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 따위는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여기 서있는 이유는 단 하나, 남자의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용, 이전에 남자라고 말한다. 회색의 옷을 즐겨 입던 아버지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었다. 마법사도, 머글도 되지 못한 반푼이 혼혈이라고는 하지만 50 평생 길을 걸어오며 잊지 않은 단 한가지의 길, 그것은 본인이 남자라는 것, 어린 그의 뇌리에 박힌채 그에게 많은 길을 제시한 그것이 지금까지의 리안을 지탱하는 것이었다.
"그대로 손을 잡고 일어서시는겁니다. 결국 일어서는 것은, 발렌타인 형님의 의지니까요."
이를 갈아붙이며 자신을 대하는 발렌타인의 모습에 그는 천천히 그가 놓칠거 같은 지팡이를 나머지 한손으로 이용해 지팡이를 쥐어준다음 그대로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다. 아주 근접한 거리, 그가 마음만 먹으면 아주 약간의 힘만으로도 움직여서 그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으리라, 아무리 그래도 아까전의 마법의 위력을 봤을때 충분히 자신을 죽일수 있는 거리, 하지만 그는 전혀 자신의 목숨따위 아깝지 않았다. 그 의지만 있다면 언제나 웃으며 죽음을 받아들일수 있는게 남자니까.
"원하신다면, 여기서 제 목숨을 거둬가시도록 하십시요. 원망은 하지 않겠습니다. 존중하도록 하지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편안하면서도 진중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딱딱한 어조였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여러가지를 대답할 그였으리라.
"일부러 이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원래 사람—머글, 마법사를 모두 포함해서—은 서로 반목하고 이해하며 그렇게 지내는것이니까요. 모든 것은 순리에 따르는 겁니다."
그렇게 발렌타인의 말에 답변한 그가 천천히 그를 데리고 좀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움직인다. 발렌타인을 배려해서, 눈에 띄는 상황을 최대한 배제시키는 행동이리라.
그냥 잡혀 휘둘렸다. 당신은 즐거워 웃고, 그는 앓는 소리를 낸다. 그는 당신을 뚱하니 노려보다 머리를 재차 쓸어넘긴다. 근사하고 단정하게 내려빗고 묶었던 머리가 물미역이 되었다. 느슨하게 묶었던 머리끈은 이와중에 물에 빠지면서 풀어졌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그가 입을 열다, 물이 치고 들어오자 고개를 돌려 뱉어낸다.
"겁도 없군. 추종자가 회유할 지 누가 알겠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그나마, 눈치 좋게 대답해줬다. 전자는 중의적인 의미기도 했다. 겁없이 점수에 도전하냐는 것과 추종자가 노리는데 두렵지도 않냐. 그는 당신을 가만히 쳐다보다 시선을 옮긴다. 그의 감은 좋은 편이 아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가질 않나, 밀지를 않나. 뭐, 겁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 참. 혼자 갈 수 있네."
그리고 해변을 향해 팔을 뻗고 다리를 움직인다. 능숙한 물장구와 함께 헤엄을 치며 당신의 제안에 입술을 꼭 깨문다. "내 남은 자존심이라도 지켜주지 않겠나?" 하는 것이 퉁명스럽기도 하지만 제법 사람다운 반응이다.
하지만 세상 일 맘대로 될 리가 없다. 머리털 M자로 갈라진 두 명의 발레리노가 말하지 않나. 얘야, 인생이란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그는 물살에 휭 떠밀려가다 결국 손을 잡았다.
"젠장."
초면보단 많이 나아진 모습이지만 이게 오늘만 있을 일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꽤 안타까운 일이리라.
흣칫. 하는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까 뭔가 말하려던 타이밍에 자신이 물을 뿌리기는 했다만. 그게 그것 때문일까. 약간의 죄책감이 고개를 들.. 기는 무슨. 쉽게 죄책감이 든다면 주양이 아니다. 이래서 버릇은 잘 들여놔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긋난 방향으로 들여버리면 상당히 매너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니. 하여튼 죄책감 대신 든 것은 신기함이었다. 키에 어울리지 않는 뭔가 귀여운 기침소리. 그 바람에 주양은 미안해하는 모습 대신 입꼬리를 올린 채 당신의 등을 토닥여줄 뿐이었다.
