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안으로 들어오시는 두분께 영어로 인사를 건네며 저는 제 앞의 의자들과 테이블을 가리켜 보였답니다. 뭔가 제대로 휴식을 취하시려는 것인지 다림양은 과자를 진화 선배님은 커피를 준비해 오신 듯 싶었습니다. 그래서 편히 놓으셔도 좋다고 무언의 제스쳐를 취한 것이지요. 그런데 과자....나 음료는 솔직히 지금 상태에선 마시기 힘든데 말입니다. 역시 마스크 밑으로 스트로 등을 이용해 먹는게 제일 빠르겠지요? 들키지 않으려면 그게 최선입니다!
"상담은 정말 잘 되어 가고 있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 것도 즐겁고 그에 알맞는 말씀을 건네는 것도 즐겁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답니다~ 지금은 좀 많이 한산하지만요... "
뒤에 덧붙이는 말이 조금 씁쓸...해보이겠지만 당장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짚고자 한답니다. 좀더 세심하게 손님들의 말을 들어드릴 수 있어 저는 좋았답니다!
진정한 오픈월드. 전에도 얘기한 부분이지만, 어디에 가서 뭘 하던, 무엇을 익히고 싶던, '이런거 이런거 있을까요?' 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존재하는 드넓은 세계관과 데이터량. 개인적으로 캡틴이 말씀하시는 자유도란 거기에 연관되어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캐릭터들이 무엇을 하고 싶던 그에 대한 길이 준비되어 있다는 부분 말이죠. 또한 더 훌륭한 점은 그 넓은 세계가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확률에 의해 이벤트가 결정되면서도 그 주변의 조직과 인물들에 대한 관계도가 오밀조밀 연결되어 있으니, 벌어진 사건에 따라 인물이나 조직의 행보가 마찬가지로 변하게 되고, 이는 세계관이 그저 데이터로 멈춰있는게 아닌 살아있는 생동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것이죠.
단점 :
막대한 처리량. 솔직히 그 때도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한 부분이지만, 처리해야 될 인원수가 급격하게 늠에 따라 캡틴의 피로도가 가중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요 근래 캡틴께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시느라 여유가 없어지시고, 정신적인 피로(물론 이건 스레 내부에서 터진 사건들 때문이기도 합니다만)를 호소하는 경우도 자주 보이는 것이 개인적으론 상당한 적신호처럼 느껴져요. 쉬고 싶다는 얘기가 GM 입장에서 나오기 시작하는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닙니다.
또한 그것과 관련되있는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캡틴께서 고려중인 성장률이랑 PC의 실제 성취도의 격차가 큰 것도 신경쓰이는 요소입니다. 사실 기술이나 아이템을 보면 무기술 A 라던가, 특수 기술이라던가, 캡틴이 상정하고 있는 넓은 세계에서 보이는 목표들은 드높은데, PC들은 거기에 도착하려면 요원하거나 진행이 더디니, 가끔 목표를 삼고 나아가다가도 막막해서 역으로 절망하는 인원들이 적지 않게 보이더군요. 물론 이 부분은 제가 언급하지 않아도 요 근래 캡틴께서 인지하고 계속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셨기에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만, 일단 솔직한 감상적으로 적어둡니다. 최근 레스캐들 사이에서 '성취한 것이 그다지 없다' '성장이 더디다' 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개인적으론 같은 플레이어 입장으로써 충분히 그렇게 느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GM 입장에서 보기엔 여러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겹쳐 착실하게 성장 중이라고 설득하고 계시고, 실제로도 그렇겠지만, 역시 플레이어 입장에선 어느정도 뚜렷한 결과물이 없다면 헤메이거나 자신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 명연성☆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론 명장면은 춘심이랑 버스타러 갔을 때의 그 모습? 저는 전에도 얘기한 적 있지만 제 캐릭터의 활약이나 성취를 크게 즐기는 타입이기 때문에, 역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유진화씨가 멋있게 무언가를 해내는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그 외에는 캡틴이 기습적으로 써준 미래 연성. 캡틴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납득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간혹 기존 참가자들의 미래 떡밥 얘기들이 나오면 부럽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뉴비들이 어느정도 아쉬워하는 모습에 캡틴이 배려해서 준 깜짝 선물이라서 더더욱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캡틴에게 건의 사항☆
