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은 불안정하던 이리는 다시금 소리없이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행동했다. 저것을 공격하지는 못했지만 그건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행복한 상상이 불안정하기 때문일테니까. 그르릉거리며 다시 다가온 이리가 자신의 다리 근처에 머무르자, 단태는 다시 그 머리 위에 손을 댔다. 괘안타, 하고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평소처럼 능글맞지 않았다.
다시 가방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칼 교수님과 에반스 교수님을 보던 단태는 고개를 살그머니 기울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흐느낌 소리에 반응한 것이다. 주단태는 어린 조카가 있었기 때문에 반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금지된 숲의 안쪽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단태의 걸음이 움직였다. 금줄 너머로 보이는 아이의 모습, 그리고 이미 금줄 안으로 들어간 또다른 학생의 모습을 번갈아보던 주단태는 금줄을 넘어 금지된 숲 안쪽에 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 어휴, 어려운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냥.. 그래. 그냥 너희랑 나는 급이 다르다는거야~ 이 패배자들아! 꺄항! "
남들이 쉬이 성공하지 못하는것을 단번에 해냈다는 것에 레오는 잔뜩 자아도취에 취해있었다. 공격도 성공적이었고 소환도 성공적이었다. 정말이지 얼마전에는 애니마구스까지 성공한걸 보면 이 쪽으로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레오는 자신의 패트로누스가 여간 자랑스러운지 이 쪽에서 봤다가 저 쪽에서 봤다가 하며 정신사납게 주변을 쏘다녔다.
" ..? 뭔 소리야 지금? 나만 들었나..? "
우는 소리가 들렸어. 레오는 순간 멍한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섰고 패트로누스는 한 줄기 빛과 연기로 사라졌다.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고는 더 생각할 것이 없다는 듯 금줄이 쳐진 숲 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패트로누스의 돌격이 성곡적으로 들어갔는지 그슨새인지 뭔지는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혜향 교수가 다시 가방에 집어넣고 잠그는 것을 보며그녀는 패트로누스를 거두려했으나 이미 사라진 뒤였다. 아직은 안정성이 좀 떨어지는 듯 했다. 연습이 필요할려나. 지팡이를 늘어뜨리고 다음은 뭘까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누가...울어...?"
한순간 눈빛이 흐릿해진 그녀가 숲 안쪽을 보았다. 저멀리 금줄 너머로 어린아이가 시야에 아른거린다. 서럽고 서럽게 우는 아이... 주변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든지 아랑곳 않고 걸음이 그쪽으로 향한다.
그 와중에도 그의 손을 잡고 있었을테니 언뜻 그녀가 앞서가는 듯 하다가도 곧 뛰기 시작한 그를 따라 그녀도 같이 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저 저 아이에게 가서 달래줘야 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후후. 잘했어 나의 귀여운 아기 귀상어! 주양의 뿌듯한 한 마디와 소감이 이어지고, 패트로누스를 슥슥 쓰다듬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든든한 패트로누스가 있다면 그 무엇이 와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았다.
기쁨도 잠시. 윤의 이야기를 듣고 뒤늦게 상황파악이 끝났다. 어쩐지 오늘은 나올 때부터 일진 사나울 것 같더니만,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 느낌이 그저 기분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듯 싶었다. 교수님의 하늘 해석. 그리고 주작의 신탁.. 은 지금 상황과는 연관이 없을 것 같으니 배제해도, 하늘 해석과 그동안 들어욌던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불안하게 맞춰지기 시작했다. 막지 못한다면.. 분명 칼 교수님의 해석처럼. 패트로누스를 거두며 주양은 박수를 크게 짝 쳤다. 일단 백궁 학생대표가 쫓아갔으니 침착하게 교통정리부터 하는 게 우선이겠지. 렇다고 자신은 안 갈거냐면 또 그건 아니었지만.
"아이 ㅆ... 일 한번 더럽게 꼬이네! 자자. 지금 제정신 붙어있는 친구들이나 선배나 후배중에 누군가 교수님께 지금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해줘!"
달리기 위한 준비로 머리를 질끈 묶었다. 분명 전에도 이렇게 우르르 몰려갔던 적이 있었다. 그땐 대상이 자신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분명 그 끝은.. 그렇게 좋은 모양새가 아니었지. 분명 이번에도 그 때처럼. 소리가 나게 이를 바득 갈며, 신발끈까지 제대로 묶고 뒷꿈치를 들어 바닥에 툭툭 두드렸다.
