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시선이 당신에게 꽂혔다. 담배는 물론이고 교칙을 어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언질 때문이었다. 학생대표 앞에서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건가? 싶은 눈길이었지만 이내 너무나도 쉽게 사그라들었다. 마음 같으면 담배라도 피우고 싶다. 그렇지만 보는 눈도 많았고, 사감의 귀에 들어가면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니 그는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한다.
"저는 지금 떨려요!" "쫓아오지만 않았다면 조용히 넘어갔겠지."
이제 보니 당신은 꽤 근사한 사람이다. 그와 엇비슷한 키와 근육이 고루 잘 잡힌 몸도 그렇고, 윤기나는 검은 머리카락과 밝은 인상까지. 아까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그와도 달랐다. 그는 마른 체구에 쪽진 머리도 거의 헐겁다에 가까웠고, 암울한 인상이라 해야할 지, 어딘가 어두운 건 틀림이 없다. 타니아는 당신의 기행스러운 피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는 아랑곳 않는다. 타니아는 활짝 웃었다.
"맛있어보여요. 잠시만요. 저도 한 조각 주세요!"
기어이 타니아도 타피오카 피자를 한조각 구매한다. 타니아가 근사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둘이 피자를 먹는 모습을 보며 몸을 잘게 떨었다. 그는 지금 배가 고프긴 커녕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음! 맛있다. 장어젤리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호불호가 갈린단 말 아닌가." "어차피 벨은 호잖아요." "있으면 먹는 편이지, 즐기지는 않아."
여기에거 리안은 알 수 있으리라. 저 둘은 정어리가 들어간 파이도 아무렇지 않게 집어먹을 영국의 마법사라는 것을. 그는 모노클을 고쳐쓰며 눈을 흘겼다. 인상이 좋다, 다듬으면 괜찮은 물건이 나올 것 같다, 현궁의 사신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르다. 그는 답을 고르듯 입을 다문다. 혹은 비웃음을 참는 최소한의 예의거나. 느른하고 흥미없는 시선에 타니아는 오물오물 피자를 문 입술을 움직이며 둘의 눈치를 봤다.
"인상이 좋다라. 다듬기엔 나름의 사정이 있는지라 기대에 부응하긴 어렵겠군."
여전히 속삭이는듯한 기묘한 목소리다. 일단 그는 자신이 선인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악인도 아니다. 그저 멀리서 학생을 방관하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그는 발걸음을 옮긴다. 근처의 가판대에서 버터에 구운 새우를 주문한다. 적당히 매콤한 소스를 끼얹은 새우가 종이상자 위로 올라가고, 비닐봉지 안으로 포장된다. 이건 아가의 몫. 그는 당신을 돌아본다.
"그렇지만 생긴걸로 사람을 판단하기는 어렵겠지."
짐승의 눈처럼 예민한, 기울어진 고개 사이로 드러난 색이 다른 양쪽 시선이 제법 사나운 초승달처럼 휘었다. 타니아가 어느새 도우만 남은 피자를 땅에 떨구며 입을 틀어막았다. "히끅."
자그마한 감탄사를 내뱉는 작은 용이었다. 밝은 분위기의 타니아나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 존재가 있다면 그러할까, 하지만 그 또한 만만치 않은 그릇을 가진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리안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렇게 순식간에 자신의 페이스를 찾은 그가 잠시간 너스레를 떠는척 하면서 소름이 돋는 등을 일부러 진정시키며 가볍게 분위기를 환기 시키기 위해 박수를 쳤다.
-짜악!!
박수소리가 터져나감과 동시에 그가 작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자체만으로도 확실히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날카로운 분위기를 받아 흘리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이런 죄송합니다. 방송사고, 방송사고! 제가 실언을 했네요. 역시 간판이란 쉽게 달리는게 아니었군요!"
그의 말대로였다. 그에게 방송부 부장, MC 대작이라는 간판을 달았듯이 그 또한 현궁의 사신이라는 간판을 자연스레 달게 된것이다. 그 사실을 간과한걸 사과하기라도 하듯 그가 자그마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거리를 벌려준다. 그것은 무서워서 벌린것이라기 보다는 벨로 하여금 타니아를 부축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리라.
"사실 방송부를 운영하면서 제일 알기 힘들었던 궁이 바로 현궁이었는데, 오늘 일면을 본거 같아서 기쁘기 한량 없습니다! 오늘 사실 나올까 말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나온게 정답이었군요."
순수한 감탄사였다. 밝은 분위기의 그였지만 억지로 상대마저 밝은 기분으로 이끌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 유연하게 대처를 하는 모습은 천상 방송인의 그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히죽 웃으며 천천히 다음 답변으로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곧 졸업이시잖아요? 혹시 졸업하시고 나서 다음 계획은 있으신가요? 아니라면 저한테 반대로 질문을 던지셔도 됩니다!!"
