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보며 주양 역시 미소를 더더욱 짙게 머금었다. 좀 더, 정보를 전달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지나갔지만 역시 산제물 이야기는 막 꺼낼만큼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아직 물어보지도 않은 정보였으니, 그것을 막 떠벌리고 다니는 것도 옳지 않은 법이다.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주양은 피식 웃었다.
".. 어쩜 좋아~ 우리 여보야. 그렇게 말해주니까 더더욱 흥미가 끌리는걸? 그렇다면 우리 여보가 바라는 대로~ 이해까지는 하지 않는 선에서 그치는게 딱 좋겠지. 그치?"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해 봐야 당신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 역시도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또 다시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 알지도 못하면서 끝까지 이해하는 척 한다거나, 지금처럼 서로의 의견이 교차하고 엉켜버려 풀리지 않은 채 마무리된다거나. 전자가 더더욱 끌리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가면을 뒤집어쓰고 지낼수도 없는 노릇이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결코 맞닿아지지 못할 길을 걷는것도 좋았다.
"어머나. 여보 말대로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역시 우리 단태는 다르다니까. 내가 좀. 한 이목 끌기는 하지~?"
텅 빈 공허한 웃음을 남기며 말을 마무리지었다. 그렇게 하는 와중에도, 탈과 나누었던 그 이야기만큼은 듣지 못한 듯 하니 다행이었다. 애초에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다음에 나올 이야기처럼. 당신이 자신을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할테니까. 차라리 그 이야기까지 털어내 자신을 악인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게 나았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을 이해할 필요는 없었고. 서로는 서로의 이해자가 될 수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당신의 표정이 뭔가 허무함이 느껴질 만큼 가라앉았다는 것이 자신의 시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왜지. 왤까.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은 대화를 통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는데. 그렇다고 자신과 비슷한 일이 있을거라는 상상은 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아직, 주양은 당신에 대해 너무나도 모르고 아는것이 없었으니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도, 괜히 더 얄미운 미소를 걸친 채 당신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 기분이 좀 많이 이상하네~ 복수만을 바라보면서 민폐만 끼칠 뿐인 사람을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해 주는건 또 처음이야. 주단태. 너는 내가 정말로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며 잠깐동안의 침묵을 가졌다. 지금의 자신은, 마치 자신이 아닌것만 같았다. 괜히 계속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느낌이었다. 항상 당신에게 표면적으로나마 보여지는 덧없는 알콩달콩함을 보여주다가, 이렇게 속내를 까는 것은. 굉장히 어색하고 미묘했다. 그만큼, 자신은 지금 어떻게 나와야할지 모르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항상 남들을 따라하다가, 결국 자기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 앵무새처럼. 머릿속이 멍했다. 악인이라는 것을 반박당하는 것은 그런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 말이 용기를 실어주기 위한 건 아닐까 하는 헛된 상상도 해 보였다. 어떤 수를 써서든 악인이 아니니까, 하고싶은건 마음껏 하라는 느낌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속내를 들여다보기란, 꽤 어려웠으니까. 그렇게 또 다시 마음대로 판단하기로 하고서, 주양은 히죽 웃었다.
"내가. 무고한 민간인 서른을 산제물으로 바쳐, 그 목적을 이루려고 한다고 해도, 진짜로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닌거야?"
이리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지만. 스베타는 짐짓, 불만스럽다는 어조로 말하고서 흘끗 당신을 쳐다본다. 남에게 미움받지 않을 정도로만 친절과 배려를 보여왔을 뿐. 그 외로는 무심한 자신은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당신에게 나는 좋은 사람인 걸까. 모르겠다. 무엇에서 당신이 그렇게 단언하는 건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본다. 달무리 가운데 달이 당신의 말처럼 동그랬다. 곧 보름달이라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네요. 걱정할 필요 없겠어요."
보름달이 뜬다면 춤츨 추기 위해 모일테니까. 걱정을 버려내고서, 스베타는 무릎을 모아 두 팔로 감싸 안는다. 방울 소리에 다시 당신을 보고, 당신의 손이 관자놀이 근처에 가있는 것을 보고서 무어라 설명할 필요를 느껴 말한다. "두통 때문에 그래요." 그리고 이어지는 당신의 이야기를 스베타는 조용히 듣는다. 장죽을 피우는 이유는 그 때문이구나. 그리운 그 감각을, 기억을 다시 불러 오려고. 어쩐디 당신의 말은 어린아이가 자신이 겪은 일을 회상하며 서술하는듯한 느낌이었다. 여린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덜거리는 당신의 말에 스베타는 싫긴 하다 말하며 동의를 표한다.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신비한 동물은 모두 친해질 수 있다. 인간은 친해지기 어렵겠지만 본능대로 사는 존재와는 누구보다도 친해질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연과 공생하는 후부키의 피를 받았기 때문이다. 친해질 수 없다면 놓아주면 된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 믿으면서. 가면 속의 텅 빈 눈동자가 천천히 접혀 반달처럼 변했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니까요."
"교수님이 자비를 베풀라 하는 이유는 아무리 미천한 존재라도 제각기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비를 주기 때문에 존재의 삶이 더 비참해지기 때문일까요."
후자라면 참 잔인하신 분이겠거니. 너의 목소리는 소년의 것이다. 제아무리 자비를 베푼다 해도 혼자 살아남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을 좋아한다. 자비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님의 말씀대로 자비를 베풀래요. 무자비는 지옥도라서, 이노리 슬퍼요?"
누군가 살려달라 빌면 살려줄 것이다. 그 앞날이 지옥길이언정 나는 살려주고 품어주며 자비롭게 그 앞날로 떠밀어줄 것이다.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고, 그 사람이 삶을 선택했으니 그것이 가장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지옥길이라도 내 알바가 아니라는 소리다.
너는 빗자루를 보며 박수를 짝 쳤다. 높고 낭랑하던, 봄날같은 너의 목소리에 웃음이 담겼다. "와아, 빗자루!"
"와아! 빗자루- 교수님 빗자루 잘 타요? 이노리는 맨날 빗자루랑 싸워요? 6학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빗자루가 제멋대로야."
너는 교수님의 뒷자리로 올라타려 하며 재잘거리다 순간 우뚝 멈춘다. "..이노리가 빗자루를 못 탔던가?"
사감들은 하나의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물론, 건 선생의 머릿속에서 대다수 나온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패트로누스를 불렀습니다.
건은 청룡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고 곤은 주작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습니다. 리는 백호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고 감은 현무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습니다.
요지는, 그들이 당신들에게 패트로누스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푸른 빛을 띄는 그 동물들은 사감의 목소리로 한 마디 말을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모두 정전으로 모이세요
자, 정전으로 갑시다. 거기에서 사감들은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윤이 이상한 표정으로 서서 웬 서신을 읽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인수에 맞춰서 디저트가 가득 올라간 주안상이 차려져 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다들 안녕? 건 선생님이 모두 모이면, 이걸 읽으라고 하셨어. 오늘은 수업 없이 자유롭게 왕게임을 진행하세요. 왕은 1명에게만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위험한 명령은 내릴 수 없습니다. 왕의 명령을 불이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지개 음료를 먹이도록 하세요. .... 라는데.... '
먹으면 3분 동안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무시무시한 음료입니다. 윤은 당신들을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막대기가 들어있는 뽑기통을 들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