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이 없어지는 순간은 대체로 생각보다 감정이 앞설 때이다. 전신을 물통에 비유하고 감정을 물로 비유했을 때, 50%까지는 아슬아슬하게 버티지만 선을 넘어 60, 70%를 넘기 시작하면 이제 감정에 휩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이성보다 본능, 본망에 충실해진다는 의미이니 별거 아닌 말이나 행동에도 팝콘이 튀듯 순간순간 튀는 반응들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이고 감성적이며 감정적인 반응을 하나 꼽자면, 대략 90% 정도 감정에 잠식되었을 때인데, 특히나 그 감정이 누군가를 향한 애정, 사랑, 그런 것일 때다.
특이하게도 귀끝에서 시작한 홍조가 넘실넘실 번져 두 볼을 가득 채우고, 당당하면 당당했지 빛을 흐린 적 없는 금안이 진한 감정을 담고 일렁인다. 줄어든, 아니, 없어진 말을 대신하는 것은 주로 그녀의 손이다. 그의 팔을 잡는 걸로도 부족한지 옷자락을 잡아 당기거나 끌어안고 놔줄 줄을 모른다. 옷이 구겨지는 것도 아랑곳않고 쥐는 손에 묻어나는 건 단순한 애정 뿐일까.
한참을 그렇게 말도 없이 당기거나 안기만 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낄 쯤, 그녀가 숨기듯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든다. 손을 대면 열이 묻어날 것 같은 얼굴로 얼마간 바라보다가 더는 참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겠지.
"...나를...사랑해줘...?"
그 말끝이 떨리는 건 그녀가 그에 대한 확답을 바라기 때문이라는, 매우 솔직한 표현의 한 가닥이었다. 자. 이제 당신은 뭐라고 대답해줄거지? 어느 쪽을 택하든 그 앞은 절벽 뿐이겠지만.
자캐의_마음_상태
현재는 좀 그냥 음~~ 편안? 평온? 약간 고민은 있는데 그렇게 심각하진 않아~~
자캐가_화났다는_징조는
이거는 잡담으로 풀었는데 ㅋㅋ 일단 말수가 적어지고 다음은 시선이 점점 싸해짐. 이게 일정 수준을 지나면 눈매를 찡그리면서 입은 웃는 표정을 지음. 그리고 천천히 팔짱을 끼었다가 다시 천천히 풀고, 상대가 방심하는 사이 천천히 다가가서, 따귀부터 한대 올림. 그리고 예의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할 듯?
>>641 상극... 나는 랸이가 일부러 상극처럼 구는 것처럼 보였어. 그 행동원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그렇게 굴어서 자극시키는 거 같기도 하고~~ 음~~ 좋게 말하면 도와주는건데 이걸 좀 비꼬면 오지랖? 같은 느낌이 종종 들더라. 일상 관전하다보면! 아마 이 행동원리가 의지랑 같은 맥락인거 같은데 내가 랸주가 아니다보니 짚이는게 없잔 말이지...... 조금 억측을 하자면 오히려 의지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구는 건 아닐까? 싶긴 했어.
감 선생님의 인간찬가에 필적하는 당신의 라쉬찬가(?)를 들으며 주양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조곤조곤한 말이라 중간중간 맞장구를 칠 타이밍은 있었으나 너무나 예상 밖의 투머치 토킹에 넋을 놓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다만.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패밀리어를 많이 아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질 수 없다. 소중한 내깃돈을 어필해야 하지 않겠는가.
허나 지금 당장 딱 떠오르는 사실이 없다는 것과, 칭찬의 말을 하겠다고 딱 다짐하고 행동에 옮기려 하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주양의 기분을 심히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저 일상이라도 칭찬할 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째서 자신은 그렇게 못 하는가. 이게 다 과거의 일 때문이었다. 동생을 잃지만 않았어도 자신은. 다시 직계의 탓을 하며, 속으로 울화를 가라앉히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약간은 얼빵한 표정을 짓고 있던 라쉬와 눈이 마주쳤다. 푸스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이런 칭찬은 아무리 에너지 넘치는 강아지라도 조금은 쑥쓰러웠던 것이겠지. 주양 자신은 모르는 묘사지만, 아까의 보여주기 부끄러운 강아지의 연장선 같은. 들려주기 부끄러운 칭찬이라는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으음~ 일단 패밀리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건 잘 알겠는걸! 라쉬도 자신이 그만큼 예쁨받고 있다는 걸 알거야. .. 라쉬. 너는 좋은 주인을 만났구나. 복 받았어."
약간의 여운이 남는 목소리로.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를 끝까지 남긴 채, 제 옆으로 온 라쉬를 살짝 끌어안고서 털 속으로 얼굴을 푹 파묻고 웅얼거렸다. 모래 알갱이가 털려지지 않은 게 느껴졌지만 상관 없었다. 아까 해보고 싶었던걸, 기회가 왔으니 지금 하는것일 뿐. 약간의 물기가 남아 살짝 축축하면서도 충분히 북실북실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기분을 느끼면서 살아갈까.
".. 좋아. 하지만 여지는 남겨두겠어~ 언제나 다시 물싸움을 시작할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한번 붙는걸로 만족하고 물러나는건 내가 아니니까~ 아. 그러다가 라쉬한테 물리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라쉬가 쉬고 있을 때를 노려볼까나~?"
얼굴을 들고 씩 웃었다. 그래. 지금은 지금을 즐길 뿐이다. 잠깐의 휴식이라고는 했으나 여전히 자신의 끼를 숨길 수 없었다. 마냥 퍙화롭게만 있다 보면 다시 장난치고 싶고. 괜히 한번 더 콕 찔러보고 싶고. 원래 그런 법이었다. 쳐도 쳐도 모자란건 역시 장난이 아니겠는가. 내기만큼 남들의 반응을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으니, 주양이 선호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이윽고 들려온 당신의 목소리는 대강 들어도 뭔가 고민이 있어보였다.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조언하는 것. 주양이 가장 못하는 일 중 하나였다. 그래도 일단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주양은 자세를 고쳐 다시 반듯하게 드러누우며,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 괜찮아~! 이미 재미는 실컷 즐겼으니까, 다시 이 감정기복을 조금 꺾을때도 됐지. 자. 우리 친구가 가진 고민은 뭘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