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점점 깊어지는 가운데 따스한 기운에 힘입어 섬의 동쪽 지역에 아름다운 꽃들이 하나하나 피어났다. 이름을 아는 꽃이 있을 수도 있고 모르는 꽃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그 조화가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그 꽃밭 근처에서 카시아는 이런저런 짐을 끙끙 옮기고 있었다.
돗자리에 간이 테이블, 의자, 그리고 먹거리가 가득 담겨있는 박스까지. 그리고 가볍게 조리를 할 수 있는 간이 조리대까지 확실하게 준비를 마친 카시아는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아무리 촌장의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일까지 하는 것은 아니지 않아? 나 참."
괜히 투덜투덜거리면서 그는 주변을 가만히 바라봤다. 바로 내일은 봄의 꽃놀이제. 마을 단위로 수많은 이들이 모여 꽃을 구경하고 놀기도 하고, 가볍게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서로 친해지기 딱 좋은 자리였다. 물론 참석은 자유이기에 강요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일단 이 정도면 되겠지."
먹을 것도, 앉아서 쉴 자리도 확실하게 마련이 된 것을 확인하며 카시아는 이스케이프 마법을 사용해서 빠르게 마을로 돌아갔다. 내일 이 자리에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모일지는 아직 모를 일이었으나, 올해도 봄이 찾아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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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찬찬히 바닥에 떨어지는 음표를 가리켰다. 음표는 바닥에 닿자 이내 스르륵 사라졌다.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는 어떻게 보일진 몰라도 나에겐 그리 대단하거나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게 나는 매일같이 보는 광경이었으니까.
" 음악과 관련된 행위를 하면 튀어나오는 모양이에요. 콧노래든, 장엄한 연주든. "
내가 지휘자로써 지휘봉을 잡을때도 그랬었다. 그것은 내가 직접 연주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나로인해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콧노래와 차이점을 두자면 그때는 음표가 다양하고, 많이 나왔다. 나는 관객들의 시선으로 본 적이 없긴 했지만,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허공에 악보가 생긴것 같았다고 한다.
" 그럴까요. 그랬으면 좋겠지만요. "
이미 그림이라던가, 조각같은 취미들을 한번 즐겨보았다. 내가 그린 그림은 도저히 그림이라기엔 무언가 결함이 있어보였고, 조각은 그저 조각칼로 툭툭 내리쳐 깎아낸 돌덩어리라고 표현해야 했다. 성대한 실패를 두 차례 겪고서 내 손재주에 대한 나의 신뢰감은 상당히 아랫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런건 안하는게 다른 사람의 안구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
" ? "
그녀의 얼굴이 아까와는 다르게 미약하게나마 붉어졌다는 사실은 인지할 수 있었지만, 어째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알아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듯한 표정을 지은채로 고개를 살짝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 으으음. 그렇다면, 사양않고. "
내 양심이 빌어먹을 녀석이라는 것은 둘째치고서, 두 번이나 제의를 해왔는데 거절하는것은 오히려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일 테다. 그녀 자신으로썬 오히려 정말 상관없어 보이기도 했고, 공방 안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여 이대로 집에 돌아가더라도 잠을 설칠게 분명했으므로.
" 푸흐흐... "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모습이 어딘가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흘려버렸다. 이런. 그래선 안된다. 에칭에게 실례이지 않은가. 이럴땐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 자신의 행동이 실례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차렸다고 상대에게 의사표현을 해야한다.
" 아, 죄송합니다. 무척 재미있으신 분 같네요. "
아하, 그래. 이럴때도 나의 양심이란것은 빌어먹을 녀석이라는 칭호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이 행동했다. 재미있으신 분이라니. 그또한 상대에 따라 실례가 될 수 있을 말이지 않은가?
여기서 더 생각을 이어가봤자 내 이미지를 깎아먹는 것 밖에 답이 없을테니, 그녀에게 미소를 지은채로 고개를 한번 꾸벅이며 그녀가 열어준 문 안으로 슬며시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움직여 내부를 살피려다가, 그녀의 마지막 말에 고개를 다시 돌렸다.
" 마실거요? "
나는 잠시 주저하는 척 머리를 굴렸다. 머릿속에서 든 생각은 크게 2가지였다. 첫번째는 당연히 실례가 아닐까 하는것. 확실히 이런 늦은 밤에 돌연 나타나서 공방에 들이닥친것 부터가 실례였다. 거기에 마실것까지 얻어마신다? 실례에 실례를 제곱한 느낌이다. 어쩌면 저것도 형식적인 말일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모은 적은 정보들을 조합해봤을 때 그녀는 정말로 그런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있었다.
두번째는 어차피 나는 잠에 쫓길 필요가 없었으며, 나중에 집으로 가는 길을 홀로 떠돌아다녀야 했다. 집중해서 연주하느라 소모한 체력을 가능하면 회복해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자, 그럼 이제 결론 도출이다.
" 그럼, 염치 불구하고... "
계산적으로 휙휙 돌아간 머리와는 달리, 입으로 나온것은 송구스러운 말투였다. 단언컨대 연기가 아니다. 이런 늦은 밤에 잠시라도 거처를 허락해준 그녀에게는 제대로 감사하고 있었다. 다음에 방문할때 무언가 선물이라도 준비해와야겠지.
" 사람이 찾아오는 일은 적은가요? "
그럴만 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다시 공방 내부를 바라보고선, 솔직하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콧노래에서부터 연주까지, 음악에 관련된 행동이라면 그에 맞춰서 음표가 흘러나오는 걸까요? 나름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그렇다해도 상당히 특색있다고 볼수 있었답니다. 물론 당신에겐 지극히도 일상적일 수 있겠지만, 처음 마주한 그녀나 다른 사람이라면 확실히 놀랄만도 하겠죠.
