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인지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진화의 모습에 은후는 약간의 의문을 가졌지만, 자신의 지금 모습이 문제라는 생각은 전혀 하질 못하고, 가쉬가 사고를 쳐서 그 후폭풍으로 분노에 몸을 떨고 있으리라고 넘겨짚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지만, 유감스럽게도 청년은 주변 인물이 두 명이나 엮일 위기에 평정심을 쉬이 찾을 순 없었다.
"좋아요.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손님이 없다는 말에, 고개를 돌려 빈 자석들을 둘러보다, 입을 연다.
"얼마 전에 이 카페 몽블랑에 키가 진화군보다 아주 약간 크고, 검은 눈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고, 옷을 성의 없이 입고 있으며, 잘생겼지만 행동은 이상하기 그지없는, 16살, 성학교 1학년의 이르미 쥬가인 가쉬군이 손님으로 와서 당신에게 실례를 저지르지 않았나요?"
노기로 가득찬 그의 박력에 압도되어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는 급한 말에도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도대체. 그렇게 친절하고 상냥한 그를 이렇게 까지 급하게 만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단 말인가? 나는 당황해하면서도, 뒤이은 그의 말을 경청했고.... 이윽고....
눈의 생기를 잃고 고개를 떨궜다.
"아....그....혹시.....나를 여자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걸던 애를 말하는거니....이름이 이르미 쥬가인 가쉬군이구나. 하하..."
........
하하, 하고 떠오르니 어이가 없어져서 웃었다. 그래도 그 일은 내가 씩씩 거리며 분노의 방패 내려치기로 끝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왜 따지러 온걸까. 말하는걸 보니 친구인거 같은데, 너무 많이 때렸다고 항의하러 온걸까....나는 아직 영문을 잘 모르겠음을 느끼며,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귓가에 이후에 '좋은 시간' 보내자고 하길래, 나도 모르게 열이 올라서 방패로 두들겨 패서 내쫓았는데.....혹시 너무 과했다고 혼내러 온거야?"
그게 아니고서야, 이미 끝난 일에 어째서 저렇게 진지한 태도로 온건지 짐작할 길이 없어서....나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걸로 혼나기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가 그렇게 불공평한 태도를 취할 것 같지도 않았기에, 나는 여전히 짐작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256 가쉬다노프, 상황을 바라보는 거다. 지금 이 주식 곡선에 올라탄 개미들이 보이나? 그들이 사면…… Dump it. 나는 전적으로 가쉬주의 템포에 맞춰 줄 테니까, 슬슬 줄타기를 끝내야겠다 싶을 때가 오면 언제든 나아가도 좋아. 😏
하지만 말이지…… 오늘은 일단 평행선을 그리는 차트를 유지하도록 하자구…… 크/크/킄…… 이것이 전문가의 주가조작이다……
>>258 오호. 릴리 정도면 전교생의 이름까진 아니라도 얼굴을 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다른 학교 사람인 걸 알아볼 수도 있겠고망. 뻥─이요!!! 를 했다가 일상반영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고치게 될지도 모르겠으나…… 수습할 수 있는 전개는 하나 생각나니까 괜찮을 것 같고 말이지……!!
불쌍한 진화군…. 풀 죽은 진화의 목소리에 은후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으며, 단호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요. 그 바보 자식은 몇 대 더 맞아도 괜찮아요."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릴 것이라고 덧붙이며 손을 자신의 이마로 가져다 댄 청년은, 지나치게 많은 열을 낸 반동으로 그 자리에서 잠시 휘청거리고 말았다.
"지나간 일을 문제 삼을 생각도 없고요. 중요한 건 미래에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 이야기는 멈추어서는 안 된다. 은후는 나름대로 진지한 사명을 지고 이 카페 몽블랑에, 진화를 향해 찾아왔기 때문이다. 소리를 내질러, 약간 거칠어진 목소리가 목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그 바보, 제가 진화군은 남자라고 말해도 전혀 믿지 않더라고요. 조만간 여기에 진화군을 꼬시러 또 가겠다고 했어요. 같은 학교 학생을 죽여버리면, 아무리 성학교라고 해도 최소 자퇴잖아요? 그러니, 다른 직원이 있으면 시간표를 교체하세요. 당분간 나오지 마시란 이야기에요." //5
틀린 이야기라곤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맞을만 하다고 생각하니까. 친한 사이인데도 거리낌 없이 말하는 그의 모습에 조금 놀랐을 뿐. 아니지, 잘 생각해보면. 그의 성격을 고려하면 친한 사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겠지.
"으.....음? 미래?"
나는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이 되었다. 대체 그와 미래에 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눈 앞의 그는 사소한 것으로 호들갑을 떠는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그 영성은 상당히 뛰어나고, 분석과 관찰력은 훌륭한 편에 속한다. 그러니까 나는 온갖 과정을 상상하곤.....
그 상상 이상을 들었다.
" ㅇ ㅔ ㅅ ? "
뇌가 이해가 안되서 정지한 기분이다. 인생을 살면서 TOP3 에 빠지는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 나오곤. 잠깐 동안 침묵이 유지되었다.
"아니, 그......미안한데, 내가 이해를 조금 잘못 했나봐. 그으.......다시 차분하게 설명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