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직후, 그녀는 단태가 먼저 올라가기 쉽게 그리 깊이 들어가지 않은 시점에서 팔을 풀어주었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서로 올라가기 힘들기도 하니까. 반동을 주듯 팔로 밀어 올려보내주며 자신은 그 밑으로 더 깊이 잠겼다. 위를 보면서 빠져드는 바닷속은 언제 보아도 한결같았다. 검고, 푸른 물만이 일렁일렁 흔들리는 건 계속 보고 싶은 장면이었다.
벌써 물 위로 고개를 내민 단태와 달리 그녀는 좀처럼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폐의 공기를 모두 빼낸 채 빠졌기 때문에 오래 있는 건 위험했다. 저 높이에서 뛰어드는 것 다음으로 위험천만한 짓이다. 질식해 정신을 잃는 순간, 조용히 가라앉는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으니. 하지만 그녀는 조금 후에 스스로 헤엄을 쳐 올라와 단태의 근처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푸핫, 하고 당연할 법한 소리와 함께 숨을 쉬면서 힐끔, 단태를 보았다.
"그러게 비켜달랄 때 비켜줬어야죠."
나오자마자 하는 소리가 저거니 한대 쥐어박고 싶은 기분이 들어도 마땅하다. 정말로 쥐어박을지는 모르지만. 한마디를 툭 내뱉어놓고 젖은 앞머리를 밀어올린다. 옆으로, 뒤로 아무렇게나 밀어서 대강 시야를 확보한 후 잔잔한 물살과 부력에 몸을 맡긴 채 다시금 물음을 던진다.
"어땠어요?"
원해서 한 건 아닐지라도 이미 해버렸으니 그 나음의 소감이든 감상이든 있지 않을까, 해서 해본 물음이다. 그에 좋지 않은 말이 돌아오더라도 그녀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일 자신이 있었고. 한마리 해파리가 된 것 마냥 둥실둥실 떠서 시선만을 단태에게 향한다. 어딜 봐도 시선이 맞는 그림처럼.
질투라. 그의 말로 인해 그녀는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질투. 평소 그녀가 그의 옆에 있을 때 백설과 했던 건 질투라고 하기도 뭣한 그냥 유치한 기싸움이었다. 말 못 하는 짐승을 상대로 진지하게 감정을 불태울 만큼 그녀는 열정적이지 못 했다. 하지만 백설이 인간이라면, 그의 수족 중 하나라면.
"선배가 믿을 만한 친구라니까 영 수상한 걸요. 그 백설이가 순순히 데려가진 것도 그렇구."
저 말이 연기를 위한 표현인지 그의 진심인지는 모른다. 그 하나하나를 파악하기엔 아직 대전제가 열리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 잡은 실체를 파악하기엔 아직 시간이 부족했다. 들여다보고, 파악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그렇게 말해도, 딱히 저를 위해서 그랬다는 느낌은 안 드는데, 이거 기분 탓일까요?"
윤의 농담에 그녀도 농담조로 말하고 작게 웃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로 농담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신뢰하지 않았던 사람의 실체를 알았다고 해서, 갑자기 전부를 믿는 거짓말 같은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곱게 휘어 웃는 눈이 그에게 똑바로 향했다. 그의 얼굴을 잠시 보다가 그가 내민 손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주 잠깐,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듯 하다가,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풀어 그의 손을 잡는다. 그것 뿐이다. 담백하게 손만 잡고 그를 따라가며 담담하게 말한다. 선배, 있잖아요.
"그 날, 선배는 왜 저한테 그걸 말한 거에요?"
담담한 말투만큼 질문 속 의문의 농도도 옅다. 어떤 대답이 돌아와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보이려는 건지, 정말 그런건지조차 희미할만큼. 질문을 한 뒤에도 그저 고개를 기울여 그를 한번 보고 다시 앞을 향했을 뿐이다.