"정말 특별한 재능을 가진게 아닌 이상은 다들 똑같아. 나도 무언가를 만드는 재주는 있어도 연주는 잘 못하니까,"
어디 연주뿐일까요? 요리를 하면 결과물이 정상적으로 나오는게 신기할 정도인데다 인간이 아닌 존재치고는 지극히 평범한-어쩌면 조금 부족할 수도 있는- 체력이 발목을 잡고 있었답니다. 그나마 운동이라도 매일같이 하는게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
당신의 조심스러운 말이나 행동에 의문을 가지는 그녀였지만 아마 그 이유를 말해준다 해도 쉽게 받아들이진 못했을 거랍니다. 그래도 어쩌겠나요? 무지한게 아닌 무감각할뿐이라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조심스러운건 아닐까, 하는 생각정도는 했을지도 모른답니다. 아니면... 저 공방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기에 나오는 방어적 행동인 걸까요?
"사과할 것까지야. 딱히 재밌는 사람은 아니거든, 나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여전히 무덤덤한 말투였지만 딱히 신경쓰이는건 없었는지 기분나쁜 기색은 없었답니다. 오히려 말상대가 생겨서 들떠있지 않았을까요? 방금 전보다 더 밝게 빛나는것 같은 깃털이 금방이라도 날아가려는듯 머리 양옆에서 팔랑거리고 있었답니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움직임이 잔잔해지니, 어쩌면 밤바람에 날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응, 마실거. 딱히 가리는게 없다면 멋대로 내놓을 거지만."
되묻던 당신이 깨나 고민하는듯 보이자 그녀는 살짝 머리를 기울였답니다. 아무래도 이런 늦은 시간에 차 대접은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네요. 더욱이 초면인 사이라면, 아무렴 어떤가요? 그녀는 그런것에까지 일일히 선을 그어가며 살기엔 나름 바쁜 삶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따지고보면 이런 일을 한다는 자체가 새로운 사람을 안볼 수가 없으니까요.
"별로 없어. 있다해도 지금처럼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들 뿐이고, 그래도 벌이는 나쁘지 않으니까."
꽃 몇송이가 물속으로 들어가자 붉은 빛깔이 퍼지면서 투명한 찻주전자도 똑같은 색이 되었답니다. 당장 주변만 둘러봐도 형형색색의 물건들이 있는 와중에 몇 안되는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나름의 애착이라도 있는 건지, 단순히 어지러운 주변속에서 유일하게 평범한 모델인지는 주인인 그녀만 알고 있겠죠.
"......?"
차 내리는데에 정신이 팔려있었는지 뒤늦게 들려오는 감탄사에 머리카락에 가려있던 비늘에서 자글거리는 소리가 두어번 울렸답니다. 당신이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에 방해되지 않도록 움직이면서도 말을 이어가던 그녀가 테이블에 이것저것 놓아두자 그럴싸한 티파티가 준비되었답니다. 즐기는 사람은 두명뿐이긴 하지만요.
사실 이 이벤트를 보고 앞으로 스레의 방향을 정하고자 했는데 지금 시트가 내려간 것을 제외하면 총 9개가 있는데 사실상 일상 스레임에도 불구하고 스레 극초창기인 벌써부터 일상은 돌아가지 않고 있고, 갱신을 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고, 갱신을 하셔도 그 이후에는 또 바로 가버리시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하물며 이벤트가 있는 시간대지만 사람들이 전혀 오질 않고 있어요. 저번 이벤트때도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 해산하고 또 이후로는 거의 사람들의 활동이 전무했다시피 했고요.
지금 이 상황 속에서는 스레를 이끌래야 이끌 수가 없어요. 일상을 돌리고 계시는 에칭주와 론도주에겐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이 스레를 더 이어가긴 힘들 것 같네요. 시트가 들어왔어도 그 시트캐들이 활동을 하지 않으면 일상 스레는 존속하는게 힘드니까요. 이 스레에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제부터 고민을 하긴 했는데 차라리 지금 상황에서 스레를 접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스레의 상황으로 1:1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자유롭게 구해서 하셔도 괜찮아요. 일단 굳이 이 아래로 코맨트를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무래도 룬팩토리라는 작품이 많이 생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네요. 아무튼 다른 매력적이고 좋은 스레에서 즐겁게 노셨으면 해요!
앗, 돌아왔더니 스레가 닫혔구나! (υ´•̥ ﻌ •̥`υ) 사실 나도 스케줄 오락가락 하는 것때문에 좀 조심스럽게 냈다가 결국 현생 챙기려 드문드문 온지라 뭐라 할 입장은 아니긴 하지만, 일상스레란게 역시 일상이 활발하게 돌아가야 하니까... 아쉽긴 하지만 캡틴의 판단은 당연한 거였을 거라고 생각해! 캡틴도 일단은 좀 쉬다가 끌리는 무언가가 있다면 다시 도전해보길 바라! 굳이 캡틴일 필요는 없구, 참치로서 움직일수 있는 어장도 분명 있을 거야!
캡틴의 결정은 백번 존중할게. 나도 타이밍이 안 맞는다는 며칠에 한 번 꼴로 뜸하니 와서 갱신이나 하고 가는 게 전부였다 보니 할 말이 없는 처지이기도 하고. 설정 자체는 정말로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해. 이건 진심이야 :3 여튼 이제까지 스레 이끌어주느라 고생 많았고 캡틴도 즐상판하길 바라! 다른 참치들도 마찬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