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거 맞지~ 강한건 옳은거고, 약한건 죄라고! .. 오호라, 마침 좀 달달한게 땡기던 참이었는데 말 잘했다. 이리 내! 엿이니까 분명 달달하겠지, 그치! 확 동강내버릴라 진짜."
별 시덥잖고 유치하기 그지없는 방법으로 받아치는 것이, 차라리 병동에서 했던 것처럼 양 팔을 이용해 초특급사이즈 엿을 날리는게 더 나을지도 몰라보이는 그런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이번에도 주양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어보이는 듯 싶었다만. 말은 그렇게 해도 자신이 고개를 숙일수는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손가락을 세게 깨물어주고 싶었으나, 그러려면 자신이 자세를 한껏 낮추어야 하니까. 그 사이에 당신의 반격이라도 들어오면 자신은 끝나는것이다. 괜히 입맛을 다시면서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흥. 내가 그걸 알려줘야만 한다는 법도 없잖아? 그리고 누구 마음대로 무효래! 약한건 죄고, 모르는것도 죄야! 나 치사한거 이제 알았니?! .. 아니다. 꼬맹이가 원한다면~ 결과는 무효로 해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옷을 바꿔입고 싸워서 졌다는 덜렁이스러운 이미지까지 무효로 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애초에 당신이 제안한 것이 결과에 대한 무효이기도 했으니, 그것만큼은 대인배처럼 그냥 넘어간다면 분명 훗날 자존심 싸움에서 더더욱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옷을 거꾸로 입은 것을 언급하고, 그때 다시 당신이 태클을 건다고 한들, 무효로 하기로 한 것은 결과만이었던 거 아니었느냐며 지금의 이 이야기를 인용해 잡아떼면 그만이었으니.
역시 기숙사에 가기 전까지 비밀로 하고 넘기는것보다, 지금 이 편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보면, 남들에게까지 당신을 놀릴 명분을 만들어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지금 이것은 혼자 즐기고 가져가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냥 속 모를 미소를 짓던 주양은, 당신의 악수 제의와 음흉한듯한 미소를 보고 살짝 멈칫했다. 보통. 이렇게 웃을 땐 꼭 무언가 있었다. 저택에서는 자신이 당신을 방까지 에스코트한다는 불리한 상황을 듣기 전 이 웃음을 보았으며, 오늘은 애니마구스로 변한 모습을 드러내기 전 이 웃음을 보았다. 그 외에도 자신이 데인 것은 이것저것 꽤 있었기에. 쉽사리 당신의 손을 잡지 못했다.
".. 멈춰. 스톱. 너, 손에 뭐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독침이라던가. 컬날같은 거에 투명화 마법 걸고 숨겨놓은건 아니지, 응? 주작님이 그랬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고..:"
신탁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만약 주작이 이 말을 들었다면 미간을 짚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주양의 극단적 마인드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평소 당신이 자신에게 행했던 것 이상의 위험 상황을 가정하며 당신의 손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콕콕 찔러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다음 순간에는, 어깨를 으쓱이며 피식 웃을 뿐이었지만.
"근데= 생각해보니까 생각이 짧은 꼬맹이가 거기까지 가정하고 움직일 리는 없겠다. 자. 꼬맹이가 원하는대로, 악수야~"
물론 있는 그대로의 악수를 할 리가 만무했기에. 주양은 언제나의 양상대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하고 손에 더더욱 힘을 주었다. 당신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그냥 늘 그랬던대로 하려나보다 하는 허튼 마음가짐이었다.
이제는 말하는게 새삼스러울 정도로, 어릴 적의 내 몸은 무르고 약했어. 아직 어리고 아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시의 내 몸은 그 범주를 뛰어넘는 오류가 있었어.
그래. 오류.
그건 오류로 인해 무언가가 잘못되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고통이었지. 전신의 신경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끊어지고 이어지며 사지를 찢는 듯한 고통을 주고, 고통이 길어지면 이윽고 환청도 들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누군가가 끊임없이 말을 걸어와. 몇분, 몇시간, 길게는 하루 종일 들린 적도 있어. 한결같이 들리는 소리는 방심하면 내 의식을 어디론가 끌고갈 것만 같아서 두려웠지만 동시에 저 소리에 의식을 맡기면 편해질 것 같았어. 그 때 곁에 어머니가 없었다면 난 진작 소리에 이끌려서 사라졌었겠지.
