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씩 웃으며 물었습니다. 공기가, 더욱 날카로워집니다. 그것이 활짝 미소를 지었지만, 살의가 명백하게 느껴집니다.
‘ 망각? 다른 건 몰라도 신수들과 이 그릇에는 내가 망각이라는 걸 만들지 않았어. 그것은 자신의 본능대로 인간의 편에 선 것 뿐이야. 그것이 날 향한 반기라 여겨졌다. 그래서, 존엄을 뺏고 지금의 모습으로 바꿨다. ’
그것이 쏟아내듯 말했습니다. 곧이어, 제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을 때 그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고개를 살짝 까딱였습니다.
‘ 그래, 하지만 그 수가 한 번에 전부 충족되지 않으면 원하는 바를 이뤄줄 수가 없어. 누군가를 죽이고 싶니?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싶니? 그 욕망을 마음껏 드러내. 그리고 한 번에 수많은 인간을 내게 제물로 바쳐. 영생? 명예? 부? 모든 걸 이뤄주마. 누군가를 되살리거나 고쳐달라거나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달라는 창조적인 것을 제외하면 모두 이뤄주마.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다면, 널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전부 죽이면 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그 인간을 제외하고 전부 죽여주마. 어떤 소원이든 한 번에 마을 하나 전체의 생명을 내게 바치거라. ’
그것의 기준은,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대다수 귀결이, 죽음으로 넘어갑니다. 그것이 낮게 웃음소리를 내었습니다. 어째서인지, 그것의 뒤로 수많은 인간들의 원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곧, 사라졌지만요.
‘ 내가 마음에 들 정도로 바친다면 말이지. ’
확실한 건, 그것은 한 번에 많은 양의 목숨을 원합니다.
‘ 그것 참 아쉽군. 원한다면, 내가 직접 도와줄 수 있는데. 잠깐, 몸이 원하느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뿐이야. ’
섬뜩하고도 무서운 이야기를 그것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가까운 시일에 보여주마. 아, 그렇지. 금지된 숲이라 칭하던데, 거기에서 볼 수 있게 해주지. ’
그것이 웃었습니다.
‘ 마침, 이것도 자신의 격이 돌아오는 걸 고대하고 있으니. ’
악의 밖에 느껴지지 않는 어조로 그것이 말했습니다. 곧이어, 그것이 손짓하자 의자 두 개가 날아왔습니다.
"아.. 아니아니, 그런건 절~대 아니라구? 어.. 응. 맹세할 수 있어. 그렇고 말고! 내가 어찌 재앙님의 뜻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을 수 있겠어~.."
명백히 느껴지는 살기 앞에서 주양은 또 다시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청을 걸고 맹세한다는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올 뻔 했으나, 재앙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간 정말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제 패밀리어가 영영 떠나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내기의 본능도 잠시 접어두도록 할까. 띄고 있는 게 살기만 아니었다면 제아무리 MA라고 한들 세상에서 제일 아찔한 내기를 즐겨볼 수 있겠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 날카로운 공기. 당장 살갗을 찢어가를것만 같은 느낌이 저절로 몸을 사리게 만들었다. 목숨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었구나 싶다.
"그렇구나.. 내가 그걸 몰라서 그만. 실수를 저질렀지 뭐야..! 아하하.. ... 음? 잠깐만. 자꾸 재앙님한테 질문만 해서 미안한데, 그렇다면 나머지 신수들은 인간의 편이 아닌거야?"
아무래도 지금껏 한 이야기들을 통틀어본다면 무기 사감님만 그렇게 격이 낮춰지고 존엄을 빼앗긴 채 이 곳으로 온 것일테다. 그러면 나머지 신수들은? 신탁 내려주고 하던 그들은, 사실 인간의 편이 아니었단 걸까.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그들은 무기 사감님과 다르게 이것에게 복종하는 동시에 인간을 너무 챙기지 않는. 중립적인 그런 입장을 띄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겠으나 어느샌가 주양도 아주 조금 극단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한 가지 더 추측할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적어도 무기 사감님만큼은 인간이 아닌 무언가라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어쩌면 신수에 준하는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막연한 추측만이 전부였다.