"자기야~ 원래 에스코트는 받는 것보다 하는 게 더 즐거운 법이야. 왜냐하면 에스코트를 받는 상대가 얼마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알 수 있기 때문이지~"
펠리체의 적당한 대답을 듣고 단태가 되돌려준 말이었다. 그러니까 뻔뻔하고 능글맞은 어조로 느물느물하게 뱉어낸 말이라는 거다. 방금 전까지 보여주던 모습이랑 사뭇 다른 분위기라는 점도 있다. 그리고 이어서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보여주는 자세까지.
"응~ 역시 따뜻하네. 자기~"
본인이 지나치게 체온이 낮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말투였다. 빈틈을 노리고 한 행동이였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끌려올 줄은 몰랐지만. 자신의 품에 안착한 펠리체를 끌어안으며 단태가 헤죽- 웃음을 흘렸다. 보통 갑자기 그렇게 끌어당기면 누구든지 끌려온다만. 상대의 따뜻한 체온에 단태의 평균보다 낮은 체온이 느리게나마 평균으로 오르고 있었다. 이제 이정도면 됐다, 싶어서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펠리체를 놓아주려고 했다. "자기야?" 하고 시작된 주단태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세상에.."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같이 끌어안는 것 정도야 주단태가 예상한 일이었지만 그 뒤의 것은 예상하지 못한 점이었다. 부드러운 미성으로 속삭이는 말은 분명, 쑥쓰러워질 상황이었다. 그 목소리에 단태는 샐쭉- 눈을 가늘게 뜨고 힐끗 시선을 돌려서 펠리체를 잠깐 바라봤다. 하는 짓이 완전 여운데. 품에서 빠져나가는 펠리체를 보며 단태는 히죽- 능청스럽게 미소를 흘렸다. "자기, 사람을 꼬실 줄 아는구나. 방금 굉장히 두근거렸어." 자신의 심장쪽에 손을 올리는 과장스러운 몸짓을 해보이며 단태의 중얼거림이 이어졌다. 물에 젖은 하와이안 셔츠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이 불쾌하기는 했지만.
다이사Q : 아!! 리안 선수!! 땃쥐를 쓰다듬기 위해 필드위에 카드들을 셋팅합니다!! 하지만 이미 눈치를 챈걸까요 땃쥐 선수!? 이미 만전의 가드를 굳히고 리안의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리안 선수!! 이걸 어떻게 해결....
앗!! 말씀드리는 순간!! 판정으로 리안 성수 승리!! 비디오 판독 결과, 리안 선수는 카드 셋팅을 페이크로, 스탠드 [킹 크림슨]을 이용해 5초간 시간을 날려버리고 그 5초간의 시간동안 땃쥐의 품으로 파고들어가 마음껏 쓰다듬을 한뒤 다시 거리를 벌린거라고 합니다!! 오직 땃쥐를 쓰다듬기 위해 스탠드까지 쓰는 그 집념!! 참으로 잉여롭다고밖에 할수 없습니다아아아아!!!
타니아는 딸꾹질을 했다. 너무 놀란 탓이었다. 몸에 각인된 건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는 것 같다. 그가 저렇게 웃을 때마다 가문 안은 싸해졌다. 그런데 싸늘했던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방이라도 까마귀가 주변에서 날아갈 것 같던 음산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유쾌하고 활발하게 변했다. 그는 당신의 말에 미소를 거두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가주도록 할까." "힙히끅. 힙."
현궁의 사신이라는 이름은 괜히 달린 것이 아니었다. 칼같은 공과 사, 음산한 분위기, 그것 말고도 자비없는 점수 깎는 기계. 타니아는 그가 등을 가볍게 툭툭 두드려주자 숨을 합 멈추며 딸꾹질을 가라앉히려다, 결국 병아리의 높은 울음소리처럼 삑사리를 내고 말았다. "삐힙!"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는 타니아를 한 번 바라보고는 당신을 바라본다.
"그것 참..다행이군 그래?"
순수한 감탄사에 걸맞는 겉치레의 예의. 그는 다음 질문을 듣곤 타니아의 등을 다시 두어번 두드렸다. 온갖 민간요법을 쓰듯 숨을 꾹 참고 침을 꼴깍 삼키던 타니아는 잠시 푸하, 하고 숨을 내쉬었다. 졸업 때문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멈췄다. 졸업은..그렇지, 타니아는 모르지. 도련님께서 가업을 잇는다는데요? 소리만 들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