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2이르미 쥬가인 가쉬 - prologue(비가 멈추지 않는 나날),고양이 버스킹
(l.FfG2j.sU)
2021-07-13 (FIRE!) 00:16:05
이르미 쥬가인 가쉬 - 고양이 버스킹(2)
"어어어어. 으으으음."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인 고양이들은 서로 대화를 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나에게 뭔가 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니, 정확힌 요구하는건가? 미안하지만 난 돈도 먹을 것도 없다고... 아무튼, 의사소통을 하려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너 혼자가 아니었구나. 나와 같은 신세인줄 알았더니. 친구도 많네." 나는 첫 관객인 검은 고양이에게 말했다. 녀석은 분명 내 연주를 열심히 듣고 있었으면서, 이제서야 그렇지 않은 척을 하려는 것인지 다시 뒹굴거리고 있었다. "원래는 한 곡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오셨으니, 앵콜로 한 곡 더 해야겠네. 그럼 이건 조금 다른... 곡. 일명 냐냐냥 웨오오옹 웨오옹!" 이건 약 2초전에 만들어낸 신곡이라는 것은, 눈 앞의 관객들에겐 비밀로 해두자. 나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하고 기타줄 위에 피크를 올렸다. 그러자 방금까지 서로 웨오옹거리며 대화하던 고양이들도 숨을 죽인 듯 조용해졌다.
사람의 인생은 무엇인가. 고양이의 인생은 무엇인가. 인생묘생. 그것을 꿰뚫는 절묘하고도 심오한 노래였다. 내 마음이 관객에게 전달 되었을지. 연주와 노래에 심취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귀가 점점 열리고 바깥 세상의 소음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간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정확히는, 비 그친 뒤의 잔비가 떨어지는 소리 빼고는. 고양이들은 제각각의 위치에서 식빵자세를 하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더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걸 깨달았는지, 각자 "우오오오오옹." "웨오오오오옹." "가르르르르릉..." 하는 소리를 내며, 나에게 환호해주고 있었다. 그래. 저것은 분명 환호야. 나의 종을 뛰어 넘는 마음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신하듯, 처음 관객인 검은 고양이는 이제 나에게 다가와 나의 다리에 머리를 부비기 시작했다.
"뭐야 너. 나에게 반한거냐? 나는 암컷 아니면 관심 없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와. 이젠 나 날씨를 바꾸는 힘까지 손에 넣은걸까? 하하." 혼자 장난스런 말을 해본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까. 나의 인생에도, 영원히 그치지 않는 비가 그칠 그런 날이. 혹시 모르지. 오늘과 같이 계속 노래하다보면, 계속 연주하다보면, 계속, 살아가다보면...
"비가 그칠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고양이들도 일어나 각자 갈 곳으로 사라지고, 나에게 머리를 비비던 검은 고양이도 일어나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미안. 난 이 몸뚱아리 하나 가누기도 힘들거든. 언젠가 또 만나자. 거리에서." 나는 고양이에게 작게 손을 흔들었다. 검은 고양이도 내 말을 이해한 것인지, 마치 인사하듯 고개를 천천히 숙이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예의 바른 녀석. 잘 살거라." 나는 짓궂게 웃으며 고양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어디로 갈까? 어디든, 이 발이 닿는 곳이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그곳이 내가 있을 곳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