"음~ 과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그러니까 그냥 적당히 쌤쌤인걸로 무마하는 건 어때~?"
당신의 말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르게. 그러니까, 그 누구의 잘못도 묻지 않고 봐주거나 하는 일 없이 넘어가자는 뜻으로 이야기하며 다시 키득거렸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잘잘못을 논하기에는 당신도, 자신도 꽤 충분히 즐긴 듯 싶었으니까. 던지지 않겠다는 이야기 대신 시정하겠다는 말이 들려오자 주양은 만족스럽게 웃음소리를 키웠다. 그래. 그래야 재밌지. 다음에 또 비슷한 기회가 생긴다면 어디든 던져지는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현궁에 있는 얼음호수만 빼고.
"오호라~ 역시 아는구나? 맞아! 이 자리에는 없지만 이름은 청이고, 내 패밀리어이자..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내깃돈이야. 뭐. 청은 그 사실을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이 뿌듯하고 만족스러우면 그걸로 되겠거니 싶었다. 건을 이어받으며 패밀리어와 이별하게 될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런 생각을 겪는다고 주양이 여태껏 가져왔던 마인드가 달라질 리는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청이 생각하기에는 몹쓸 주인이겠지만.. 그래도 한 켠으로는 자신을 이해하기는 하겠지. 유일한 이해자이며, 인생의 반려와도 같은 존재였으니.
잠깐 깊은 생각에 잠기기는 했다만 빠져나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눈 앞에 있는. 털이 푹 잦어버리긴 했으나 여전히 특유의 귀여움과 귀티를 감추지 못하는 이 강아지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손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하고. 곧 이어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우뚝 치켜들고 있는 모습에 주양은 저도 모르게 누나미소를 지었다. 맙소사. 심장에 몹시 해롭고 유해하다.
"그렇구나~ 앞으로 누나랑 사이좋게 지내자, 응? .. 어머. 그런 거였구나! 그러면 당연히 얕은 곳으로 가줘야지. 그래야 너도 불편하지 않을거고 이 아가도 좀 마음이 편할테니까~"
라쉬와 눈을 맞추고 사이좋게 지내자며 말한 주양은 곧 당신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하긴. 이렇게 큰 강아지가 등 위에 올라와있다면 심히 무거울 것이다. 자신의 허리 건강은 무사했으나 이대로 간다면 이번에는 당신의 허리 건강이 무사하지 못할것만 같은 느낌에, 주양은 얼른 얕은 곳을 향하기로 했다. 몰론 혼자 휑하니 나가버릴 수는 없으니 어떻게 보조를 해 주면 좋을까 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아. 하며 생긋 웃었다.
"으음~ 라쉬는 수영 잘 못하니까 내가 보조하고, 동시에 너도 내가 방향을 잡아주면 되겠다! 행여나 방향을 잘못 잡아서 깊은 곳으로 가보리면 큰일이잖아? 어때. 그렇게 해도 될까?"
방향을 잡아준다면 당신이 나오기 수월한것도 있었으나 다른 한 켠으로는 아까 만졌던 라쉬의 발바닥 느낌을 한번 더 느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고양이의 것만큼 말랑거리지는 않았기는 하다만 그래도 꽤 중독성 있는 발바닥 느낌이었기에 그 기회를 놓치기는 싫었다. 아아. 왜 사람은 이런 것에 늘 진심일까. 어쩌면 내기 이후로 혹하게 되는 것이 생기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먼저 물어보는 것은 기본이었다. 라쉬를 잡아주며 스스로 헤엄쳐서 나오게 하는 선택지 대신, 안전하게 안아들고 나온다는 또 다른 선택지도 있었으니까.
