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과 영웅서가의 크로스오버 어장입니다. * 크로스오버 기간은 7/10~17일까지입니다. :) * 멀티를 뛰는 사람이 있더라도, 크로스오버가 끝나면 모르는 척 합시다. * AT필드는 누군가를 상처입힙니다. * 가급적이면 누군가가 찾아오면 인사를 하도록 합시다. * 잡담을 할 때는 끼어들기 쉽고 소외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합시다.
이곳은 학원섬 내의 어느 카페. 그러나, 오늘 잠시동안은 그 역할을 미뤄두고 다른 역할을 할 예정이다. 테이블과 의자를 옮겨두고, 강단 같은것도 없이 그저 작은 탁자 하나만을 남기고 빈 공간을 구성한다.
저마다 호기심이든, 관심이든, 아니면 심심풀이든 무엇이든 간에 이곳에 앉아 게이트 너머에서 왔다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학생, 혹은 같은 차원 너머의 존재들이 기다린지 얼마 되지 않아 거의 검은색 내지는 회색의 옷을 걸친 한 흑발의 동양계 남성이, 상당히 긴장된 걸음걸이로 들어와 그 임시 무대에 선다.
"어... 뭐부터 해야하지? 일단... 반갑습니다. 오늘 일일 강의일지, 아니면 끔찍한 실패의 향연이 될지 모르는 행사를 진행할 신수환이라고 합니다. 아마... 여기 오신 분들께서는 가디언넷에서 코르부스라고 불리던 그 사람이라고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남성은 긴장됨을 억지로 감추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시작했다.
"사실 강의라기보다는, 글쎄요. 그냥 좀 많이 떨어진 곳에서 온 사람이 질문 받고 답해주고 그러는 영양가 없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최소한 제가 아는 한도 안이라면 뭐든지 성심성의껏 말씀드릴것을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모르는게 대부분이겠지만."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은 작은 페트병에 담긴 물을 한모금 마셨다.
"좋아요. 무엇부터 얘기해보는게 좋을까... 우선 이런 생각이 드시겠죠? '댁은 대체 뭐하는 놈인데 굳이 이런 자리에서 서 있나' 하고 말입니다. 여러분의 뇌가 정지당하는 것은 저도 바라지 않으니 간단하게만 설명하자면, 저는 게이트 너머, 제가 살던 곳에서는 용병으로써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가디언 후보생 분들에게,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써 감히 조언 내지는 궁금한 것에 대한 대답을 해 드리러 왔습니다. 어, 반면교사가 될지도 모르고요."
"그러면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질답이나 잠깐 해보죠. 없다면 바로 멋대로 한번 떠벌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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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넘어서 온 용병에게 질답을 해보세요! '코르부스의 일일 강의' 이벤트는 미니진행의 방식으로 간단한 질답을 하는것으로 진행되며, 최장 진행시간은 자정까지입니다. 답변을 마치지 않아 더 이어져야 하는 질문이 없다면, 조기에 종료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참여시 보상은... 저도 보장은 못해드리지만 크로스오버가 끝나기 전까지 조율해서 모두에게 적절히 드리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1596260315>779 " 죽지 않을 만큼 강한 사람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가, 죽어도 죽어도 계속 나오던가. 둘 중 하나도 되지 못하면 바뀌진 않겠죠. "
변화는 희생을 동반한다. 오래전 어떤 동화에서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고래 섬이 나왔더란가. 고래가 가만히 바다 위에 떠 있으니 그 위에 흙이 쌓이고 풀과 나무가 자라서, 올라선 사람들도 누군가 섬의 비밀을 말하기 전까지 그 섬이 사실 고래라는 걸 아무도 몰랐더랬지. 고래의 작은 뒤척임에 혼비백산해 배로 도망치는 사람들처럼, 세계에 아주 자그만 변화만 일으키더라도 사람들은 배로 영향을 받는다. 그 변화를 일으키는 데 드는 대가는 또 어떻고. ...몬스터 거북의 시체 위에 세워진 아카데미의 학생이 하는 상상치곤 기분나쁜 일인가.
" 사람이 재앙에 맞서싸우긴 커녕 주기적으로 작은 재앙을 만들어내는데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청소부라는 것들은... 연료라는 걸 보니 기계 같은 걸까요. "
사람을 연료로 쓴다는 것 자체가 기분나쁜 일이다...
