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이나 초콜릿이면 됐는데 사탕부터라며 어디선가 사탕을 꺼내어 벤치에 올려둔다. 나는 말 없이 사탕 하나를 주워 껍질을 깐 뒤 입 안에 집어넣었다. 그냥 평범한 사탕맛이었다. 깐 포장지를 이리저리 문질러 파삭파삭 소리를 내다가 꾸욱 쥔 뒤 주머니에 넣는다. 입 안에선 혀로 사탕을 굴리거나 사탕을 옮길 때 이에 닿는 덜그럭 소리가 났다.
이어 그는 초콜릿을 꺼내놓았다. 저렇게 막 꺼내도 곤란한데 말이야. 아직 사탕을 채 다 녹여 먹지 못한 나는 그의 초콜릿에 대한 설명에 입가를 검지로 가리켜 아직 사탕을 먹고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그는 옆에서 초콜릿 포장지를 벗긴 뒤 초콜릿을 먹고 있었다. 어쩌다 벤치에서 갑자기 함께 군것질을 하게 되었을까. 그래도 혼자보단 나을테니 그러려니 했다.
트리플 시트러스!!! 그것은 레몬, 라임, 깔라만시의 과즙을 왕창 넣은 희대의 캔디!!!! 진짜 시다. 진짜 맛있다!!!! 라고 난 인터넷에 글을 쓴다. 진짜 맛 있기도 하고, 시기도 하고, 식전에 먹으면 딱 좋은 맛. 초콜릿도 잘 드시네. 맛을... 따로 바꾸시는 것 같진 않은데 말이야. 설명을 듣긴 들으셨나? 갸웃..
"무슨 맛으로 드셨어요? 제가 보기엔.. 아무 맛으로도 바꾸신 것 같지 않은 것 같은데. 제가 이래뵈도 관찰력은 좋아요."
관찰시야도 있고. 환쟁이니까.
"참, 이참에 소개부터 할까요? 저는 제노시아 1학년이에요. 이름은 이 화현. 그쪽은요?"
에콩~ 나의 실수~~~ 그렇다고 입까지 벌리시다니, 제법 신데 잘 드시네. 아무튼아무튼, 초콜릿을 녹여 먹는 게 꽤 맛있다. 으음... 2,000GP의 값어치를 하는 초콜릿이야. 다음엔... 뭘 사볼까... 망고 드로거는 절대 실패. 드디어 초콜릿을 먹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표정이.. 음... 그다지 만족스러워 보이진 않는데.
"의념으로 자신이 원하는 맛으로 바꿀 수 있는 초콜릿이예요. 방금도 설명했지만! 으음, 정확히는 본인의 취향에 맞게 초콜릿의 맛을 변화시키는 거죠. 그러니까 막, 메타몽마냥 마구잡이로 바꾸는 건 아니고..."
안되겠다 싶어서 초콜릿의 포장지와 취급 설명서 같은 걸 보여준다.
[ 오직 당신만을 위한. 당신을 위해서. 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된 초콜릿. 프랑스의 에턴델 社에서 만든 고급 초콜릿의 일종이다. 의념에 반응하는 특이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의념으로 자극을 주면 초콜릿의 맛이 변화한다. ] ▶ 숙련 아이템 ▶ 오직 단 한명만을 위한 선물 - 특정 기간에 이성 NPC에게 선물 시 호감도가 증가한다. ▶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 의념을 상자에 불어넣으면 본인의 취향에 맞게 초콜릿의 맛을 변화시킬 수 있다.
계속 바꾸는게 아닌 원하는 맛으로 바꾼다는건가. 나는 그가 내민 초콜릿 설명서를 읽어보았다. 특정 기간에게 누군가에게 주면 호감도가 오른다. 라. 그리고 내 취향에 맞게 맛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나는 의념을 집중해 밀크초콜릿의 맛으로 변화시켜보았다. 확실히 맛이 바뀌어, 입 안 가득 깊으면서도 부드러운 단맛이 퍼졌다.
"맛있네."
나는 그렇게 말한 후 입 안에 아직 남은 단맛의 여운을 느꼈다. 초콜릿 상자. 입 안에 남은 단 맛. 앞으로 어떤 초콜릿 상자의 맛이더라도, 그것을 넘길 수 있게 해주는 단 맛. 을 찾았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작스레 전혀 상관 없는 쪽으로, 생각이 확장된다. 언제나 이렇다 결국은 그쪽으로 향해버린다.
"그쵸? 선물용으로 딱 좋아요. 그 외에도 다른 것들이 있는데.. 제가 알고 있는 어느 디저트는 5,000GP나 하면서 엄청나게 단 망고 치즈 케이크였어요."