어머니... 내 어머니는 다른 남매들이 있음에도 헌신적으로 나를 돌봐주셨어. 내가 온종일 고통과 환청에 시달릴 때는 한시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시고, 조금씩 자라며 아프지 않은 날이 늘어나게 되자 이것저것 가르쳐 주셨어. 그러면서 글도 배우고 말도 배우고 한 거야. 그리고 여러가지 개념에 관한 것들도.
지금의 내가 별난 사람인 것처럼, 나를 비롯한 남매들의 어머니는 격이 다른 사람이셨어. 뭐가 어떻게 달랐냐면 잘 설명은 못 하겠지만, 좀 많이 특이하시다고 할까. 그게, 아직 열살도 채 안 된 나에게 삶과 죽음 같은 것들을 가르치셨거든. 그 외에도 철학적인 개념이나 논리 같은 것도. 꽤나 특이하시지? 그런 사람이 나와 남매들의 어머니야.
다른 건 아무래도 좋으니 삶과 죽음에 대해서 배우게 된 걸로 돌아가자. 계기는 우연히 다친 새 한마리를 주운 것이었어. 아마 여덟살 중간쯤 되었던 때인 거 같아.
그 날은 몸상태가 다른 날들에 비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마당에서 노는 걸 허락 받은 날이었어. 하늘은 높고 푸르며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의 가장 좋은 날이었지. 나는 어머니가 입혀준 고운 원피스 차림으로 마당 풀밭에 앉아 클로버를 헤집으며 놀고 있었어. 말이 헤집기지 그냥 하나씩 뜯어서 앞치마에 올려놓는게 전부였지만.
그게 노는 건가 싶겠지만 그 부분은 넘어가주라. 당시의 나는 마당에라도 나갈 수 있다는게 진짜 너무 좋을 때였으니까.
검은 앞치마에 초록 클로버가 소복히 쌓일 쯤, 무언가 담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어. 아, 담장이 아니라 정원수다. 무슨 나무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 잎이 푸른 나무들 중 한 그루 아래에 하얀 날개가 파닥거리고 있었어. 나는 앞치마에 모으던 클로버도 잊고 일어나 그 날개의 정체를 보러갔지. 날개의 정체는 하얀 새였어. 발 하나가 부러지고 날개가 이상하게 꺾여, 깃 일부가 붉게 물든 새.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퍼덕거리는 새를 아무 생각 없이 보고만 있는데, 언제 나왔는지 모를 어머니가 내 옆에 앉으며 말하셨어.
- 가여워라. 이대로면 곧 죽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나를 보며 웃는 얼굴로 그러시는 거야.
- 리체는 이 새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당시 내가 새에 대해 아는 건 날개를 가졌고 하늘을 난다는 것 뿐이었어. 그래서 이 새가 다시 날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하니까, 어머니는 말없이 다친 새를 앞치마로 감싸 들어올리셨어. 그리고 나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 새를 치료하는 걸 보여주셨지. 마법이 아닌 약과 붕대로 손수 치료하시는 걸 말야. 그러자 새는 퍼덕대는 걸 멈추고 안정을 찾은 듯 얌전해져서, 나는 이 새가 다시 날 수 있느냐고 물었어.
- 다시 날 수 있을지 없을지, 리체가 직접 보면 되겠구나.
어머니의 대답에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러면 되나보다 했어. 그렇게 다친 새는 나을 때까지 우리 집에서 돌보게 되었고.
며칠인가 지나서 죽어버렸어. 다시 날아보지도 못 하고.
새의 목숨은 정원수에 맞아 떨어졌을 때 이미 틀렸었던 모양이야. 어머니는 분명 알면서 데려왔던 거겠지.
아침에 일어나서 새를 넣어둔 보금자리에 가보니까 새의 몸이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어. 그 며칠 사이 익숙해졌는지, 나를 보면 고개를 들고 쳐다보거나 걸어서 다가오거나 했었는데. 그 날은 내가 가까이 가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이상했어. 이상하다고 느껴서 손끝으로 살짝 만져본 새의 몸은 놀랄 만큼 낯선 감촉이었어.