물에 빠진 순간 이게 물에 빠진다는 거구나 하는 걸 느꼈다. 누군가는 빠져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던데. 그게 태아였을 때의 영향이라고 하던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깊이가 있기 때문에 물은 검고 탁했다. 입수로 인해 수면 위에 거품이 일어났다는 걸 모른 채로 주단태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낯선 물결을 바라본다. 순간적으로 높아진 압력에 먹먹하게만 느껴지는 감각이라던가 물에 빠져서야 느껴지는 특유의 기분이라던가 같은 것들을 하나씩 느끼던 것도 찰나였다. 하지만 이 감각이나 감정만 꽤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단태는 오래 물에 잠겨 있지 않았다. 오래 잠겨 있으면 있을수록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 자신의 체온이 걸림돌이 될 테니까였다.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자마자 젖어서 흘러내린 머리를 손으로 쓸어올리며 암적색 시선이 손목에 채워져 있는 팔찌를 먼저 살핀다. 얄쌍한 자신의 손목에 맞춰진 그것은 직접 풀어내지 않으면 빠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단태는 주변을 볼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을 껴안고 같이 빠진 펠리체를 찾는 것 같았다.
"그러게.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자기."
찾던 사람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주단태는 자신의 물에 푹 젖어버려서 하늘색보다는 파란색에 가까워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대답을 중얼거리다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젖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은 금새 차갑게 얼굴로 떨어져내려서, 머리를 쓸어올렸던 손으로 얼굴 물기를 벅벅 문질렀다. 어땠냐는 차분한 물음 때문이다.
"딱 1mm정도 방향이 틀어졌으면 큰일났겠구나~ 싶은 생각. 그리고 생각보다 물이 차가워서 춥다는 생각 정도."
"오호라~ 그건 한번 해봐야 아는거죠! 어라. 근데 사감님도 지는 내기는 안 하시는 거예요? 저도 그런데! 역시 같은 겜블러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네요~"
정확히는 주양은 자신이 질 것 같은 상황 앞에서는 정정당당을 내던진 채 온갖 얍삽이를 가리지 않고, 그 얍삽이조차 막혔다고 판단했을 때나 되어서야 겨우 진심으로 임하며 겜블러로써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가깝기는 했다. 허나 얍삽이를 쓰면 지는 상황은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았기에, 그거나 그거나 같은 느낌이라고 퉁치고 마는 것이었다. 당신에게서 꽤 큰 동질감을 느끼며 주양은 헤실거리면서 웃었다. 이래서 처음 입학했을 때 청룡과 주작이 동시에 선택했던 거구나. 만약 청궁으로 갔으면 지금쯤 캐미가 폭발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어, 당신의 이야기에 결국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아무리 자기 기숙사 사감님이라고는 해도 형광색으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충분한 웃음거리였다. 실수라는 그 이야기가 굉장히 상큼하게 들려왔다는 이유 역시 있었다.
"와. 형광색이요? 뭔가 엄청 눈에 팍 띌것같은 그런 색깔이네요! 아아. 저도 그 약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해드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주궁 사람이라 못 했지 뭐예요~"
만약 자신이 주궁 사람이 아니라 다른 기숙사 사람이었다면 곧바로 도와주었을 것이다. 한번 도와주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서 두번씩이나 연속으로 도와주었을 것이다. 기숙사 점수가 차감된다는 디메리트가 잇긴 했으나 그럼에도 그 즐거움을 즐긴다는 것은 기숙사 점수 쯤이야 얼마든지 내던져도 될 것만 같았다. 물론 그건 청을 내기에 거는 것보다 재미가 덜하겠지만. 아찔한 자극이 아니라면 굳이 즐길 필요는 없다.
"음.. 그럼 그렇게 할게요? 언제 건쌤한테도 뭐 하나 사드리고 싶네요~ 요즘 돈이 꽤 모여서, 어디에 써야 할지 즐거운 고민 중이었으니까요."