"임페리오로 조종하면 조종했지 회유는 안 하지 않을까요? 선배 말마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그의 말처럼, 백궁 소속으로 명실상부한 순혈인 그녀를 추종자들이 회유하는 건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았다. 그냥 사실만 나열해두고 보면 그래보일 뿐이다. 실상은 그녀의 말처럼 임페리오로 명령을 심어두고 후에 이용해먹는게 그들에게 더 유리할 터였다. 그것이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길이기도 하고. 독대 다음은 회유인가.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채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은근히 일렁인다.
해변 쪽으로 앞서 가있던 그녀가 건넨 말에 그가 입술을 깨무는 것이 슬쩍 보인 듯도 싶다. 능숙히 헤엄을 치는 걸 보니 정말 도와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았지만, 좀전의 별거 아닌 물살에도 흔들리던 그다. 얼마 못 오고 떠밀려가는 그에게 친히 손을 내주고 느릿하게 그녀 쪽으로 이끌었다. 재차 나온 욕설에 그것 봐요, 라고 말하듯 실실 웃으면서.
"이럴 때 도움 좀 받는다고 누가 뭐라 안 해요~ 아, 이거 제 점수 깎지 말라고 아부하는 거 아니에요."
그 말에 거짓은 없는지, 아니, 그 말만큼은 농담이 아닌지 아주 잠깐은 웃음기가 가신 듯도 싶다. 지금이야 이렇게 잘 떠들지 남들에게 뭐든 시시콜콜 털어놓는 성격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도 한마디쯤은 해주는게 낫겠지 같은 생각을 하며 느긋하게, 착실하게 밀리지 않고 해변으로 나아간다. 한 손에 사람 하나를 달고도 재주좋게 나아가는 모습은 어릴 적 작고 아팠던 그녀는 그동안 키만 큰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그녀가 앞서갔으니 발이 바닥에 닿는 것도 그녀가 먼저였다. 그녀는 단태 때 그랬던 것처럼 얕은 곳에 도달했다고 홀랑 손을 놓지 않고 그가 완전히 물에서 벗어날 때까지 도와주려 했다. 겸사겸사 엎어지지 않고 똑바로 서는 것도 도와줄 겸 해서 말이다. 그 전에 그가 손을 뺐다면 그대로 놓아줬을거고.
그렇게 갖은 수난을 겪은 바다를 벗어나 보송한 해변으로 올라섰을 때의 기분이란, 각자 차이는 있겠지만 역시 이제 살겠다-가 제일 크지 않았을까. 그 다음은 그녀를 향한 원망, 복수, 뭐 그런게 있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마냥 즐거워 할 뿐이었다. 시선은 할 말이 남은 것처럼 그를 줄곧 응시하고 있으면서.
>>7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그럼~ 귀여운 땃주에게 반격하기 위해선 이정도 기출 변형은 써 줘야지! 자 나한테서 가져간 기력.. 돌려줘야지...? (쫘아아아아아아아압)
감정적인 쪽으로 다른 사람이랑 다른 면이라~ 헉 역시 땃태의 플러팅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할지도 몰라! (?)(땃주:쭈주 나가) 강아지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건가. 좋아 일단 메모해두고.. 나도 오늘부터 한 마리의 강아지가 되겠어. 땃태야 너가 개가 되라고 하면 난 개가 될 수 있어 오늘부터 난 땃태의 개야! 왈! 왈왈! (?????????)
>>78 으아아악 기력이 빨려버렷!! 기력이 빨린 땃쥐는 이미 죽어버리고 만 것이에요(???)((아무말)) 플러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럴 때마다 나 너무 좋아 왜냐면 이게 내가 원하는 반응이거든:D 강아지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개냥이면 또 다를 수도? 음~~~ 아니 잠깐만 쭈주 왴ㅋㅋㅋㅋㅋㅋㅋ땃태의 개가ㅋㅋㅋㅋㅋㅋ된거야 아니 세상쓰 (이마 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