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2 그렇구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벨주가 나를 성불 못하게 막고있어..! 얼마나 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셈이지~?! (???) 그래도 도리도리하는 벨주가 귀여우니까.. 성불 안하고 오래오래 남아서 열심히 야광봉을 흔들어주겠다~!
>>955 앗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그렇게 느껴졌다니 다행인걸!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나중에 6월 총정산 7월 총정산 이런 느낌으로 접어둘까 싶어 :p 에이 그래도 소지품이랑 기숙사 점수 딱딱 깔끔하게 나누어놨으니까! 민이 기숙사점수 같은거 보고 쭈에 빙의해서 경쟁욕심 붙을뻔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다음 날이다. 묘하게 초췌한 듯 초췌하지 않은 몰골으로, 주양은 해변을 거닐기 위해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서 오늘도 어김없이 청을 위시한 채 나갔다. 낮이니까 자신의 의견에 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이 충분히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조용히 거닐며; 밀짚모자를 살짝 기울여 바다를 바라보았다.
꽤 괜찮은 바다 풍경이 시야를 가득 채워나갔다. 지난 밤 실컷 느꼈던 두려움과 쪽팔림을 바닷바람에 싹 씻어 날려버리고, 이렇게 여유로운 느낌의 산책을 즐긴다는 것은 주양에게는 꼭 필요한 행복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학원에 돌아가고 나서도. 아니.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쪽팔릴것만 같다는 게 주양의 생각이었다. 좋은 추억이었다고 애써 웃으며 쪽팔림을 덮는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물론 주양의 생각은 너무나도 짧아, 지금 이 행동 역시 그렇게 큰 기여를 못하는건 자각하지 못 했지만.
"으음. 역시 너무 더우려나~ 조금 쉴래?"
청에게 물을 먹여주면서 허구한 날 내기에 걸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은 가벼운 옷차림이지만 청은 깃털으로 가득 뒤덮여서 그런 느낌과는 정반대였으니까. 아무리 파랑새가 여름에 오는 새라고는 해도 더위를 못 느끼는건 아니겠거니 생각하며, 적당히 나무그늘 아래로 가 쭈그려서 앉으며 모자를 벗어 얌전히 옆에 내려놓았다.
"평화롭고. 심심하고.. 썩 좋은 기분은 아니네. 이거 뭔가, 졸리다.."
주변도 적당히 따끈하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칼을 휘날려 얼굴을 간지럽히는 것만 제외하면 꽤 평화롭고 잔잔한 느낌이었다. 파도 소리. 그리고 간간히 들리는 갈매기의 울음소리. 모든 것이 그저 기분 좋은 자장가로 느껴졌다. 눈꺼풀이 무거워질락 말락한 것을 느끼며 무릎 사이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청이 날아갈것같은 느김이 어깨에 전해지자, 주양은 나 안 잔다 하면서 약간의 경고를 주었다. 또 갈매기랑 쌈박질하며 시끄럽게 군다면 이 평화가 깨질 것 같았으니까.
"날아가면. 너.. 두번 다시 내기에 안 걸어버린다..?"
조금은 나른한 목소리로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청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정신이 몽롱한 주양은 참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새하고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웅얼거릴수 있는 게. 물론 주양은 청이 깩깩거리는 울음소리 따위는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지만.
낮에 물개마냥 바다에서 실컷 논 탓인지, 저녁쯤 잠깐 쉰다고 누웠다가 눈을 뜨니 창밖이 어두컴컴했다. 늦은 밤은 아니지만 어쨌든 밤이긴 밤이었다. 눈을 뜨고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를 한 5분, 아니 10분쯤 했나. 겨우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으니 문득, 밤바다 구경이나 나갈까 싶었다.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밤대로 매력이 있는게 바다이지 않은가.
하고싶은게 생겼으니 남은 건 몸을 움직이는 일 뿐이다. 자느라 구겨진 옷 대신 짧은 반바지에 어깨를 드러낸 상의를 걸치고 머리는 놀 때처럼 하나로 묶었다. 이번엔 아래로 묶어 늘어뜨린게 얌전한 아가씨 같아보일지도. 옆에 붙어서 자던 리치가 그녀의 움직임에 고개를 들고 쳐다보길래 더 자라고 토닥여주고 숙소 밖으로 나갔다. 해가 저문 바깥은 해가 없는 것만으로 제법 선선했다. 너무 늦지도, 이르지도 않아 산책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해변가로 내려가니 해가 져서 그런가 낮처럼 노는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처럼 산책을 하나보다 싶은 사람만 한둘 보이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사람이 줄은 만큼 조용해진 해변은 낮은 파도가 오고가는 소리가 빈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납작한 샌들 밑에서는 낮의 열기를 품은 모래가 은근히 밟혀온다. 사박이는 발소리를 들으며 파도거품이 닿을락말락 하는 지점까지 다가가 바다를 잠시 지켜보다가, 그 경계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
밀려오는 물살에 샌들이 닿을락 말락하고, 가까운 만큼 파도 소리가 선명히 들려온다. 같은 소리만 계속 듣고 있으니 그 안에 갇힌 듯한 기분을 느끼며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현궁에서 5년을 지내긴 했지만 현무의 사생활을 접할 기회는 없는 게 당연했다. 즉 이건 처음으로 알게 된 현무의 tmi라는 것이다. 물이랑도 연관 있으신 분이 목욕을 싫어한다는 사실은 알아두면 좋은… 정보일까? 그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기의 행동은 알아차리지 못 한 채다.
"아, 글쎄요. 잘못 맡은 것 같기도 하고. 바다 냄새였을까요."
다친 곳이 있냐 물은 상황에 곧바로 냄새를 짚어 말하는 것을 보면 짐작이 어긋나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무기의 어조에 당혹감이 느껴져 그 역시 얼버무리며 모르는 척을 했다. 묻지 말 걸 그랬나. 소금 냄새 밴 바다의 끈덕진 바람과 질척한 핏물의 비린내는 혼동하기가 어려울만큼 근본적으로 달랐지만, 누구에게나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은 있는 법이다.
"…전에는 가능하셨다는 뜻인가요?"
이어지는 설명에 납득했다. 아하, 역시 그래서 몰랐구나. 어찌되었든 도술 역시도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듯하니 달리 미련도 들지 않는다. 해결책이 정말로 있다한들……. 자신이 그것을 간원할지도 알지 못 하겠다. 과연 이제 와 되찾고 싶다 단언할 수 있을까? 그리한다면 희망에 안주해버릴 게 뻔한데.
"뭐 어때요. 누구나 그럴 수 있죠. 저도 좀 무심한 편이고."
그는 빙긋 웃고는 의자에 걸터앉아 몸을 조금 앞으로 숙였다. 그 상태로 무기에게 고개를 까딱 기울이더니.