처음으로 죽은 것을 접한 나는 이게 뭔지 몰라 당황했었던거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해하면서 어머니에게 가 이것저것 횡설수설했지. 새가 안 움직인다, 안 따뜻하다, 딱딱하다, 이상하다, 대강 이런 말들을 쏟아내는 나를 보고 어머니는 전혀 당황하지 않으시면서 나를 데리고 새의 보금자리로 가셨어. 그리고 죽은 새를 보시곤, 그 한마디를 하셨지.
- 결국 죽었구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하신 말에 나는 왠지 모를 기분이 들어 어머니께 매달렸어. 어머니는 나를 안은 채 새의 시신을 수습해서, 집 뒤의 작은 숲으로 향하셨지. 숲 안 쪽, 유난히 볕이 잘 드는 곳에서 나를 한쪽에 앉히고 직접 땅을 파 새의 시신을 묻으셨어. 고요하고 적막한 숲 속에서 말없이 움직이시는 모습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무서웠어.
모든 과정을 홀로 끝내신 어머니는 다시 날 안고 집으로 돌아와, 비어버린 새의 보금자리 옆에 앉아서 죽음이란게 무엇인지 얘기해주셨어. 당시의 내가 알아듣기에는 어려운 말들이었지만 그거 하나는 알 수 있었어. 죽으면 더 이상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게 된다는 거. 그 사실만이 어린 내 머릿속에 깊게 남아, 그 날 밤 그렇게 말해버린 거야.
죽고 싶어요.
새의 죽음으로 나도 모르게 충격을 받았었는지, 평소보다 심하게 앓으며 허덕이는 중에 간신히 내뱉었던 걸로 기억해. 죽으면 더이상 아프지 않을테니까 죽고 싶다고. 어머니는 그런 나를 그저 다독여주시기만 했어. 잠자코 내 증상이 가라앉길 기다리다가, 아픈게 덜해질 쯤 나를 안고 거실로 가서 하늘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내게 밤하늘을 보여주셨어. 무수한 별들이 흐린 내 시야로 인해 반짝이는 하늘을 보고 있으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지.
- 리체. 사랑하는 내 아이야. 내가 네 아픔을 덜어줄 순 없지만, 그렇다고 네가 죽음을 택하는 걸 그저 보기만 할 수도 없는 걸 용서하렴. - 널 가졌을 때, 내가 널 낳는 걸 포기했더라면 이렇게 아파하는 너도 없었겠지. 사실은 그랬어야 했는지도 몰라. 네가 이런 아이일 걸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네 존재를 안 순간, 널 낳지 않는다는 선택을 할 수가 없었어. 넌 그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고, 가여웠기에, 내가 잘못되더라도 너는 꼭 세상에 내보내주고 싶었단다. 네가 이렇게 고통을 겪더라도, 네게 세상을 보여주고 너 역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
죽음조차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 하던 어린 내가 어머니의 그 말들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더이상 그 때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는, 잔잔한 목소리로 들려주시는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
- 리체, 네가 지금은 죽음으로 편해지고 싶을만큼 아프고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이 고통이 끝나 너로 살 수 있는 때가 올 거란다. 그러니 조금만 더 견뎌주렴. 네 괴로움이 끝날 때까지 내가 네 곁을 지켜줄테니, 언젠가 네 발로 세상을 걸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주렴. - 이 세상엔 아직 네가 모르는 것들이 많단다. 네 눈으로 보지 못한 것들도 많고, 네가 만나야 할 사람도 아직 만나지 못 했단다. 그것들을, 그 누군가를 포기하지 말아다오. 너는 이렇게 아프기만 하려고 태어난게 아니라는 걸, 기억해주렴...
품 안의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점점 잠에 빠져들어갔기에, 그 목소리가 갈수록 떨리고 있다는 걸 알지 못 했어. 이윽고 잠든 나를 안고 어머니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셨지. 밤이 지고, 하늘의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까지.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죽음을 입에 담은 그 날은 어머니가 나를 안타까워하며 우셨던 단 한 번의 날이기도 했어.
-
깊은 밤, 오래된 기억의 꿈은 그녀를 이전처럼 자다 깨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감긴 눈커풀 아래로 눈물 몇방울이 흘러내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날이 밝아 눈을 뜬 뒤 다시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한동안 베개를 적시고서야 겨우 멎었을 것이다.