이윽고. 되살리거나, 고치거나, 새 생명을 만들어달라는 것을 제외하면 뭐든 들어주겠다는 이야기에 주양은 다시 미소지었다. 이미 창조신이 아니게 되어버렸으니, 그 정도는 할 수 없다는건 알았지만. 그리고 애초에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당신의 이야기가 다시 와닿았다. 만들고 고치는 것보다 부수고 어긋나게 만드는 게 훨씬 쉽다고. 그런 쉽고 간단한 선택지를 어떻게 자신이 마다할 수 있겠냐만은. 적어도 직위나 연정 만큼은 바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극단적이잖아, 그거.. 하고 웅얼거리는 폼이 퍽 일품이었다.
"음... 뭐. 꼭 친한 사람들을 거는 것만 아니라면야~ 그래도 지금 당장은.. 그럴 일이 없을것같기는 하니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려줄수 있을까~? 조만간 내가.. 아니. 정확히는 졸업 후. 당신의 힘을 빌려야 할지도 모르겠거든."
고작 가문 하나 무너트리는 데 너무 큰 것을 끌어들이는게 아닌가 싶었다. 악마와의 거래라는 비유는 굉장히 어울리지 않았다. 악마 이상의 격을 지닌 존재. 순수한 재앙과의 거래는 결국에는 자기 자신도 파멸의 길에 접어들게 하겠지. 허나 중요한 것은, 주양이 마냥 정정당당하게 이 속삭임을 거절하고 스스로의 의지대로만 나아갈 위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든 좋았다. 자신은 악인으로 남아야 할 사람이니까. 무엇보다 이런 일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확실하게. 그 어떤 인과관계도 남기지 않고 끝내는 것이 나은 것이라 생각했으니. 일단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부터 내던진다. 복수가 끝나면 평온해질 것이다. 그 과정 중에서, 또 다른 복수를 낳게 된다고 한들. 다시 이것을 만족시켜 반기를 든 자를 꺾어버리기만 하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어마어마한 힘이 주는 쾌락에 한번 푹 젖어들고 나니, 그것을 쉬이 씻어낼 수 없었다. 설령 그 쾌락이 돌고 돌아 자신의 목을 꿰뚫는다고 하더라도.
"... 어느 정도나 바쳐야 재앙님이 만족할 지는 감이 잘 잡히지 않지만~ 일단 많이 바치기만 하면. 되는거지..? 좋아. 잘 알아두겠어.."
아무렇지도 않게 조건을 받아들이던 주양은 순간 그것의 배후에 잠깐 드러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인간들의 원념을 보았다. 뭔가. 한번 산제물을 바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강을 건넌 채, 일생일대의 큰 짐을 짊어지게 될 것만 같았다. 슬쩍 불안한 기분이 들어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것의 욕구를 채워주는것에 비해 자신이 걸 조건은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 과연 그 일을 위해. 오직 자신만을 위해 나는 모두를 희생시킬 수 있는가. ... 그렇게 이성적인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눈 깜빡이듯 쉽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자신의 본질은 선이 아니었기에. 무자비하게 어린아이에게 화염 마법을 구사했던 직계측 영향을 받은 악인이었기에.
"아.. 아하핫.. 그. 그래도 일단 내가 스스로 해 보려고 노력해볼게~ 그래도 안된다면.. 음... 아냐. 안될리가 없지! 그렇고 말고~.."
이윽고 주양은 다시 우물쭈물하며 객쩍게 웃었다. 잠깐이나마 임페리오와 비슷한 기분일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어리석었다. 몸이 원하는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것은 임페리오 저주와 다르게 정신이 멀쩡한 상태로 움직이게 된다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자신은 맨정신으로, 원하지 않음에도 몸이 멋대로 무기 사감님을 다치게 하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한다. 이전에 아무리 이런저런 생각을 했어도, 일단 자신은 이런 쪽의 선은 지키는 사람이었다. 안된다고 했다간 정말 그런 식으로 조종당하며 도움을 받게 될 것만 같아서 걱정이었다.