" 파트너라기엔 친구죠. 같이 싸우면 든든한 동료이자 사람 놀리길 좋아하는 후배이기도 하고. "
그래, 그는 나에게 그 이상의 의미가 아니었다. 유대라는 단어를 아직 받아들일 수 없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면을 갖고 있는... 내가 그것을 이해하려 해도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존재. 상대가 또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시 찬찬히 듣기 시작한다. 한 번 주고 한 번 받기 같은 느낌이 되어 있다.
" 그 도시엔 무서운 유전병이 퍼져 있네요. 미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서 사람들은 광기와 공생하게 되었어요. 그 상황을 바꿀 일도, 변화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기에, 지긋지긋하게도 계속 태어나는 사람들은 먼저 죽은 사람의 자리를 채우고, 광기와의 공생을 되물림하는 유전병의 숙주가 되었어요. "
그 병은 체념이나 순응, 침체라는 이름을 여러 번 갈아치워 온 변장의 명수일 테다.
" 병이 터져나온 결과를, 그 병이 퍼진 도시에 깨끗한 공기를 불어넣어 주지도 못하는 괴물을 바라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에요. 어쩌면 그 사람들은 무언가 환호할 거리가 생겨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괴로움만 있는 세상에 아름다운 것 하나가 들어오면 시커먼 부분 정도엔 눈을 감아줄 수 있었거나, 오히려 그것에도 환희할 준비가 되어 있었을지도. "
어쩌면,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 뿐인가. 논리적으로 알 수 있더라도 공감하고 싶지 않다.
" ...... "
나는 손만 뻗으면 잡히는 거리에 언제 나왔을지 모를 컵을 쥐었다. 식혜 한 모금. 맑고, 달콤하고, 쌀 냄새가 난다. 평소에 마시던 식혜 맛과 다르지 않다. 똑같은 식혜를 쓰나.
" 아직, 강하고 이타적이라는 말을 듣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만한 사람일지도 모르겠고요. 그래도 그렇게 평가해주신 건 고맙네요. "
"네, 반갑습니다. 이런, 명찰을 해 달라고 할걸 그랬나? 적어도 여기 같이 다같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이름이라도 알아가려고 했거든요."
그러고 다시 대화로 돌아가, 그는 새하얀 피부와 신비하리만치 파란 장발을 하고 있는 여학생과 눈을 맞... 추려고 노력하며 질문에 대답했다.
"용병으로써 힘들었던 의뢰나 조건이라...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다 힘들었어요. 하나도 쉬운 일이 없더군요."
벌써부터 학생들의 사기를 팍팍 떨구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무엇이 힘들었냐, 라고 하면 적과의 전력차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전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제게는 가장 어렵더군요. 기습을 해도 이길까 말까 한 상황에, 머릿수도 적고 상대가 기갑까지 굴리고 있다면 정말... 힘들죠."
"그 외에도 도덕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작전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테러리스트들과의 격전 중에서도, 소년병을 운용하게 된다면 그 날은... 편히 자긴 힘들죠."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인지, 여러분 같은 가디언 후보생분들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는 내심 힘들었죠."
>>24 유진화
앞에 서 있던 코르부스는 놀라움을 감출수밖에 없었다. 얼핏 봐서는 금발을 길게 기른 여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목소리는 여성이라기엔 상당한 저음인 남성의 목소리였으니까.
"네, 학생. 저도 반갑습니다. 와 주셔서 다들 정말 감사해요."
"돌발 상황이라... 좀전의 파란머리 학생께 해 드린 답변과 좀 이어지는 이야기이긴 한데..."
곰곰히 생각해본다. 늘 예상 외의 상황이었지. 그리고 그때마다 어떻게든, 정말 어떻게든 해서 위기를 헤쳐나갈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돌발상황이 있죠? 갑작스레 알람이 울리거나, 적의 증원이 추가되거나, 총기가 고장나거나... 이런저런 상황이요. 가디언 후보생 여러분께서도 의뢰 중에 겪어보셨을겁니다. 어쩌면 저보다도 더 많이요."
"저는 그럴때는 솔직히 말해서, 일단 도망칩니다. 전력을 다해서 일단 도망치고 나서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분석을 해 보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내가 기용할 수 있지만 지금 내게 없는 것, 그리고 내가 마주한 상황 같은걸 말입니다."
