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을 삐죽 내밀곤 턱을 괸 체 다른 곳을 바라보는 진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루는 슬그머니 목을 가다듬더니 진화의 시선이 움직인 쪽으로 몸을 옮겨선 장난스럽게 고개를 좌우로 까닥거린다. 그런 하루의 움직임에 맞춰, 양갈래로 묶은 새하얀 머리카락이 강아지 꼬리처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진화군, 진화군. 잠깐만 제 이야기를 좀 더 들어주실래요?"
살짝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낮춘 하루가 진화가 턱을 괸 테이블에 살며시 손을 올려두곤 얼굴을 올려둔 뒤 미소를 띈 체 입을 연다.
"제가 웃을 수 밖에 없던 건.. 진화군이 많이 변한게 느껴져서 그래요. 제가 처음 진화군을 봤을 때랑은 많이 달라져서요. "
하루는 상냥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을 이어간다. 친구가 이렇게 뾰루퉁해지게 내버려두고 일을 하더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을테니까. 기왕이면 다시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은 하루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저한테 분통을 터트리면서 말을 하는 진화군은 솔직히 상상도 못 했었단 말이에요. 이것도 성학교에서의 생활이, 그리고 여자친구 분이 만들어준 변화겠죠? " " 물론 여자로 오해받는 것이 꽤나 자존심이 상하실 부분이라는 것도 알지만, 제가 아는 진화군은 듬직하고 믿음이 가는 워리어니까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진 마세요. 네? "
"괜찮아, 괜찮아. 오히려 남에게 가르쳐주며 배우는 법이니까. 난 우리 귀여운 점원씨한테서 배우고-? 우리 귀여운 점원씨는 나한테 가르쳐주면서 더욱 익숙해지고. 일명 win-win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우리."
칭찬에 수줍게 웃는 모습까지, 마음 속의 가학심과 욕망을 자극한다. 그것과는 별개로 누가 가슴을 나뭇가지로 콕콕 찌르는, 그다지 날카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로 가슴을 쿡쿡 찌르는 그런 기분이 든다. 죄책감? 왜? 귀여운 여자아이 꼬시는거야 평소의 일인데.
분위기가 무르익고 그녀(그)에게서 대답을 기다렸다. - 사실 난 여기서 확신하고 있었다. 작고 수줍은 목소리로 네...하고 -
작고 수줍은 목소리로 네...하고
작고 수줍은 목소리로 네...하고
가 아니라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네도 아니고 아니오도 아닌, '여자' 로 생각하고 작업 거는게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그걸 눈치채곤 있었단 말인가? 그러니까, 작업을 걸리는 상대는 자기가 작업 걸리고 있는 것도 보통은 깨닫지 못하고 넘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말이다. 일단은 자각했다는 것이군.
"어... 들켰네. 맞아. 나 우리 귀여운 점원씨한테 작업 거는거야. 들켰으니 어쩔 수 없지만... 어때. 그다지 나쁜 제의는 아니잖아? 나 나쁜 사람 아니라구. 그냥 같이 얘기 하고, 식사도 하고, 놀고. 어때?"
여자로 보고 작업 거는게 당연하지 않나. 혹시, 별로 자신감이 없는 타입인걸까? 자신이 타인에게 여자로 보이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그렇다면 이 기회에 자신감과 함께 여러가지 경험을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앗, 흠....하루주, 가쉬주. 아까 질문에서부터 조금 생각해봤는데 이러면 다음 진화랑 가쉬 답레로 먼저 이쪽 일상을 마무리 하고 돌리는게 어떨까요? 저기서 가쉬를 쫓아내는걸로 일단 마무리 한다음에, 가쉬랑은 조금 쉬었다가 다른 시간에서 시작하는게 서로 덜 헷갈릴 것 같은데.
688넘... 넘 졸림... 데박... 상태의 은후(8쨜) - 방금 일어난 가쉬(7쨜)
(eb1BP.Avk.)
2021-07-17 (파란날) 21:43:01
불행하게도, 예민한 의념 각성자의 신경은, 가쉬가 오랫동안 생각에 들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침대 위에서 이불이 움직이며 낸 부스럭 소리에 저도 모르게 눈을 뜬 아이는,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잠깐 생각하며 한 눈으로 푸른 눈을 비비다- 가쉬와 눈이 마주쳤다.
"이…. 이…!"
노여움인지, 안도일지 모를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은후는 오른쪽 팔을 쭉 뻗어, 소년의 볼을 잡아당기려고 시도하며 외쳤다.
"바보바보야!!!"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이런 말은 전혀 필요 없었다. 바보라는 말 하나로 충분하니까. 뭐가 그리 분했는지, 그렇게 말하고서도 한참을 눈물 맺힌 눈으로 가쉬를 바라보며 씩 거리던 아이는, 가까스로 진정하고 다시 제 자리에 앉았다. 아까 일어난 반동으로, 의자가 넘어지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좀 어때? 아직도 아파?"
순순히 대답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신나서 얘기하는 그를 보며, 나는 죽은 눈동자로 웃었다.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웃음 밖에 안나온다던데, 그 말 은 사실이었다. 이럴 수가. 귀엽다던가, 여자애 같다던가, 솔직히 그런 얘기는 신물날 정도로 들었다. 진지하게 여자 취급을 받은 적도 사실 적지 않다. 그러나....그렇다곤 해도,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진지하게 남자에게 꼬셔질 정도란 말인가, 나는.....
상대는 이런 나의 기색에 조금의 위화감을 느낄 뿐, 가장 큰 위화감. 그러니까 꼬시고 있는 상대의 생물학적 성별이 남성이라는 것만큼은 죽어도 눈치를 못채겠는지, 뭐라 뭐라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날 여자애라고 생각한다는 가정 하에 귀엽다 귀엽다 연호하는걸 보니 상당한 플레이 보이인가보다. 솔직하게 고백할까. 내가 평범한 여자애였으면 조금 정도는 두근거렸을지도 모른다.
"그....손님. 제 이름은 유 진화라고 해요. 성 아프란시아에 다니고 있고..."
나에게 관심이 아주 많아보이는 그에게, 최소한의 예의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깨에 올려진 손을 조심스럽게, 부드럽고 갸냘펴서 망할 여자로 보이는 내 손으로 붙잡곤, 조금의 화풀이를 담아 신체 A 와 건강 S 에 빛나는 스테이더스로 으스러지게 붙잡은 후. 상대가 놀라 근육이 경련하려는 순간에, 팔꿈치로 뒤에 달라붙어있던 명치를 짧게 퍽 후려쳤다.
"나는.....나는......"
그리곤 그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나는 장식용으로 놓아둔 거대한 방패를 집고는.....높게 들어올리며 눈물이 그렁그렁 가득한, 새빨개진 얼굴로, 빼액 소리치는 것이다.
"나는 남자야 - !!! 남자 - !! 남자!! 남자! 남자! 남자!!! 남자!!! 남자아아아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