한들 별로 신경쓸 것 같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럴 거라면 괜한 얘기는 할 필요가 없지. 너무 많은 말은 오히려 낭비였다.
오늘도 변함없이 까칠한 백설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한다. 시끄럽게 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가능한 소리를 적게 듣고 싶으니까. 백설을 보고 시선을 돌려 윤을 본 그녀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가, 원래대로 되돌리며 같이 미소지었다.
"다행이네요. 저도 귀찮은 걸 감수하고 나온 보람도 있구."
남매의 전갈만 아니었다면 오늘은 라온에 나올 생각이 없었다. 그마저도 처음엔 무시하려고 했었는데, 무슨 소리를 하나 들어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나온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만나서 기분이 나아진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던 거다. 저번의 답례를 하고 싶다며 동행을 묻는 말에 그녀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며 윤의 옆에 선다.
그와 보폭을 맞춰 걸으며 한 손으로 제 옷 위를 슬쩍 만지자, 잘 숨겨진 로켓의 감촉이 천 너머로 느껴졌다. 조금 손을 대고 있다가 내려 가볍게 뒷짐을 지고서 말한다.
"어머니랑은 무슨 얘기 한 거에요? 혹시 혼났어요?"
윤을 보니 일전에 만난 할미탈, 샤오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나서 말이다. 잔소리 한바탕 할 것처럼 보였던 샤오가 생각나 혹시, 하고 물어본다. 윤이 말하는 어머니가 진짜일거라곤 믿지 않으니까.
착하다라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뺨을 쓸어주는 주양을 바라보고 있다가 단태는 암적색 눈동자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피식- 짧은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누군가의 행동에 너그러워지는 건 자신의 조카 외에는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조카외의 사람이 생기다못해 그 사람의 행동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자신의 모습이 참 생소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보인 행동이었다. 턱을 잡은 건 위협의 의미는 아니었다. 주양의 말에 대해 화가 나거나 열이 뻗쳐서 한 행동은 더더욱 아니었다라고는 하지만 사실 약간의 위협이기는 했을 것이다.
도발을 계속 하면 입맞춰버리겠다는 행동이었다. 참을 필요 없다는 도발을 이어나가는 말에 헛웃음을 조금 흘려내기는 했지만 단태는 생각과 다르게 몸을 움직이지 않고 쥐었던 손으로 주양의 턱을 손끝으로 쓸었을 뿐이었다.
"네가 진심으로 도망갈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지만, 도망치는 척 한번 해봐. 얼마나 귀엽게 보이는지 보고 싶으니까."
족쇄가 아니라 다른 짓을 할지도 모르고. 선천적으로 감정적인 문제가 있는 이상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애정표현이었다. 그것도 마음을 확인하고난 뒤에 할 정상적인 표현방식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 누가 아무렇지도 않게 족쇄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입맞춰지는 바람에 단태는 말을 하거나 채 반응을 내놓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떨어트려놓거나 떼어놓지도 않았다. 입술이 닿는 순간에 짤막하게 웃음을 흘려내며 "잔망스럽기는." 하는 말을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깊은 입맞춤이 끝난 뒤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가 조금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낄낄거리며 주양의 볼에 짧게 입맞췄다.
"키스할때만 입마개를 풀어줄 생각이면 애초에 입 막을때는 키스로 막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말이야. 나한테는 그게 더 좋을 것 같고."
지금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채 반응을 못한 거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꽤 익숙해질테니까. 주양의 말이 이어지고 옆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자, 단태는 이번에는 퍽 자연스럽게 고개를 움직여서 주양의 볼이나 귀근처에 입맞춰가며 능청스레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나름 달달한 시간을 보내다보니 주궁이 조금 앞에 보였다. "다음에는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자." 그 전에 보고 싶으면 기숙사에 쳐들어갈수도 있지만, 하고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어조로 중얼거리며 주양에게 입맞춤을 하고 손을 떼어냈다. 다시 현궁까지 걸어가는 길이 꽤 길것 같았다.
//이렇게 막레를 주며 다시한번 더 잘부탁한다는 말을 하겠다:D 우리 주가놈...잘부탁해!
그녀의 예상이 맞았다면 맞고 틀렸다면 틀렸을 말에 그녀는 별거 아니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형식상의 어머니일 뿐이었구나. 아마도, 진짜 제갈 윤의 어머니겠지.
"충성이 과하면 성가셔지는 법이죠."
윤이 백설의 턱을 긁어주며 하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옷 속에 가려진 로켓을 떠올렸다. 늘린다는 말이 나왔다는 건 이것과 같은게 더 있을거란 의미일까. 애초에 유일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의 수족과 그녀를 걸고 넘어지길래 손을 봐줬다는 말을 들었을 땐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일일히 주제를 가르쳐주는 것도 번거롭겠어요."
그리 말하는 그녀도 약간 주제넘을지 모르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적어도 그녀는 그의 심기를 건드릴만큼 나댄 적이 없으니까. 글들처럼 맹목적인 충성을 바칠 생각도 없다. 애정이라면 썩어문드러질 만큼 줄 생각이지만.
"아."
심복에게 들었다는 말에 결국 혼났구나 라고 생각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샤오 씨, 정말 설교 했구나. 그녀는 왜 혼났는지 모르는 눈치의 윤을 보고 또 웃었다. 저번에 만난 걸 말할까 말까 하며 가는 웃음을 흘리다가, 선물을 사왔다길래 고개를 들어 윤을 보았다. 그 장난스런 행동도.
"선물이 뭐길래 그런 장난까지 치는 걸까요. 그냥 저 놀리려고 하는 소리는 아니죠?"
직접 꺼내라는 듯 손을 든 윤을 지그시 응시하며 이걸 어쩌지, 하고 고민한다. 겉으로는 뭔가 가지고 있는 거...같진 않은데. 사실 그가 선물이라는 어이없는 결말이어도 좋긴했다. 윤이 그런 장난을 칠까 싶지만. 어쨌든 일단 한번 찾아보기나 하자는 마음에 조금 머뭇거리며 손을 들었다. 어찌어찌 옷깃을 잡고 또 잠시간 머뭇거리다가 손을 움직여 그가 말한 주머니를 찾으려 한다. 그리고 뭔가 잡히면 이거냐는 눈빛으로 윤을 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