밥 잘 드시고 몸 조리 잘 하시고.....사실 요즘 되게 힘들어보이시는게 느껴집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는데 제가 그렇게 멋대로 보는 걸지도 모르지만. 종종 1주일 정도 마음 편~히 쉬는 구간의 얘기를 하시던데, 그걸 어느정도 앞 당겨서 휴가를 즐겨보시는건 어떨까요? 스레 분위기랑 열기가 식는걸 염려해서 3일 출장 가실 때에도 창작 이벤트를 열곤 하셨는데, 결국 이런게 다 캡틴이 처리해야되는 분량으로 남기 마련이고....그냥 고민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고 푹 쉬면서 충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건의하고 싶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NPC와 그 이유 ☆
현재로썬 강윤이가 가장 인상 깊네요. 제가 직접 눈 앞에서 본 압도적인 레벨의 NPC 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유진화씨 자체가 커뮤가 좀 얕은 편이라서 NPC 에 대한 감상이 직접적이진 않네요.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남들은 다 있는 친구 없다는거 듣고 솔직히 조금 쇼크였읍니다..... 지금도 종종 매칭된 친구를 아끼거나 잘 노는 캐릭터들 부면 쪼끔 부러움 ㅠ o ㅠ
미나즈키는 아이스 유자 스무디 위에 휘핑크림과 초코시럽을 추가해서 내놓아도 딱히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다림이 청수박주스를 내오겠다고 했으므로 괜히 그걸 줘도 괜찮다는 말 같은 걸 덧붙여 다림을 더 고생시키지 않기로 했다.
"잘 마실게."
금방 나온 주스는 꽤 달달한 듯 하면서도 깔끔한 맛이었다. 다림이 갑자기 변신하면서 나는 사실 다림이 아니라 춘덕이었다구리 같은 말을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수준이었다. 청소하면서 쌓인 피로(물론 몽블랑의 크기가 그를 피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가 싹 풀릴 정도여서, 미나즈키는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차원의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그 방문자들이 카페에 들리는 경우가 많아, 엄청나게 바빴다. 물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바깥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을 '들어올래?' 하고 권유하거나 한 적도 많으니, 자업자득이라면 자업자득이겠다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의견을 통일한 우리는 에미야씨의 상당실에서 과자와 음료를 놓고 둘러 앉는 형태가 되었다.
"그건 다행이네. 나도 언젠간 기회가 되면 상담 받을 수 있을까? 실은 최근에 연애를 시작해서....."
조금 부끄러워 하면서도 수줍게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그렇게 얘기하다가도....마스크를 벗지 않은체 빨대를 그 아래로 밀어넣어서 홀짝 거리는....뭐랄까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기묘한 광경을 보면, 살짝 당황하면서도 묻기 마련이다.
계속 웃고 있으려니 시선이 강해지는 게 느껴진다. 귀엽다고 생각하는 걸 안 건지, 왜 웃는지 모르겠단 건지. 아마 뒤쪽이어도 뭔가 말해줄 생각은 없다. 그도 그럴 게, 너도 날 놀렸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잖아?
" 나는,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 짊어질 뿐이야. 네가 나를 존중한다면 내가 짊어지고 싶은 걸 짊어지게 해주길 바라. ...그 이외의 짐을 같이 들어주고 싶은 거라면 정말 고맙겠지만. "
모든 걸 짊어지고 가는 건, '희생'이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 그 이상의 어떤 틀도 씌우고 싶지 않아. 무거운 말에 단호하게 말하며 살짝 표정을 흐리다가, 곧 다시 미소를 띄웠다. 나를 따라 미소짓는 너를 봐서. 억지로 지은 미소라고 해야 할지, 어렵게나마 지은 미소라고 해야 할지 모를 미소. 나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 이번만이야. 아무도 안 찾아오니까─라는 건 이유가 되지 않는걸. "
차라리 그냥 당당히 멋대로 들어간다면 모를까, 그걸 이유로 대면 변명이 된다. 살짝 째릿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한 박자 느린 대답과 온쉼표.
"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
내 세상의 온쉼표를 찢고 걸어오는 음표. 한 걸음 물러나면 거부를 표현하기에 충분할 거리. 팔을 쭉 뻗으면 밀어내기에 충분할 거리. 너의 눈 앞에 손을 내밀어 막아낼 수 있는 거리. 더 이상 팔을 뻗지 못할 거리. 부담스러울 만큼의 거리. 네가 나에게 닿으려 해도 밀어내기 힘들 만큼...
가까운 거리. 그리고 지금, 엇박.
" 그렇구나. "
나와 네가.
