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인지, 아니면 어딘가에 용이 하늘로 오르기라도 하려는 것인지 빗발이 끝을 모르고 내렸다. 거세게 내린 빗줄기 속에는 많은 것들이 씻겨갔다. 눌린 발자국과, 핏자국, 독하다 못해 코를 괴롭히던 피냄새 같은 것들이 함께 쓸려갔다. 태양국의 이류무사 구질은 자신의 앞에 쓰러진 여인을 바라보았다. 한 아이를 끌어안은 채 옆구리에 생긴 긴 자상을 통해 피가 흘러나고 있었다. 거센 빗발이 상처를 두드려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피인지 모를 붉은 것들이 한참이나 흐르고 있었다.
" 허어, 억, 헉..... "
곧 끊어질 것 같은 숨을 헐떡이며 여인은 아이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가 죽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반란을 주도했고, 주도한 이의 여인이었기 때문에 죽는 것이었다. 반란을 모의한 자의 혈족은 삼대를 멸한다. 그녀와, 그녀가 끌어 안은 아이까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후벼 파고, 더욱 깊숙이 자신의 아이를 끌어안았다. 흐르기만 하던 피가 이젠 뭉텅이져 흘러 내리고 있음에도, 아이를 살리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끌어안은 그 모습을 보고 구질은 눈을 감았다. 그가 배운 덕목대로라면 주군의 뜻을 해치려 한 자를 죽이는 것이 맞다. 그것이 비록 죽어가는 자와, 어린 아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어야 했다. 그러나 그가 배운 덕목에는 목숨을 다하여 지키는 것이 있다면 예를 취하는 것이 올았다.
" 어째서. "
구질은 물었다.
" 어째서 그러면서도 살리려 하는 것이오. 차라리 아일 버린다면 그대 혼자는 아녀자의 몸으로 어디건 떠돌다 살 수 있지 않소. "
그 물음에 처음으로 여인은 고갤 들고 구질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당연하다는 듯한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 제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그저 이 삶이 더욱 구차히 살아보고 싶다면 그랬을지도 모르지요. "
그러나 그녀는 아이를 내려보았다. 빗 속에서도 아이는 깊은 잠에 들었는지 세상 모른 채 잠들어 있었다. 그 아이를 내려본 채 여인은 구질을 향해 아이를 내밀었다. 그대로 여인은 손톱으로 자신의 목을 꿰뚫었다. 고통스런 모습도, 슬픈 모습도 없었다. 단지 조금의 피도 묻지 않은 남은 손으로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마지막 남은 시간을 보내었다. 구질은 곧 숨이 끊어진 여인을 바라보고, 아이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하늘에선 비가 시끄럽게 내리고 있었다. 그는 곧,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말했다. 빗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그 어떤 말도 듣지 못했고 흙탕물이 너무 더러워 꼬질한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니 너는 반란의 아이도 아니고, 그저 길 잃은 채 버려진 아이일 뿐이다.
" 운. 네 이름운 구운이 좋겠구나. "
무사는 품에 아이를 끌어안은 채, 시체를 향해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동정하지도, 마음을 두지도 말라. 그 작은 의심과 고민 속에 주군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면 결국 아이마저 죽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는 찰박거리는 바닥을 밟으며 성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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