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의 월식 주막은 오늘도 왁자지껄하다. 각종 용서받지 못할 저주의 향연과 목숨의 위협이 오갔어도 언제 그랬냐는듯 교정은 평이해졌다. 그런 법이다. 누군가 죽거나 다친다고 해도 슬픔은 잠시 뿐이고, 사람들은 무엇이든 금세 잊고 살아간다. 본인 살기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늘도 구석자리에서, 손님과 그는 마주본다. 손님은 여전히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검고 챙이 넓은 모자와 검은 원피스를 입었다. 오늘도 장례식에 참석한 것 같다. 온통 검고 눈만 붉은 우아한 여성. 헬레나 제레미 언더테이커는 그의 어머니다.
그는 담배가 든 종이갑을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그녀는 깍지를 끼고 그 위에 턱을 얹는다. 자신의 아들이 이렇게 눈에 띄게 불안한 모습을 보인 날은 사탕을 두 개 먹어놓고 하나 먹었다고 거짓말을 하던 아홉살 적을 제외하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장소에서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골머리를 앓으며 결국 손에 힘을 꾹 주며 내려놓는다. 이제 그녀가 얘기할 시간이다.
"우리 가주님께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본가로 달링을 보낼 정도였을까요."
서로의 패밀리어가 편지없이 본가로 가면 그녀를 호출하는 암묵적인 뜻이었다. 둘의 접선은 가끔 이렇게 이루어지곤 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말없이 한 손을 들어올린다. 헬레나의 눈이 커졌다.
"반지가 없군요. 가주가 되고 나서 단 하루도 떼지 않더니, 대체 어디에 두었습니까?" "……신뢰의 증표로 주었습니다." "샬럿, 당신이요?"
가주의 증표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연인이나 동반자에 한했다. 헬레나의 눈이 그를 향한다. 타니아를 놓아주던 것도 좋은 결과였던 건가,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내 아들이 드디어 사람이 되어가는 건가? 그녀가 농담을 던지듯 물었다. "누구에게?"
그가 입술을 달싹였다. "매구의 추종자에게."
사건은 번개가 치듯 순식간에 일어났다.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구석자리로 향했다. 커다란 짝 소리와 함께 현궁의 사신이라 불리는 학생의 고개가 돌아가있고, 여성은 거칠게 숨을 쉬며 뺨을 친 손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수군거림도 잠시였다. 그는 손톱 때문에 피가 흐르는 뺨 위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다시 돌렸다. 그리고 반쯤 뜬 눈을 치켜뜨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팡이를 꺼내 휘두른다.
"머플리아토."
이것으로 둘의 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제야 그는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아들이 농담이라고 하길 바랐다. 차라리 농담이라고 한 뒤에 자신도 미안하다고 엎드려 사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맨 처음 나온 말은 경고였다.
"소란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오늘은 아들이 아닌 가주로서 당신을 불렀습니다."
정말 추종자에게 가문의 정신을 넘겼단 말인가? 어째서? 부모의 입장에서 심장이 쿵 떨어졌다. 그녀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는 손을 모아 올린다. 테이블 위로 검은 손톱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손톱을 바라보며 울적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어째서 가문의 정신을 추종자에게 넘겼습니까." "저와는 다른 길을 걷게 하고 싶었습니다." "샬럿. 고작 그런 문제로.." "어머니도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내지 않으셨습니까."
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렸다. 둘에게 고통스러운 과거를 꺼내고 말았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는 입술을 앙 다물다 씹어뱉듯 서두를 뱉었다.
"누군가의 아픈 추억으로 남고 싶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버지를 떠나보냈지 않았습니까. 하루의 정을 통하고 오블리비아테로 기억을 지워서." "……." "그렇지만 어떻게 되었습니까." "…죽었지요."
제 손에. 헬레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제레미는 죽었다.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나의 남편. 근사한 오러 동로였고, 친절했으며, 서로 사랑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떠나보내기로 했다. 그녀는 장의사 가문의 사람. 단명하는 피를 물려받은 자. 아픈 추억으로 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먼저 떠났다. 남편이었던 자는 눈앞에서 어둠의 마법사에게 임페리오로 조종을 수도 없이 당했다. 결국 정신이 망가졌다. 어린 아들 앞에서 그녀는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치명상을 입어 손쓸 수 없는 상태였고, 부디 당신의 손으로 죽여달라 간청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섹튬셈프라로 그의 숨통을 끊었고, 그 시체를 끌어안고 울었다. 아들은 소중한 동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 믿었다. 아비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장성했다. 남몰래 고통을 안고.