" 나도 너를 좋아해. "
엇갈리고 말 오선보. 엇갈리다: 마주 오는 사람이나 차량 따위가 어떤 한 곳에서 순간적으로 만나 서로 지나치다.
" 하지만, 너의 '좋아'가 '나의 좋아'와 다르다고 한다면... "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 순간을 악보로 쓴다면 분명 무수한 숨표가 박혀 있을 것이다. 뜻은 '숨소리만 들릴 만큼 조용하게, 길게'. 길게, 길게. 떠다니는 단어들 속에서 말을 골라내면서, 떨리는 마음은 멈추지 않아도 집중은 흐려진다. 파도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길게.
" 네가 오랫동안 나에게 보여준 모습 중엔 그런 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어. 그렇다면 답은 두 가지겠지. 처음부터 철저히 숨기고 있었거나, 갑자기 생겨난 감정이거나. 어느 쪽이건, 나는... 지금 너의 고백을 받을 수 없어. 그리고 후자라면 더더욱. "
전자일 가능성을 추호도 생각하고 있지 않는 나를 무시하고, 허울뿐인 선택지를 내미면서.
" 난 네 감정이 진심인지 알고 싶어. "
자신 안에서만 고이고 섞여서 탄생한 감정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은 가끔씩 감정적으로 내뱉은 말을 진실이라던가, 자신의 진심이라고 착각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 친근함을 사랑으로 착각하기 쉬운 열일곱. 유대라는 단어를 거부하면서 좋아한다 속삭이는 너. 나는, 네가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지 무섭다. 그냥 불안해져버린 건 아닌지. 묶이는 걸 두려워하면서 네게 묶여 있을 누군가를 바라는 건 아닐지. "
착잡한 파도소리가. 부글거리는 물거품이.
" 있잖아, 나는. 사랑에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
흩으려 했던 연기를, 너와 나 사이를 유령처럼 떠다니던 추측을 망설임도 없이 태워버려서 남은 잿가루. 연무. 그것에 남은 온기가 어쩔 수 없이 시름다와서.
" 지금은 네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아. " " 하지만 네가 진심으로 날 좋아한다면. "
언제 이렇게 먼저 거리가 좁혀진 건지 가까워진 너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며 한 걸음 더 다가선다.
" 한 달, 한 달 후에 다시 얘기하자. "
까치발을 들고, 가볍게 이마를 툭 맞댔다. 그 때 가서, 내가 너를 더 좋아하게 되어버렸다면, 네 쪽의 마음이 식었더라도 다시 이쪽으로 오게 만들어 줄 거야. 그러니까 나를 반하게 만들어 봐. 지훈아.
"그렇죠.. 많이 바빴으니까요. 요즘의 휴식시간이 좀 귀중한 느낌이에요" 편히 앉으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앉습니다. 좌식인지 입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앉아서 과자를 뜯고 디저트도 접시 위에 놓으면 꼭 애프터눈 티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도?
"분명 에미야님의 상담이 소문이 퍼지면 이런 시간도 줄어들 것 같아서 조금 슬퍼지네요" 느릿하게 말하며 다림은 디저트를 내려놓았습니다. 에미야님이 받을 수 있는 딱 딱 예약제로만 하면 좋겠지요. 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리고는 묘하게 목소리가 비슷한 것 같은 느낌도 있고요... 언젠가는 관련으로 떠봐야 하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처럼 눈을 돌려 봅니다.
"진화 씨의 생각에는 동의하지만요.." 선글라스는 아니더라도 안에서 마스크 정도는 벗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라고 부드럽게 덧붙여도 봅니다.
후후 웃은 뒤 본격적으로 식사 시간이 되자 저 역시 카레 우동을 먹는 데에 집중하고자 하였답니다. 국물이 튀지 않게 수저를 이용하여 후루룩하려고 하였지요. 숙녀에게 옷이란 생명이랍니다! 그건 그렇고 미나즈키 군, 어렸을 때와 똑같이 우동을 좋아하시는 건 여전하셔서 정말 다행이랍니다. 이 에미리는 행복하여요. 미니돈가스를 추가로 주문하셨던데 그럼 제 쪽에서도 뭔가 더 주문하는 게 낫겠지요? 그런 생각으로 점원님께 새우튀김 몇개를 추가로 주문하고자 하였답니다.
"미나즈키 군은 새우튀김 괜찮으신지요? "
주문을 받아 돌아가시는 점원님을 보며 미나즈키 군께 슬쩍 질문해 보았습니다. 그렇지요. 우동 하나만 먹고 가기엔 마도일본의 정이 있는 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