이윽고 주양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가까운 시일. 금지된 숲. 어째 그 숲과 엮이면 뭐 하나 좋을게 없게 되어버리던데. 그동안 들어온 신탁과 칼 교수님의 하늘의 움직임 해석이 불현듯 떠오르기 시작했다. 적어도. 절대 그냥 넘어갈 날은 못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어..? 아. 아하..! 다리가 아프다면 진작 말하지! 의자 정도는 금방 가져와줄 수 있는데. 자. 먼저 앉으실까요, 재앙님!"
그러고는 다시 격식을 차려 정중하게 의자를 척 가리키는 것이다. 뭔가 먹고 즐길만한 게 있다면 가져왔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미 이곳의 음식들은 부패해버린 뒤였으니까. 다 상해버린 음식들을 이것에게 대접하는 건 괜히 심기를 건드리는 짓밖에는 더 되지 않을것 같아 탐탁치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무기 사감님의 모습을 빌린 몸. 먹고 탈나는건 이것이 아니라 사감님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사려야겠지.
".. 으음~ 재앙님. 나 궁금한 게 또 생겼어. 금지된 숲도 재앙님이 창조신이었을 때 만들었던 땅일 것 같은데, 그 안에는 대체 뭐가 있길래 막 입구도 막아두고 하는거야? 우리가 맨정신으로 볼 수 없는 뭐라도 잔뜩 넣어둔걸까? 아. 그리고 이상형 물어봤으니까 궁금해진 건데 혹시 재앙님 취향은.."
한참 앉아있다 보면 입이 먼저 재잘거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가끔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다 보면 영 쓸데없는 말도 꺼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항상 이런 것을 눈치챘을 땐 이미 말이 입 밖으로 나온 뒤였다. 흡 하고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리고선 슬슬 눈치를 살폈다. 그래. 이상형까지만 갔어야 했어. 취향은 너무 갔어. 이제 난 죽었다. 어떤 장난이 되돌아오든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을거야. 마음속으로 오백 번 쯤 후회하고 체념하며 시선을 저 멀리로 굴려버렸다.
손가락을 꽉 물던 레오는 발음이 뭉개지면서도 물고있던 손을 놓고있지 않았다. 사냥꾼은 상대가 방심하는 틈을 노리고 진짜 사냥꾼은 상대가 방심하는 틈을 만들어낸다. 내가 이겼어. 하고 생각하던 레오는 머리에 꿍 하고 꿀밤이 떨어지자 '으겍'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물고있던 손을 놓아주고 또 다시 머리를 마구 쓸었다. 전부 업보이고 카르마다. 자신이 한대로 똑같이 돌려받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억울하다는 마음을 지울수가 없었다. 원래 때린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고 맞은 사람만 기억하는 법이니까.
" 오..! 그래! 그래! 그렇게 기억에 남고 이제 그만 가세요! 너도 이렇게 시간낭비하긴 싫잖아~ 그래그래, 잘 생각... 으엑! "
방심한 틈에 맞는게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고 레오는 느꼈다. 알고 맞는 것보다 2배는 더 아픈 느낌이었다. 레오는 맞은 부위를 또 다시 파바박 쓰다듬으면서 '아이씨.. 씨잉...' 하고 속으로 화만 삭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문이라도 미리 잠궈놓을걸 그랬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그렇게 괴롭히지 말 걸 그랬다. 아무것도 못하는 무력한 상대를 괴롭히는 것은 취미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대가 그 서주양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금 이 기분을 마음껏 누리겠다고 마구 괴롭혔었다.
" 하아이씨...... 때린데 또 때렸어.. "
생각해보면 레오 자신마저도 때렸던 곳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또 때리고, 또 때렸었다. 한 번 아픈 부위를 또 때려줘야 더 아프다는 것은 오랜 싸움으로 이미 잘 알고 있었으니까. 평상시였다면 바로 달려들어 둘 중 하나가 쓰러질때까지 싸웠겠지만 지금 그랬다가는 정말 제대로된 수치심과 무력감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레오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아픈 머리만 쓰다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아픈 것이 가시고 레오는 손가락이 몇 개냐는 말에 헙 하고 숨을 집어삼켰다.