혀까지 쭉 빼밀고 익살스럽게 놀리던 레오는 혹여라도 정말 물어버릴까 싶어 황급히 손가락을 치웠다. 그리곤 옷 매무새를 한 번더 정리했다. 바닥에서 몇 번 굴러서인지 흙먼지가 묻었기에 레오는 옷을 툭툭 털어냈다. 누군가 보고 무슨 일이었냐고 한다면 그냥 넘어졌다는 말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 녀석과 싸웠어' 라고 한다면 누가 이겼냐고 물어볼테고 레오는 자기 입으로 '내가 졌어'하고 말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었으니까.
" 네가 무효라고 안해도 무효거든? 지나가던 사람 백 명 붙잡고 물어봐라 다 무효라그러지! ....아니다. 물어보지마! 그냥 너만 알고있어. 세상 사람들 다 알게 할 필요 있나? 없잖아. 그치? "
싸웠다는 소문은 쉽게 퍼지고 승자와 패자도 함께 퍼져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싸웠다면 그 싸움도, 승자와 패자도 누구의 귀에 들어가지 않고 쉽게 잊혀질 수 있다. 설사 레오는 자신이 이겼더라도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숙적이자 라이벌을 놀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건 레오 자신 뿐이었고 몸싸움을 할 수 있는 것도 레오 자신뿐이다- 라고 레오는 생각했으니까.
" 아~ 글쎄 그런거 없다니까? 너 언제부터 그런거 믿었냐? "
레오는 조금 당황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런때일수록 표정관리가 중요하니까. 레오는 탁탁, 하고 두 번 손뼉을 쳐서 아무것도 없음을 보여주었다. 투명화시킨 칼이나 바늘도 독침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곤 정말 그냥 악수나 하자는 거라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주양이 손을 잡았을 때 처음 두 어번 정도는 아무런 의심을 못하게 살살 흔들었다.
" .... 빈틈! "
그리곤 확 잡아당겼다. 무게중심이 풀리고 자기 쪽으로 넘어오도록 확 잡아당기자마자 손을 놓았고 두 팔을 벌려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곤 이빨을 세워 팔을 깨물었다. 한 차례 꽉 깨물었다가 풀어주었고 또 머리가 쥐어박힐까 레오는 끌어안은팔에 힘을 잔뜩 주고 머리를 숙여 파고들었다. 그리곤 끌어안은 팔의 두 손을 잡아 풀리지 않게 꽉 힘을 주었다.
>>322 아니 노래도 왜 이렇게.. 뭔가 짠해요 독백 내용도 슬프네 눈물젖은 초코파이 드셔보셨습니까 ㅠㅠ?? (초코파이 먹으며 오열하는 쭈꾸미 한 마리)() 존재만으로 사랑스럽고 소중한거 첼이의 존재 떡밥이지 않을까 하긴 했는데 감성돋아서 그런가 그냥 흔한 어머니의 사랑인것같아 안타까워하며 우시는것도 너무 그래 아 이제 진짜 행복해야한다 행복무새 안 되려고 했는데 날 과몰입오타쿠 쭈꾸미로 만들었으니까 첼이 행복해야함 찐으로.. 아 엄마보고싶어... (??)
너는 책을 읽다 대뜸 맨발로 뛰쳐나간다. 방울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서 라온으로 향한다. 순전히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늘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에서 세스트랄을 봤다! 세스트랄! 너는 세스트랄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정신이 하도 없어서 꼬리털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꼬리털!"
그런데 세스트랄의 꼬리털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 너는 달리기를 멈추고 라온 중심에 우뚝 선다. 책의 내용을 더듬듯 고개를 기우뚱 기울인다. 네가 기억하기로는 죽음을 이해하고 직접 봐야 한다는 내용인 것 같다. 죽음을 나로 직접 보는 건 싫다. 피가 나는 건 싫다. 너는 목을 잠시 더듬는다. 너는 죽지 않았다.
"꼬리털이 필요해요?"
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오리의 안주머니에서 지팡이를 꺼내 만지작댄다. 가면에 가려진 눈동자가 버릇처럼 휘었다. 너는 금방이라도 지팡이를 휘두를 것 같다.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끝단을 손 끝으로 더듬고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다.
