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평온하던 이 세계에 엄밀히 말하자면 정말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세계는 여전히 크고 작은 분쟁과 문제들은 있었습니다. 다만, 이것은 달랐습니다 갑작스레 밀어닥친 예고도 조짐도 없이 찾아든 변화. 세상은 어느 날 짙은 안개가 끼어 덮혀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상 현상으로 치부되고 모두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그 정도 수준에서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저희들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안개는 환경에 영향 받지 않는 듯 보였고 날씨가, 계절이 바뀌어도 사라질 기미조차도 없이 조금씩 천천히 마치 세상을 먹어가며 생장이라도 하는 듯이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그 영역을 넓여가는 것으로 스스로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더는 저희들, 인류는 그것을 단순한 기상 현상이라고 생각하거나 볼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 이름은 '안개'는 오늘날 더는 이전의 뜻은 점차 퇴색되고 명백히 이질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재해이였고 언뜻 보이는 것은 같지만 그 실체는 지금 까지의 달라졌고 달랐습니다. 이 걷히지 않는 안개 속에는 말 그대로 '괴물' 혹은 '무언가'라는 단어 이외는 표현할 길이 없는 것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또 다른 사실을 곧이어 저희들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들은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나타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으나 인류는 그것을 구분하고 규명하여 명확히 하기 위해서 그것들에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미확인 안개 의존성 생물체, 포그 크롤러(Fog Crawler). 안개 속을 기어가는 것. 그것 마주할 때의 장소의 분위기와 더불어서 온몸에 벌레가 타고 기어오르는 듯한 소름 끼치는 느낌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되는 이름이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하여 누구라 할지라도 그 '안개' 속에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두려움의 장소로 통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전과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 '안개' 속으로 뛰어들게 되어 버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저희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아직 그곳에 남아 있었고 이대로 마냥 세상이 안개 삼켜지는 것을 두고 보고만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는 오늘날에도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저희 중의 많은 사람이 변해버린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무엇도 없이 생존 그 자체만이 목적인 것과 같이 태고적 인류로 돌아가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자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