잠깐잠깐 본 것도 인연이라고. 마치 자주 보고 지낸 사이인것마냥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오지랖이 여기서 발동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이런 상황을 한 번이라도 겪은 사람이 함께 간다면 분명 나을테니. 한번 그렇게 제안해보고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 늦지 않게. 신속하게..!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지팡이를 새로 들인지 얼마나 됐다고 또 부러질뻔 했다. 그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심호흡을 했다. 별것도 아닌 신비한 동물이 무섭다 하는 에반스 교수 때문이 아니었다. 사라진 현궁 학생 때문도 아니다. 이 상황이 짜증이 났다. 단 1년이면 되는데 너무 많은 것이 방해를 한다!
"학습 능력이 없나? 경각심도 없고?"
그렇게 당해놓고 정신을 못차린다. 교수가 여럿 있어도 전혀 안전하지 않다. 저번에도 임페리오에 당해놓고 이젠 또 단체로 금줄을 넘어간다. 이쯤 되면 그가 정신을 놓고 저주 마법을 난사해도 넘어갈 것 같다. 그의 목에 핏대가 섰다.
"잠깐, 들어가지 마!!"
악을 써서 외쳐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저번과 같은 상황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의 평온함은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었다. 그는 교수진을 돌아봤다. 왜 교수님은 말리지도 않는 걸까? 뭐라고 말하기 전에 그의 손이 먼저 올라갔다.
"리덕토."
들어가려는 학생 하나를 향해 진압 마법을 쓰며 그는 붉은 머리의 여성과 회색 머리의 여성을 한 번씩 바라봤다. 그가 신경질을 내듯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나마 대가리 잘 돌아가는 사람이 몇 있어서 다행이군. 따라가도록 하지. 자네도 정신 똑바로 차리게."
그는 붉은 머리의 여성의 제안에 응한다. 그리고 손을 올려 백정의 눈을 가리듯 손가락을 펼쳤다. 그때의 환상이 진짜라면 우리 기숙사 학생이 탈인 백정과 함께 있던 모습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항상 무표정이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매서워졌다. 꾸드득 소리와 함께 기어이 지팡이의 손잡이엔 또 손자국이 남았다.
금줄을 넘고 들어서자, 검은색 옷으로 온 몸을 가린 아이가 연신, 훌쩍훌쩍 거립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이의 눈이 뻥 뚫려있습니다. 이제야, 보입니다. 아이의 발 밑에는 그림자가 없습니다.
애초에, 아이가 맞을까요?
텅 빈 눈이 있어야 할 구멍에서 검은 눈물인지 뭔지 모를 액체 같은 것이 철퍽철퍽 소리를 내며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울고 있는 입 형태의 구멍에서도 검은 액체가 줄줄줄 흐르고 있습니다. 액체는 땅으로 떨어져서 점점 짙어집니다.
아, 그렇군요. 이것은 아이가 아니라, 그림자였습니다. 그림자가 수십, 수백 개의 아이의 형상으로 훌쩍훌쩍 우는 소리를 내며, 당신들을 꾀어낸 겁니다. 그 사실을 눈치챘을 무렵, 그림자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가장 가까이에 다가 온 .dice 1 4. = 1을 물려고 시도했습니다. 프로테고로 막거나, 루모스 막시마로 빛을 쏘거나, 다른 주문도 있을 겁니다.
1. 펠리체 2. 주양 3. 단태 4. 윤
' 다가가지 마! '
정체를 눈치 챈 혜향 교수가 뒤에서 소리쳤습니다. 뒤 따라 온, 에반스 교수가 오들오들 떨고 있습니다. 칼 교수는 미간을 확 찌푸렸습니다. 윤은 안절부절 못한 채, 펠리체의 손을 잡고만 있습니다.
단태는 금줄을 넘자마자 보이는 아이가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모습에 멈췄다. 그림자가 없는 걸 그제서야 눈치챌 수 있었다. "x같네."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특유의 느물거림이 없었다. 아이의 형태를 한 것에 꾀여졌다는 것, 그리고 이 상황이 그 학생들을 꾀여내던 상황과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눈치챈 단태가 욕설을 짓씹어뱉으며 단단한 자신의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다시금 지팡이가 부서질 듯한 소리가 손아귀에서 들려오고, 단태는 멈춘 걸음을 그대로 둔 채 지팡이를 그림자를 향해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