지금껏 쌓인 갈레온만 해도 족히 100갈레온은 넘었나. 기억을 되짚어보며 주양은 키득거렸다. 조금만 더 모은다면 정말 판을 크게 벌이고 제대로 도박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썩 좋은 행동은 아니었기에 정말 할 마음은 적었다. 게다가 자신은 그 상황에서도 갈레온을 걸지 않고 청을 걸테니까. 다른 사람이 역으로 먼저 자신에게 청 말고 다른 무언가를 걸라고 제안한다면.. 아. 생각해보니 이 제안은 지금까지 받아본 적이 없기는 했다. 허나, 꽤 흥미로울것 같았다.
팅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동전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한다. 지금만큼은, 입은 웃고 있었으나 눈빛은 그 속을 알 수 없없었다.약간의 오차변 모든 것이 바뀐다. 희와 비가 갈리고, 미소짓는 사람 뒤에 좌절하거나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극단적인 차이에서, 마지막에 웃는 건 누가 될 것인가. 여름의 타는 듯한 태양빛도 잠깐 잊을만큼의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동전을 본 주양은 눈을 감고 어깨를 으쓱였다.
".. 후후. 뒷면이네요~"
예상 외로 차분한 모습을 내비치며 한 걸음 물러서는 주양. 허나 내기에서 주는 긴장감이 걷히고 나서, 주양은 마치 어린애마냥 방방거리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거의 180에 가까운 장신이 천진난만한 미소를 걸치며 청을 꼭 껴안고 방방거리는 건 썩 어울리지 않았으나, 지금의 기쁨은 그 언벨런스함을 자각하지 못하게 할 만큼 컸다.
"봐봐, 청! 내가 말했지! 뒷면이라고! 하여튼, 나는 처음부터 다~ 알고서 너를 건 거였는데 너는 왜 그렇게 나를 못 믿기만 하는거냐고~!
알고 있을리가 있나. 허나 그래서 더욱 기쁜 것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두려움에 잔뜩 눌려서 이도저도 못 하고 있는 것보다 그 기쁨을 마음껏 표현할수 있는 것은 지금 느끼는 짜릿함을 두배, 더 크게는 세 배로 자라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높았던 자존심이 수직으로 순식간에 솟구쳤으며, 콧대는 하늘을 뚫었다. 한껏 기쁨을 표현하고 나서야 잠이 다 달아났다는 듯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깜짝 놀래킨 나머지, 이미 진작에 깨기는 했지만, 그래도.
"음흠~ 아쉽네요! 여기서 한 바퀴. 아니, 반 바퀴쯤만 더 돌았어도 앞면이 나올 수 있었을텐데 말이예요. 승리의 여신은, 저를 형해 미소지었나봐요~"
다시 청을 어깨에 올려두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씩 웃었다. 아. 역시 이래서 내기에서 손을 뗄 수 없다니까.
그는 타인에 대해 깊이 관심 갖지 않는 성격이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과도하게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남에게도 관심 갖지 않는 쪽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선생이나 교수들과에겐 수업 외엔 다른 궁금증을 가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스스로 자신을 무심하다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아하, 백 년이구나.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호응했다. 이걸로 호기심이 풀렸…… 잠깐, 100년?
"그게 가능해요……?"
입을 떡하니 벌린 표정이 어리벙벙했다. 마법사가 100년을 넘게 사는 것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니 나이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아니, 100년이 최소라고 했으니 어쩌면 그것보다도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건 문제일지도. 그분들 목소리랑 몸은 아주 정정하신 것 같던데? 하지만 놀랄만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무기의 목소리가 덤덤해서 그도 얼떨결에 진정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래, 사람이 어쩌다가 몇백 살 먹을지도 있지……. 그는 그러려니의 사고관을 장착하고 일단은 납득하기로 했다.
"그건 몰랐어요. 기린궁에 들어가면 다들 도사가 되는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기린궁 쪽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 이것 역시 초문이다. 도사가 되는 길이 어렵기라도 한 건가? 제 옆의 사감이 때로는 곤 못지 않은 일정을 계획한다는 소문을 고려하면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꼭 감 선생님 같은 말씀이네요."
