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현궁이라는 건 크게 상관이 없었다. 단태는 본디 체온이 낮은 편이라 더위를 잘 느끼지 못했으니까. 대신 건 선생님의 말에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어조로 재잘재잘 맞장구를 치면서 대답했다. 그런데 이 군고구마를 백궁에서 구웠다고? 백궁 학생의 말에 단태가 군고구마를 받아들고 잠시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주문을 외운 뒤 건 선생님의 군고구마가 두개로 늘어났다. 물건을 늘리는 마법인가. 정말 쓸모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단태가 쥐고 있던 군고구마를 책상 위에 올려둔 뒤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제미니오."
책상 위의 군고구마를 향해 주문을 외웠다.
//성공 실패 다이스도 굴려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다이스도!:) .dice 1 2. = 1
그녀의 여우 패트로누스는 자신의 본분보다 주인에게 잘 보이기를 원하는 것처럼 그녀의 어깨를 왔다갔다 하며 장난을 친다. 그런 점은 그녀를 닮지 않았을까. 그녀는 패트로누스의 장난을 받아주며 에반스 교수가 서류가방 여는 것을 보았다. 잠금 해제 주문으로 열린 가방에서 검은 그림자 덩어리 같은 것이 나오자 패트로누스도 장난을 멈추고 그것을 주시한다.
"어둑시니..."
응시할수록 커지는 듯한 어둑시니를 보다가 교수의 지시가 떨어지자 패트로누스가 앉은 쪽 팔을 들었다. 그 끝을 어둑시니에게 향하고, 짧게 지시를 내려 패트로누스를 보낸다.
"Go. 리키."
아우우! 장난스럽게 울음소리를 낸 여우 패트로누스가 그녀의 팔을 내달려 어둑시니에게 몸통을 들이박는다.
건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는 듯 학생들이 당황한 기색입니다. 건은 까르르 웃으면서 자신의 고구마를 먹었습니다.
' 제미니오 마법으로 늘어난 것은 어떠한 마법적 효력을 갖고 있지 않아. 예를 들어, 이건... 곤의 지팡이인데 내가 여기에다가 제미니오 마법을 걸어도 지팡이의 효력은 없는 거지! '
건 이 새X 어디있어!!!!!!! 하는 곤 선생님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곧이어, 건의 손에 들려 있던 붉은 지팡이는 자신의 주인을 찾아 창문을 부수고 날아가버렸습니다.
' 와하..... 곤에게 죽지 않게 도망쳐야겠네! '
당연한 소리를. 건은 까르르 웃으면서 복사 된 지팡이가 사라지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 단태 학생도 한 번에 잘 만들었네! 보다시피, 몇 시간이 지나면 이게 사라져버려! 그러니까 장난칠 때는 꼭 조심해서 장난치기다? '
그는 주르륵 미끄러지듯이 교탁에서 내려왔습니다.
' 자, 그럼 어디보자..... 단태 학생부터 내 쪽으로 와볼래? 퀴즈 맞추면 맛있는 거 줄게! '
텐션이 너무 높습니다.
>>36 펠리체
어둑시니는 형체가 없이 사라졌습니다.
' 이, 이렇게.. 어둑시니를 없앨 수도 있답니다..... '
에반스 교수가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품에서 초콜릿을 하나 꺼냈습니다. 덜덜 떨면서도 펠리체에게 초콜릿을 건네주는군요.
' 패, 패트로누스.. 에게 이, 이, 이름을 지어줬네요.... '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에반스 교수는 여기저기 다른 학생들을 봐주러 다니는 것 같습니다.
당신에겐 시간이 남았습니다. 뭘 할 건가요? 누군가에게 질문하거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수업을 들으러 온 같은 기숙사 학생들이 제법 많으니까요. 학생들은, 학교에 있던 선비탈에 대해서 수군거리고 있었습니다. 몇몇 학생이 학년 대표, 윤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속삭임이 무색하게도, 주양은 괴상스러운 음정으로 크게 되묻고 말았다. 얼마 안가 제 입을 가리며 아하핫.. 하고 멋쩍게 웃어버리기는 했지만.