"오호라~ 보기보다 융통성이라는게 아주 눈꼽만큼은 남아있나보네? 좋아. 그러면 아무도 모르게 덮어버릴까나~ 지금만큼은 너나 나나. 의견이 겹치는 것 같다, 그치?"
당신의 이야기대로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만들어버릴 필요는 없었다. 그냥 이대로 덮어버리는 편이 더 나았다. 괜히 평소 하던대로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다가 행여나 사감님의 귀에라도 들어가게 된다면. 허락받지도 않고 감독조차 없는 모의전을 넘어갈 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기숙사 사감님이라면 몰라도 곤 사감님은 학생끼리 치고박고 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연연하지 않으셨으니. 하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것은 존재했기에, 기껏 약점을 알리지 않고 승리를 따놓은 기념비스러운 업적에 먹칠을 할 순 없다는 마음으로. 지금의 이 승부는 둘만 아는 비밀으로 만들어버리기로 했다.
"없는지 있는지 어떻게 알아? 그리고. 내가 떠올린 순간부터 믿는거야, 그런 건! 더군다나 상대가 우리 꼬맹이라면 더더욱 의심하고 넘어가야하지 않겠어? 쬐끄만하고 약삭빠른 게. 표범보다는 차라리 쥐가 더 어울릴것 같기도 하고!"
전혀 근거 없는 궁예질을 하며 주양은 한껏 의심의 눈초리를 쏘아보내고 있었다. 그저 평소대로 하는 도발과 시비의 연장선이었다. 당신의 말마따나, 그 신탁을 들은 이후에도 자신은 누군가를 대놓고 의심한다거나 파고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엄연히 따지자면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 필적하는 만큼 무신경하게 행동했으니, 속으로 대강 퉁치고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이윽고, 조금 더 다른 방향으로 의심해볼걸 하며 후회 아닌 후회를 하고 마는 것이었다. 처음 두어번만 해도 그저 평범한 악수였길래 괜히 의심했나 했지만, 역시 당신은 자신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훅 치고 들어왔으니까. 괜히 그렇게 음흉하게 웃은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방향이 어긋났을 뿐이지.
"이. 이 망할 꼬맹이가..! 이거 안 놔..?! 놔줘, 이거 좀 많이 아프고 갑갑.. 해...!"
팔을 물린것에 대한 통증을 느낄새도 없이 세게 끌어안겼다. 때리려고 했으나 거리가 좁혀진 탓에 각을 잡기 힘들었고. 그렇다고 계속 각을 잡으려고만 하기에는 숨이 부족해질것만 같았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주양은 빠져나오려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악수 대신 하이파이브 하는 식으로나 그칠걸. 몇번 콜록거리면서 주양은 슬쩍 당신을 밀어내려 해 보았다.
"알았어, 알았어. 꼬맹이가 원하는 대로 안 때릴게! 쥐어박거나 걷어차거나.. 하지 않을 테니까, 일단 이것부터 풀고 이야기하자고, 응..? 나 숨막힌단 말야아..!"
과연 진짜로 쥐어박지 않을 수 있을지는 그 다음 일이었으나, 일단 나오는 대로 막 이야기하기로 한 채 다시한번 고통에 찬 숨을 내뱉었다. 베어허그. 라는 게 당하면 딱 이런 느낌이려나 싶었다. 쥐어박지 못한다면 볼이나 한껏 꼬집어 줄 요령으로, 당신이 이 포박을 풀어주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331 그러나 냉정함을 찾은 쭈꾸미 앞에서는 곧 털릴 떡밥에 불과하다. (아님)(급정색)() 하 그치만.. 그치만 88.. 앞으로 행복하고 어떻게 될 지 모른다면 MA한테 산제물 30명 바치면서 이야기할게 윤첼 앞길 방해하는 나쁜놈 있으면 싹 갈아버려달라고.. (?) 엄마.. 엄마.......... 는 안부전화를 드리지 못해........
왜냐하면 안방에서 주무시고 계시거든 분명 전화걸면 이년이 왜이러나 하면서 미간 짚으실지도 몰라..! :D... ()
너는 익숙한 목소리에 휙 몸을 돌린다. 방울이 한번 딸랑이고 절도있는 모습 뒤로 끝단이 날카로운 지팡이를 겨눈다. 순간 표정이 굳었다. 가면 사이로 흰 눈동자가 차갑게 빛난 것 같다. 놀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는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다. 너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