뭐이리 당연한 소리만 하고 있지?
"자, 봅시다. 조금 전에 제가 말씀드린 상황 중 하나로 적의 기갑 병기에 대해서 이야기드린게 있죠? 그걸 예로 들어보면 확실히 정공법으로는 불가능해요. 산탄총이나 기관단총의 화력으로는 당연히 흠집도 못 내고, 저는 용병에서 용병 이었던 무엇인가로 순식간에 증발할겁니다. 그럴 때는 우선 전면전 상황이라는, 안전하지 못한 상황부터 최소화해야해요. 숨거나, 따돌리거나, 적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거나 해서 제 모습을 감추는게 우선이죠."
"그 다음에는? 기갑을 파괴할 수 있는 병기를 운용하는 아군의 지원도, 적들이 가지고 있는 병기도, 어쩌면 정말로, 숨어들어가서 운용 병력을 무력화하는 방법도 있겠죠. 저는 보통... 그냥 셋 다 사용합니다. 쓸 수 있는건 다 때려박아서 일단 이겨야 해요. 그러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내가 기용할 수 있지만 지금 내게 없는 것'의 확인이 확실해야 한다고 봅니다."
"말이 좀 중구난방인데... 정리를 좀 해보자면, 빠른 분석력과 과감한 행동력을 통해서 최악의 상황을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악을 택해야 한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1596260315>914 선도부 분야랑은 좀 다르지 않으려나요... (선도부는 의념을 무효화시킬 수 있으니 학생들이야 잘 때려잡지만... 아니, 오려면 진작에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걸 만든 사람을 처벌해달라고 부르는 거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좀 그렇죠. (그야 바로 눈앞에 있으니까.) ... ...? (삼파전이 아니라 파인애플 쪽에 붙어서 합체-댕댕이와 싸우는 거? 둘 중에 어느 쪽을 도와야 할까 생각하면 파인애플 쪽에 마음이 가긴 하는데. 똑같이 당신한테 속닥속닥거린다.) ... , ? . (아마 이쪽한텐 전투력을 기대하기 힘들 거 같네...)
"아니. 그놈들도 그놈들 나름대로의 언어가 있다고 뜬 소문으로 들었고 베어보기로는 살아있었다. 죽여놓아도 또다른 녀석들이 그 녀석의 시체를 연료 삼아 끈질기게도 오더군. 밤의 호위를 맡은 경우가 잦아서 자주 보는 놈들이다."
청소부는 밤의 악몽중 하나였다. 시체를 청소하고 살아있는 것도 청소하는 문자 그대로의 존재. 기분나쁜 부류중 하나였다. 물론 청소부 외에도 미쳐버린 녀석들은 흔하고 그것을 도시 전설, 도시 질병, 도시 악몽, 도시의 별같은 분류로 또 나누기도 한다.
"나는 동료는 없다만, 제자는 있었지. 너는 나를 스승의 부류로는 안보는거 같지만."
그 아이는 보기 힘들게 그 도시에서 올곧은 녀석이었다. 무모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목숨을 잃었다. 그 전에도 그 후로도 그와 같은 인연은 더 이상 만들지 않았다. 한번 잃은 것을 알았기에 더 이상 잃는 것은 그것대로 불편했다.
"아니 뒤틀림은 그런게 아니야. 이미 쌓이고 쌓이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계에 다다라 말그대로 괴물이나 괴현상이 된거니까. 체념하고 포기하고 고이게 된 환경 속에서 그것은 탄생한다. 나는 그런 것을 베는 전문은 아니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뒤틀림 탐정이라는 녀석도 있다."
식혜를 먹는 그녀의 두가지 질문. 첫번째는,
"베려고했다면 이미 베었겠지."
지팡이처럼 쓰고 있던 시라사야의 칼집 사이에 날을 슬며시 보여줬다 닫으며 말하고 두번째 질문에는,
"비웃으려고 했다면 시체를 보고 비웃었겠지."
라고 대답했다. 적어도 어느 쪽이든 내 사고에는 없는 행동이었다. 그저 이 세상의 인간을 가늠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힌트를 주고 풀어보라고 한 시점에서 내가 악의를 가졌을거라고 생각한다면 너는 바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