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어나온 웃음소리는 귀를 쫑긋거리고 있던 내게 불쌍할 정도로 크게 들렸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애초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시점에서 애초에 웃고 있다는건 명백하다....나는 울상이 되어선 그녀에게 따지고 드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당사자가 내가 아니라면, 나 또한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전혀 축하받을게 아니야! 좋은게 좋은게 아니라구! 나는 남자야! 심지어 여자친구도 있는 남자!"
아예 박수를 치며 말하는 그녀의 위로 아닌 위로에, 나는 결국 방방 점프하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잘 생겼다라던가, 멋지다라던가, 미모에 대한 칭찬은 대체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귀엽다는 명목으로 남자에게 유혹 당한 내 기분을 누가 알겠는가. 뭐? 그렇게 생각하면 머리를 자르던가 핑크색 가디건 같은걸 입지 말라고? 내가 왜! 세간의 편견 때문에 어째서!!
".........."
따라서 나는 어떻게 대응했냐는 그녀의 질문에도, 입술을 삐죽 내밀곤 턱을 괸체 다른 곳을 바라보는 침묵으로 응대하는 것이다.
입술을 삐죽 내밀곤 턱을 괸 체 다른 곳을 바라보는 진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루는 슬그머니 목을 가다듬더니 진화의 시선이 움직인 쪽으로 몸을 옮겨선 장난스럽게 고개를 좌우로 까닥거린다. 그런 하루의 움직임에 맞춰, 양갈래로 묶은 새하얀 머리카락이 강아지 꼬리처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진화군, 진화군. 잠깐만 제 이야기를 좀 더 들어주실래요?"
살짝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낮춘 하루가 진화가 턱을 괸 테이블에 살며시 손을 올려두곤 얼굴을 올려둔 뒤 미소를 띈 체 입을 연다.
"제가 웃을 수 밖에 없던 건.. 진화군이 많이 변한게 느껴져서 그래요. 제가 처음 진화군을 봤을 때랑은 많이 달라져서요. "
하루는 상냥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을 이어간다. 친구가 이렇게 뾰루퉁해지게 내버려두고 일을 하더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을테니까. 기왕이면 다시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은 하루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저한테 분통을 터트리면서 말을 하는 진화군은 솔직히 상상도 못 했었단 말이에요. 이것도 성학교에서의 생활이, 그리고 여자친구 분이 만들어준 변화겠죠? " " 물론 여자로 오해받는 것이 꽤나 자존심이 상하실 부분이라는 것도 알지만, 제가 아는 진화군은 듬직하고 믿음이 가는 워리어니까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진 마세요. 네? "
"괜찮아, 괜찮아. 오히려 남에게 가르쳐주며 배우는 법이니까. 난 우리 귀여운 점원씨한테서 배우고-? 우리 귀여운 점원씨는 나한테 가르쳐주면서 더욱 익숙해지고. 일명 win-win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우리."
칭찬에 수줍게 웃는 모습까지, 마음 속의 가학심과 욕망을 자극한다. 그것과는 별개로 누가 가슴을 나뭇가지로 콕콕 찌르는, 그다지 날카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로 가슴을 쿡쿡 찌르는 그런 기분이 든다. 죄책감? 왜? 귀여운 여자아이 꼬시는거야 평소의 일인데.
분위기가 무르익고 그녀(그)에게서 대답을 기다렸다. - 사실 난 여기서 확신하고 있었다. 작고 수줍은 목소리로 네...하고 -
작고 수줍은 목소리로 네...하고
작고 수줍은 목소리로 네...하고
가 아니라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네도 아니고 아니오도 아닌, '여자' 로 생각하고 작업 거는게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그걸 눈치채곤 있었단 말인가? 그러니까, 작업을 걸리는 상대는 자기가 작업 걸리고 있는 것도 보통은 깨닫지 못하고 넘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말이다. 일단은 자각했다는 것이군.
"어... 들켰네. 맞아. 나 우리 귀여운 점원씨한테 작업 거는거야. 들켰으니 어쩔 수 없지만... 어때. 그다지 나쁜 제의는 아니잖아? 나 나쁜 사람 아니라구. 그냥 같이 얘기 하고, 식사도 하고, 놀고. 어때?"
여자로 보고 작업 거는게 당연하지 않나. 혹시, 별로 자신감이 없는 타입인걸까? 자신이 타인에게 여자로 보이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그렇다면 이 기회에 자신감과 함께 여러가지 경험을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앗, 흠....하루주, 가쉬주. 아까 질문에서부터 조금 생각해봤는데 이러면 다음 진화랑 가쉬 답레로 먼저 이쪽 일상을 마무리 하고 돌리는게 어떨까요? 저기서 가쉬를 쫓아내는걸로 일단 마무리 한다음에, 가쉬랑은 조금 쉬었다가 다른 시간에서 시작하는게 서로 덜 헷갈릴 것 같은데.
688넘... 넘 졸림... 데박... 상태의 은후(8쨜) - 방금 일어난 가쉬(7쨜)
(eb1BP.Avk.)
2021-07-17 (파란날) 21:43:01
불행하게도, 예민한 의념 각성자의 신경은, 가쉬가 오랫동안 생각에 들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침대 위에서 이불이 움직이며 낸 부스럭 소리에 저도 모르게 눈을 뜬 아이는,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잠깐 생각하며 한 눈으로 푸른 눈을 비비다- 가쉬와 눈이 마주쳤다.
"이…. 이…!"
노여움인지, 안도일지 모를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은후는 오른쪽 팔을 쭉 뻗어, 소년의 볼을 잡아당기려고 시도하며 외쳤다.
"바보바보야!!!"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이런 말은 전혀 필요 없었다. 바보라는 말 하나로 충분하니까. 뭐가 그리 분했는지, 그렇게 말하고서도 한참을 눈물 맺힌 눈으로 가쉬를 바라보며 씩 거리던 아이는, 가까스로 진정하고 다시 제 자리에 앉았다. 아까 일어난 반동으로, 의자가 넘어지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좀 어때? 아직도 아파?"
순순히 대답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