" 그,그게.. 그..러니까.. "
익숙한 장면이다. 예전에 이 상황이 반대로 돌아갔을 때에도 똑같이 손가락이 몇 개인지를 묻고 몇 개를 답하던 틀렸다며 꿀밤을 마구 먹여주었다. 그 때 그 장면이 다시 떠올랐기에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알고 있었다. 몇 개를 말하면 틀린 답이 될 것이고 또다시 머리에 불이 나겠지. 상황이 이쯤 오니 펼쳐올린 손가락이 흔히 욕으로 통용되는 가운뎃 손가락이라는 것도 망각하고 있었다. 레오는 으..으으.. 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 내 대답은... 이거다..! "
레오는 다시 손가락을 물려고 했다. 입을 벌리고 으앙 - 하는 소리와 함께 물려고 했었으나 물기전에 눈웃음을 보았다. 악의가 한 가득 품어져있는 눈웃음. 레오는 그 눈과 눈을 마주치자 또 다시 헙, 하고 숨을 집어삼키곤 벌렸던 입을 천천히 닫괴 '에헤헤' 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괜히 화를 돋구어서 좋을게 없겠지. 레오는 침을 꿀꺽 삼키곤 꿈지럭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 하.. 한개..? 아니! 두개! 아.. 아니아니! 세 개! 세 개! 으.. 그러니까.. 한 개..! "
당신이 손가락을 놓고 머리를 쓰는 동안 주양은 물린 손가락을 제 옆구리에 대고 꾹 누르고 있었다. 맙소사. 이건 정말로 아프다. 자신은 차마 남의 손가락을 깨물 생각은 못 하고 있었는데, 이게 이 정도로 아플줄 알았으면 자신도 그냥 손가락이라도 물고 늘어질걸 그랬다. 왜 그때 쓸데없이 걷어찬다는 말에 잔뜩 위축되어 있었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아. 생각해보니까 억울하네. 이번엔 자신이 괴롭히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당신의 볼을 꼬집어 쭉 늘려버리는 것이다.
"시간 낭비? 이런~ 이 언니의 즐거운 시간을 시간낭비로 치부할 셈이었어? 다시 생각해보니까, 내가 질지도 모를 모의전이 더 시간낭비같은거 있지~? 물론 내가 질 확률은 0에 수렴하겠지만~!"
전혀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세우며 주양은 미소지었다. 주고받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때리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처음에 들었던 죄책감 따위의 감정들은 어느새 깨끗하게 씻겨나간 채, 그저 순전히 괴롭히겠다는 의지와 집념으로 똘똘 뭉친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자. 그럼 한번 작정하고 괴롭혀보실까. 계속 한 감정을 유지한 채 평온함을 즐기는 것을 싫어했지만 그 감정이 이런 가학심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쌓여가는 업보마저도 즐기며, 지금의 이 상황에 탑승한 채 종점을 넘어서도 갈 수 있을것만 같았다. 원래도 선따위는 없는 성격이었으나 지금은 말 그대로 폭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나. 이 언니가 한번 당한 수법에 또 넘어갈것 같았니? 우리 꼬맹이. 무르다고! 날 얼마나 얕보고 있었길래 그랬을까나~?이건 괘씸죄 추가야~!"
물론 손가락을 물기 전에 당신이 그 행동을 멈췄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또 미처 빼기도 전에 손가락을 물리고 있었을 것이었다. 제 눈웃음을 보고 멈추었다는 건 아는지 모르는지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기세를 더욱 드높인 주양은, 다시 주먹을 쥐고 당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위아래로 빠르게 떨다시피 하며 추가타와 연타를 먹이는 것이었다. 마치 도트데미지 같은 느낌으로. 그냥 단순히 쥐어박는 것과는 또 다른 쾌감이구나 싶은 느낌에 주양은 다시 한차례 경박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와. 이거 손맛 개쩔어 진짜! 그리고. 뭐? 한개야, 두개야, 세개야, 한개야? 복잡하게 이 선택지 저 선택지 다 던져놓지 말고, 적당히 하나만 딱 정해두라고 꼬맹아~!"
