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나가는 그를 보며 쫓아가서 더 때릴까 싶다가도, 이내 급격히 몰려오는 피로감에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아프란시아.....같은 학교....나중에 학교에 알아보고 찾아가던가 해야될까. 자세히 생각해보니, 우리 학교에 유별나게 정신나간....아니, 독특한 신입생이 있다고 들었는데. 외모가 굉장히 뛰어난 남학생이라고 한거 보면.....혹시.....
"에휴!!"
나는 결국 속상한 마음에 가슴팍을 두들기며, 후배일 가능성이 높은 그 녀석과의 재회를 기대(?)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그녀는 착한 아이고......이러니 저러니 해도 마음이 여리다. 진심으로 화를 낼 만한 일이 아닌 이상엔, 괜한 것으로 마음 걱정 끼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어쨌거나 그 정도 노력이면 더 화낼 필요는 없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아이취급 받고 있는 기분은 든다만....아마 그녀의 본의는 아닐 것이다.
"....그, 그러네. 생각해보면 나 답진 않았네."
누군가를 울분에 차서 전력으로 방패로 때린건, -에- 이후로 처음이다. 나 치곤 정말이지 드문일이 아닐까. 굳이 비유하자면 토끼가 분노해서 몸통 박치기를 시전한 것과 흡사한 상황이니.
"아....그게....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알바 끝나고 시간 있냐고.....좋은 시간 같이 보내자던가....그런 얘기 하더라고."
말하고 보니 또 기가 차서, 나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듣기론 같은 학교 애랬는데....솔직히 이렇게 말하긴 뭣하지만, 얼굴은 진짜 잘생긴 편이었어...."
잠깐, 오해하지 마라. 그냥 객관적인 사실을 말했던거지, 마치 로맨스물의 싸가지 없는 남주인공을 대하는 왈가닥 여주인공의 평가 같은 것이 아니니까.
상점가 입구 근처의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다. 그림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아가지고 원래라면 제노시아 미술부 동아리에 걸려 있으니 그거 보라구~ 하겠지만, 타학교. 거기다 다른 모든 그림을 보고 싶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실시간 관람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 지금은 기다리는 중인데 꽤 지루하네... 두리번... 의념으로 의자를 구현해내 거기에 앉아서 가디언칩을 조작하며 시간을 보낸다. 자신이 가져온 그림은 액자 안에 소중히 넣고 그 액자를 또 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구현해 거기에 넣어서 이중 포장!! 내 소중한 그림..
"빨리 전시공간 늘어나면 좋겠다...."
돈인가... 돈으로 사야 하나... 학원도에서 부지 하나를 구매한 다음 거길 내 그림으로 채운다라던가.. 키키.. 상상만해도 좋군.. 하지만 내 그림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보다 기다리기 지루하네.."
...잠깐 멍 때리다가 심심해서 가디언 칩으로 애니메이션을 관람... 교묘한 각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주의하는 건 필수~
성현이와 청천이와 의뢰를 가기로 약속한 나는, 상점가 입구 쯤에서 만나기로 했다. 테베로스의 장화를 구매하고 나선 기분 좋게 쫑쫑 거리며 장소로 향하던 나는....입구에 한번 낯익은 소년이 그림을 걸어놓고는 앉아있는걸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와. 길거리 전시회인가? 솔직히 얘기만 들었지 그의 작품은 본적 없는 터라, 나는 흥미를 잔뜩 품고선 쫑쫑 걸음으로 다가가 아는체를 했던 것이다.
"안녕! 전시회라도 하는 중이야?"
그에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옆에 있는 그림으로 시선이 흘끔 흘끔 가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화현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가라면, 자신의 특색을 작품에 담는 법이 아니겠는가? 이 그림을 관람하는게 어쩌면 그를 좀 더 알게 되는 계기가 아닐까 싶어서, 나는 눈빛이 반짝이는 상태였다.
성현이와 청천이와 의뢰를 가기로 약속한 나는, 상점가 입구 쯤에서 만나기로 했다. 테베로스의 장화를 구매하고 나선 기분 좋게 쫑쫑 거리며 장소로 향하던 나는....입구에 한번 낯익은 소년이 그림을 걸어놓고는 앉아있는걸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와. 길거리 전시회인가? 솔직히 얘기만 들었지 그의 작품은 본적 없는 터라, 나는 흥미를 잔뜩 품고선 쫑쫑 걸음으로 다가가 아는체를 했던 것이다.
"안녕! 전시회라도 하는 중이야?"
그에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옆에 있는 그림으로 시선이 흘끔 흘끔 가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화현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가라면, 자신의 특색을 작품에 담는 법이 아니겠는가? 이 그림을 관람하는게 어쩌면 그를 좀 더 알게 되는 계기가 아닐까 싶어서, 나는 눈빛이 반짝이는 상태였다.
슬그머니 진화의 말에 가벼운 태클을 걸 듯, 하루의 대답이 돌아왔지만 활짝 웃고 있는 표정을 본 진화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했다면 미안하다는 듯 장난기가 섞인 미소를 지어보였겠지만.
" 굉장히 진화군 답진 않았죠. 진화군이 방패로 누굴 때린다는건... 에릭 정도 밖엔 상상이 안 되어서. "
점장님이지만, 점장님이기 때문에 바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하루였다. 아마도 그의 잠시 삐뚫어졌던 생각 탓에 일어난 일이 있어서, 아예 머리속에선 지워낼 수 없는 모양이었다.
" 방금 되게 소설 속 여주인공이 할만한 대사였어요, 진화군... "
한순간 진화의 모습에 꽤나 여주인공 같았던 것은 분명 하루만이 아니라, 누군가 이 모습을 봤다면 그대로 느꼈을 감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진화가 들은 말들이 꽤나 재밌어 보였는지 양갈래로 묶고 있던 머리를 잽싸게 깔끔하게 똥머리로 말아서 묶는다. 왠지 남장을 한 듯 깔끔한 모양새가 된 하루가 슬며시 몸을 기울여 진화에게 가까이 한다.
" 알바 끝나고 시간 좀 있어요, 진화군? 좋은 시간 보내고 싶은데... 시간 있으면 제게 조금만 나눠주시겠어요? "
하루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대담하게 진화에게 작업을 건 사람을 흉내내며 상큼한 윙크를 더해보는 하루였다.
음... 청천 씨, 꽤 늦네... 한숨... 지루해서인지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군것질 거리를 사왔다. 막대 사탕이라던가 막대과자 같은 것. 그것을 먹으며 멍 때리다가 자신 주변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고 눈을 움직였다. 저 사람은... 그.. 누구였지.. .이름이.. 그래, 그래, 진화. 진화 씨구나. 뭐.. 괜찮겠지. 아는 사람이니까. 조금은 껄끄럽지만,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전시회는 아니고... 누가 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 기다리는 겸 해서 이러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