"살아있는 것은 맹목적이긴 하지만 언젠가 변하고 맙니다. 우리는 어둠에 암약하여 타인을 빛으로 떠나보내게 해야지요. 이 상황을 보고 잊지 마십시오. 샬럿. 우리는 죽음을 인지하는 자. 죽음은 인간에 의해 비롯됩니다. 그리고 우리 또한 인간이지요… 하여 마땅히 안온한 내세로 보내주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이 말을 기억하시는지요."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했던 말인데." "저는 빛으로 이미 한 명을 떠나보냈습니다."
타니아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후회합니다. 대책이라도 미리 마련했더라면 아픈 추억으로 남지 않았을 텐데 그 아이는 이미 큰 아픔을 가졌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닮았기에, 우리를 닮아서,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는 몸을 잘게 떨었다.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사랑했더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떠나보냈을 것이다. 돌아와도 내쳤을 것이고, 공격했을 것이다. 어머니처럼. 그렇지만 닮았기에, 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처럼 아픈 추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 저는 곧 죽습니다."
그는 숨을 들이킨다. 편지로는 진작 했던 말이지만 자식이 부모 앞에서 먼저 죽음을 예고하는 것만치나 잔인한 말이 어디 있는가. 물론 어머니께서 먼저 이곳에서 우리의 굴레가 끊기길 바란다 하였다. 두통이 사라지고 있다고, 곧 죽을 것이라고. 2년 남짓 남았으리라 믿는다 하셨을 때. 그는 굴레가 끊기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뱉을 수 있었다. 우리의 굴레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저의 죽음이 기다려집니다. 그런데, 그 사람 때문에 살고 싶습니다. 저는 오블리비아테로 기억을 지울 배짱도 없거니와, 그 사람을 죽일 자신도 없습니다."
그래서 반지를 주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들며 미소를 지었다. 지독히도 아픈 미소였다. 외면하던 감정을 마주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수년간 인간을 증오하는 감정을 쌓았지만 역시 나는 그 상처를 치료하고 싶다. 다시 인간을 믿고 싶다. 물러터진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의 굴레를 네가 대신 버리고 떠나라고. 그렇게 하라고 반지를 주었습니다. 처분하실 것이라면 처분하십시오. 매구의 추종자를 제 사람으로 품은 것은 명백한 죄이니."
헬레나는 그를 바라본다. 내 아들은 이미 커버렸구나. 그녀가 입늘 열었다.
"한번 일어난 일은 어떻게 해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샬럿." "어머니." "단, 가혹한 운명은 그렇게 청천벽력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법이고, 당신의 곁에 있을 그 인간은 그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합니다."
비참한 삶이 마침내 끝날 때까지.
"당신도, 그 사람도 최대한 상처입지 아니하도록 하였으면 합니다. 내가 그러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 어미의 유언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오늘도 라온의 월식 주막, 구석자리에선 둘은 서로를 마주본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금세 잊고 살아간다. 본인 살기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벨주 독백은 언제 봐도 너무......심금을 울린다..... 스포도 효과도 없는게 오히려 더 절절해.....
벨이는 백정이에게서 자신의 구원? 을 보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벨 자신은 곧 죽어도 반지를 맡긴 백정이 자기 의지로 자유로워진다면 그걸 구원으로 생각할 수 있다던가.... 남녀의 사람과는 또다른 사랑의 형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음~~ 새벽갬성 뭐라는거야~~
애정이 남다르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가 뒤늦게 앗, 하고 상황을 깨닫는다. 1절만 하려 했는데 어느새 후렴까지 끝내버리고, 자연스럽게 다음 악장으로 넘어가려는 걸 주양이 막아준 셈이다.
"그, 너무 제 말만 했죠?"