쥐어박는건 이쯤 했으니 이번에는 또 다르게 가볼까. 검지와 엄지를 펴 당신의 볼을 양옆으로 꾹 눌러버리고는 아하핫 하고 다시 자지러지게 웃는 것이었다. 분명 나중에 인성 논란으로 여기저기 퍼져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다. 주궁 5학년 학생대표, 사실 어린 애 괴롭히기 좋아하는 변태 싸패 도S로 밝혀져.. 같은 식으로. 지금 이 자리에 다른 참관인이 없다는 것에 약간은 안심했다. 적어도 그런 헛소문이 퍼져나갈 일은 없으니. 주양은 한참 그렇게 양 볼을 꾹 누르고 있었다.
마냥 이렇게 괴롭히고 있기만 해도 좋겠지만, 역시 그러기에는 여전히 뭔가 성이 안 차는 느낌이 있었다. 아. 이렇게 된거. 조금 야외 활동을 즐겨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내기라도 한 판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흉터가 없으니 뭔가 뽀샤시하네~ 하고 볼을 쥔 채로 별 의미 없이 당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또 한참동안 감상하듯이 바라보며 만지작거리던 주양은 이윽고 뭔가 좋은 아이디어라도 떠올랐는지, 아 하며 볼을 쥔 손을 놓았다.
"아무래도~ 나만 이 기쁨을 즐기기는 좀 애매한데. 어때, 꼬맹이? 어려진 김에 우리 기숙사 사람들한테 떡 돌리러 다니지 않을래~? 물론 너가 가는 자리에 이 언니도 동행할테니까~ 길 잃을 걱정은 안 해도 괜찮다고!"
자신이 여기저기 이유도 없이 심기를 건들고 다니면서 내기를 걸고 넘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면, 당신은 그 특유의 호전성으로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다시 주양의 눈빛이 희번득해졌다. 다른 기숙사의 평판이 어떤지는 주양이 차마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지만 적어도 이곳 주궁에서만큼은, 자신만 당신을 이렇게 괴롭혀주고 싶어하는 건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지금같이 쥐어박고 볼 꼬집는 정도의 괴롭힘이라면 학생대표 권한으로 잘 넘길수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주양은 당신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자, 어때. 언니랑 같이 그 모습으로 우리 기숙사 사람들좀 알현하러 가보지 않을래? ... 아. 그래도 우리 꼬맹이한테도 선택의 여지는 줘야겠지! 어떻게 할래? 나랑 오붓한 시간을 즐기면서, 나를 언니라고 부를래~ 아니면 언니라고 안 부르고 이런저런 사람들이랑 짜릿하고 아찔하게 놀아볼래?!"
물론 주양의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다. 떡 돌리러 다니는 것도. 오붓한 시간도. 놀아본다는 것도 허울 좋은 껍데기일 뿐이다. 분명히 이곳 사람들이 당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허나 동시에 딱 자신처럼 적당적당한 괴롭힘을 주지만은 않을것 같다는 느낌 역시 받은 상태라, 일단 선택의 여지도 던져보기로 했다. 물론 누가 되었더라도 자신처럼 하루살이마냥 지금의 쾌락과 즐거움을 위해 나중에 올 업보를 감당하며 괴롭히지는 않을것 같았지만.
꿀잠자고 갱신! 역시 낮잠이 최고야 :D (이래서 생활패턴 못 고치는 사람) 근데 진단 강도가 떴는데도 진단이 안 올라왔잖아..? 이렇게 된 이상 공권력을 이용해야겠어 아아 손들어라 꼼짝마라 나는 진단 경찰이다~ 이 레스를 본 참치들은 통행료로 진단 하나씩 납부해야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D (메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