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리움이라는 지명이 있다면 비 내린 소금사막에 비치는 구름 근처일 것이다 끝없이 피어올라도 다시 피어오를 만큼의 기억을 간직한 구름
/이은규, 소금사막에 뜨는 별
이것은 서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신과 인간의 이야기. 인간의 삶은 이무기 신의 삶보다 훨씬 짧았으나, 그 사랑은 한 번의 생애에 그치지 않았다. 몇 차례고 다시 태어나도, 다시 환생해도 인간은 신을 사랑했고 신은 인간을 사랑했다. 그러나 어느 날, 이번 차례의 삶에서 인간은 신을 잊었다.
외모 :: https://picrew.me/image_maker/611021/complete?cd=dqJut9BE2U 그의 가르침을 받은 학부생들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하곤 한다. "교탁에 서서 웃는 얼굴로 '이제부터 서로 죽여라' 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인물". "스네이프 교수와 위즐리 쌍둥이의 끔찍한 혼종".
그 카리스마는 191센티미터에 달하는 키와. 넓은 어깨와 등에서부터 시작해 온몸을 뒤덮은 탄탄한 근육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날렵한 두상과 우뚝한 콧대, 준수한 턱선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잘 깎지 않는 수염이리던가, 여름철에도 덥지도 않은지 긴팔 폴라티를 고수하는 패션센스라던가, 빛이 바랜 데님 바지를 입고 다닌다던가, 실습 수업 때마다 얼룩덜룩 낡아빠진 앞치마를 입고 나타난다던가 하는 모습은 오히려 그 껑충한 키와 멋진 체격, 괜찮은 얼굴을 사회와 동떨어진 나태한 보헤미안으로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옷차림도 독이 한가득 맺혀있는 듯 섬뜩한 진녹색의 눈동자에 담긴 영감과 힘을 바래게 하지는 못했다. 그 눈동자에는 인간의 것이 아닌 안력이 있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는 세로로 가늘어지고, 어두운 그늘 아래에서는 녹색의 빛을 머금고 있는 것만 같은, 묘하게 사람을 소름돋게 만드는 그 눈길은 그가 그 길다란 키와 듬직한 덩치에 걸치고 있는 폴라티와 합쳐져 그에게서 거대한 구렁이의 모습을 떠올리도록 하는 데가 있었다. 그래서 그와 눈을 마주치거나 그 시선을 받은 사람은, 본능적인 불길함에 움찔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단 한 사람... 이 눈길에 자기도 모르게 익숙한 누군가에겐 여느 남정네의 시선처럼, 아니 어쩌면 어렴풋이 그리운 이의 눈길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성격 :: 거만하고 괴팍하며 이따금 신경질적인 괴짜. 확고한 철학과 관점을 가지고 있는 탐미주의자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해 매우 냉소적인 관점을 갖고 있기에,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에게는 감정마저 아까워 냉정하다. 그러나 호기심을 동하게 한 인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바라보며, 조언과 동기부여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매우 드문 일이지만, 진심으로 점찍어 마음에 들인 것은 절대로 손에서 놓아주지 않고 바스러져도 자신의 손 안에서 바스러져야 마땅하다 생각하며,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나 사람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마음을 쏟는다. 그래서 때로는 자기 마음이 자기 마음과 충돌하곤 한다.
기타 :: * 여름에도 목을 감싸는 회색 폴라티를 입는 괴패션의 소유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땀 한 방울 나지 않는 기인. 여름에 근처에 있으면 스산할 정도로 썰렁한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그 반대급부로 추위에는 약해 겨울에는 꽁꽁 싸맨다.
* 옷을 못 입는 건 절대 아니다. 공식행사가 있는 날이면 제법 셔츠며 정장이며 간드러지게 멋을 부리고 나타나곤 한다. 집에서라던가, 명절이나 축제날이 되면 기모노나 유카타도 곧잘 입는다.
* 꽤 특이한 성씨로, 蛇宮라고 쓰고 카미야라고 읽는다. 그 정체를 감안해보면 상당히 작위적인 성씨.
* 자연재해와 태풍과 악천후를 몰고 다니는, 재앙을 부르는 이무기 신. 그러나 하늘을 관장하며 비를 몰고 다닌다는 속성 때문에, 홍수가 지면 비구름을 걷어가고 가뭄이 들면 비구름을 끌어오는 농경의 신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용으로 승천할 만한 자격과 도력과 공덕을 갖춘 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승천을 거부하고 지상에 남아 있다.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땅 위에 있는데 어째서 그것을 하늘 아래에 버려두고 위로 올라가겠는가?" 라는 이유.
* 예전에는 자신의 변덕대로 하늘을 누비며 구름을 휘저어 날씨를 교란하여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리는 악신이었으나, 연이 닿아서 만난 어떤 이에게 감화되어 인간을 해꼬지하기를 거두고 인간들을 배려하며 신으로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 시시각각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들 중에서도 특히 문화와 예술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예로부터 취미로 향유해왔다. 그런 취미생활이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을 쌓여오다 보니, 인간으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미술적 교양과 경험, 높은 안목과 실력을 갖게 되었다. 인세를 유희할 때 즐겨 위장하는 직업이 미술계와 연관된 직업인 것은 그 때문이다.
* 근래에는 예술대학의 회화과 전공 교수로 행세하고 있었다. 원래 도쿄에 소재한 이름있는 대학에서 재직하고 있었으나, 최근 전근하여 정통회화로 이름이 높은 나가미치(長道) 예술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게 되었다. 치나츠가 다니는 바로 그 대학교다.
* 자신을 이끈 인간과 오래도록 갈 언약을 맺어, 몸이 죽어 영혼이 명계를 거쳐 환생한다 하더라도 다음 생에서 계속 반려로서의 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 면도를 대충대충 한다거나, 옷을 대충 입는다거나 자기관리에 소홀한 모습을 보인다. ...이건, 소중한 사람이 다시 돌아와서 면도 좀 부지런히 하라고 잔소리를 하거나 하면 그때 깎을 생각이다.
* 사람 행세를 할 때 쓰는 이름인 토오루는... 당신이 지어준 이름이다. 이제는 원래 이름보다 더 원래 이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당신은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