어, 혹시 인간 좋아하세요? 그렇게 덧붙이며 장난스레 웃은 게 반응의 전부였다. 인간과 자신을 별개로 보는 듯한 발언을 특이하게 생각할 법도 한데, 안타깝게도 그는 현궁 생활 5년 간…… 알게 모르게 감에게 꾸준하게 귀여움당한 학생 중 하나였다. 그런 종류의 발언을 신경쓰기엔 그는 그러려니의 정신이 너무도 깊게 박혀버린 상태였다.
"고향이 추운 지역이었거든요. 제 나라라고 전국이 추운 건 아닌데, 저는 최북단 내륙 지역에 살았어요."
찐으로 스웨덴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이미지(겨울왕국 같은 느낌)만큼 춥지는 않고, 오히려 스톡홀름을 기준으로 기온, 습도, 바람, 만류의 영향을 따져봤을 땐 서울이 더 추울 때도 많다고 함... :0 물론 '생각보다' 덜 춥다는 거지 강설량 장난 아니고 최저기온도 낮고 날씨 흐리고 겨울 자체가 길어서 평균적으로 더 춥고 음울한 건 맞음!
>>294 적응했구나!!! 그래... 그러고보면 한국인들은 항상 이렇게 살아왔었지...(???) 아무튼 좀 괜찮다니까 다행이네!! 기운 차리고 잘 지내자구~~~ :3
>>296 크 아 아 ㄱ........... o<-<
엘로프의 오늘 풀 해시는 공포게임_방송하는_자캐 - 습... 게임 쪽은 게임이라는 매체 특성상 배리어프리가 잘 활성화되지 않아서 제한이 좀... 많이 크네... 🤔 어쨌거나 일단 한다면!!!! 마법사라서 게임같은 거 해본 적 없음... '???뭐야이거' '뭐야 이거' '이거 뭐죠????' 만 반복하다가 게임오버 당할듯... 무섭고 안 무섭고의 문제가 아님 완전 겜못이라서 이상한 짓만 계속하다가 머리 짚는 토우 자세로 절망함... 게임보다는 얘 환장하는 꼴 구경하는 게 더 어처구니 없고 재밌을듯 이 구간 통과하면 그럭저럭 하긴 하는데 너무 무난하게 해서 노잼. 방송진행보다는 게임에만 집중하고 무서운 거 나와도 오~ 신기하고 재밌다 머글(검열단어)들은 이래서 이런 걸 하는구나~ 하고 넘어가서 오히려 답답하게 할 때보다 더 재미없어짐... 채팅에 얘는 겜방이 아니라 헬스방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 나옴
무서운_영화를_볼_때_자캐는 - 와! 음성 해설 지원되는 영화 최고! 갑툭튀나 갑자기 큰 소리가 나는 장면 같은 데선 놀라긴 하겠지만 무서워하진 않아. 다 끝나면 그냥 재밌는 이야기였다~ 하고 집에 가서 잠 잘잠... 가상매체의 이야기는 완전히 픽션으로 딱 구분짓는 성격이라서 무서운 상상이나 과몰입도 안해... 재미 없는 갓반인인듯
자캐에게_딸꾹질_100번_하면_죽는다는_말을_한다면 - 안 믿어! 일단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이미 100번 넘게 딸꾹질 해본 적도 있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99 ㅋㅋㅋㅋㅋㅋ 항상 불반도 더위에 구워지고 냉동당하고 구워지고.. 응원 덕분에 그래도 힘이 나는걸! 엘롶주도 늘 화이팅이라구~ :D
여름이라서 그런가 진단 주제가 공포/미스테리네! 이상한 짓만 반복하다가 머리짚는 토우 자세 하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겜방은 겜방인데 게임 말고 반응 보려고 들어오는 사람 많을거같아! 아니 헬스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짐) 공포나 그런거에 강하구나. 재미있는 사람인데 우리 엘롶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