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과 영웅서가의 크로스오버 어장입니다. * 크로스오버 기간은 7/10~17일까지입니다. :) * 멀티를 뛰는 사람이 있더라도, 크로스오버가 끝나면 모르는 척 합시다. * AT필드는 누군가를 상처입힙니다. * 가급적이면 누군가가 찾아오면 인사를 하도록 합시다. * 잡담을 할 때는 끼어들기 쉽고 소외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합시다.
가디언넷에서의 로그를 훑으며, 나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이차원에서 넘어온 사람들과의 교류도 어언 일주일. 이제 곧 차원의 문이 닫히고 다들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별로 긴 시간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 나는 그들이 돌아가면 종종 그리워질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공원에 앉아 지난 일주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불쑥 눈 앞에 나타난 얼굴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단정하게 묶은 흑발, 그의 안색을 걱정스레 살펴보는 흑안, 깔끔하게 차려입은 정장의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서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가?"
근처를 지나가다가 공원 벤치에 앉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해보이던 아가를 발견한 조현은 발길을 돌려 공원 안으로 들어왔다. 씁쓸해보이는 얼굴에 위로나 고민 상담이라도 해줄까 싶었던 마음에 일단 말을 걸고 본 그는 생각해보니 이러다가 유괴범으로 착각당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고 다급하게 말했다.
"아니, 나 유괴범은 아니고, 평범히 근처를 지나가던 시민A일 뿐이니까! 절대 널 어디 끌고 갈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
안타깝게도 격렬하게 부정하면 더 수상해보일 수 있다는 것까진 생각하지 못한 그가 울상을 지었다.
고민에 잠겨있던 때, 누군가 쓱 하고 나타나자 나는 깜짝 놀라 떨었다. 기본적으로 겁쟁이에다가 인간관계가 서투른 나는 이런 갑작스럽게 건네지는 말에 병아리 마냥 놀라는 것이다. 요즘엔 조금 발전 중이라곤 해도, 결국 아직은 거기서 거기였다. 다만 침착하고 보면 웃고 있는 상대에게선 적의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답했다.
"아.....뭐, 특별한 일이 있던 것은 아닌데요."
유괴범이 아니라고 성급하게 부정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어른스러워 보이는 사람인데, 저렇게 허둥거리는걸 보면 왠지 조금 귀엽기도 하다. 그리고 겉보기엔 아이 같은 나도, 사실 버티고 서면 어지간해선 끌려가지 않는....이래보여도 버티는 것에 특화된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 애초에 그런 걱정은 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나는 당황해하는 그녀에게 괜찮다고 달래며 웃어보이곤, 고민을 조금 털어놓는 것이다.
"실은 사귀게된 친구들이 곧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들어서요. 왠지 쓸쓸하네~....라고 해야될까...."
여기에 영원히 머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돌아가는건 당연하다지만. 그래도 친해진 누군가와 이제는 볼 수 없다는 것은 어쩐지 가슴 아픈 일이다.
비명에 덩달아 깜짝 놀란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굳었다. 떠듬떠듬 입을 열어 사과를 전한 그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궜다. 분명 고민을 달래주려 다가온 것일텐데 어찌 안 좋은 일만 하는 거 같다...그래도 병아리 같아서 귀여웠지!!! 그는 결국 어쩔 수 없는 미친놈이었다.
"글쎄, 그게 너를 슬프게 만든다면 그건 네게는 특별한 일이 아닐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말해봐."
아이가 웃음을 보이자 기뻐하며 허둥거리던 것을 멈추고 헤실헤실 웃는다. 웃으니까 더 귀엽네, 아가. 이렇게 웃고 있으면 얼마나 보기 좋아. 씁쓸한 것보다 훨씬 낫네!
"아, 그건 확실히 쓸쓸하지... 그래도 계속 연락하고 가끔씩 만날 약속도 잡으면 괜찮지 않을까? 언젠가 나중에는 또 다시 만날 수 있어."
여러 명의 친구들이 돌아간다니, 해외 학교에서 친선 교류 온 학생들과 친해지기라도 했나? 지금이 졸업 기간을 아니니까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다시 돌아가는 건 아닐텐데.
시무룩하게 사과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당황하면서 손사래를 치며 말렸다. 별로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이 쪽이 놀라게 만든 것 같아 역으로 미안해진다. 심지어 다가온 의도가 우호적이란걸 알았으니, 더더욱 마음이 찔려온다.
"아, 네. 확실히 특별한 일이기는 해요."
상대가 다시금 미소를 짓는걸 보고 안도하곤, 특별한 일이라는 말에 조금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모로 특별한 일이기는 했다. 그렇기 때문에 씁쓸한 것이기도 한 부분이, 어딘가 아이러니 하지만...
"그....일반적인 친구들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친구들이라서.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면, 아마 다시 만나긴 어려울거에요."
그저 유학이라던가, 거리가 조금 멀어지는 것이라면, 사실 이렇게 씁쓸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본래 이 곳에 올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지금 여기에 놀러왔던 것은, 우연에 가까운 사고였던 것이다. 따라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면, 아마 다시 만나보기 어렵겠지. 죽음과는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이별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그게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