그가 멋쩍게 물으며 고개를 무릎 가까이로 조금 숙인다. 사실은 그냥 얼굴을 푹 파묻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어쩐지 그런 반응을 보이는 쪽이 더 놀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부끄러워하는 정도에서 끝났을 뿐이다. 그래, 당당하게 인정하자. 평소에 그만큼 자랑을 하고 싶었던 거다.
"라쉬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기보단 제 쪽에서 좋은 파트너를 얻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만큼 이 애가 저한테, ……해준 게 아주 많거든요."
무어라고 말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는 결국 말을 흐렸다. 솔직한 마음을 정돈하여 누군가에게 온전히 표현하기엔 그간 침묵하고 피하며 살아온 시간이 길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두 가지의 수식언만은 곧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언제까지나 악의 없을 친구, 떠난 후엔 분명히 영영 그리워하게 될……. 속으로만 맴도는 말을 삼키며 그는 손을 뻗어 라쉬의 털을 쓸어본다. 간혹 들어오는 불안이 있다. 이 온기를 다시 느끼지 못하게 될 언젠가, 그 필연의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서글퍼져서……. 그렇지만 아직은 오지 않은 끝을 가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미래를 겁내느라 현실을 두려워해선 안 될 일이다. 부재의 나날보단 살아 있는 시간을 가장 솔직하게 사랑하자, 사색의 마지막은 늘 그렇게 끝이 났다.
"그거 좋네요. 대신에 다음 승부는 현궁 호수에서 하는 거 어때요?"
방식 다른 서로의 애정관이 남몰래 스치고, 그 역시 엇비슷한 현재의 결론에 닿는다. 아, 이렇게 생각하니 마냥 비관적이던 생각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그는 말끔하게 웃는 얼굴로 제법 무시무시한 농담을 하고서는 조금을 더 생각에 잠긴다. "음, 우선 그렇게 좋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듣고 나서 불안해질 수도 있는데……."하고 뜸들이며 주양의 기색을 살폈지만, 말 꺼내지 말란 반응은 아닌 듯해 곧바로 이었다. 빙빙 돌려 말해서 좋을 게 없겠지.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희 앞에 아주 큰 고난이 닥쳤고, 닥칠 예정이고, 하나로 안 끝나고 줄줄이 계속될 거라네요. 조만간 또 습격이 있을 거래요."
다시 말하지만 그는 말을 정리해서 조목조목하게 표현하는 덴 그리 재능이 없었다. 지나치게 결론만을 축약한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상대방의 몫이 되고 말았다.
다들 근사한 늦새벽이에요.😊 오늘 임페리오가 빵빵 터진 덕분에 벨의 비설을 조금 털 수 있게 됐네요. 벨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에 돌아가셨답니다. 어둠의 마법사가 시전한 임페리오 때문에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셨거든요..🙄 어머니와 달리 벨은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나 뭐라나여요. 옹알옹알...
>>266 구원? 프린세스 메이커?((그게 아니에요)) 아무래도 희망을 건 무언가가 아닐까 싶어요. 상처 치료의 수단이 될수도 있고요.
>>272 오타 하나가 생겨서 몰입에 방해가 되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다행이에요..😊 비슷하답니다! 대리구원서사가 아닐까 싶어요. 네가 자유로워지면 그게 내겐 구원이 될 거야. 하는 느낌의? 음~ 새벽감성이 저를 말랑말랑 찔러오네요...🙄🙄🙄
>>274 그 부분을 많이 고심해서 썼답니다! 지금 벨이 체념했지만 마지막으로 딱 한번, 인간에게 희망을 걸었다는 걸 대사 하나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하고 머리를 쥐어짰네요...😂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일단 대리 구원서사라면, 나는 백정이 벨을 구원하는 쌍방 구원서사를 바라면 되는거겠지? 좋아. 백정아 힘내. 벨을 구원해서 쌍방 구원서사로 가자. 아무튼 오늘 벨주의 새벽 감성 퐁신퐁신하게 담겨있는 독백 잘 봤어. 늘 느끼는 거지만 벨주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고심해서 쓴 흔적이 보여서 몰입해서 보기 좋아.