찬후 선배에게 다시 한 번 묵념... 아무튼, 이렇게 비싼 디저트...를 잔뜩 사는 나는 장학생!!!!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하지만 최근 들어 GP가 부족하다... 아직 8,000GP 정도 남아있지만 더 많은 돈을 웒애! 그래서.. 문득 생각난 것이 이 사람 포지션이 뭐지...? 서포터...는 아닌 것 같고... 워리어... 라고 하기엔 조금... 흠흠
시작하지 않은 것에 가치를 매기려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0점을 매기는 사람이다. 아무리 그 물건의 가치가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구성하지 않으면 그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며 이 세상을 흔들어놓을 위대한 소설조차도 그 글자를 새기기 전에는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영웅서가는 갑작스럽게 시작했고, 갑작스럽게 이어갔으며, 호들갑스럽게 축하하지 않아도 좋을 당연한 순항이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도 기뻤다. 나의 하루를, 나의 시간과 정성을 이 가상의 세계에 쓰면서 나는 무엇을 얻으려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가치가 언제나 물리적인 것만이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이 비록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당장 눈에 보이는 무언가에 쫓아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내 시작이 즐거웠다. 그래서 싸우는 시간마저도, 화내는 순간마저도 모두 아름다웠고 모두 사랑했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들과, 누군가가 나에게 표출하는 감정들이 모두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이 곳을 사랑했다. 무언가가 사랑스러워지면 그 이상으로, 자잘한 부분마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장을 사랑했고, 여러분을 사랑했으며, 이제는 날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것을 내려두고 어떤 것을 할까 고민하던 2월의 내가, 더위에 지쳐 에어컨을 튼 채 쓰지 않는다던 축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말할까. 아마 그때의 나는 즐겁게 웃을 것 같았다. 너는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찾았구나 하고 말이다.
현실의 우리들은 특별한 0.1%를 메꾸는 99.9%들이다. 아무리 다름과 특이함으로 무장한다 한들, 반짝이는 특별함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내가 그것을 알았던 순간은 대학을 다니는 어느 날의 이야기였다. 내가 수 시간을 애들여 만든 보고서를 단지 수십 분의 시간만으로 풀어낸 사람을 보며 그때서야 특별함과 특이함은 다르다고 인정할 수 있었다. 그 시기부터 나는 소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웹소설과, 판타지로 대표되는 소설들이 그러했다. 그들은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고, 남들과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자유롭고자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이야기에 매료되어 처음으로 만들었던 설정이 영웅서가의 프로토타입이었다. 그러나 자유로움은 그 이상으로 위험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특별한 사람들의 몰락으로 알 수 있었다. 내게 특별함을 알려주었던 그 사람은 일련의 사고로 자리를 떠나게 되었고 그 위치를 특이한 내가 지키게 되었을 때. 그때서야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특별한 누군가에게는, 그만한 책임이 있기에 존중받는 것이구나.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사람들을 무작정 관찰했고, 내가 짜내었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을 이었다. 그리고 내게 아직도 가장 큰 변화를 주었던 그 문장을 써내렸다.
우리들은 그 날을 세계가 바뀌었다고도 했고, 누군가는 그 날이 인류의 변곡점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 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은 차라리 미화되는 것이 낫다고 말이다.
영웅서가에서 가디언은 특별함의 결정체이다. 의념을 각성한 의념 각성자이면서도 타인과 비교해도 뛰어난 실력과 능력, 수 많은 특권과 특혜. 그 이상으로 시기와 질투가 많은 직업. 그러나 누구도, 가디언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다곤 하지 않는다. 그들의 희생과 노력은 아슬아슬한 세계의 평화를 억지로 덧대게 하는 억제력이 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나는 영웅서가라는 어장을 내며 우리 모두를 '특별'하다고 말했다. 내가 당연하다는 듯, 언제나 너희에게 하는 말들을 떠올려보자. 너희들이 나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란 이야기를 수도 없이 했을 것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수도 없이 있었지만 우리는 어장에서만큼은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우리들의 모습을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이 축사를 읽는다면 모두가 어째서 >>0을 이렇게 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들이 이 어장에 있다. 그러나 모두가 저만의 색과 가치를 가져 200번째 이야기를 써내리고 있다. 시작하지 않은 것에 가치를 매길 수 없다면, 시작하여 나아가는 것에 가치를 논할 수 없다. 아직 수없이 가치있을 우리들의 이야기에 누군가 가치를 매기게 하지 마라. 그들의 가치가 아니라 우리만의 가치로 보는 것이다. 내 특별한 200번째 어장에, 내 특별한 200번째의 주인공들이 모여 수많은 연대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 끝의 이야기가 행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불행으로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날이 온다면. 나는 그때서야 하나의 이야기를 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完자를 새긴 채 뿌듯함을 느낄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어라. 특별한 사람이 되어라. 부족하고 모자란 우리들의 가치가 여기 200이란 숫자에 담겨 있다. 이제 다시, 숫자를 세어야 할 시간이 왔다. 1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가지고, 2라는 시작점을 향하자. 200개의 발걸음을 뒤돌아보며 다음 걸음을 내딛을 곳을 살펴보자.
영웅서가의 200번째 이야기를 축하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