맙소사. 어떻게 이런 게 나올수 있는가.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은 가져본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가. 한참 멍한 눈빛으로 당신과 찻잎을 번갈아보기만 하던 주양은 이윽고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 다. 단언컨데, 없어요..! 저, 저랑 내기 하실래요..?!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데 청을 걸게요..!!"
어깨에 앉아있던 청이 머리로 가서 콕콕 쪼는것이 느껴졌으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그 이상으로 쪽팔리고 부끄러웠으니까. 점에서 이렇게 나오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으니까. 잠시동안 주양의 시선이 교수님의 볼에 머물렀다. 교수님이라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저 볼을 꼬집어 쭉 늘리는건데.
역시 이건가. 선비탈이 그 자리에서 정체를 드러냈던 것이 화근이었던거다. 선비탈과 윤을 엮는 소문이 퍼진 모양이었다. 이렇게 될 걸 윤이 모르지 않았을텐데. 속으로 의문을 삼키며 동갑의 학생들을 보고 얘기한다.
"그렇게 따지면 윤 선배와 자주 같이 있던 저도 탈이겠네요. 그리고, 같은 탈끼리 고통을 공유하는 건 좀 이상한데요? 저번에 탈 두명이 동시에 나타났을 때도 그런 현상은 없었고. 굳이 두 사람을 엮자면, 윤 선배가 그 탈한테 뭔가 당했었다는게 좀더 신빙성 있지 않나요?"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서슴없이 쓰는데 다른 저주라고 못 쓰겠냐고,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소리들을 늘어놓다가 탈옥할 수도 있다는 말에 에? 하고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거랑 탈옥이랑 무슨 상관 관계인가요? 아즈카반의 간수는 디멘터인데 그들에게 대화는 필요 없잖아요. 탈옥할 수도 있다, 라는 건 아즈카반이 아닌 다른 곳에 수감되기라도 한 것 같네요. 뭐, 아즈카반이라고 탈옥을 못 하지는 않겟지만."
단태는 주양의 대답이 시간을 오래 잡아먹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답을 재촉하거나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주양을 물끄러미 똑바로 바라보다가 주양에게 대답이 돌아오자, 자신의 손을 입가 근처로 올리며 조금 천천히 문지르듯 매만지고 눌러냈을 것이다. 꽤 오랫동안 입고 있던 것은 균열이 일어나고 찢어져버렸다고 해도 갈무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이 다시 단태의 얼굴에 미미하게 머무른다.
"계속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행동하면 우리 허니버니가 익숙해질까? 적응이 안되도 상관은 없는데 말이야. 달링?"
단태는 자신의 볼을 바라보는 주양의 시선을 느낀 이후부터 자신의 볼을 손으로 가려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주양이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에 짧게 헛기침을 하며 슬그머니 자신의 볼을 가렸던 손을 내렸다. 주궁에 있는 주양에게 볼을 꼬집혀본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사실, 그 행동은 어린 조카가 있고 주씨 가문의 소가주로 불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단태는 가문 내 직계 중 막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어리광과 비슷했다. "걱정하지마." 가볍게 친애의 표시를 해보이고 단태는 뒤로 물러나며 언제 볼을 가리고 고개를 가로젖는 행동을 해보였냐는 듯, 주양의 뺨에 손을 올리고 슬그머니 건조하고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너의 마지막까지 내가 내 눈으로 봐줄게. 그 마지막이 어떤 모습인지."
이거 아니야? 라는 물음에 단태는 이 이야기가 시작되고난 이래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어떤 말도 없이 그저 능청스러운 웃음을 뻔뻔하게 지어보였을 뿐이다. 어떤 의미인지는 네가 생각해봐. 나는 대답해주지 않을거야 하는 웃음이었다. 뒷짐을 지고 단태는 걸음을 다시 옮기려다가 멈칫했다. 우리네 가문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달라는 말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냐고? 샐쭉하니 가늘어진 암적색 눈동자가 어둑한 여름밤 아래에서 암암리에 섬찟하게 가라앉았다.
"설명하기가 힘든데,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우두머리가 없는 집단의 규칙이지. 나는. 나에 대해 궁금해졌다는 건, 네가 나를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