>>284 어? 어어어?? ((갑자기 받은 미슐랭 3스타 도장에 땃쥐둥절)) 그냥 난 느끼는대로 이야기한 것 뿐인걸. 그만큼 벨주의 글은 읽기 편하고 새벽감성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어. 응응, 벨도 구원받기를 바라는 건 진심이기도 하구 :D 앟 음쪼쪼하는 퐁신퐁신 쁘띠관종 벨주 귀여워. ((쑤다다담))
으악.....으아아악...... 어휘력이 고장나서 기립박수 3000번 이런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 새벽의 나를 용서해.... o<-< 감정선도 주제의식도 확고하고 성장서사와 전개 측면에서도 너무너무 완벽해... 이렇게 매끄럽고 인상적이게 이야기 만드는 사람 첨봤어....(우럭)
폭풍이 물러갔다. 모든게 다 끝을 냈다. 간신히 억누른 투쟁심은 아직 손에 남아 여운으로만 감돌았다. 마스크를 내리고 깊어진 울분을 토해냈다. 결국. 그 때도 지금도, 탈을 쓴 자 앞에서 그저 무력한 모습이었을 뿐이었다, 자신은. 결국 아무것도 이루어낸 것이 없었다. 썩 좋지 않은 기분이었다. 지금껏 써온 지팡이를. 아까 전 그 사람처럼 단번에 두동강으로 꺾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들기 시작했다. 몹쓸 지팡이. 주인이 아무리 씨부려도 듣지를 않아. 왜.
일단, 끝난건 끝난 것이고. 몸도 마음도 멀쩡했던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것은 평소답지 않을지언정 그나마 나은 선택이었다. 이미 전에 자신의 단짝에게는 도움을 받았던 것도 있고. 그렇다고 단짝만 챙기기에는, 상태가 심각해보였던 같은 기숙사의 후배도 걸렸다. 매번 티격태격하는 라이벌 관계라고는 하나, 챙겨주는 것은 기본 옵션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안 챙겨주면 그게 무슨 라이벌인가. 그냥 서로 죽여먹지 못해 안달난 원수지간이지.
"꼬맹이. 아직 안 죽은거 맞지? 깨어있지? .. 자. 평소처럼 떽떽거리지 말고 얌전히 있어. 병동까지는 내가 데려다 줄테니까."
웃음기가 지워진, 썩 진지한 모습을 내걸고서 아직 앉아있을 당신에게 이야기를 건네다가 스스로 올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다시 깨닫고 자세를 낮추어 당신을 부축했다. 이래저래 꽤 험한 모습이었기에 다시 탈에게 적대심을 키워두기에는 딱 좋은 느낌이었다. 전에도 느낀 것이었지만 이번으로 확실해졌다. 적어도 저 탈들은. 그나마 온순한 느낌이었던 할미탈을 제외하고는 전부 박살내고 아즈카반에서 평생 썩게 만들어주겠다고. 아니. 할미탈도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나마 적대심을 드러내지 않을 때 곧장 습격해서 무력화시켜야 하려나? .. 아무튼.
"우리 여보야도 내쪽으로 와. 보니까.. 목. 꽤 심하게 졸렸던 것 같은데. 그런 상태라면 분명 걸어가기 힘들거야? 거절은 거절이라고."
이윽고 주양의 시선은 제 곁으로 다가왔던 현궁의 단짝에게로 향했다. 임페리오가 한번 더 들려온것을 자신이 미처 인지했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당신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을텐데.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건 꽤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으나. 지금만큼은 그런것 따윈 없었다.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것 이상으로 지금의 상황은 주양에게 이런저런 충격으로 다가왔으니까. 이게. 이런 기분이었구나. 친한 사람이 크게 다치고, 저주에 당하고.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당신까지 남은 쪽 팔으로 부축해주고 나서야 주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자. 챙길 사람들은 다 챙긴 것 같고. 둘 다, 지금 위치에 불만 없지?"
그렇게 말하며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주궁 짬 5년차. 이 정도 부축쯤이야 가뿐하다. 마침 울분도. 체력도 남아돌겠다,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슬며시 옮겼다.
//나의 상황 설명이 모자랐기에 여기서라도 추가! 이벤트 직후. 병동으로 옮기기 전 상황으로 써봤어 :) 잇기 힘들다면 말해주기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